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

우치다 타츠루, 이시카와 야스히로(지은이), 김경원(옮긴이), 갈라파고스 2011. 12

 

스물에 만났던 Marx는 아직도 읽히지 않고, 앞으로도 제대로 읽기는 어려울 듯하다. 우리와 다른 시간 개념으로 세상을 읽고,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세계에 대하여 끝없이 고민했던 위대한 철학자와의 조우. Marx라는 거대한 산의 초입에서 그를 다시 만나고 싶은 열망으로 추천한다. 현실의 대안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Marx는 넘을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존재이다.

 

 

 

 

 

 

 

『왜 분노하지 않는가』- 2048, 공존을 위한 21세기 인권운동

존 커크 보이드 (지은이), 최선영 (옮긴이)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12월

 

누구나 인권을 말하지만, 인권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 책은 그 사각지대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것의 출발이 될 책이다. 단지 인권과 관련한 문서를 만들고 재정비한다하여 인권은 존중되거나 지켜지지 않는다. 타인과의 공감을 키우고, 사각 지대에서 침해받고 있는 인권을 볼 수 있는 메타적 시각이 필요하다.

 

 

 

 

 

 

『커넥티드』 -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 새로운 기회가 온다

SBS 서울디지털포럼 사무국 (엮은이) | 시공사 | 2011년 12월

 

네트워크가 중요한 시대, 시공간을 좁혀 가는 촘촘한 관계망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기회이기도 하고, 존재를 드러내야 하는 불안을 야기하기도 한다. 우리는 - 싸이월드에서 시작해서 트위, 페이스타임 등 -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몇 단계만 거치면 지구 상의 모든 사람과 접속할 수 있는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관계의 시대를 함께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제왕과 책사』천하를 얻는 용인과 지략의 인간학

렁청진 (지은이) | 박광희 (옮긴이) | 다산북스 | 2011-12-15

 

대서양에서 출발한 세계사의 흐름은 중국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담론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5천년 중국 역사 속에 담겨있는 지혜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간을 이해하는 소중한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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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러브 - I am lov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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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이다, 나는 욕망한다, 나는 오로지 사랑으로 존재한다.”

<아이 엠 러브>(I Am Love, 2009) 감독 : 루카 구아다니노, 주연 : 틸타 스윈튼

 

밀라노를 배경으로 한 <아이 엠 러브>는 이탈리아의 명문 레키가(家)의 일원인 엠마가 가식의 굴레를 벗어나서, 자신의 욕망과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일상에 균열을 일으키는 두 가지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엠마는 (외적으로) 재력가 시부모, 명망 있는 남편, 잘 성장해준 자녀를 둔 성공적인 삶을 살아간다. 이 평온한 일상의 파국은 아들의 친구, 안토니오와의 급격한 사랑과 딸의 레즈비언 선언으로 시작한다. 엠마는 안토니오가 요리한 음식을 먹고 그에게 완전히 마음을 빼앗기고, 딸의 레즈비언이라는 고백을 통해서 자신의 욕망과 사랑을 성찰한다.

 

<아이 엠 러브>는 한 여성의 선택을 통해서 여성의 자유와 상류층의 몰락을 한꺼번에 폭로한다. 남편과 안토니오 모두 그녀에게 문제적 상황에 직면하게 만든다는 측면에서 완벽한 타자이다. 남편은 떠나는 엠마에게 “넌 존재하지도 않았어.”라고 말한다. 그 말은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남편과 엠마 사이에는 ‘사랑'이 부재하였고, 엠마는 오직 사랑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드러낸다. 이러한 외적 스토리 내부에서 자본주의 상류층의 붕괴를 포착한다. 외적 삶과 내부 갈등을 중첩함으로써, 두 공간이 비틀려 균열하는 과정을 탁월하게 영상화한다. 가면을 쓴 얼굴로 피상적인 관계를 이어가는 재벌들의 파티에서 엠마는 - 같은 공간에 있어도 - 항상 고립되어 있다.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있지만, 귀족의 몸에 밴 습성은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있어서 늘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식사 시간조차 팽팽한 긴장이 이어져 누구도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지 못한다.

 

의견 충돌을 보이며 논쟁하는 남자들과 달리 레키가(家)의 모든 여자들은 - 레즈비언을 선언한 엠마의 딸을 제외하면 - 소비되는 사물로 존재한다. 가업인 직물공장을 유지하자는 의견과 새로운 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놓고 갈등하는 남자들과 달리, 여자들은 침묵 속에서 은연 중에 연대의식을 공유한다. 배제된 여성은 자신들의 정서적 연대를 구축한다. 가출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해방된 엠마와 그녀를 바라보는 딸의 시선이 오랫동안 마주치는 엔딩 장면이 이를 잘 표현하고 있다.

