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넥타이 수집가, 미당

 

 

 

 

 

 

베레모와 파이프담배 애호가, 미당

 

 

 

 

 

 

주례왕, 미당 -_-

 

 

 

 

 

 

 

 

 

 

 

아내에게 영어 가르치기 비공식 왕, 미당

 

 

 

 

 

 

 

 

 

 

 

 

 

아내 과자 챙기기 대장, 미당

 

 

 

 

 

 

 

산 이름 외우기 왕, 미당  

 

 

 

 

 

미당은 노년에 세계의 산 이름을 즐겨 외웠다.

나라와 높이까지 곁들여서 외운 이 이름들은 모두 1.625개. 1987년 연초부터 시작한 그의 산 이름 외우기는 1990년 9월에 완전하게 성공한다.

그 이후로 작고하기 전까지, 미당은 매일 아침 특유의 염불하는 듯한 목소리로 이 이름들을 불러냈다. 시간은 40분 정도.

가만히 들어보면 무슨 주문 같기도 하고, 그 자체가 시 같기도 하다.

미당은 기억력의 감퇴를 막기 위해 훈련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다 외우고 나니 뭐든지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고 했다. 그때가 일흔 여섯이었다.

 

 

산 이름을 왜 외우시는가물으면 우스개소리로 말하기를,

산 이름들을 자꾸 외우면, 세계의 모든 산신령들과 친구 되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것은 새로운 목표를 향한 노시인의 또 다른 도전이었다.

미당은 마지막 10년 동안 매일같이 세계의 모든 곳, 가장 높은 곳에 이르렀다. 세상의 어떤 시인도 보여주지 못한 정신의 높이를 스스로 즐겼다.

그는 지구를 휘감아 버티고 있는 설산의 위용과 굽이치는 산맥들을 자기 조국의 해뜨는 아침과 함께 꿈꾸었다.

우리가 시인에게 배울 점이 있다면 이런 기백과 지혜이다.

미당은 에베레스트를 4천 번이나 오른 시인이었다.

 

 

(설명 : 윤재웅)

 

 

 

 

 

 

 

 

 

 

 

 

 

 

 

 

 

 

 

 

 

 

 

 

 

 

 

멀리... 질마재

 

 

 

 

 

 

 

 

 

 

 

 

 

 

 

 

 

 

 

 

 

 

 

 

 

 

  보리고개

 

 


  진달래꽃은 소월이 차지하고 모란은 영랑이 국화꽃은
  미당 것이 되어버렸고 파초는 지훈 눈물은 다형 풀잎은
  수용 윤 사월 나그네는 목월이 고향 향수는 지용이 침묵
  은 만해 별과 하늘은 동주가 꼭 잡고 아니 내놓는 사철
  이 보리 고개 나는 어디서 무엇을 먹고 살거나

 

 

  범대순 [파안대소](2002 / 전남대학교 출판부)

 

 

 

 

 

 

 

§

범대순 시인처럼 누구의 것도 아닌 시를 찾아 헤맸다

시쓰기는 가난이었다

그는 가난을 대표하듯 짧고 아름다운 절구시(絶句詩)를 찾아냈다

 

나는 습관처럼 정면을 피했다

 

미당 시인처럼 시는 누구도 오르지 못한 산을 찾는 일이었다

시는 미지(未知)였다

 

다시,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누구의 것도 아닌 바다로 향했다

길은 언제나 막다른 물음이었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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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5-19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산, 바다 다 좋지요.. 미당 문학관 다녀오셨군요..
먼댓글 쓰기가 없어 그냥 관련 글 올립니다...
생각을 하게 하는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AgalmA 2015-05-19 19:44   좋아요 1 | URL
선운사에서 설렁설렁 걸어서 갈만한 거리이기도 하고, 이 고장은 참 여행하기 좋은 곳 같아요.
카테고리 설정에서 먼댓글쓰기를 깜빡하고 허용 설정으로 안해 놓았더군요. 덕분에 고쳤습니다
저도 올리신 글 읽어보겠습니다 :)

프레이야 2015-05-20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봤습니다. 노년의 지혜를 또한 배웁니다. 선운사에서 걸어갈 정도인데 예전에는 왜 생각 못 했을까요. 근래 다녀오셨나요? 한달 넘게 남았네요 저는.

AgalmA 2015-05-20 05:02   좋아요 1 | URL
노년은 저를 말씀하신 건 아니죠^^;? 깜짝;

2001년에 완공되어서 그러셨을 거 같아요. 저 사진은 2006년도에 찍은 겁니다. 그런데도 주변 정리가 미흡해서 도로변에 국화를 급하게 심고 있더군요; 제대로 마무리를 안해서 국화들이 도로에 뿌리채 뽑혀 나뒹굴고;...지, 지금쯤은 좀 많이 나아졌겠죠^^;
국화 피는 가을쯤 지역문화 행사식으로 마을 부녀회가 전이랑 막걸리를 파는 엄청 시골스러운 분위기였죠. 제대로 된 가게도 없었어요. 먼지 잔뜩 얹고 있는 점방 하나 있었는데 이 또한 바뀌었겠죠. 오래된 정미소가 사라졌을까봐 좀 걱정입니다. 마을도 요즘 유행하는 벽화 담장 꾸미기를 해놨던데 다른 데보다 못하진 않지만 저는 좀 탐탁지 않았습니다. 그 지역 발전을 생각하면 이해해야 겠죠.
해질 무렵이 참 좋았어요. 대책없이 거기 죽치고 있다가 부녀회장님이 재워주셨죠ㅎ;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모텔 하나 있어 잘 곳이 마땅치 않으니 차를 가지고 가시지 않는다면 동선을 잘 짜셔야 할 듯.

