정신의학의 권력 - 콜레주드프랑스 강의 1973~74년
미셸 푸코 지음, 오트르망 옮김 / 난장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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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셸 푸코의 1973-74년 콜레주 드 프랑스 강의록이다. 푸코의 강의록은 이번에 처음 봤다. 이보다 유명한 강의록들, 특히 신자유주의와 관련된 강의록들을 먼저 볼까 하다가, 그나마 친숙한 『감시와 처벌』의 탄생에 직접적으로 기여했을 이 책 『정신의학의 권력』을 택했다. 사실 나는 정신의학에는 별 관심이 없다. 따라서 권력을 다루는 부분들은 치밀하게 읽고, 나머지 부분들은 빠른 속도로 읽어내려갔다. 『감시와 처벌』의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3, 4강이 제일 흥미로웠고, 『광기의 역사』로부터 『감시와 처벌』로의 주제와 방법론의 이행 과정을 잘 보여주는 1, 2강도 흥미로웠다. 나머지 5강부터 12강까지는 다음에 이 책을 참고할 일이 있어도 다시 볼 것 같지는 않다. 푸코가 쓴 강의 요지중에서는 삼중의 권력을 정리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맨 뒤에 실린 옮긴이 해제도 길지만, 매우 충실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리뷰를 쓰기 위해 목차를 다시 보니, 각 강의의 핵심들이 정리되어 있는데 유용하다.

 

2. 『광기의 역사』로부터 『감시와 처벌』로의 이행

그 동안 막연하게 푸코는 「니체, 계보학, 역사」(1971) 이후 고고학적 방법론에서 계보학으로 이동하였고, 1970년대 계보학 시기의 정점에서 『감시와 처벌』(1975)과 『성의 역사 1: 앎의 의지』(1976)가 출판되었다고 알고 있었다. 1, 2강을 읽으면서 이것을 좀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푸코는 『광기의 역사』에서 자신이 시도한 작업이 도달했거나 중단된 지점이 곧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밝히며, 이전까지의 고고학적 작업들에 대한 자기 정정을 시도한다(33-39). 이제 그의 연구는 (1) ‘표상(representation)’ – 광기의 이미지, 광기가 불러일으킨 공포, 광기와 관련된 지식 등 이 아니라, “담론적 실천을 야기하는 심급으로서의 권력장치를 분석의 대상이자, 출발점으로 삼게 된다. (2) 그 전에는 권력을 폭력과 연관시켜서 생각하였으나, 중요한 것은, 폭력적 형태를 띠든 아니면 합리적으로 계측되고 관리되는형태를 띠든, 권력의 적용 지점은 언제나 신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폭력의 수반 여부는 그의 연구에서 주변화된다. 마지막으로, (3) 규칙성을 체현하고 있는 제도에 대한 강조는 그 제도 안팎에서 작동하고 있는 힘의 관계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게 하므로, 중요한 것은 제도의 분석이 아니라, “권력의 불균형”, 제도들을 가로지르는 전술적 배치에서 어떤 힘의 관계가 작동하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37, 64, 69-71, 372, 510, 559). 고고학이 담론의 불연속적인 역사를 다루었다면, 계보학은 권력을 다룬다고 이전에 막연하게 알고 있던 것의 세부적 사항들을 좀더 잘 알게 되었다. 곧 표상, 폭력, 제도는 이제 주변화되고, (1)장치, (2)신체, (3)서로 대결하는 힘 속에서 활용되는 전술과 이들 간의 불균형 혹은 비대칭에 대한 주목, 곧 권력의 미시물리학이 그의 권력 분석의 핵심부에 포진하게 된 것이다.