 

감각적이고 퇴폐적인 이야기는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의 연기를 통해서 고전적이고 우아한 예술로 창조되었다. 진부하고 도식적인 서사를 끌어안고 가면서도, 다양한 영화적 방식을 동원하여 강렬하고 뜨거운 에너지를 생산한다. 영화가 제 7의 종합영화임을 확인시켜주는 <아이 엠 러브>는 관객이 오감을 느낄 수 있도록 모든 영화 장치를 활용한다. 엠마의 일상에 균열이 생기면서 극단으로 치솟을 때, 음악과 미장센이 전환을 일으키며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룬다. 또한 시청각을 공감각적으로 교차 편집하여 자연스럽게 감각의 전이가 일어난다. 안토니오니가 만들었던 요리는 시각에서 출발하여 미각을 자극하고, 미각은 다시 청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공간을 활용한 감정의 영상화 또한 탁월하다. 엠마와 남편의 정사는 어둠 속에서 이루어진다면, 내연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안토니오와의 정사는 창문이 활짝 열려 빛이 들어오는 공간에서 시작되어, 외부 공간인 숲에서 절정을 이룬다. 아직 잔설이 쌓인 밀라노의 거리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닫힌 창문을 비춤으로써, 엠마의 내면 상태를 포착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엠마가 사랑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문들은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다가 결국 활짝 열리는 현관으로 빛이 쏟아진다. 또한 남편과 함께 살아가는 레키가(家)의 닫힌 문과 안토니오의 오두막집의 열린 문들은 엠마의 심적 상태를 그대로 반영한다. 두 공간의 대비는 물리적으로만 존재할 뿐 철저한 부재인 엠마의 상태를 잘 보여준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그녀는 평탄한 저지대의 대저택에 살고 있고, 안토니오는 좁고 굽은 길을 한참 올라가야 하는 고지대에 살고 있다. 엠마의 감정은 그대로 공간적 높낮이로 드러난다. 높이 올라갈수록 엠마는 불안하게 흔들리지만 넘실대는 생(生)의 의지로 불탄다. 인물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대신 활용한 부감 샷은 더 많은 감정을 이끌어내는데 성공적이다.

 

진부한 캐릭터일 수 있는 엠마에게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배우 틸타 스윈튼이다. <아이 앰 러브>는 틸다 스윈튼의 영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감정을 그대로 실어 나르는 드라마틱한 얼굴의 표상을 완벽하게 완성한다. 그녀는 이지적인 상류여성의 모습과 사랑으로 불타는 관능미까지 상반된 모습을 동시에 소화했다.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러시아인으로 이태리어를 써야하는 엠마 역이 영국 출신 틸타 스윈튼에게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여기에 더불어 존 아담스가 담당한 음악 또한 놓치면 안된다. 엠마가 처음 안토니오가 요리한 음식을 먹는 장면, 엠마가 집을 뛰쳐나가는 장면에서 음악은 그 자체로 엠마와 동일시된다. <아이 엠 러브>는 음악이고, 공간이며,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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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품은삶 2012-01-12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이엠러브. 2011년 제가 뽑은 '올해의 영화'였어요. 아직 리뷰조차 쓰지 못하고 숙제처럼 남겨놓은 영화.
이 영화, '음악, 공간, 사랑'이라는 더불어숲님 말씀에 123% 동의합니당!!
또한 요리가 얼마나 섹시할 수 있는지, 그 요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혀다지요.
역시 식욕과 성욕은 신경계가 통한다는.ㅋ
 
어바웃 슈미트 - About Schmid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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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평생의 일터’라고 믿었던 곳에서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 실직과 퇴직이 예기치 않은 쓰나미처럼 어느 순간 들이닥치면 인생의 말미에 다다랐다는 용도 폐기의 씁쓸함으로 공황에 빠진다. 자유를 억압하던 직장과 노동이 불안과 회환, 절망을 낳는다. 의욕을 갖고 주체적으로 참여할 인간관계와 활동공간이 퇴출자에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 <어바웃 슈미트>는 노동유연화, 구조조정, 조기 · 명예퇴직이 낯설지 않은 우리 사회 중장년층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진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막막한 시간을 견뎌야 하는 이 시대 은퇴자를 잘 대변한다. 후원하고 있는 아프리카 한 소년에게 보내는 편지를 슈미트가 직접 읽는 내레이션으로 영화가 구성 된다. 뒤늦게 성장통을 앓는 퇴직자의 담담한 독백이 코미디와 결합하면서 냉소라는 감정의 아이러니를 낳는다.

