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장르의 B급 문화 - 길들여지길 거부하는 자들을 위한 불온성 마니에르 드 부아 Maniere de voir 시리즈 2
슬라보예 지젝 외 지음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나 때문인지 세상 때문인지 대체로 다 문제로 거론되지만, 내가 좋아하는 문화, 장르는 대부분 주류 문화가 아닌 B급 문화였다. 이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이건 꼭 읽어야 해! 했다. 내 원한을 풀어다오~ 왜 공포나 호러는 B급 장르로 분류하는가. 밥은 먹지만 화장실은 안 가는 것 마냥. 평생 낯선 사람은 안 만나는 사람인 양. 

이참에 제목 때문에 읽게 되는 책 리스트를 만들어볼까 하기도 했다. 헤르타 뮐러 <우리는 이 세상의 거대한 꿩이다> 같은 제목, 정말 멋지잖은가( <숨그네> 만큼 숨 조이듯하지 않아 약간 아쉬웠다).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은 제목과 내용, 명성이 발전기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양상?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는 최근 한국에서 가장 히트한 제목 아닐까 싶다. 곧 10쇄 돌파한다고 들었다.

좋은 제목이라기 보다 직관적으로 주제를 강조한 제목 <나쁜 장르의 B급 문화> 정식 리뷰와 페이퍼 중 어떤 식으로 쓸지 가닥이 잡히지 않아 고심 중이다. 이 글을 수정하든 차후 2차로 또 올리든 할 생각이다.
주말에 읽거나 소개하기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들어 심심풀이 삼아 이 글을 썼다.... 언제나 매사 심각할 수는 없잖은가-_-)

책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기고된 칼럼 편집 판이라 해야 할 텐데, 각각의 질과 양 편차가 들쭉날쭉해서 별 하나를 뺐다. 하지만 대중문화에 대해 심도 있으면서 쉽고 다양한 관점을 바라던 독자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돼 줄 것이다. 흔히 문화에 대해 말할 때 이데올로기와 패러다임 등이 성격 나쁜 문지기처럼 서 있는 어렵고 힘든 책이 아니다(그 특성상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잡지를 읽는 듯한 편집이라 고성이 오가고 자아비판을 요구하는 비평글 같지 않아 좋다. 책 제목이 내포한 키치적 재미와 지식이 가득하다. 평소 대중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고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한 나도 몰랐던 혹은 잘못 알고 있던 부분을 점검할 수 있었다. 
글렌 굴드는 모차르트를 싫어했는데, 모차르트는 청소년기보다 더 무능한 작곡을 하다 죽은 거라고 말하는 인터뷰는 거의 개그 같다ㅎㅎ (3부-길들여지지 않은 음악에서 만날 수 있다.)

대중문화 지식을 얕지 않으면서 넓고 빠르게 갖추고 싶다면 이 책을 참고해 보라. 5~6시간이면 수료 가능.

<르몽드 디플로마크>는 한국판 웹페이지도 있다. 신문처럼 매일 훑어봐도 좋을 것이다.
 ▒ www.ilemonde.com/








GTA(자동차 대탈취 게임)는 타자와의 동일시가 죄의식으로 인한 고통이 아닌 쾌락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대개 진보주의 정치는 추상적인 타자의 이름으로, 추상적인 타자의 이익을 위해 전개된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주의자는 진보 정치가 다른 누군가의 운명을 개선하기 위해 스스로 감수하는 희생 정도로 여긴다(반대로 진보정치의 수혜자는 진보정치를 다른 누군가에 의해 강요되는 무엇으로 생각한다). 본래 타자는 이질적이며 불가해한 존재로, 동정이나 무시의 태도로 항상 일정한 거리를 두고 대하는 대상이다. 역할수행게임은 타자와 나 사이의 간극을 뛰어넘으려는 대중의 욕망, 타자를 `다른 누군가`가 아닌 문자 그대로 나와 동일시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려는 욕망의 표현이다. -p84

