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 마음산책
중언부언인 것 같지만, 이 책의 가치는 아무리 칭찬해두어도 아까울 것이 없는 듯하다. 당신은 상처가 나는 줄도 모르고 흐르는 자신의 피를 보게 될 것이며, 어딘가로 날아가버린 사랑의 그림자를 발견할 것이며, 일상의 소소한 사건들 사이에 스며든 '살아간다는 것'의 서글픔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신은 완벽한 가을 남자/가을 여자가 될 수 있다. 가을 남자/가을 여자가 된다는 건 지금 무언가를 잃고 있다는 뜻일 게다. 그 쓰라린 감정을 겪으며 누군가는 슬퍼하고, 누군가는 후회하며, 누군가는 금세 잊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이런 책을 쓰기도 한다. 눈부신 단어나 문장 같은 것은 없다. 담담한 단어 하나, 평이한 문장 하나가 줄줄이 이어져 읽는 이의 마음을 옭아맨다. 그저 좋은 책.

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마땅히 김연수의 팬이 아니라도, '문단'이라는 것에 대한 희망은 거두었더라도 이 책은 읽어볼 만 하다. 소설이니 문학이니 관심 없어도 상관없다. 김연수의 단편들은 보편의 감성에서 출발해 당신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시간과 공간과 감정으로 당신을 이끌 것이다. '연애'가 세상에서 가장 중차대한 일이 된 세대에게 권장할 만 하날까? 아니면 그들에 대한 어떤 가능성? 쉽사리 떠올릴 수 없는 이야기들이 '대중적'이라 할 만한 영역 안에서 '꼭 거기 있어야만 할' 이유를 가지고 서 있다. 그래서 나는 그의 말을 대체로 믿고, 그가 풀어낸 이야기의 실타래를 얼마간 좋아한다. 그가 직접 말했듯 '우연에 우연을 거쳐 필연 같은' 일들이 세상 어딘가에서는 벌어지고 있다는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오늘의 네코무라씨  호시 요리코 지음 / 조은세상
헤어진 도련님과 만나기 위해 가정부가 된 고양이 네코무라 네코. 네코무라 네코가 좋은 이유라면, 앞치마 매듭을 세로로 묶을 줄 알고 (그 모습이 앙증) 네코무라이스를 잘 만들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그 내용이 궁금) 무엇보다 "하아~ 생선을 입에 물고~ 뛰어라 3번가로~ 뛰어라~ 뛰어라~ 뛰어라 4번가로 하아~" 혹은 "아아~ 열혈~ 열혈~ 열혈 형사~ 귀신의 눈에도~ 부처의 눈물은 흐른다네~ 울보~ 울보~" 같은 노래를 개의치 않고, 의연하게 부를 줄 안다는 것 때문인 것 같다. 좀 흥겹기도 하고... 라고 해둘까. (대충 넘어가고 있어요.) 개의치 않고 살아가는데, 열심이기도 하고, 배려도 좋다. 친구 삼고 싶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배용준 지음 / 시드페이퍼
배우 배용준의 첫 번째 산문집. 방송인들의 글쓰기 열풍이 거세진 하반기에 ‘눈에 띄는 방송인 에세이’로 이 책을 꼽고 싶다. 배용준이란 이름 석자만 아는 상황에서 참석한 기자간담회에서 인상적이었던 모습은 그가 보여준 책에 대한 진지함이었다. 이 책에는 여행체험, 명소 소개를 넘어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직접 발로 뛰며 체험한 지난 1년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한, 곳곳에는 그가 수집한 자료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흥미롭게 읽었던 내용은 차(茶) 소개글, 그 중에서도 와인과 차를 비교한 부분이었다. 추석연휴, 혹은 주말에 쉬엄쉬엄 읽기 좋은 책으로 추천한다.

다카페 일기  모리 유지 지음 / 북스코프
예술 MD의 서재를 엿보다 우연히 발견한 주옥같은 책. 2006년 일본 블로그 대상을 수상한 모리 유지의 블로그 '다카페 일기'를 모아 엮은 것이다. 아내 다짱, 딸 바다와 아들 하늘 그리고 개 와쿠친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짤막한 일기가 전부일 뿐이지만, 단 두가지 요소 만으로도 '행복은 바로 이것!'이란 깨달음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보고 또 봐도 행복해지는 이 책을 지인분들께 선물해 드렸다. 한결 같은 반응은, '정말 마음이 따듯해지는 좋은 책이더라’ 였다. 후속편 번역서의 12월 출간예정 소식을 접했다. 벌써부터 기대된다. 지인에게 선물은 해야 하는데, 딱히 떠오르지 않을 때 선물하기 좋은 책으로 추천한다. 경험상, 100% 대만족!

