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역사 1 : 지식의 의지 - 제4판 나남신서 136
미셸 푸코 지음, 이규현 옮김 / 나남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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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군주의 권력을 특징짓는 특권의 하나는 생살여탈권(the right to decide life and death)이었다. - P153

생살여탈권은 ... 비대칭적 권리이다. 군주는 죽일 권리를 행사하거나 죽일 권리를 보유함으로써만 생명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뿐이고, 그가 요구할 수 있는 죽음에 의해서만 생명에 대한 권력을 갖는다. "생살여탈권"으로 표명되는 권리는 사실 죽게 ‘하거나‘ 살게 ‘내버려둘‘ 권리(the right to take life or let live)이다. - P154

그런데 서양에서는 이러한 권력의 메커니즘이 고전주의 시대부터 크게 변화했다. ... 그때부터 죽음의 권리는 생명을 관리하는 권력의 요구 쪽으로 옮겨가거나 적어도 이 요구에 기대고 이 요구가 필요로 하는 것을 따르는 경향이 있게 된다. ... 이 무시무시한 죽음의 권력은 이제 생명에 대해 실제로 행사되는, 생명을 관리하고 최대로 이용하고 생명에 관해 정확한 통제와 전체적 조절을 실행하려 시도하는 권력의 보완물로서 주어[진다]. ... 이제 전쟁은 보호해야 할 군주의 이름으로가 아니라 모든 이의 생명이라는 명목으로 행해지고, 국민 전체는 생존의 필요라는 명목으로 서로 죽이도록 훈련받는다. - P155

죽게 ‘하든가‘ 살게 ‘내버려두는‘ 오래된 권리가 ‘생명을 양육하거나‘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 권력으로 대체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One might say that the ancient right to take life or let live was replaced by a power to foster life or disallow it to the point of death. - P157

구체적으로 생명에 대한 권력은 17세기부터 두 가지 주요한 형태로 전개되었[다]. ... 먼저 형성된 듯한 극의 중심은 기계로서의 신체였다 (규율권력) ... 다소 늦게 19세기 중엽에 형성된 두 번째 극의 중심은 종(種)으로서의 신체(the species body), 생명체의 기계론에 의해 검토되고 생물학적 과정에 대해 매체의 구실을 하는 신체, 즉 증식, 출생률과 사망률, 건강 수준, 수명, 장수와 더불어 이것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조건이다. 이것들을 떠맡는 것은 일련의 개입과 ‘조절하는 통제‘ 전체, 즉 ‘인구의 생명정치‘이다. 생명에 대한 권력의 조직화는 신체의 규율과 인구의 조절이라는 두 가지 극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 P158

... 18세기에 서양의 ... 자본주의 발전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은 ... 정확히 생명이 역사에서 정치 기술의 영역에서 다루어지게 되는 현상이었는데, 이 현상으로 내가 의미하는 바는 인간이라는 종(種)의 생명에 고유한 현상이 지식과 권력의 영역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 P161

서양인은 생물계에서 살아 있는 종이라는 것, 신체, 삶의 조건, 생명의 개연성, 개인의 건강과 집단의 활력, 변할 수 있는 체력, 체력이 최적의 방식으로 배분될 수 있는 공간을 갖는 것이 무엇인지를 점차로 터득한다. 아마 역사상 처음으로 생체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에 반영되었을 것이다. 살아가는 행위는 더 이상 죽음의 우연과 숙명성 속에서 때때로 떠오를 뿐인 그 접근 불가능한 기반이 아니라, 지식의 통제와 권력의 개입이 이루어지는 영역으로 일정 부분 넘어가는 것이 된다. 이제 권력은 법적 주체, 즉 권력의 최종적 권한이 죽음인 법적 주체뿐만 아니라 생명체를 다루게 되고, 권력이 생명체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지배력은 생명 자체의 차원에 놓이게 된다. - P162

수천 년 동안 인간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이해한대로 정치적 존재로서의 부가적 역량을 지닌 살아 있는 동물로 남아 있었지만, 근대인은 이제 생명 자체가 정치에 의해 문제시되는 동물이다. ...
인간의 문제가 생명체로서의 특수성, 그리고 다른 생명체에 대한 관계 아래 드러나는 특수성의 측면에서 제기된 이유는 역사와 생명의 새로운 관련 양태에서, 즉 생명을 생체의 주변으로서의 역사 외부에 놓고 동시에 지식과 권력의 기술이 스며든 인간의 역사성 내부에 두는 이중의 입장에서 모색되어야 한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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