1부-스크린 위의 환상
스티브 던컨(뉴욕대 갤러틴 스쿨의 미디어 문화 역사정치학 부교수) <당신은 진보인가? 그럼 비디오게임을 즐겨라>

에르제가 창조해 낸 용감한 어린이 탐방기자 탱탱은 전 세계에서 1억 5천만 부가 팔리며 정상에 올랐다. 드골장군은 앙드레 말로에게 "세계에서 나의 유일한 진짜 경쟁자는 탱탱"(앙드레 말로, <우리가 쓰러트리는 떡갈나무>)이라고 털어놓았을 정도였다. -p121

2부-심심풀이용 대중문화
필립 비들리에(역사가) <뉴욕,거품의 도시>

<레 미제라블>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 곧 이 작품을 하나의 대표적 유형으로 만든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위대한 선구자라 할 수 있는 <파리의 미스터리>(1842. 6. 19~1843. 10. 15까지 <르 주르날 드 데바>지에 연재된 우젠느 수(Eugene Sue)의 장편소설)가 있다. 연재소설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개척했을 뿐 아니라 `사회문제`라는 하나의 주제를 설정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p131

2부-심심풀이용 대중문화
에블린 피에예(<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대중소설이 영속성을 띠는 이유>


댓글(24)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다이제스터 2015-08-22 16: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사이트 추천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이 붙이면 색지값도 솔찬히 나갈듯 싶습니다^^

AgalmA 2015-08-22 16:22   좋아요 2 | URL
다이제스터 글제목답게 북 다이제스터님 출동ㅎ~
네, 인덱스 스티커도 늘 책과 함께 있어야 해서 필수 구비상품^^; 필기구, 독서일지, 메모장 기타 등등 책은 부수적인 것도 너무 많이 필요한 애물단지 같아요;

북다이제스터 2015-08-22 16:54   좋아요 1 | URL
제가 책을 대충 띄엄띄엄 읽는 나쁜 버릇이 있어서, 고치려고 `밥 먹듯이 잘 소화` 하잔 의미로 닉네임 졌습니다. ㅎㅎ그리고 보니 평소 궁금한건데 agalma 의미 여쭤봐도 될런지요?^^

AgalmA 2015-08-22 19:12   좋아요 4 | URL
닉넴을 너무 거창한 걸 쓴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Agalma는 고대 그리스어로 문자 그대로는 성전 제물(장식품, 선물, 동상 등)을 의미하는데, `그 자체로 마음을 기쁘게 하는 존재`라는 뜻으로 해석해 작품에 자주 쓰이더군요.

처음 이 단어를 접했을 때의 생각은, 세상에 태어난 모든 존재는 Agalma가 아닌가 였습니다. 저는 그 중 하나인 Agalma이고요.

2015-08-22 1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2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2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2 2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2 2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2 2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5-08-22 21: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자가 많은 책이 겉으로만 보면 뭔가 괜찮은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은데, 막상 읽어보면 실망하는 독자도 있겠어요. 책에 나오는 B급 문화의 사례를 모르면 글을 쉽게 이해하기가 힘들겠고요. 그런데 이 책의 역자는 에르제 만화의 주인공을 ‘탱탱’이라고 썼군요. 원작표기를 따른다면 ‘땅땅’으로 쓰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틴틴’이 더 정감이 가요. 영어권 나라에서는 ‘틴틴’으로 불러요. ‘탱탱’으로도 불리긴 한데, 롯데 자이언츠의 ‘탱탱’볼이 자꾸 생각나서 별로예요. ‘땅땅’도 마음에 들지 않아요. ‘땅땅’치킨이 먹고 싶어져요.

