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166136
가장 좋아하는 ‘문학동네‘ 책 소개라니 너무 어려운 주문 같습니다. 좋은 책이 많으니까요. ‘가장‘이란 수식어 때문에 단 한 권만 골라야 될 거 같은 부담도 있습니다ㅎ 그래서 저는 '지금' 가장 좋아하는 문학동네 책을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소설을 꽤 읽어본 사람들은 누구라도 추천할 보후밀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띠지에 ˝국내 소설가 50인이 뽑은 2016년 올해의 소설˝이란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란 걸 읽어보면 압니다. 저도 명성을 익히 들어 꼭 읽어보려 한 책입니다.
폐지를 태우는 주인공이 나오는 첫 대목부터 허만 멜빌 《필경사 바틀비》가 생각나면서 이 책 심상치 않겠구나 대번에 그런 생각이 들었죠. 너무 작은 책이라 아껴 읽고 싶고 페이지마다 밑줄 가득 그으며 누구에게든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좋은 소설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두루 가지고 있더군요. 풍부하고 놀라운 상상력, 정확하면서도 시적인 표현, 단선적으로만 읽게 되지 않는 문장의 깊이, 다양한 소재들과 이야기의 중첩들...
p19 어찌 보면 나는 영원과 무한을 추구하는 돈키호테다. 영원과 무한도 나 같은 사람들은 당해낼 재간이 없을 테지.
p24~25 하늘은 전혀 인간적이지 않고 사고하는 인간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중략) ... 엄마가 어여쁜 모습으로 하늘로 오르고 있었다... (중략)... 십 년째 지하실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해온 터라 나는 습관처럼 화장터의 지하 공간으로 내려가보았다. 책들을 두고 하는 일을 거기서도 똑같이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신 네 구를 태운 참이었고, 그 가운데 엄마는 세 번째였다. 나는 꼼짝도 않고서 인간의 궁극적인 실체를 목격하고 있었다. 장의사 인부가 추려 곱게 갈아서 어머니의 마지막 유해를 철제 상자에 담았다. 나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았다. 기차가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에서 킬로그램당 1코루나에 팔릴 굉장한 화물을 싣고 떠났을 때처럼. 그 순간 머릿속에는 칼 샌드버그의 시구만 맴돌았다. 사람에게서 남는 건 성냥 한 갑을 만들 만큼의 인燐과, 사형수 한 명을 목매달 못 정도 되는 철이 전부라는.
p26 탈무드의 구절들이 딱 들어맞는다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올리브 열매와 흡사해서, 짓눌리고 쥐어짜인 뒤에야 최상의 자신을 내놓는다.˝
어때요, 정말 읽어볼 만한 책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