사막의 꽃  와리스 디리 지음 / 섬앤섬
한비야 <그건, 사랑이었네>에 소개된 이 책은 아프리카 여성할례에 관한 실화를 소개한다. 소말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슈퍼모델이자 유엔의 특별인권대사인 와리스 디리의 실제 삶을 다룬다. 유목민이었던 유년시절 부터 수차례의 강간 사건, 런던에서의 가정부 생활, 모델생활, 위장결혼 그리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기 까지, 그녀의 파란한 인생이 <사막의 꽃>에 오롯이 드러나 있다. 와리스 디리의 용기있는 고백을 통해 한 여성의 고난 극복과정과, 아프리카 여성의 인권 실태를 접할 수 있다. 후속작 <사막의 새벽>과 베스트셀러 <천 개의 찬란한 태양>도 함께 추천한다.

읽어보면 좋은 책 : 사막의 새벽 /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시간과 타자  엠마누엘 레비나스 지음 / 문예출판사
“긴 하루를 채우는 일들, 우리와 동류인 인간들과의 관계를 위해 고독에서 우리를 떼어 내는 집착들의 총체를 사람들은 추락이니, 일상적 삶이니, 또는 동물성이니, 타락이니, 추잡한 물질주의니, 이렇게 쓸데없이 부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은 결코 하찮은 일일 수 없다. 진정한 시간은 본질적으로 무아지경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시계를 산다.” 레비나스에 따르면 분명 일상적 삶은 구원에 몰두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휴일은 필요하다. 문제는, 레비나스도 우리에게 2009년 추석이 이렇게 짧은 이유를 납득시킬 수는 없다는 데에 있다.

삶으로서의 은유  G. 레이코프 & M. 존슨 지음 / 박이정
“아마도 가장 명백한 존재론적 은유는 물리적 대상을 사람으로 구체화하는 은유일 것이다. 이것은 사람이 아닌 개체에 대한 넓고 다양한 경험을 인간의 동기화나 특성, 활동의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해 준다. 여기에 몇 가지 실례가 있다.” - Life has cheated me. (삶이 나를 속여 왔다.) - The long matrix of XLS file has attacked him. (기나긴 엑셀 파일 속 숫자의 행렬이 그를 공격했다.) - Holiday bonus knocked his door and said, “Oops, wrong house!” (추석 보너스가 그의 방문을 두드리더니 말했다. “이런, 집을 잘못 찾았네!”)

에티카   B. 스피노자 지음 / 서광사
제3부 정리 28. 우리는 기쁨을 가져오리라고 우리들이 표상하는 모든 것을 실현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반대로 그것에 모순되며 슬픔을 가져오리라고 표상되는 모든 것은 멀리하거나 파괴하려고 노력한다. 증명 : 나는 언제나 멋진 글을 쓰고 싶었고, 그것을 위해서는 영혼을 팔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사지 않았고, 이내 나는 그것을 버렸다. 명절을 싫어하게 된 것이 그 전인지 그 이후인지는 이 정리의 증명대상이 아니다. - Q.E.D.

