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 스트라빈스키에게 <봄의 제전>이 탄생하던 때, 에겐 <CHANEL no. 5>가 탄생하고 있었다.

음을 먼저 만나고 악보로 기록하는 스트라빈스키와 천을 먼저 만지고 옷을 만드는 샤넬. 서로의 창작 원리는 곧 수긍할 수 있지만 직접 창작하지 않고는 더 깊이 이해하기 어렵다. 스트라빈스키에게 가족이 있었던 문제보다 이성적인 끌림도 서로의 창작 세계를 뛰어넘지 못하기에 그들은 결국 헤어지게 된 게 아닐까. 그들의 성격이 결국 그러한 예술을 창조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샤넬과 스트라빈스키>의 압권은 <봄의 제전> 초연 때의 무대 상황. 스트라빈스키 음악과 니진스키 안무의 전위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관중의 동요 속에서 여유롭게 지켜보던 샤넬. 이후에 샤넬이 <봄의 제전>을 후원하며 무대의상을 맡았다.         

 

재능을 한창 인정받고 있던 코코 샤넬의 당당함과 재능을 인정받기 전인 스트라빈스키의 고집스러움과 곤궁을 각각 근사하게 보여준 안나 무글라리스와 매즈 미켈슨의 연기 합이 멋진 영화였다.


언젠가 <봄의 제전> 연주를 들으러 가게 된다면 CHANEL no. 5도 함께여야 할 것 같다.
그러나 1921년 탄생한 CHANEL no. 5는 이제 없다. 잔향의 원료인 ‘참나무 이끼‘가 알레르기 유발 등의 이유로 2014년 원료 사용 제한 조치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랑과 예술향을 멀리서 짐작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CHANEL no. 5의 향이 달라지게 된 것도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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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1-02 0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샤넬 no.5 라면 마릴린 먼로가 생각나네요^^: 샤넬과 스트라빈스키 이야기를 들으니, 아인슈타인과 이사도라 던컨 이야기를 들은 것만큼 색다른 조합인 것 같아요^^:

AgalmA 2017-01-03 04:29   좋아요 2 | URL
먼로 이야기 너뮤 유명해서 일부러 안했어요ㅎㅎ
20세기 초중반은 에너지로 가득했던 거 같아요. 사랑도 지식도 문화도 대단한 교류 속이었던 듯^^

yureka01 2017-01-02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에도 책으로 혹은 이야기로..블로그가 풍성해지는 시간 되시구요...봄의 제전이라길래 봄이 기다려지네요..ㅎㅎㅎ

AgalmA 2017-01-03 03:5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yureka01님도 2017년 봄 기운 같은 따사롭고 향기로운 에너지 충만하시길^^
날씨가 포근할 땐 봄날씨 같다 싶기도 하더군요. 올 겨울은 그리 춥지 않게 지나가는 거 같아요

cyrus 2017-01-02 1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봄의 제전>을 듣으면 심장 박동수가 높아져요. 저는 이 노래를 처음 듣었을 때 그 흥분되는 느낌이 너무 좋아었요. ^^

AgalmA 2017-01-03 04:28   좋아요 0 | URL
초연 당시도 대단히 그랬지만 샤넬과 연애하던 당시에 수정 작업을 했던 걸 생각하면 <봄의 제전>의 격정적임에 샤넬의 영향도 있지 않겠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