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 I Wish
영화
평점 :
개봉예정


화산 폭발의 ‘기적’을 꿈꾸는 아이들의 비밀 여행기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I Wish, 2011)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 마에다 코키, 마에다 오시로, 오다기리 조, 오츠카 네네

 

 아이들의 일상을 리얼하게 담아낸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관객 스스로 자문자답하게 만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여덟 번째 장편영화다. 그의 렌즈에 포착되는 순간, 의미 없어 보이는 사사로운 일상은 차원 높은 세계와 마주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든다. 이승과 저승의 중간 역에서 되찾고 싶은 행복의 시간을 가지고 떠나는 <원더풀 라이프>, 어머니에게 버림 받은 네 남매와 사회의 무관심을 다룬 <아무도 모른다>, 세상을 떠난 맏아들의 기일에 모인 가족의 감추어진 비밀과 균열의 조짐을 들추는 <걸어도 걸어도>, 사람의 감정을 갖게 된 인형을 통해서 현대인의 고독과 왜곡된 사랑을 보여준 <공기인형>까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는 줄거리로 묶이지 않는 의미와 감정을 담아낸다.

 

초등학생 코이치(마에다 코키)는 부모의 이혼으로 가고시마의 조부모 집에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코이치의 동생 류노스케(마에다 오시로)는 인디밴드 활동에만 몰두하는 아빠와 후쿠오카에 살고 있다. 가족이 다시 모여 살기를 꿈꾸는 코이치는 화산이 폭발하기를 바라지만, 소원은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지 않다. 코이치와 류노스케의 친구들에게도 기적을 소망하는 꿈이 있다. 사서 선생님과 결혼하고 싶고, 가족과 같은 애완 고양이가 되살아나길 바란다. 야구선수, 영화배우, 가면 라이더가 되고 싶다. 그림을 잘 그리고, 여유교육이 다시 시작되며, 학교 숙제가 없어지면 좋겠는 아이들의 바램은 그 나이에 맞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이다. 아이들은 신칸센이 교차되는 순간 기적이 일어난다는 말을 듣고, 기적을 외칠 장소를 찾아 떠나는 비밀 여행을 감행한다.

 

다큐멘터리에서 영화로 선회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소소한 일상에 카메라 렌즈의 포커스를 맞추는 사실적인 연출로 알려져 있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 아역배우 야기라 유야가 칸영화제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전작인 - <아무도 모른다>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묵직하고 담담한 회색의 <아무도 모른다>는 이번 영화에서 코스모스 가득 핀 들판의 파스텔톤의 희망으로 변주되었다. 무표정한 공허함으로 가득 찼던 <아무도 모른다>의 아이들에게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절망을 넘어서 건강하게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 일상에 차오르는 경이로운 생기(生起), 그 자체가 진짜 기적이다. 아이들은 어두운 현실에 절망하지 않고, 자신의 선택을 실천함으로써 판타지를 삽입하지 않고도 기적을 만들어낸다.

 

일상과 세계 사이에서

 

아이들은 여행을 통해서 일상과 세계의 경계를 체험하며 한층 성장한다. 코이치는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 화산 폭발의 재앙을 불러낼 수 없음을 수용하고, 마지막으로 ‘가족 보다는 세계’를 선택한다. “개인에 대한 생각에 몰입하지 말고 세계나 음악처럼 더 큰 것을 생각해보라”는 무관심한 아빠의 말이 아이를 고민과 변화에 직면하게 한다. 가족의 재결합을 간절히 소망하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의 삶을 파괴할 수 있음을 고민하는 코이치의 얼굴은 관객의 마음을 파고든다. 아이들의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모험 중에 만난 ‘기적 같은 선의와 의도적인 무관심’이다. 그것이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에 가족이 아닌 세계를 선택하는 코이치를 가능하게 하는 절대조건이다. 학교를 조퇴하도록 도와주는 양호선생님, 제때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아이들의 탈주에 공모하는 할아버지, 생면부지의 아이들을 기꺼이 먹여주고 재워주는 노부부의 선의가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동기를 제공한다. 각자의 고민과 일로 분주한 부모들의 사각지대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자란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부재한 시공간에서 희망을 공모하고 협력하며 더불어 성장한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어린 두 주인공 코이치와 류노스케는 실제 형제다. 감독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오디션 끝에 발견한 보석들로, 배우에 맞추어 시나리오까지 수정했다고 한다. 때로는 작위적인 우연이 겹치지만, 전체적인 줄거리 속에서 거슬림이 없다. 아이들은 각자가 처한 한계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선택한다. 그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꿈꾸는 기적을 넘어서 삶의 무거운 본질까지 통찰한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을 통해서 우리는 결코 쉽지 않았던 각자의 어린 시절과 조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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