읽어보면 좋은 책 : 끝과 시작  / D에게 보낸 편지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필립 퍼키스 지음 / 눈빛
얇은 책. 어디를 펼쳐도 상관없는 책. 문단 사이 어디에나 정적이 시간을 타고 흐른다. 그러나 사진 찍는 많은 사람들이 느꼈겠지만, 이 책은 다소 고통스럽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인내, 그러나 목적 없는 인내가 거기에 있다. 눈앞에서 사그라지는 저녁의 빛을 아무 조바심 없이 바라보기. 또는 수십 년의 흐름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기. 어쩌면 그것들이 '살아가기'의 다른 이름이어서 읽기가 이렇게 뻐근한지도 모르겠다. 해를 거듭하며 읽을 때마다 마음이 더 아려오는 책. 읽고 나서 당분간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는 책. 그러니까, 늘, 조용히 혼자 떠날 때 읽는 책.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  숀 탠 지음 / 사계절출판사
요즘 어디 떠날 때는 짧은 이야기를 읽게 된다. 각 단편을 읽고 나서 생각하는 시간이 좋아서다. 흡입력 있는 장편 스릴러가 시간을 보내기에는 가장 좋지만, 다섯 시간 정도를 혼자 앉아 있을 기회가 점점 소중하다는 걸 깨닫는 요즘에는 일부러 읽지 않는다. 짧은 이야기를 읽고 나서 정말 아무 할 일이 없는 채로 생각하는 게 좋다. 거기에 숀 탠이라면 더더욱 좋을 거다. 특유의 아름답고 쓸쓸하고 쉽게 중심을 찾아낼 수 없는 이야기들은 좋은 초콜렛처럼 깊고 진하다. 이런저런 추억 때문에 몇 년 동안은 읽지 못할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첫 이야기를 읽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야구란 무엇인가   레너드 코페트 지음 / 황금가지
야구란 무엇인가? 우연과 확률이 뭉뚱그려진 운명과 각양각색의 의지가 부딪히는 격전지. "모두들 실수한 가운데 한 명만이 정신을 차렸지만, 그 멀쩡한 한 명 때문에 점수를 내준" 아이러니의 박물관. 한 마디 말도 없이 서로의 의도를 읽고 또 읽는 하드보일드 포커 하우스. 각종 공격 작전이나 수비 시프트, 오늘은 왜 커브가 말을 안들을까와 같은 수많은 딜레마가 있고, 그 모든 인간적인 딜레마를 초월한 듯한 초인이 갑자기 출현하기도 한다. 야구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모든 것이다. 야구 팬들은 이 멋진 책 한 권의 진가를 알 수 있어서 좀 더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야구 책? 가을은 무엇보다 야구의 계절이니까.





할머니의 레시피   이미애 지음 / 아이세움
올해 들어 요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요리 학원에 등록하겠다는 계획을 연말까지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 감자조림 정도는 기똥차게 만들고 싶고, 제과제빵에 꽃게탕까지 마스터 하고 싶은... 마음만, 마음만 굴뚝 같다. <할머니의 레시피>에서 잔잔하게 드러나는 것처럼, 또 나 자신의 경험으로 보아도 음식에 대한 관심이나 기억이나 욕망은 상당 부분 가족과 연결되는 것 같다. 그래서 더 따뜻하고 마음을 아프게 했던 책.

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 자크 상뻬 지음 / 별천지
<얼굴 빨개지는 아이>는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읽고, 짝사랑했던 국어 선생님께 선물했던 책이다.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연습장에 따라 그리기도 많이 했었고... 다시 읽어보니 애틋한 기억이 새록새록. 오래 전에 연락이 끊긴, 꼭 한번 다시 만나 보고 싶은 친구가 있는데 <얼굴 빨개지는 아이>를 처음 읽었던 10년 전에도 오늘도 그 친구가 많이 보고 싶다.

피안 지날 때까지 나쓰메 소세키 지음 / 예옥
감격. 이런 호강(좋아하는 작가의 새 책을 읽는)은 정말이지 오랜만에 누려본다. "시적인 성격을 가졌으나 산문처럼 생활한다"는 구절에서 한 번 멈추고, (직장 선배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얼굴을 사랑하고 싶기도 하고 업신여기고 싶기도 하며 또 측은하게 여기고도 싶었다."라는 문장에서 또 한 번... 아름답다. 게이타로의 독백은 너무도 적나라하고, 그 눈길은 너무도 사소한 것에 머문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좋아하는 데엔 늘 또렷한 이유가 있었다. 우아함과 기품, 모든 사람을 무릎 꿇게 할 유머 감각. 이 세 가지는 독서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즐거움이 아닌가 싶다.