 

푸코는 역사적 장면의 무대(scene) 위에서 자신의 이론을 연출하는 것에 탁월하다. 다미앵의 신체형, 파리 소년감화원의 시간표, 페스트 도시, 죄수 호송차, 마지막 쇠사슬 행렬, 라스내르, 비독, 베아스의 일화들이 『감시와 처벌』에서 제시되었던 것처럼, 정신의학적 치유와 규율의 여러 장면들이 제시된다. 2강은 비세트르에서 정신이상자들을 쇠사슬에서 풀어준 것으로 유명한 피넬의 텍스트에 등장하는 미친 왕 조지3세의 치료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는 주권권력과 규율권력의 대립 장면이자, 전자의 거시물리학으로부터 후자의 미시물리학으로의 이행을 대변한다. 비대칭적인 힘을 지닌 서로 다른 의지의 대결,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규칙의 집요함을 통해 작동하는 은밀하고 분산된 규율권력, 그 귀결로서 한 의지에 대한 다른 의지의 지속적 순종이 그 무대 위에서 상연된다.

 

3. 규율권력과 권력 장치들

3강의 앞 부분은 마치 연극이 상연된 후 진행되는 연출자와 관객 간의 대화 같다. 미친 왕 조지 3세의 치료 장면에서 제시된 주권권력과 규율권력의 대비를 거론하면서, 푸코는 자신의 규율권력 가설을 제시한다. 규율권력은 중세의 수도사 공동체들에서 형성되어, 이후 평신도 공동체들로, 그리고 17-18세기에는 사회 속으로, 19세기에 이르러서는 더욱 일반화되어 개인의 신체와 맞닿은 최말단의 수준에서 모세관을 침투하여 뇌의 말랑말랑한 섬유를 관리하기에 이르는 권력과 신체의 시냅스적 접촉”(72) 같은 양태(modality)를 띠게 되었다고 한다. 규율권력 이전의 주권권력은 징발-지출로 매개되는 군주와 신민의 비대칭적 관계, ②권력관계의 토대가 되는 표식과 그것의 끊임없는 재현동화(reactualization), 그리고 부가적 폭력, ③비동위체적인 주권 장치들의 다발로 구성되어 있었다(75-80). 이에 비하여, 규율권력은 개인의 신체, 몸짓, 시간, 품행을 총체적으로 포획하며(↔생산품이나 용역의 징발), ②완전한 가시성 하에서 점진적이고 단계적 훈련을 통해 규율을 증대시키며, 문서기록을 통해 중앙집중화된 개별성을 구축(경찰적 개별화)하여 품행의 잠재성 자체를 규율하여 행위 자체 이전에 개입하려는 일망감시적 특징을 보이고, ③동위체적인(isotopic, 상이한 체계 간의 충돌이나 양립불가능성이 없고, 한 장치에서 다른 장치로의 이행이 용이하지만, ‘분류불가능한잔재들을 필연적으로 내포할 수밖에 없으므로 규율 권력의 여백을 갖고 있는) 규율장치로 특징지워진다(80-92). 주권 권력 하에서는 신체의 단일성에 결부되지 않았던 주체-기능이 신체를 포획하는 규율권력 하에서 신체의 단일성에 정확히 합치된다. 곧 규율권력은 예속된 신체를 생산하고, 개별화하고, 배열한다(94). “주체-기능, 신체의 단일성, 지속적인 시선, 문서기록, 세세한 형벌 메커니즘, 영혼의 투영,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규율권력의 계열을 이루게 된 것이다(94). 이러한 관점에 입각하여, 푸코는 개인에 대한 독창적 시각을 제시한다. 통상적인 법률적 개인주의는 (계약으로 동의된 경우 외에는 어떤 권력도 제한할 수 없는 권리를 지닌) 개인을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과 부르주아의 정치적 요구 속에서 등장한 것으로 이해한다. 이에 반하여, 푸코는 (감시의 체계에 둘러싸여 규범화의 절차에 따라야 하는 예속화된 신체로서) 개인을 (역사적 현실이자, 생산력의 요소이자, 정치력의 요소로서) 출현시킨 것은 규율테크놀로지라는 규율적 개인주의를 개진한다(96).