 

“내 인생은 남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워렌 슈미트(잭 니컬슨)는 40년 넘게 몸담았던 보험회사에서 퇴직한다. 가장 가까운 아내와 외동딸은 그의 막막한 불안과 외로움을 살피지 못한 채, 아내가 갑작스럽게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나는 대형사고와 맞닥뜨린다. 잔소리와 타박에 지쳐서 차라리 아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으나, ‘여자처럼 변기에 앉아서 소변보는 자유’도 잠깐 뿐이다. 슈미트는 아내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끔찍한 외로움에 빠진다. 설상가상으로 슬픔에 잠겨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자신의 이웃 친구와 아내가 주고받은 연서를 발견한다. 충격과 배신감에 분노하는 그에게 이제 남은 건 집 한 채와 연금, 덴버에 사는 결혼을 앞둔 외동딸 지니 그리고 생전에 부인이 마련한 기막히게 훌륭한 캠핑카 한 대 뿐이다. 슈미트는 딸 결혼식에 가기 위해서 캠핑카를 몰고 혼자만의 여행을 떠난다. 기대와 달리 사랑하는 딸은 아버지를 차갑게 대하고, 철저하게 외톨이가 된 슈미트는 결혼식이 끝난 뒤 “내 인생은 남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진지하게 자문한다.

 

슈미트의 마지막 희망은 아프리카 탄자니아 소인이 찍힌 편지 한통이다. 그가 매달 소액을 후원해 온 고아 소년 엔두구의 그림편지와 성심수녀회의 수녀의 글이 들어 있다. “엔두구는 온종일 당신 생각뿐이에요. 당신이 행복하길 진심으로 빌고 있죠.” 세상에 혼자라고 느끼던 슈미트는 자신도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에 감격하여 운다. 미국이라는 공간에서 완전히 존재감을 상실한 슈미트는 처절하게도 머나먼 아프리카의 탄자니아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다. 고작 22달러로 그는 누군가에게 아직은 유의미한 존재이다. 한평생을 같이했던 가족과 친구들이 주지 못했던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한 소년에게서 발견한 것이다. 그림 속엔 깡마른 슈미트와 어린 아이가 손을 잡고 활짝 웃고 있다.

 

루이스 베글리의 소설이 원작인 <어바웃 슈미트>는 미국 중산층 남자의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위트 있게 보여준다. 슈미트의 말, 몸짓, 표정은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지만, 코미디는 한결 같이 냉소와 회한을 수반한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전작 <일렉션>처럼 이 영화도 예리한 통찰과 경쾌한 유머를 드러낸다. 잭 니콜슨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1997) 이후, 섬세하고 순수지만 괴팍한 중년 남자를 다시 한번 완벽하게 재현하여 인생의 본질을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그는 이후 모건 프리먼과 함께 한 <버킷 리스트>(2007)에서도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불러 일으켰다. <어바웃 슈미트>는 당시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골든글러브 3개 부문과 LA비평가협회상 4개 부문을 휩쓸었었다. 여러 번 보아도 우리의 마음을 매번 새롭게 위무해주는 이 영화와 함께 삶과 죽음을 성찰하는 연말을 보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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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 Frida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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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프리다>(Frida, 2002),

· 감독 : 줄리 테이머(Julie Taymor) · 주연 : 셀마 헤이엑(Salma Hayek-Jimenez)

 

 

멕시코 출신의 여성화가 프리다 칼로는 불꽃 같은 생애와 예술혼으로 하나의 전설이 되었다. 그녀에 관한 책이 백 권 넘게 출간된 것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가혹한 운명의 한계를 초인적으로 뛰어넘은 그녀의 생애는 영화보다도 더 영화적인 힘을 갖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드라마틱한 사건의 연속이었던 그녀의 삶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이다. 자유분방하고 대담한 사랑, 그림에 대한 타오르는 열정, 죽음 직전까지 갔던 참혹한 교통사고, 남편의 끝없는 외도와 불임으로 이어지는 그녀의 생애는 어떤 영화적 장치 없이도 충분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낸다. 때문에 영화는 프리다의 생애와 예술 세계를 충실하게 재현한다. 혁명의 격동기 멕시코의 정치, 사회와 민족 정서를 강력한 색채로 스크린에 담았다. 육체적 고통 속에서 무너지면서도 끝내 손에서 붓을 놓지 않았던 프리다의 생애와 작품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그녀의 그림이 어떤 의도로 탄생하였는지에 대하여 보여준다.

