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부천으로 외근갔을 때,

 아빠가 전화를 하셨다.

강남구청 근처에 왔다가

딸래미가 생각이 나서 전화를 하셨단다.

분명 고모부 병원비 때문에 내놓은 땅문제로

길도 낯선 거기까지 오셨을거다.

부천으로 가는 전철 속에서

전화기 속으로 들려오는 아빠 목소리.

지금 부천으로 외근가는 중이라

아빠 얼굴 못볼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는데 알수 없는 까닭.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왔다.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는 법,

 엄하고 완고한 당신이

이제는 반백이 되었고,

손에는 검버섯이 피었다.

장미가시와 농약덩어리 국화꽃이 뿜어내는 고약한 먼지 때문에

손바닥 사이사이 때가 끼고 무수한 검은 골짜기가 생겨버렸다.

동생들 때문에,

자식들 때문에.

무거운 어깨를 일으켜

감겨오는 눈꺼풀에 찬물을 끼얹고

모두가 잠든 밤에 길을 나선다.

빛나던 육체와 당당한 꿈,

당신의 젊음을 갉아먹으며 자란 나.

 

언제부턴가 아빠가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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