AgalmA 2015-08-22 22:43   좋아요 2 | URL
저도 이렇게 많은 저자일 줄 몰랐어요ㅎ;; 30여 명이 넘는 필진이 나오니;...
B급 문화 사례를 글 자체가 말해 주고 있어서 따로 개념을 공부하고 들어가진 않아도 돼서 오히려 편할 듯. 게임, 만화, 할리퀸 소설(연애소설), 판타지, 공상과학, 인디음악, 랩과 테크노 등등 아, 이런 걸 b급 문화라고 하는 구나 읽으면서 저절로 알게 될테니 말이죠 :)
필진도 많고 다양한 대중문화를 다루다 보니 누구든 한 두 가지 관심사는 만나게 되죠^^ 이 책에서 라틴 근대 문화 다루던 칼럼은 오, 정말 <불한당들의 세계사> 인가! 박진감 넘치면서 새로웠어요.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해석하는 부분도 멋져서 다음 리뷰에 소개해 볼까 싶기도 하고...
대중문화 공부 초심자고 너무 큰 기대 아니라면 재미난 내용 건질 게 많은 책입니다. 음악 얘기가 많아 제겐 더 좋았고^-^

근데 탱탱-땅땅-틴틴~ cyrus님 댓글로 한바탕 랩을 하고 가신 기분ㅎ;;

[그장소] 2015-09-18 14:54   좋아요 1 | URL
우화핫~^^이 와중에 그..팅팅..탕탕~틴틴!하는데,
전왜..비비총 연상이나 하고 앉았을까요?!^^;

[그장소] 2015-09-17 0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책에 저렇게 인덱스를 하는군요??어마무지...ㅎㅎ
저는 그냥 써요..ㅎㅎㅎ(원시인)..노트에 옮겨 적죠...기억하기쉽기도하고...

AgalmA 2015-09-17 11:24   좋아요 1 | URL
ㅎㅎ 인덱스로 저렇게 표시해놓고 저도 노트에 옮겨요^^; 책 중간중간에 필기를 하다보면 읽기 흐름이 느려져서 저렇게 표시해놓고 나중에 한꺼번에 필기하면서 다시 복습하는 거죠. 가끔 양이 너무 많으면 독서가 정말 싫어져요ㅠㅠ 읽는 걸로 끝나지 않는 독서... 요즘은 알라딘에 리뷰도 쓰고 하니 더 개미지옥ㅋ;;

[그장소] 2015-09-17 14:57   좋아요 0 | URL
그렇게 열심인 Agalma님...저는 저런 텍스트자료를 삼을 만한 책은 거의 보지않는지라..존경스럽다고나..할까요.또 읽는다 해도 님처럼 쓰는 .읽는 ..방식이나 생각부터가 좀 틀자체가 다른...면이 있어서..그점이 우리가 유일하게 닿게 하는 점일거라고 봐요..같은걸두고 보면 질투심나서 못볼듯^^♥

AgalmA 2015-09-18 12:53   좋아요 1 | URL
같은 걸 다르게 보는 것도 질투심 나지 않나요ㅎㅎ;
읽으며 생각하며 고군분투하는 모두를 존경합니다.

[그장소] 2015-09-18 1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질투를 할 선상 너머에 있다고 생각하면 ..제가 감히 넘보지 못하는 세계 쪽..말예요.그럼 동경이나 존경으로 가죠..질투는 레벨이 비슷해야 하는 거라고 보고요..Agalma님은 저와 다른 급에 계시다고 생각해요. 오를 나무가 아닌 것..이라면 체념이 너무 빠른가요?!^^ 그치만 욕심난다고 다 가질수 없듯 그 대로 지켜놓고 싶은 선이 있잖아요.무너 뜨리고 싶지않은...그런 것..이라면 이해가 좀 가실지..모르겠어요.분야가 다르다..하고 아예 저 자신의 세계와는 분리해 봅니다.그냥 동경속에 계시는게 좋아요.그렇게 봐야 할 사람들이..그래야 지켜지는 관계도 엄연히 있다고 저는 여겨요.무리는 살면서 해보잖아요..그간 살며. 수없이 해본 일들이 무리라면..그 덕에 얻은 일종의 팁 ㅡ으로..거기 그냥 둬야 할 것은 무리 말고 그대로 두고 보라..입니다..내 가 보고 싶은 세상과 공존할 방법인 셈이죠..질투라니..당치않음^^