프레이야 2015-05-20 00:3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자세한말씀. 단체로 버스 한 대 대절하여 갈 예정이에요 하루일정이구요. 미당생가는 같이 가볼만한지요?

AgalmA 2015-05-20 02:33   좋아요 1 | URL
아, 일행이 많으시군요. 미당 생가는 바로 옆에 있으니 가고말고 할 것도 없지만, 미당 생가는 그냥 그래요. 우리나라 흔한 생가들 생각하셔야 할 듯. 감흥을 느끼시기엔 한참 모자라죠^^;;
일행이 많다면 넉넉한 시간은 아니실 거 같은데, 거기 안내하시는 분께 설명 들으며 문학관 둘러보기도 빠듯하지 않나요. 생가를 빼먹긴 아쉬우니 슬쩍 보시고 질마재를 한번씩 바라보며 마을을 산책삼아 둘러보시는 게 더 나을 듯 해요. 프레이야님은 늘 그렇게 다니시는 거 알지만^^

프레이야 2015-05-20 00:45   좋아요 0 | URL
네 참고할게요. 고창읍성 걷기도 할 생각입니다

AgalmA 2015-05-20 00:49   좋아요 0 | URL
오~고창읍성도 좋죠^^...고창읍성 사진은 안 올릴께요^^;;

프레이야 2015-05-20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시죠. ㅎㅎ 고창읍성걷기 시간 얼마나걸릴까요?

AgalmA 2015-05-20 01:45   좋아요 1 | URL
음..고창읍성 사진이 어딨더라;;; 좀 찾아볼께요.
단풍 가득한 가을이라 싱글벙글 소요하느라 꽤 걸렸던 거 같아요. 넉넉히 보시려면 1시간 넘게 걸리실 걸요. 넓기도 넓지만 거기 초가집들이 용인 민속촌만큼 잘 꾸며져 있어서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시간이 좀 걸리죠. 바깥으로 성 외곽도 빙 둘러보면 좋을텐데, 그때 저는 기차 시간때문에 그걸 못해 봤어요;_;

2015-05-20 00: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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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0 02: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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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0 13: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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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0 19: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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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5-20 0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당 문학관보다는 고창읍성 성벽길 걸어다녔던 기억만 남아있어요.
이렇게 보니까 새롭워요~~
초등학교 학부모 독서회에서 단체로 갔었는데 이런델 왜 오냐고~ 투덜투덜.,
그때 저에게 서정주는 배신자였거든요.. ㅠ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에 젖어있었던 때여서요˝~~

AgalmA 2015-05-20 23:23   좋아요 0 | URL
저도 지금 행복하자님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친일파... 어제 흔적님 서재 <자서전>에서 귄터 그라스의 나치 동조행위에 대한 소회 보니 짐작만 하고 있던 그 심경을 알게 되어 더 숙고하게 되었어요. 순간의 실수, 판단착오는 누구나 할 수 있는데, 그게 이데올로기적인 큰 상황일 땐 돌이킬 수 없는 죄가 되죠. 문인이기 때문에 그 죄는 더 가중처벌되고.
그렇다고 그 과오를 그의 문학성으로 다 덮자는 말은 아닙니다. 그의 시에서 애환과 참회의식이 첨예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은 그의 그러한 삶의 반성도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보기도 합니다. 누구나 윤동주처럼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실리적으로 좋은 시인이니 무조건 받아들이자는 취지도 아닙니다. 한 인간의 과오는 과오대로 비판하되, 그의 작품과 노력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비판하는 자가 그 비판의 대상의 실수를 번복하는 오류가 없도록...
수많은 친일파 중에 유독 문인들에게 더 철퇴를 가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손쉬운 속죄양 삼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개인인 작가에게 과중한 사회적 책임을 묻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부분입니다

만병통치약 2015-05-20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올 여름에는 고창인가요. 아이들을 어떻게 설득해야할까요 ㅋ

AgalmA 2015-05-21 22:30   좋아요 0 | URL
고창 공룡테마파크도 있더군요ㅎ 공룡 화석 바위 하나씩 보자고 100미터씩 걷거나 셔틀을 타고 돌아다니는 무료함을 권하고 싶진 않습니다ㅎㅎ 저는 고적해서 좋았습니다만ㅎ;; 서해가 바로 옆이라 해수욕, 뻘밭 체험학습도 가능할 테고, 코스 잘 짜면 번잡하지 않은 알찬 여름여행 되실 거 같은데요^^
일단 맛집들이 많으니, 아이들은 그걸로 꼬시는 걸로ㅎ

21세기컴맹 2015-05-2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집니다 고창에 이런 곳이 있군요. 서정주 읽는 날은 휘발성 그리움이 도져서 약간 피하는데 이제 다시 들춰봐도 되겠어요 고창 가기 전에

AgalmA 2015-05-21 22:32   좋아요 0 | URL
선운사랑 가까우니 그쪽 가실 때 둘러 보세요. 서정주 시인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소박한 공간이었습니다. 저도 서정주 시인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읽어봐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