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내게 에드가 드가 서거 100주년 기념우표를 붙여서 보내줄 친구가 없는 게 안타깝다. 바랄만큼 노력한 게 없지. 친구는 없고 우표는 아름답다.
여행 가서 편지 보내는 걸 늘 잊곤 했다. 하지만 그걸 챙겨준 친구도 있었지. 미국에서 잭슨 폴록 no 5 우표 같은 거 붙여서 왜 안 보내 준 거야? 물을 수 없는 게 일단 그런 우표가 있는지도 몰랐을 거지만 내가 그렇게 요구할 만큼 친구다웠나 자문해보면...... 우리는 정녕 누가 누구의 친구인가. 자기 얘기에 귀 기울여 줄 상대를 원할 뿐. 내 말을 경청해주시는 신이라는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진정한 친구로 신을.... 호기심으로 다가가긴 쉽지만 친구로서 성의를 다하긴 너무나 부족한 우리. 사실 거의 대다수 서로에게 친구가 아니다. (아주 조금) 아는 사람. 대화라도 오가면 다행이고. 수많은 대화가 오가도 더 아무것도 아닌 관계로 끝장나는 것도 감당해야지.
공동체는 더 큰 상상체. 현재 거대한 공동체가 유지되는 건 그래서 놀랍다. 개인 간엔 상상을 공유하고 유지하기 어려운데 더 큰 범주로는 그게 쉽다니!
이건 단지 내 생각의 단편일 뿐이고 모두 좋은 친구와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자. 생각이라도 덜 외롭게.


오늘 짧은 꿈에도 친구가 나왔다. 오래된 친구와 가상의 도시에서 오랜 산책을 하며 도시에 대해 이야기했고, 오래된 경양식 레스토랑에 가서 점심 메뉴로 생소하지만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주문했다. 내가 메뉴를 오래 고르는 동안 친구는 낯선 사람에게 붙임성 있게 구는 습관대로 웨이트리스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었다. 그녀는 남자 친구에 대한 험담을 했다. 100% 꿈이었다. 꿈이라는 걸 알면서도 걸었고 웃었고 바람을 느꼈고 이야기했고 먹으려고 했다. 한참 고르고 주문한 음식을 먹기도 전에 깬 것도 슬펐다. 비프 뭐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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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7-03-25 0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여행지에서 보낸 편지 한 통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특히 여행지에서 엽서를 보내는 일본문화가 참 부럽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 우표는 직접 모으신거예요?

AgalmA 2017-03-25 02:55   좋아요 0 | URL
출처를 다 표기해야 하는데 북플로 써서 출처를 표기하지 못했어요. 제가 가진 우표는 하나도 없어요ㅜㅜ 이런 우표를 챙겨 보낼 친구를 일단 해외로 보내야 한다는 어려움이....

해피북 2017-03-25 03:00   좋아요 1 | URL
우표를 붙여 보내줄 친구가 없는걸 아쉬워하는건 알았는데 우표에 직인이 찍혀있어서 제가 살짝 오해를 ㅎ 우표가 정말 멋지네용^~^

AgalmA 2017-03-25 03:02   좋아요 0 | URL
잘 물어 보셨어요. 다른 분들도 그렇게 오해할 소지가 있었으니까. 저작권 때문에 요즘은 그런 거 잘 따져야 하니깐요.

겨울호랑이 2017-03-25 0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예전에 Pen Pal을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우표가 모이더라는..ㅋㅋ 요즘은 거의 안하겠지요? ㅋ

AgalmA 2017-03-25 12:58   좋아요 1 | URL
저도 딱 한 번 펜팔 한 적 있습니다. 편지지랑 편지봉투를 어떻게 더 기발하게 만들어 보내는가에 더 심혈을 기울였던ㅎ;
요즘은 펜팔보다 온라인댓글을 쓰겠죠. 지금처럼ㅎ;

2017-03-25 0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3-25 13:00   좋아요 1 | URL
한국우표도 저런 식으로 한국그림(웹툰까지ㅎ) 이용하던데 제 눈엔 그닥..... 제가 모르는 좋은 게 있는지도 모르지만^^;

있을 때 잘해 주는 것. 그게 최선인 듯^^;

희선 2017-03-26 0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디에 거의 가지 않아서 다른 곳에서 편지나 엽서를 보낼 수 없군요 다른 나라에서 나오는 기념우표는 살 수 없지만 한국에서 나오는 기념우표는 사기도 해요 바로 쓰지 못하지만... 언젠가 써야지 합니다 우표를 쓰려고 편지를 쓴 적도 있군요 가까이에 있어서 자주 만나면 친구를 더 생각하겠지만, 멀리 있다면 어렵겠죠 연락은 못해도 친구가 자신을 가끔 떠올릴지도 모르죠 제가 그러는군요 연락이 끊긴 사람을...


희선

AgalmA 2017-03-26 00:22   좋아요 1 | URL
편지는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죠. 전화로라도 안부인사를 먼저 해오는 친구는 고맙죠. 사는 게 팍팍하고 아이 키우기 여념없는 나이대엔 더 힘든 일인지도. 그게 아니더라도 서서히 세상을 보는 시선,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갈라지게 되는 친구도 많고. 어찌 보면 끝까지 함께 가는 친구는 운명적인 뭔가 있나보다 싶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