 

1907년 태어나 멕시코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성장한 프리다는 여섯 살에 소아마비를 앓는다. 한때 의사가 되기를 꿈꾸던 소녀는 교통사고로 3주 동안 깨어나지 못했고, 9개월 동안 전신 깁스 상태로 침대에 누워 지낸다. 두 팔 만이 자유로웠던 소녀는 침대에 누워서 가장 많이 관찰했고,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주제인 자신에 관한 자화상을 그린다. 스물한 살 연상인 리베라와의 결혼은 남편의 외도로 인한 질투, 분노, 고독, 상실감의 연속이었다. 1940년대 말, 발가락이 썩어서 결국 오른쪽 다리를 잘라내는 절단 수술까지 감행한 프리다는 하루의 대부분을 누워서 지냈다. 그러나 그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멕시코 공산당에 입당하여 사회적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녀는 마지막 일기장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프리다>는 그녀의 삶과 작품을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현실과 그림을 뚜렷한 경계 없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출기법을 사용하는데, 작품과 프리다의 삶 사이의 균형을 잘 잡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초현실주의로 분류되는 것을 알고 있지만 “꿈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그린다.” 라고 말했다. 유럽의 회화적 전통에 맞서 멕시코 전통 미술을 차용한 프리다는 생명의 탄생과 죽음, 사랑과 증오와 같은 대립적인 요소를 그림의 주제로 사용하였다. 이분법적 소재는 뚜렷한 윤곽선과 선명한 색채로 표현되었다. 그 결과 그녀의 그림에는 사랑에 배신당해 아파하고, 육체적으로도 고통스러운 한 여성의 내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많은 페미니스트가 프리다에 천착하는 이유는 남성의 시선이 아니라, 자신의 시선으로 본인의 육체와 존재를 능동적으로 관찰하고 표현하였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사용하는 강렬한 원색의 색채 대비는 남아메리카의 분위기를 표현하면서, 격정의 삶을 살았던 프리다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프리다와 같은 고향 출신이기도 한 배우 셀마 헤이엑은 프리다가 다시 살아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프리다와 헤이엑 둘 다 작은 체구, 검은 머리와 눈동자의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지만, 신체 결함에도 불구하고 열정과 강인함 속에서 드러나는 프리다의 여성성을 헤이엑이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헤이엑의 기묘한 눈썹, 연약함 속에서도 절대 쓰러지지 않는 강인함은 프리다가 자화상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그림과 프리다의 감정변화에 맞춰 흘러나오는 음악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감독의 반려자이기도 한 작곡가 엘리엇 골든탈이 멕시코 음악을 잘 살려냈다. 그림을 연속적으로 배치하여 한 장면도 놓칠 수 없게 만든 편집과 배경으로 깔리는 OST는 관객의 시각과 청각을 함께 자극하여 영화 보는 재미를 배가한다. 프리다의 일생과 작품에 대하여 새로운 해석을 창조하거나 부여하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영화 <프리다>를 통해서 무덤 같은 삶에서 죽음으로 생명을 얻고, 순간을 영원으로 살다간 한 여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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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 일중독 미국 변호사의 유럽 복지사회 체험기
토머스 게이건 지음, 한상연 옮김 / 부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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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태어난게 잘못이야 - 일중독 미국변호사의 유럽복지사회 체험기』

토머스 게이건 저 |한상연 역 |부키 |2011.10.19

 

한국 근현대 역사와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미국은 사회주의 붕괴 이후, 아메리카 드림을 ‘팍스 아메리카나’로 실현했다. 독립 혁명 이후, 미국은 민주주의 리더였고, 2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 평화의 전령사 역할을 자처했다. 또한 세계 곳곳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하려는 의지를 가진 많은 이에게 ‘샐러드 보울(salad bowl)로 은유되고 있다. 섞이되 각자의 맛과 향을 그대로 지켜나갈 수 있는 ‘드림’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의 땅이 미국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20세기였다.

