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함에 대하여 - 악에 대한 성찰 철학자의 돌 2
애덤 모턴 지음, 변진경 옮김 / 돌베개 / 201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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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함에 대하여> 아트웍 평
책 [미리보기]로 느낄 수 없는 이미지 소개~

1. 표지에서
<악>이 오목새김(음각) 되어 있는 건 참 상징적입니다. 주위에 스며 있지만 사람들이 제대로 알려 하지 않거나 묵인하며 쉽게 지나치려 할 때 걸려 넘어질 거라는 듯, 악은 고요히 숨어 미소짓고 있습니다.
글씨는 빨간색인데, 왜 악은 무색일까요. 그 투명성은, 악을 우리가 명확히 잡아내기도, 빨갛고 선명하게 말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본문에도 나오지만 폭력과 악은 같은 게 아닙니다. 우리는 잘못과 악도 쉽게 혼동하죠.

2. 표지를 넘기면
저자 소개와 함께 맞은편에 붉은 점들이 흩뿌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보지 못한 피해자가 피흘리며 지나간 자국처럼 그렇게 몇 페이지가 이어집니다.

3. 서문 전에
소개되는 인용문....수용소에서 목격한 악을 말하는 프리모 레비, 일상에서 목격한 악을 말하는 C. S. 루이스

4. 마지막 장
악은 여전히 이곳에 있다는 듯 피를 뿌리며 끝납니다.


책 디자인만으로도 한 편의 이야기 같죠.
표지에서는 테리 이글턴 <악>보다 애덤 모턴 <잔혹함에 대하여>에 저는 한 표/

& 컴이 고장난 관계로 글과 이미지를 원활히 연결 못한 점 양해 바랍니다-,.-; 컴 고치면 이 글도 고칠 예정;




** 애덤 모턴과 테리 이글턴
<악>의 저자 테리 이글턴처럼 애덤 모턴도 악을 이해할 수 없는 걸로 상정하고 접근하면 안 된다는 논지입니다. 인식하는 이해 없이 어떻게 제대로 볼 수 있습니까?
테러리즘에 대한 챕터를 읽으며, 테리 이글턴도 <성스러운 테러>를 다뤘던 걸 생각하면 두 저자가 관심 가지는 주제, 철학 탐구 유사성을 비교해보고 싶게 합니다.


테리 이글턴 <악>이 문학비평 성격이 강한 고찰이라면, 애덤 모턴 <잔혹함에 대하여>는 역사적 사건과 사례분석 중심으로 심리학, 사회학 관점이 강해서 두 책을 비교하며 함께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빨간책방>에서 이동진 씨가 왜 <악>이 아니라 <잔혹함에 대하여>를 선택했는지 알겠더군요. 이 책에 영화 얘기가 다수 나오기도 하지만, 저자의 분석이 (흔히 철학자들이 그러하듯) 이론화에 집착하기보다 현실에 밀착해 있어 다가오는 게 많습니다. 챕터가 끝날 때마다 본문 내용과 관련된 많은 참고 논문과 이론을 언급하며 정리까지 해주니 전문성은 염려 마시길~ 무슨 빨간펜 선생님처럼 요즘 이런 양식 많이 보이네요.


˝세계의 불행 중 상당수는 우리가 쉽게 악으로 분류할 수 없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무분별, 무신경, 무지에서 발생한다. 상당수의 불행은 증오나 사디즘에 빠진 소수의 행동 때문이 아니라 신중함이나 상상력이 부족한 다수의 행동에서 비롯된다.˝ p 19


*** 민주주의 시대 악의 평범성
<잔혹함에 대하여>는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 시대 악의 평범성` 분석의 업그레이드라 하겠습니다. 그 분석이 간과한 점도 짚고 있고요. 바로`민주주의 시대 악의 평범성` 분석판이라 하겠습니다.
단순히 악에 대한 철학서가 아닙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무수히 만나는 크고 작은 악을 상상하고, 사고하고, 대입해 보게 만드는 실용서이기도 합니다. 마치 악의 컬러링 심리북을 따라 그려보는 듯한!

