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지진, 쓰나미 피해뿐 아니라 원전에서 20여 킬로미터 떨어진 미나미소마 시의 절반은 옥내대피지역으로 지정되었다. 다행히 우리 집은 가옥이 파손되는 것을 면하고 전기도 수도도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이지만, 이 지역 3만 명 정도의 주민 총 80퍼센트는 현 내의 30킬로미터 권역 외 지역이나 니가타 등 다른 현의 대피소로 자발적으로 피난을 가서(이 피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 우리 집 주변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무인지대로 변했다. 이 상황에 대해, 즉 내가 피난보다 옥내대피를 선택해서 스스로 은피하는 이유......, 아니 그보다는 버림받은 마을에서 일주일 동안 쌓이고 쌓인 분노와 항의, 또는 탄식의 소리 등을 이제부터 서서히 토해낼 생각이다. 각오하시라.(3월 17일 첫마디 가운데, <원전의 재앙 속에서 살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10년 3월 11일 '미증유'로 기록될 3.11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일어났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사태의 파급력은 확인되지 않았고, 2년 동안 사태가 어떻게 정리(사실은 확대)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원전 대국을 지향하는 한국에게, 이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가까운 미래임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 하겠다.
위 글은 전직 스페인 사상사 교수인 저자가 정부의 일방적인 피난 지시를 거부하고 치매에 걸린 아내와 함께 자택 농성을 벌이며 기록한 재난일기의 첫마디다. 이 목소리를 시작으로 우리 역시 각자의 재난일기를 시작해야겠다. 인간에게 일말의 가능성이 남아있다면 그건 기술이 아닌 상상력, 그로부터 시작하는 성찰일 테니까. 후쿠시마, 체르노빌, 탈핵, 원전 등 일기를 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스물아홉 권의 책을 모아본다. 다시 2년 후에는 우리의 재난일기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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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철학, 예술을 대표하는 한일 지식인 한홍구, 서경식, 다카하시 데쓰야의 좌담집. 비전문가들이 1년여의 기간에 걸쳐 후쿠시마, 합천, 서울, 도쿄, 제주, 오키나와를 오가며 좌담을 나눈 것은 핵 문제의 해결을 이른바 전문가 집단에만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마음에서였다. 핵무기와 핵 발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핵으로부터 이익을 보는 집단이 아니라, 사고가 발생했을 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되는 일반 대중 속에서 보다 많이, 보다 크게 나와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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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원자력발전소 사고 후 경계구역으로 지정된 원전 20킬로미터 이내 지역은 피난령이 내려진 상태라 사람은 모두 자취를 감췄다. 동물을 돌볼 이가 없다는 의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동물들이 굶어죽거나 야생화 되어 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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