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서재 책장
컨셉은 GREEN. 나는 왜 이런 걸 즐거워 하는가. 사람은 다양한 걸로 울고 웃을 수 있다. 나는 이런 걸 하는 나를 보며 울고 웃는다.



# 그런데 놓치다
곡성행 고속버스를 타지 못했다. 센트럴터미널에서 오후 3시 차가 막차였다. 빅데이타 시대에 차가 없어 못 가다니 이 무슨-_-...기차는 혹시 있었으려나. 아무튼 나는 빈둥빈둥 무엇을 기다렸다. 여행은 떠나기 전부터 이렇게 겪는 것.
친구는 먼저 갔다. 우리는 늘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떠나고 싶다. 누군가는 실제로 그렇게 한다. 누군가는 그들이 가지고 온 이야기를 부러워하고 희망하며 듣는다. 그래서 책은 떠난 자들이 보내 온 편지이자 보고서이다.
바람 속에, 적요 속에 하루종일 걷다가 지쳐 잠들었던 친구가 한밤중에 깨어나 전화를 하기도 했다. 같은 한밤인데도 전화 너머에서 전해지는 그곳 적요는 이곳보다 더 잠잠했다. 내 착각이겠지? 여행지에서 도대체 우리는 뭘 경험하는 걸까.
내가 늦잠 자서 못 내려갔다고 하자 친구는 귀신집 같은 독채에서 또 홀로 자야 하냐며 투덜댔다. 어떤 여행자도 여기 없다고.
그러게...괴로우면서도 이 따뜻한 집을 벗어나는 건 왜 이리 어려운가. 이유인 ˝따뜻한˝을 붙였으니 모순 형용인가.
전혀 GREEN하지 않은 일상.
오늘밤은 친구가 전화 하지 않았다.


# 책을 기다렸어

내일은 구례로 떠나기로 했다. 가지고 갈 책으로 <종의 기원>을 주문했는데 너무 늦게 도착했고 너무 무겁다....)))
책등에 다윈이 쉿! 하고 있는 포즈는 감각적이라 그건 맘에 든다. 겉표지를 벗기니 더욱 종의 기원 같다.

 

 

 

 

 

 

 

 

 

 

 


옥스퍼드 컬러판!이라는 홍보문구가 무색했다. 본문과 어우러진 삽화를 기대했는데, 그 컬러판이라는 것이 학습지 만화 스타일로 딸랑 30페이지인 걸 보고 동서문화사, 이게 뭡니까! 속으로 중얼중얼...<종의 기원> 전후 맥락을 살피는 이점은 있겠으나 내가 바란 건 이게 아닌데....

 


<그래픽 종의 기원>이 랜덤하우스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품절인 게 아쉽다.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 이리 빨리 사라지다니...이참에 외국 원서로 하나 사 볼까. 셜록홈즈 에코백도 받을 수 있고ㅎ;;

 

 그래픽 평전 <찰스 다윈>도 궁금하다. 이쯤 되면 그림을 보겠다는 것인지 책을 보겠다는 것인지...다 보면 좋지, 뭘)))
We are the world, we are the children
We are the ones who make a brighter day~

 

 

 

 

 

 

아무려나 난 낼부터 서울에 없을 것이다. 꼭 없어야 한다. 다윈이 갈라파고스에 도착해 생태 탐구하는 거에 비할 바 아니겠지만, <종의 기원>을 들고 구례 숲을 거닐 수 있길 매우 바란다. eBook을 샀어야...그러나 <종의 기원>은 괜찮은 eBook이 없다.
이렇게 자기 짐의 무게를 알고 감당하며 우리는 여행을 시작한다. 차에서는 잠에 빠지고 도착해서는 온종일 풍경에 빠져 있어도 책은 늘 나와 함께 였다. 거울을 볼 때 확인하는 나였고, 나와 함께 온 내 그림자였다.

ㅡAgalma


˝여행을 한다는 것은 오만한 자아를 인간이라는 고통 받는 편력 군대 속으로 던져 담금질하여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다.˝

 

ㅡ 니코스 카잔차키스 <스페인 여행> (알라딘 무료 eBook [영원과 하루] : 알라딘 여행 에세이 선집)

 

 

 

 

 

 

 

 

 

˝어떤 땅과 맺고 있는 관계, 몇몇 사람들에 대하여 사랑을 느낀다는 것, 가슴이 제게 맞는 조화를 찾을 수 있는 어떤 장소가 있음을 안다는 것, 한 사람이 얼마 안 되는 일생에 있어서 이만한 것이면 벌써 많은 확신이라 할 수 있다. 아마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못하리라. 그러나 어떤 순간에는 모든 것이 이 영혼의 고향을 동경한다. `그렇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은 거기다.` 플로티노스가 염원했던 그 일체감을 이 땅에서 다시 발견하게 되는 것이 무엇 때문에 이상하겠는가? ˝

알베르 까뮈 <알제의 여름-자크 외르공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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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4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24 21: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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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4 2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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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4 22: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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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4 22: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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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1-24 2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긴 또닥또닥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당신은 잘 있나요..
잘있겠거니 ...^^?!