연쇄살인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경우 범죄 분석 위주가 아니라 우리가 바라보는 판단의 맹점과, 인간과 쥐의 유전자가 99% 유사하듯 평범한 사람들과 범죄자의 심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비교 분석해 보여 줍니다. 나머지 1%가 만들어내는 차이, 저자는 그것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상상력이라고 말합니다.
이 챕터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통념(그들은 다르다), 범죄자에 대한 일반화(성장기 트라우마와 학대, 뇌 이상, DNA 결정론)를 다시 생각하게 해 <그것이 알고 싶다>보다 더 흥미로웠습니다.

<잔혹함에 대하여> 본격 리뷰는 테리 이글턴 <악>을 다 읽고 나서 올릴 생각입니다~


악 잡으려다 잠을 놓쳤네;
악을 제대로 알아 보려면 일단 잠을...Zzzzz
바깥에는 비가 쏟아졌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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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0-24 2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 독특해요. 목차가 표지가 되다니. 국내에 이런 출판 시도는 이 책이 처음일 겁니다. ^^

AgalmA 2015-10-24 22:44   좋아요 0 | URL
표지가 정말 예술이라서 좀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대중서를 염두에 둬서 그런지, 악의 역설적인 성질 때문인지 더 심층적인 도출까지 제시 못하고 급마무리된 감은 있지만, 기존의 통념을 건드리는 철학의 개시가 좋더군요. 일반적인 범죄심리학 책보다 더 좋은 듯 :)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아 진입벽이 높은 것도 아니고 표지도 멋지니 금상첨화 아니겠습니까.

페크pek0501 2015-10-25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권을 비교하며 읽는다면 좋은 리뷰가 나오겠군요. 기대가 됩니다.
저도 악과 악인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요.

AgalmA 2015-10-25 01:1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pek0501님. 테리 이글턴 <악> 리뷰 쓰셨던 것 봤어요 :)
서로 인간과 정신에 관한 관심이 많구나 생각했더랬습니다. pek0501님이 <잔혹함에 대하여> 리뷰도 써 주시지 않을까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악>도 먼저 읽으셨고 해서^^
제가 책을 좀 우발적으로 읽는 경향이 많아서 <악> 보다가 갑자기 <잔혹함에 대하여>를 읽은 터라 뭔가 좀 꼬였어요ㅎ;
지금까지 <악>을 읽은 거로 봐선 테리 이글턴과 애덤 모턴이 ˝범죄자˝를 보는 관점은 좀 다르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악> 다 보고 정리해야 할 듯^^;;
개의치 않으니 pek0501님이 비교해주셔도 좋을 듯^^

풀꽃놀이 2015-11-09 0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면지에 흩뿌려진 피는 그냥 흩뿌려진게 아니라...다른 페이지에 있는 `악`이라는 글자에 상응하는 자리에 붉은 점을 찍은 거예요. 앞쪽 면지의 경우는 표지, 차례 첫째쪽과 둘째쪽, 본문 첫째쪽(13p, 옮긴이주를 표시하는 도형까지 포함) 순서이지요~~ 그런데 아직 뒷쪽 면지는 어느 쪽을 형상화한 것인지 찾지를 못하고 있어요~~^^ (포스팅된 날짜가 좀 지났으니 Agalma님은 이미 찾으셨을지도...) 내용도 좋은데 그림 맞추기 재미까지 주는 멋진 책이네요. 확실히 표지 디자인은 소신과 철학까지 엿보인다는 점에서 요근래 본 것 중 최고인 것 같습니다. 다만 내구성이...비오는 날 영접해왔더니 벌써 쭈글쭈글 ㅠㅠ
멋진 내용에 대해서는 고수님들께 패쑤!!

AgalmA 2015-11-14 22:53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여러 책을 읽는 터라 확인은 아직 못했습니다. 다시 읽어볼 때 더 찬찬히 보겠습니다. 참고 말씀 친절히 덧붙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내구성은 정말이지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죠. 헌데 그 생각도 했습니다. 그처럼 쉽게 망가지는 것이 악을 말하는 이 책 논지의 상징성 같기도 하다고요. 저도 고수가 쓴 멋진 리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오늘도 비가 오는데... 또 어떤 책과 만나고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