 

자본주의의 미덕에 기초한 자유의 땅이 붕괴하는 심상치 않은 조짐은 지난 2001년 ‘911 테러’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진주만 폭격 이후 단 한 번도 본토를 침략 당한 적이 없던 미국에 대한 쌍둥이 빌딩(twin towers) 테러는 미국인들에게 공포라는 감정을 심어주었을 뿐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라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에 대한 의문을 갖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이는 여전히 미국이 해결해야 할 난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희망의 땅이다. 우리는 유럽 복지의 출발이 미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륙에서 진행되고 있는 복지의 싹은 (뉴딜정책과 같은) 미국 정책에서 출발했다는 것과, 미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사회를 비판하고 내부적 모순을 드러내는 훌륭한 인적 자원을 가지고 있다. 세계화와 미국 패권의 몰락에 대하여 이성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임마누엘 월러스틴, 미국 보수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미국 정책을 끊임없이 비판하는 노암 촘스키와 하워드 진, 미국 교육의 지식 내용을 비판하는 마이클 애플 등 열거하기에도 벅찬 훌륭한 학자들이 내부에서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철저하게 비판하고 있다. 교육 정책가 조너선 코졸은『야만적 불평등』에서 미국의 공교육 실패를 커밍아웃하고, 자신이 참여했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대한 반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런 관점과 일맥상통하는 입장에서 시카고의 노동 전문 변호사인 토머스 게이건은 세계의 단일적 단극체제 중심에 서 있는 미국의 실체를 확실하게 분석한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역행하는 발언으로 가득한『미국에서 태어난게 잘못이야』는 억압된 우리의 상상력이 현실로 작동하는 유럽 - 특히 독일 - 의 복지 현실과 국가 마인드를 제대로 보여준다. 자칫 딱딱한 주제가 될 수도 있음에도 그는 감독 마이클 무어(M. Moore)식의 유머로 쓴 웃음을 웃게 하는 탁월한 글쓰기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회과학 서적으로서의 치밀함은 떨어지지만, 두 달 동안 몸소 경험한 독일 복지와 미국 복지를 비교· 분석하여 미국 정책의 허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과연 단일화된 단극체제에서 유럽복지를 지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하여 게이건은 분명하게 독일이 사회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 "YES"라고 대답한다. 하버드 대학의 사무엘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영향 탓인지 미국 정부는 자국의 라이벌을 중국으로 상정하고 있지만, 게이건은 미국의 맞수는 독일이라는 지론을 펼친다. 여행에서 만난 독일인의 이야기를 토대로 세계화가 아무리 거세어도 독일식 삶의 방식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한다.

 

아직도 이 책에서 기술하고 있는 미국과 독일의 상반된 상황을 믿을 수 없다면, 실제 그 나라를 경험해보는 수밖에 없다. 아쉬운 대로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을 떠올려보기 바란다. 미국에 가 있는 한국인 유학생과 이민자들은 잠시 한국을 들릴 일이 있으면 치과 진료와 정기검진을 꼭 받고 간다는 사실만 기억해도 충분할 것이다.

 

2011년 한국은 교육복지, 무상급식, 한미 FTA가 전 국가적인 화두였다. 이 모든 이슈는 결국 하나의 그물망으로 엮인다. 또한 세계화의 대세 속에서 교육, 복지, 경제, 이념은 자국의 가치만으로 실현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사소한 바람 한 점에도 한국의 정치 경제는 버터플라이 이펙트로 휘청거린다. 한국과 정치·경제적으로 가장 밀접한 미국의 현재를 냉정하게 분석할 때만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정책이 미국과 유럽에서 각자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고,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구체적인 사례를 보게 될 것이다. 미국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 없이 구시대의 유물이 된 ‘근대화론’에 집착하는 한국 보수 세력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사족 1 : 미국에서 “변호사가 두 달이나 쉰다는 것은 일반인이 2년을 통째로 쉬는 것과 맞먹는다.”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두 달의 유럽 여행은 쉽지 않은 결정일 수도 있다. 몇 년 전 호주에서 만났던 미국인 여자가 생각난다. 그녀는 직장을 그만두고 6개월째 배낭여행을 하고 있었다. 골드코스트에서 배를 타고 들어갔던 (사막으로 이루어진) 프레이저 섬에서 수채화를 그리며 여유자적 하던 그녀와 같은 미국인의 삶이 이제는 불가능한 것일까?

 

사족 2 : 세계 최고의 장수 국가 ‘불가리스’의 노인 수명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동유럽을 휩쓸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가, 아니면 그들이 즐겨먹은 요구르트, 토마토, 와인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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