읽어보면 좋은 책 : 직장인 도시락 전략 / 결혼하고 싶어




에덴의 동쪽   존 스타인벡 지음 / 민음사
카인과 아벨, 팜므파탈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지만, 존 스타인벡의 <에덴의 동쪽>은 역시 대가의 작품답다. 1권만 해도 505쪽 분량, 3대에 걸친 가족사, 원죄와 인간 등에 대한 심오한 고찰... 하지만 한번 잡으면 손에서 떼어놓기 어렵다. (2권이 없어서 따로 주문하고 어쩌고 하며 손을 놓았다가 아직 못 읽고 있지만 ;;) 내가 생각하는 1권의 클라이막스는 캐시가 애덤의 어깨에 총을 쏘고 갓 태어난 쌍둥이를 버려둔 채 떠난 후, 새뮤얼(실제 존 스타인벡의 외조부를 바탕으로 한 인물로 살리나스로 이주해 온 애덤의 정착을 돕는 이웃사촌이랄까)과 애덤의 요리사 리가 실의에 빠진 애덤을 위로하며 쌍둥이의 이름을 지어주는 장면이다. 새뮤얼과 리가 벌이는 카인과 아벨, 원죄에 대한 대화는 만들다 손 놓아버린 애덤의 정원(에덴동산) 한 구석에서 끝도 없이 이어지고,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면 왠지모를 아쉬움에, 종교가 없는 나도 성경을 한번쯤 읽고 싶어지는 것이다.

친구가 되기 5분 전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 푸른숲
친구 사이란 책이나 영화에서처럼 극적이거나 운명적이지 않다. 어쩌다 짝이 되어 친해지거나, 친구의 친구와 다같이 어울리거나, 사소한 오해로 아예 멀어져 버리기도 한다. 어떤 이는 한 두명의 친구로 만족하지만, 또 어떤 이는 알고 지내는 모든 사람과 친해져야만 한다. 이 책에는 학창 시절의 모든 것(?)이랄 수도 있는 친구 사이, 그 관계의 미묘함과 주인공들의 성장이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다양하게 녹아있다. 겉으로 보이는 친구 사이의 우정, 해맑음 이런 것 말고 그 관계들 속의 처절함과 복잡미묘함이 우리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어쨌든 십년 이십년 이어지는 우정도 작은 사건, 사소한 시간과 함께 시작되고 '친구가 되기 5분 전'의 어색함과 설레임은 참 좋은 기억으로 평생 남는다. 오늘은 오랫만에 먼저 전화를 걸어보고 싶어진다.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헤티 판 더 레이트.프란스 X. 프로에이 지음 / 북폴리오
이 책의 부제는 이렇다. '0~20개월까지, 꼬마 아인슈타인을 위한 두뇌육아법'. 그래서 살까말까 고민했다. 나는 아이를 천재로 키우고 싶은게 아니라, 그냥 말 못하는 우리 아가의 마음을 좀 알고 싶었을 뿐이니까. 그런데, 좋은부모 분야의 베스트셀러를 장바구니에 쓸어 담으면서 함께 산 이 책이 내 마음을 가장 달래 주었다. 부제만 빼면 최고다! - '천사처럼 잠든 아가'라는 말은 한 시간마다 한번씩 깨서 운다든지, 엄마 품에서 내려놓으면 칭얼대서 엄마를 불면에 빠지게 한다는 뜻이예요, 아기들은 항상 똑같지 않아서요, 어제는 정말 천사가 따로 없었지만 오늘은 어디 아픈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엄마를 힘들게 한답니다. 오늘 하루종일 우는 아가를 보면 화도 나고 걱정도 되시죠? 나만 왜 힘든가, 나는 엄마 자격이 없나 우울하시죠? 아가들은요.. 엄마를 괴롭히려고 그러는게 아니예요, 아가들은 매일 매일 세상에 적응하고 눈부시게 자라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 힘차게 도약하느라 그러는 거니 엄마들이 조금 더 따듯하게 안아주세요. 내일 아가는 몸도 마음도 한뼘씩 쑥쑥 자라 있을 거예요.

읽어보면 좋은 책 :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 구름빵 (책+인형): 한정판




야구 아는 여자   김정란 지음 / 나무수
야구의 인기가 예년보다 더했던 한 해, ‘야구 모르는 여자’로 사는 일은 낯선 경험이었다. 더구나 프로야구라는 세계는 대강의 야구 지식으로 이해하기에 너무 거대해 보였다. 그래서 손에 쥐기 시작한 여러 야구 도서 중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이 책, <야구 아는 여자>의 장점은 간단 명료하다. 내용이 쉽고 구성이 간결하며 무엇보다 야구 기자였던 지은이가 프로야구를 알기 쉽도록 친절히 설명해 준다는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야구를 좋아한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좋은 책 한 권과 좋아하는 선수가 생겼으므로 그것만으로도 든든하고 흐뭇하다.