AgalmA 2015-09-18 14:07   좋아요 1 | URL
급이 다르다는 말은 당치 않으시고요; 그장소님 생각의 고리들 해독하는 것도 어려울 때 많다고요!
어려서부터 늘 제가 ˝어렵다˝는 얘길 들어왔어요. 대하기 어렵다는 관계적인 데서부터(가족에게서도;), 말하는 게 어렵다는 것 등등... 사람들과 참 섞이기가 힘들었어요. 여긴 그래도 좀 나을까 싶어서 비비적 끼어앉아 보려 했죠ㅎ;
여전히 저는 소통에 문제점이 있는 인간인가 그러네요...생각을 전달하는 게 너무 어려워요. 죽을 때까지 아마 그럴거라 생각합니다.
그장소님 비롯해 많은 분들이 이해해주시려는 마음 감사히 생각합니다.

[그장소] 2015-09-18 14:50   좋아요 1 | URL
아하하^^그건 저와 비슷하시네요.저도 늘 감당할만한 사람이 아니란 얘길 듣곤해서..저으기 공감!!그치만 소통에 아주 소질없는것이 아니라 Agalma님이 세상에 제대로 주고픈 것과 받아들이는 자들의 이해에는 다소 주관적 인 오해가 항상 끼어들기 마련이라..자신이 듣고 싶어하고..보고싶은 것만 취하길 원한다는 면에서..그 오해의 오류 자체를 그냥 즐겁게 이해하면 좀 쉽지않을까..ㅎㅎㅎ그렇다고 상처안받게 되거나 하진 않지만요..이기는 데 내성은 좀 더 강해지는 듯..상관없음으로 내 길에 나만..무쏘뿔처럼..그럼 된다고..지금처럼..^^ 잘하고 계시다고 저는 봅니다.저는 좀 더 강해야겠구나 하는걸 Agalma님 보면서 배우니까요...겨우 비비적 끼어 ㅡ라고 하시면..님을 좋아하는 많은 분들이 소통 잘 하고 있다 여기는 분들이 상처받을겁니다.ㅎㅎ인기인모드도 가끔은 장착하셔요!!그 정도 하셔도 된다고 봅니다!!♥

AgalmA 2015-09-18 15:57   좋아요 1 | URL
인기요? 따 안 당하면 다행이라고 생각중인데요! 물론 아! 하면 어! 하고 손뼉 마주쳐주시는 이웃분들도 계시죠. 그장소님처럼^^ 제가 얼마나 감사해하는지 모르실 겁니다.
독서의 외로움 만큼 그 내용의 소통에 대한 외로움도 담보된다 생각해요....저자들도 그런 남모를 사명감과 외로움 속에 썼듯이...

[그장소] 2015-09-18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galma님처럼 분석학적 글의 깊이로 가면 스스로도 외롭고 고단한 길이 됨을 ..그럼에도 많이들 호응에 까지 갈 수있게하는 것 역시 자신의 능력이라..봅니다.
많은 분들이 응원하실테니..걱정마시길!! ^^ 그럼요!^^

AgalmA 2015-09-18 17:32   좋아요 1 | URL
˝사람은 적극적 의지(`...를 하자`)에 의해 진리에 도달하지 않는다. 진리는 항상 어쩔 수 없이 사유하게 됨의 결과로서 획득된다˝ - 질 들뢰즈가 프루스트를 분석한 것을 고쿠분 고이치로가 다시 풀어서 인용한 문장. 질 들뢰즈는 이 사유의 힌트를 또 어디서 얻었을까요? 칸트? 라이프니츠? 갈수록 골짜기~_~...

[그장소] 2015-09-18 18:20   좋아요 1 | URL
아 하하~ 그 늪을 재려고 늪에 들어가겠냐..시면 오!
정중히 사양 하렵니다. 오늘도 내일도 진리는 찾는다고 다 찾아지는 보물찾기 랄 수도 없으니..자신이 원하는 답을 강구코자 하는 이에게 뵐 ..그런 것이라고만 정의 해 놓고..저는 무식(밥을 먹어?!=죽음)의 골짜기를 사정없이 헤매렵니다.
지팡이하나없이...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