 

중세부터 18세기까지 주권적 관계의 일반적 플라즈마 내부에 작은 섬 같은 것으로서 존재하였던 규율장치들은 17-18세기를 경과하면서 점차 확장되어 전체 사회에 기생하게 됨으로써 규율사회를 구성하고 주권적 사회를 대체하였다(105-6). 이러한 규율장치의 기생적 침투는 학생, 식민지 주민들 뿐만 아니라, 방랑자·걸인·유랑자·비행자·창녀 등에 대한 내적인 예속지배, 곧 고전주의 시대의 구금, 종교 단체들, 군대, 노동계급의 작업장과 거주촌 등으로 확산 되어 사회 전체를 뒤덮어가기 시작하였다 (114). 규율장치의 확산은 바로 자본의 축적에 필요한 인간의 축적을 원활히 하는 것이었다.

 

3, 4강에서는 『감시와 처벌』의 소재들[칸토로비치의 『왕의 두 신체』 (79), 프리드리히 2세와 프로이센 군대(83), 고블랭 직물제조소의 직업훈련학교(84-86), 판옵티콘(117-126), 메트레 소년감화원(133) ]이 등장하는데, 『감시와 처벌』의 번역이 매우 이상한 관계로 해당 부분이 나올 때 참조하면 유용할 것이다.

 

4. 삼중의 권력  

정신의학의 등장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5강 이후는 건너뛰고, 푸코는 강의요지에서 광기에 대한 비광기의 절대적 권리가 체현된 삼중의 권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490-1). ①(정신의학의) 전문지식, ②(환자의) 착오를 수정하는 양식, ③정상성. 이 과정에서 권력과 지식의 상호강화와 정상/비정상의 구분에 기반한 권력 행사가 전면에 부각된다. 이 삼중 권력 도식은 비단 광기를 다루는 정신의학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소재로 푸코의 권력 논의를 이어갈 때에도 참조할 수 있을 것 같다.

 

5. 충실한 옮긴이 해제

옮긴이 해제 111쪽에 달할 정도로 길다. 처음에는 뭐 이렇게 긴가 하면서 투덜거렸는데, 푸코에 대해 잘 모르는 나 같은 독자에게는 매우 유용하였다. 그 전에는 푸코가 정신과 진료를 받았고, 정신병리학 학사학위를 받았는지도, 『광기의 역사』(1961) 이전에 『정신병과 인격』(1954)를 냈는지도, 이 저작을 『정신병과 심리학』(1962)으로 개작하면서 어떠한 수정을 가했는지도 전혀 몰랐다. 이 긴 옮긴이 해제는 푸코의 지적 여정 속에서 이 강의록이 갖는 의미를 충실히 설명하고 있고, 강의록 본문의 내용들을 요약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장황하지만 잘 정리하고 있다. 또 맨 끝에 나오는 경제적 세계화에 관한 리카르도 페트렐라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626-7).

 

6. 번역 실수?

전반적으로 훌륭한 번역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심쩍은 부분이 몇 개 있어 적어둔다. 아래에 적어둔 것들은 실수일 수도 있고, 영역판의 실수를 교정한 것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문맥을 이해하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다.

 

- 133: 10: “아버지, 큰 형이라는→ “아버지, 할아버지라는” (father, or grandfather, 영문판, p. 85)

- 142: 19: “제 생각에 1838년의 법률에는 두 가지 근본적인 사항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 “다시 말해앞에 짧은 한 문장이 누락되었음. [I think the 1838 law consists in two fundamental things. The first is that confinement overrides interdiction. (첫째, 감금이 금치산에 비해 우위를 점하게 됩니다.) That is to say, in taking charge of the mad, the essential component is now confinement, interdiction only being added afterwards, …, 영문판, p. 95]

- 151: 20: “성무일과서를 옆구리에 끼고→ “성무일과서를 내팽개치고” → “puts aside his breviary, 영문판, p.100)

- 230: 6: “마지막으로 [네번째] 장치에 대해 …” 영문판 157쪽에는 “Finally, the [fifth] apparatus is …”로 되어 있는데, 몇 번을 세어보았는데, 이 부분은 국역본이 맞는 것 같다.

- 408: 1; 437: 8: “19세기의 2/3분기” → 대략 1800-1866년 동안의 시기에 (the first two thirds of the nineteenth century, 영문판, p. 284,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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