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오소희 씨의 여행 이력은 특이하다. 갓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아들과 터키, 라오스 여행은 물론이고 아프리카까지 동행했다. 그 중 아프리카를 여행한 기록을 <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행서가 주는 즐거움 중 하나가 낯선 여행지에서 도리어 작가의 삶을 마주하게 될 때라면, 그러한 지점에서 오소희 씨의 여행기는 눈부시다. 평소에도 열린 마음과 올곧은 성품으로 세상을 살 것 같은 그의 모습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과연 다음 여행지는 어디일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벌써 새로운 여행기가 기다려진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오연호 지음 / 오마이뉴스
2009년은 두 대통령의 서거 사실만으로도 대한민국 역사에 이례적인 해로 기억될 것 같다. 故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인터뷰가 실린 이 책의 추천사에서 故 김대중 대통령은 ‘이 책으로 참여정부와 노무현을 공부하십시오.’라고 당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현대사를 위해서라도 남은 이들에겐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고인이 된 두 분의 대통령에 대해 공부할 의무가 있단 생각이 든다. “열매가 그렇게 맺는 것이기 때문에…… 그 수많은 싹이 다 열매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싹이 있어야 하나의 열매가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것이 결실이 있는 일인지는 그리 간단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 말하고 안 되는 것 같아 보이는 많은 일들이 하나하나 싹을 틔우고…… 말하자면 물을 주고 키우고 꽃을 피우기 위해서 노력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안 된다고 전제하는 것은 인과관계를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이고, 멀리 보면 결국은 다 그렇게 가게 되어 있는 일 중에 내 몫이 얼마인지 몰라서 노력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안 된다는 것은, 우리가 너무 시야를 짧게, 인과관계를 너무 단순하게 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지 진짜 안 되는 건 없다, 하물며 노력할 가치조차 없는 것은 정말 없다, 나는 그렇게 보는 것입니다.”-p. 41, 42 중에서

읽어보면 좋은 책 : 아이의 사생활  / 지미 코리건




1歲から100歲の夢   日本ドリ-ムプロジェクト 엮음 / いろは出版
타이틀 그대로 1살짜리 아기부터 100세 할이버지까지, 100명의 '꿈'을 개개인의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글을 모르는 아이는 그림으로, 겨우 글자를 배운 아이들은 삐뚤빼뚤한 글씨로. 5살 스기우라 코우키의 꿈, '어른이 되면 엄마를 어깨에 태워 구름 위를 보여주는 것' 22세 오구치 마사오의 꿈, '불꽃놀이 장인이 되어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감동시키는 것' 92세 야스다 노부의 꿈, '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작년에 시작한 대학통신교육 사진 코스를 졸업하는 것' 다른 사람들이 어떤 꿈을 갖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들여다보며,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는 책.

日本人の知らない日本語   蛇藏&海野?子 지음 / メディアファクトリ-
외국인을 상대로 일본어를 가르치는 일본어 학교 교사인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코믹 에세이. 짧은 시간에 가볍게 읽을 수 있다. 『お』와『を』, 『才』와『歳』, 『教えて頂けますか』와『教えて下さいませんか』의 차이 등, 외국인이 가지는 일본어에 대한 궁금증을 쉽게 설명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부분은, 에세이 중간 중간에 나오는 '일본어 테스트' 와 ' 외국인 학생이 모국에 가져가고 싶은 것('とりあえず全部'라는 대답에 한참 웃었다)' 日本人の知らない日本語 는 원래 '코믹에세이극장' 이라는 사이트(http://www.comicessay.com/series/nihonjin.html)에 연재되던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인데, 지금은 日本人の知らない日本語 2가 연재 중이다. ('코믹에세이극장' 에서는 타카기 나오코(たかぎなおこ)나 오구리 사오리(小栗左多里)의 에세이도 볼 수 있다)

