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 리뷰들을 보며 내가 읽은 데이브 컬런 《콜럼바인》과 좀 어긋나는 사실이 있어 올린다.
1. 《연쇄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 리뷰어들이 콜럼바인 총기 사건의 범인들을 통칭해 사이코패스로 말하고 있는데 좀 다르다. 데이브 컬런이 취합한 분석에 따르면 에릭 해리스는 강력한 사이코패스에 해당하지만 딜런 클레볼드 경우 우울 성향이 강한 양극성 기분 장애 환자에 더 가깝다. 딜런은 에릭의 주도적 성향에 이끌렸고 동조하게 된 것 같다. 딜런을 사이코패스로 보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그날 당시에도 주로 총격을 가한 사람은 에릭이다. 딜런은 살인보다 자살에 더 몰입해 있었다.
2.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의 조승희에 대해서.
《연쇄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 리뷰들을 보면 조승희가 사회부적응으로 복수극을 저지른 살인마처럼 읽힌다. 각종 매체를 통해 나도 그렇게 이해했던 거 같다. 사건의 끔찍함으로 인해 우리가 덧씌운 이미지일 수도 있지 않을까. 콜럼바인 사건에도 엉뚱한 수사(修辭)들이 가득했던 것처럼. 데이브 컬런이 《콜럼바인》에서 쓴 조승희에 대한 평도 참고할 점이다.
˝조승희는 자신의 공격을 설명하려고 성명서를 남겼다. 자신에게 영감을 준 사람으로 에릭과 딜런을 최소한 두 차례 언급했다. 그는 그들을 우러러봤다. 하지만 그들을 닮지는 않았다. 자신의 난폭한 학살을 즐긴 것 같지 않았다. 그럴 생각도 없어 보였다. 그는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총을 비웠다. 에릭이나 딜런처럼 피에 굶주린 학살자가 아니었다. 조승희는 그가 남긴 비디오에서 자신이 박해받고 십자가에 결박당하고 말뚝에 박히고 채찍으로 귀가 베인 사람이라고 했다. 심각한 정신질환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조현병으로 짐작된다. 콜럼바인 살인자들과 달리 그는 현실감을 잃고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가 이해하는 것은 에릭과 딜런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사실뿐이었다.˝(《콜럼바인》, p5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