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스트 상, 휴고 발 상, 브레머 문학상 수상 등의 수식 다 필요없고, 모든 작품이 주옥같은 책.
소장을 강권합니다.
품절이 자주 되는 책이었는데, 개정판으로 아주 아름답게 등장해서 반갑습니다.
(정말 멋진 부분은, 안 읽은 독자분들의 감상에 누가 될까 밑줄긋기로 올리지 않았습니다. 책의 첫 단편 <붉은 산호> 마지막 부분은 누구든 강타당할 거라 생각합니다. )
헌터가 앉아 있는 벤치 앞에서 비둘기 한 마리가 쓰러진다. 녀석은 발을 꼼지락거리더니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헌터는 자리를 옮겨 앉는다.
(…………)
"한 가지만 더, 한 번만 더 묻고 싶어요. 대답해 주세요, 네?" "알았다." 헌터는 소녀의 작고 흥분한, 그리고 불안한 입이 있을 법한 위치를 찾아 문과 벽 사이 틈새에 대고 대답한다. "할아버지가 왜 여기 사는지 알고 싶어요. 뭐 때문인지 말해 주실 수 있나요?" 헌터는 문틈에 얼굴을 기댄다. 틈으로 바람이 들어온다. 차가운 공기가 들어온다. 차가움. 그는 눈을 감고 말한다. "떠날 수 있으니까. 매일 원하면 언제든지, 가방을 싸서 문을 닫고 가면 되니까." 소녀는 가만히 있다가 말한다. "어디로요?" 헌터는 곧바로 대답한다. "그건 아무 소용없는 질문이야." 문을 대고 누르는 기운이 약해진다. 비닐 외투가 서걱거린다. 소녀는 일어선 것 같고, 문틈으로 들어오던 차가운 바람은 사라진다. "예, 알아요. 안녕히 주무세요." "잘 자라." 그는 소녀가 날이 밝기 전에 녹음기와 그의 음악과 함께 이곳을 떠나리라는 걸 안다. ㅡ 유디트 헤르만 「헌터 톰슨 음악」
그는 마치 집을 사면서 눈도 같이 산 것 같았다. ㅡ 유디트 헤르만 「여름 별장, 그 후」
사람들이 사물을 보는 것은 언제나 처음이고 또 한 번뿐이라는 사실이 마리는 안타깝다. ㅡ 유디트 헤르만 「카메라 옵스큐라」
그 고기는 밧줄에 묶여 제일 높은 가지에서 삐거덕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환각처럼, 악몽처럼, 끔찍하고 이해할 수 없는 통보 같았다. ㅡ 유디트 헤르만 「오데르 강의 이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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