書店繁盛記 田口 久美子 지음 / ポプラ社
지하 1층 + 지상 9층, 도쿄 최대의 서점인 쥰쿠도 이케부쿠로점에서 일하는 저자의 '서점 뒷이야기'. 지난주에 구입해서 아직 몇 장 읽지 못했다. 모든 서점이 번성하기를' 바라며'서점전성기' 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첫 장의 '私はリアル書店で働いています' 라는 문장에 끌려 구입했는데, 짧은 한 문장만으로도 '(인터넷 서점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서점에서 책을 접하며 일하고 있다' 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기본적인 환경 자체가 다른 부분이 많지만, 목차만 훑어봐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밀레니엄 3부작  스티그 라르손 지음 / 아르테
올해 읽은 추리.스릴러 소설 중 단연코 가장 재미있다.('가장 재미있다'에 밑줄과 따옴표 추가.) 비밀을 간직한 대가족과 소녀의 실종, 미디어와 재벌, 첨단 기술과 해킹, 여성학대와 냉전의 잔재... 진부하게 여겨질 수 있는 여러 소재들을 정교하고 설득력있는 줄거리 속에 영리하게 늘어놓았다. 처음에는 "이 작가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지?"라고 생각했으나, 책을 읽어갈수록 정신없이 빠져들어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읽어내렸다. 시대 배경과 주변 인물 하나하나까지 제대로 구축했을 뿐 아니라, 미스터리와 비밀의 열쇠를 적절히 배치하는 능력도 발군이다. 게다가 이 소설에는 사상 최강(?!)의 여성 캐릭터 리스베트가 등장한다. 그녀의 능력은 사실 비현실적으로 초인적인 것이지만 묘하게도 그냥 납득이 간다. 작가가 이 3부작을 완결하고 세상을 떠난 것에 안도하면서도, 이후 리스베트와 미카벨을 더이상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아쉽다.(이 아쉬움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저자 더글러스 애덤스가 나이 50도 안되어 사망한 아쉬움에 비견된다.) 장르소설 팬이라면 필독을 권함. 단, 3부작, 총 6권이므로 바쁠 때는 집어들지 말 것.

여름으로 가는 문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 GONZO
<은하수...> 이야기가 나온 김에 SF소설 한 권. 올 늦여름 출간된 <여름으로 가는 문>은 처음 소개되는 책은 아니다. 이전에 여러 차례 출간된 바 있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완역본이 정식 발간되었다. 이 소설은 지극히 '낭만적인' SF 소설이다. 시간여행과 로봇이 등장하긴 하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구닥다리처럼 보일 정도로 소박한 상상력이다. 허나 출간 50년이 지난 이 소설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그 상상력보다는, 이 작품 전반에 녹아있는 삶에 대한 희망과 낙관이다. 책의 제목 '여름으로 가는 문'에 그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다. 주인공의 고양이 피트는 난방 문제에 예민하다. 피트는 겨울을 매우 싫어하여 문밖에 눈이 보이면 바깥 나들이를 거부한다. 주인공의 집에는 문이 열두 개 있는데, 피트는 그 문 중 하나는 여름으로 이어진다고 확고히 믿고 있다. 매번 문 열두 개를 일일이 열어보이며 바깥이 겨울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줘야만 한다. 그러나 피트는 여름으로 가는 문을 찾는 작업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다. 이 책의 주인공도 그러했다. 자신이 가장 소중히 해야 할 것을 제대로 알고 그것을 찾기 위한 노력을 쉬지 않았다. 이러한 긍정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삶에 플러스 에너지가 된다. 나도 여전히 믿고 싶다. 거기 어딘가에 나의 '여름으로 가는 문'이 있다는 것을. SF 팬이 아니라도 한번쯤 읽어볼만한 가볍고 낭만적인-약간은 닭살스러울 수도-사랑 이야기. (단, 하인라인의 다른 작품도 이럴 거라고 오해하지는 말 것.)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 요시다 아키미 지음 / 애니북스
걸작 만화 <바나나 피시>의 작가 요시다 아키미의 최신작. 이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어찌하여 이렇게 어른스러운지, 그리하여 읽는 이를 부끄럽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삶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그쳐야 할 때를 안다. 많은 것을 짊어지고 있으면서도, 한 걸음 한 걸음 확실히 나아간다. 크게 웃고 크게 울고, 또한 솔직하다. 무심하고 평온해 보이는 하루가 사실은 얼마나 많은 일들과 감정이 겹겹이 쌓여 이루어진 것인지... 바닷가 마을 네 자매의 다음 이야기가 얼른 나오길.

읽어보면 좋은 책 :  아웃라이어 / 야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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