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글릭 《카오스》에서 중요한 단락 중 하나이고 최근 내가 쓴 글( http://blog.yes24.com/document/9263149 )과 관련 있기도 하며 더불어 인류의 꺼지지 않는 관심이자 질문거리(세계의 질서, 원인, 미래 방향성, 그것을 보는 우리의 인식 한계와 태도 등)에 대해 말하고 있어 가져왔다. 과학에서 철학으로 넘어가는 광경 혹은 상호 침투적이라고 봐야 할까.


˝우리 모두를 끌어모은 것은 같은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결정론을 가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 도인 파머가 말했다. ˝우리가 배웠던 고전적인 결정론적 계가 무작위적 현상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우리는 무엇이 그렇게 만드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6~7년간 정규 물리학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런 현상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모든 것이 초기조건에 의해 결정되는 고전적 모델이 있다고 배웠지요. 물론 양자역학적 모델이 있긴 하지만, 이 역시 결정론적이고 초기 정보를 모으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걸 감수해야만 합니다. ‘비선형‘이라는 말은 책의 맨 뒤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물리학과 학생이 배우는 수학 교과서에는 맨 마지막 장에 비선형 방정식이 나옵니다. 때문에 학생들은 대개 이를 배우지 않고 학기를 끝내거나, 배운다 하더라도 고작해야 비선형 방정식을 선형 방정식으로 바꿔 근사적 해답을 얻는 것을 배울 뿐입니다. 그저 좌절을 훈련하는 것일 따름이죠.˝
˝우리는 어떤 모델에서 비선형성이 만들어내는 진정한 차이점들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방정식이 일견 무작위적으로 튈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사람들은 ‘어디서 이런 무작위적 운동이 비롯될까? 방정식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다‘라고 말할 것입니다. 마치 거져 얻는 것 혹은 무에서 유가 나온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크러치필드가 말했다. ˝현재의 틀에 맞지 않는 물리적 경험의 전체 영역이 있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왜 우리가 배웠던 영역에 속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가까이 있는 세계ㅡ너무 일상적이어서 경이로운 그 세계ㅡ를 둘러보고 무엇인가를 이해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런 생각에 빠진 멤버들은 결정론, 지성의 본질, 그리고 생물학적 진화의 방향에 대한 질문을 제기해 교수들을 당황케 했다. 패커드가 말했다. ˝우리를 함께 묶어두는 끈은 장기적 전망이었습니다. 고전물리학으로 완전히 설명할 수 있는 보통의 물리계에서 매개변수의 영역으로 한 걸음만 들어가면 그처럼 거대한 분석 구조가 전혀 적용될 수 없는 무언가에 부딪힌다는 사실은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카오스 현상은 아주 오래전에 발견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질 못했는데, 이는 어느 정도 규칙적인 운동의 동역학에 관한 방대한 연구가 그쪽 방향을 향해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보면 아시겠지만 상황이 이렇습니다. 이는 우리가 발전시킬 수 있는 이론적 그림을 보기 위해서는 물리학과 관찰에 의해야만 한다는 점을 분명히 깨닫게 해줬습니다. 장기적으로 우리는 이러한 동역학에 대한 탐구를 진정으로 복잡한 동역학을 이해하는 출발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파머가 말했다. ˝철학적 차원에서 결정론과 화해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정의하는 데 카오스가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는 결정론적이지만,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동시에 저는 항상 이 세계에서 중요한 문제는 생명이든 지능이든 유기체의 창조와 관계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어떤 방식으로 연구했을까요? 생물학자들은 너무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것을 연구했습니다. 물론 화학자들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수학자와 물리학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자기조직화의 자연발생적 출현도 물리학의 영역이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양면을 가진 동전이었습니다. 무작위성이 출현하는 질서가 있고,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숨겨진 질서가 있는 무작위성이 있는 그런 동전 말입니다.˝

제임스 글릭 《카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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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20 18: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규 물리학을 ㅡ배우지 않아 , 더 놀라운 1인은 어쩌라공~^^;; ㅎㅎㅎㅎ
머릿속이 카오스~ 음..그렇죠. 양면을 가진 동전 !!

AgalmA 2017-02-23 20:11   좋아요 0 | URL
me 2 ㅎㅎ

박람강기 2017-02-20 18: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포메이션도 잘 읽었는데 카오스도 언제 읽어봐야겠습니다..제임스 글릭의 내공이 장난아니네요..^^

AgalmA 2017-02-23 20:12   좋아요 0 | URL
이 책 때문에 <인포메이션>이 무척 궁금해졌죠^^ <카오스>도 읽어보실 만한 책입니다.

cyrus 2017-02-20 18: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다른 분이 쓰신 <카오스> 리뷰를 읽었어요. agalma님의 리뷰까지 보게 되니까 책을 읽어봐야겠어요.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개정판을 미리 사두길 잘했어요. 책을 사놓고 여태까지 안 읽었어요. ㅎㅎㅎ

AgalmA 2017-02-23 20:32   좋아요 0 | URL
<카오스> 리뷰 쓰고 다른 리뷰도 한 번 봐야 겠습니다^^ 저도 개정판 사두고 오래 묵혀 뒀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