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이 환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군더더디를 싹 뺀, 깔끔한 줄거리를 그보다 더 깔끔한 자태의 무용수들이 멋지게 표현해주었습니다. 마치 군살 없이 근육만으로 구성된 인체모형을 보는 듯한 무용수들의 몸과 팔다리가 무척 인상적이더군요.  

주요 배역들 누구도 빠지는 사람이 없었지만, 그 중 맥스 역을 맡은 콘스탄틴 마튜레브스키는 이준기는 저리가라할 대단한 미모더군요. 조만간 팬클럽이라도 만들어질 듯합니다.  

공연을 보면서 지난번 알빈 에일리 공연이 떠올랐습니다. 알빈 에일리의 백인판이 보리스 에이프만인지, 아니면 보리스 에이프만의 흑인판이 알빈 에일리인지, 뭐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겠지만 두 무용단이 주는 느낌은 비슷했습니다. 재능과 노력과 자본이 결합된 최고의 공연상품이라고나 할까요.  

보리스 에이프만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Who's Who>가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의 삶을 다루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루하고 나름대로 처절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너무나 경쾌하고 즐겁게 포장하여 내놓으니 보는 관객은 그저 즐겁기만 합니다.

군무가 주는 느낌도 많이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뭐 당연히 안무가 비슷하다는 이야기는 아니구요. 하나의 완성된 소비상품으로서 다가오는 효용가치의 면에서 비슷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랜 기간 동안의 훈련으로 스스로를 잘 단련시켜온 무용수들이 일제히 내뿜는 에너지는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아울러 보리스 에이프만의 작품이 주는 또 다른 강점은 아마도 더이상 단촐할 수 없는 간결한 움직임만으로도 충분하게 등장인물들의 삶과 내면을 드러내주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너무나 거창한 추상성과 이미지에만 사로잡혀 본인도 뭔지 모르는 듯한 대단한 주제의식만 부각시키려고 하는 안무자들에게는 좋은 참고가 될 듯합니다.

아쉬운 부분은 마지막 무대였습니다. 듀크 엘링턴의 곡을 바탕으로 안무된 마지막 무대를 좀 더 화려하고 스펙터클하게 꾸몄으며 하는 아쉬움이 좀 남았습니다. 한참 보는데 갑자기 끝나버린 듯하여 잠시 입맛을 다시게 되었죠.

하지만 공연 후에 이 정도 만족감을 주는 작품도 흔치 않을 듯합니다. 짝짝짝, 박수를 보냅니다.

막이 내린 후 커튼콜에서 배우들의 인사에서는 별로 반응을 하지 않던 관객들이 보리스 에이프만이 등장하자 열광하면서 환호하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작품에서 보는 완결미와는 달리 배에다 솜이라도 넣은 듯한 삐에로 몸매의 아저씨가 마치 굴러나오듯 등장하는 모습은 좀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 

출처: http://blog.naver.com/pastamania?Redirect=Log&logNo=40003369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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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 Who>는 앞의 두 작품보단 다소 캐주얼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는데,

신나게 진행되다 갑자기 마무리되는 느낌이 들었던게 사실이다. 정말 뭔가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는...^^ 내가 앉은 자리의 바로 앞에 앉았던 3명의 열혈팬이 빨간색으로 배너를 만들어와 커튼콜 때 흔들어대며 환호를 보냈다. 주역무용수가 아니라 군무를 추었던 "드미트리"라는 발레리노를 연호하며....^^;; 난 맥스역을 맡은 발레리노에 정말 눈이 더 가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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