AgalmA 2015-11-25 00:32   좋아요 1 | URL
빗방울 마중차 밖에 나갔다 왔습니다. 집안에 있어도 똑똑 안부를 계속 묻네요.
그장소님 괜찮으시다면 그장소님만큼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똑똑..

[그장소] 2015-11-25 0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그럼요.
감기몸살 이 극성이긴 해도 여전하게 잘 있답니다.
공기 차니 ..보온에 더 신경쓰시길..바랄게요!
^^ 아프지 마시고요.

AgalmA 2015-11-25 07:05   좋아요 1 | URL
감기 몸살인 분이 그런 말씀하시다니ㅎ 그래서 더 신경써서 듣겠습니다 :) 내 아픔 때문에, 내 가난 때문에(그장소님이 가난하단 얘기는 아니고;) 기타 등등 타인의 그것이 더 신경쓰이는 공감력, 그장소님의 매력이자 장점이시기도 하죠/

[그장소] 2015-11-25 08:06   좋아요 1 | URL
아프니까 ㅡ환자 ㅡ래요^^
아프니까 ㅡ청춘 ㅡ이고!

조금 더 참아야 할 뿐 ㅡ부끄럽진 ㅡ않은 가난
여야 한다고..누군가 그랬던가...^^?

AgalmA 2015-11-25 08:19   좋아요 1 | URL
아프니까ㅡ환(자)청(춘)ㅡ도 들리고 그러던데요^^;

가난 얘기가 나온 김에, 제가 아는 아름다운 가난 시를...
가난처럼 시어들도 딱 필요한 만큼만 절제되어 있죠.

33

큰 방
아궁이


개떡
찌는 솥


발로
채이고


안 나가는
개.


- 아름다운 가난 中 / 범대순

[그장소] 2015-11-25 08:18   좋아요 1 | URL
크르르르 ~^^?!

근사한 시 ㅡ입니다!

아프니까 ㅡ환청 ㅡ말 맞네 !!^^
ㅋㅋㅋ
암튼 Agalma 님 ㅡ멋져요!^^♡

AgalmA 2015-11-25 08:21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 만큼이나 하겠습니까 😉

2015-11-25 02: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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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5 07: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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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11-25 06: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가을은 참 따뜻하다라고 몇 번을 말했는지 모르겠구나!~~~그랬더니 바로 시샘하는 듯합니다 새벽공기가 차서 깜짝 놀랐어요
감기 조심하세요^^

AgalmA 2015-11-25 07:06   좋아요 1 | URL
그렇죠^^? 비가 자주 오더니 공기가 확 달라지더군요. 참 신기한 날씨...매일매일 참 소소하게 새롭죠.
책 읽는 나무님 반가운 안부 인사 감사합니다. 자주 이야기를 나누는 것 만큼이나 가끔 만나 대화를 나누는 우연의 기쁨도 저는 참 좋아합니다. 바보, 다들 그래)))

2015-11-25 18: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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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11-25 18:11   좋아요 1 | URL
네~ 지금 구례 적선재 묵고 있어요 :)
아니, 이런 신기한 일이..구례 계시는군요^^
서울보다 날이 좋아 다행였어요^^

2015-11-25 18: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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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12-04 16:56   좋아요 1 | URL
아, 곡전재.. 별생각 없이 왔어요. 그냥 돌아다닐 겁니다

고양이라디오 2015-11-25 22:07   좋아요 1 | URL
좋은 밤 되시고 즐거운 여행되세요~^^

2015-11-25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25 2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25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25 23: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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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1-27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s://m.facebook.com/mmcakorea/photos/np.1448614809532156.100008124198073/935486959820338/?type=3

영상기록물 보는건데..Agalma 님 좋아하실것 같아서 날라왔어요.

AgalmA 2015-12-04 03:03   좋아요 1 | URL
모바일로는 오류가 계속 나서 보지 못했는데, 컴 고치고 다시 접속해 보겠습니다~_~;; 감사합니다.

[그장소] 2015-12-05 17:12   좋아요 0 | URL
아 ㅡ괜찮아요~^^
제가 전달하는 법을 잘 몰라서 ㅡ
그래서 그런지도 ㅡ몰라요.사람이면 손을끌고
가자 ㅡ하면 될텐데..^^

ksk6307 2015-11-28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만 나들이가 검나네요!1

AgalmA 2015-12-04 03:03   좋아요 0 | URL
책이 무거웠던 거 빼곤 겁날 거 까진 없었습니다;

2015-12-01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4 0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4 2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5-12-13 0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록은 늘 환상. 머리카락도 초록으로 바꿨다. 이틀 동안 감지 않고 놔뒀다, 초록이 조금이라도 사라지는 것이 아까워서.
초록색 머리카락으로 초록꿈을 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