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형도
다른 서점 다 둘러봐도 기형도 30주기 기념 굿즈로는 이게 최고👍 『기형도 전집』 있는데도 기형도 30주기 시전집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도 사고 싶다!!!
표지 재질이 스크래치 잘 생겨서(벌써 하나 생김ㅜㅜ) 가지고 다니는 건 안 되겠음💦
희미해서 잘 안 보일 텐데 저 『기형도 전집』 표지에 있는 타이포그래피가 필사 노트 표지 앞뒤에 프린트되어 있음!
필사 노트에 1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포도밭 묘지」가 필사 노트에 없어서 아쉽다. 내가 쓰면 되지😋📝
그래서 썼다.
「포도밭 묘지 1」
나는 이 시에서 " 나와 죽음은 서로를 지배하는 각자의 꿈이 되었네"에 밑줄 그었다.
「포도밭 묘지 2」
이 연작시는 처음 읽었을 때부터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오마주라는 느낌이었다.
세사르 바예호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1998)에서도 골라 써봐야징~
노트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기형도 필사 노트 생겨서 필사 재미에 빠지다^^
• 탄산수와 독서
📎
"합리성이 없다면 당신은 그저 감정적 짐승에 불과할 것이다.
감정에 대한 이런 견해는 수천 년 동안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다. 플라톤도 이런 식의 견해를 가지고 있었으며, 히포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부처, 데카르트, 프로이트, 다윈 등도 마찬가지였다. 오늘날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 폴 에크먼Paul Ekman, 달라이 라마Dalai Lama 같은 유명한 사상가들도 이런 고전적 견해에 뿌리를 둔 설명을 제시한다."
그러나
"우리의 감정은 내장된 것이 아니라 더 기초적인 부분들을 바탕으로 구성된 것이다. 감정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에 따라 다르다. 감정은 촉발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감정을 만들어낸다. 감정은 당신의 신체 특성, 환경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발달하는 유연한 뇌, 이 환경에 해당하는 당신의 문화와 양육 조건의 조합을 통해 출현한다. 감정은 실재하지만, 분자나 뉴런이 실재하는 것과 같은 객관적 의미에서 실재하지는 않다. 오히려 감정은 화폐가 실재하는 것과 같은 의미에서 실재한다. 다시 말해 감정은 착각은 아니지만, 사람들 사이의 합의의 산물이다.
내가 구성된 감정 이론theory of constructed emotion이라고 부르는 견해에 따르면 멀로이 주지사의 연설 중 일어난 사태를 매우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멀로이 주지사의 목이 메었을 때, 이것이 내 안의 슬픔 회로를 촉발해 일련의 전형적인 신체 변화를 일으킨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순간 내가 슬픔을 느낀 까닭은 특정 문화 속에서 성장한 나의 입장에서 볼 때 특정한 신체 감각이 끔찍한 인명 피해와 동시에 일어날 경우 ‘슬픔’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이미 오래전에 배웠기 때문이다. 총기 사고에 대한 나의 지식, 그 피해자들과 관련된 나의 예전 슬픔 같은 과거 경험의 조각들을 사용해 나의 뇌는 내 몸이 이런 비극에 대처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신속히 예측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새로운 세대의 과학자들은 감정을 이해하고 감정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심리적 구성을 바탕으로 여러 이론을 발전시켜 왔다. 이런 이론들의 가정이 모두 똑같지는 않지만, 이것들의 공통된 출발점은 감정이 촉발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점, 감정이 매우 가변적이며 지문이 없다는 점, 감정이 원칙적으로 인지나 지각과 구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ㅡ 리사 펠드먼 배럿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과 연계해 보면 재밌다. 카너먼은 우리의 사고 작용을 “제1형 사고 - 자동적이고 기계적이며 때로는 무의식적이고, 연상적인 일관성”을 띤 지각과 직관, “제2형 사고 - 통제되고 의식적인 노력이 더해지며 규칙에 지배받고, 논리적인 일관성”을 띤 종합적 사고가 얽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럿의 분석이나 최근 읽고 있는 여러 책을 보면 감정은 일관되고 보편적 무엇이 아니고 복잡하고 깊게 우리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 즉 합리적 사고라는 경계도 매우 임의적이다. 자신이 이성적이라고 자부하지 마시길. 그 속에 섞인 당신의 각종 감정과 비합리를 보는 눈이 있다. 없으면 곤란하죠.
내가 요즘 탄산수를 자주 마시는 이유는 《Axt》(no 23, 2019. 3. 4) 때문. 악스트 이번 호를 읽는다면 당신도 겪게 될 듯.
이번 호 서평 키워드는 '항구' 재밌군.
김종옥 작가 하루키론도 좋다.
◇ cover story 윤이형!
📎
윤이형 작가는 몇 년 전에, 문단 성폭력 문제가 수면에 드러났을 때 「나는 여성 작가입니다」라는 글에서 이렇게 썼다. “아직 말해지지 않은 많은 것들이 지속적으로 말해지길 바랍니다.” 지금 그녀는 말해지지 않은 많은 것들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지면에도 등장하지만, 그녀는 그것들을 잘 쓰기 위해 ‘좌충우돌’ 중이라고 말했다
ㅡ손보미
그렇다. '좌충우돌' 정말 그녀 이미지다.
그동안의 인터뷰어들 생각하면 손보미 X 윤이형 인터뷰는 좀 심심했다^^; 후반에 정용준 참여 너무 짧았다. 악스트 인터뷰는 두 사람 대담보다는 복수로 떠들썩하게 진행되는 게 더 재밌는 듯.
◇ focus 진이정 특집!
📎
그것은 랩의 언어, 불량 청년의 넋두리에 가깝다. 진이정이 내뱉은 저항과 반역의 언어들, 내면의 파열을 드러내는 요설의 시는, 기본적으로 사바세계와 한판 싸움도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로부터 발원한다. 진이정의 시는 자기를 욕보이는 자기모멸을 앞세운다는 점에서 김수영과 닮아 있고, 시대의 추문을 사인화(私人化)한다는 점에서는 이성복이나 황지우의 시적 언술과 가깝다.
1990년대 대중문화의 자양분을 빨아들이고 대중적 전위주의를 표방한 진이정의 시는 일종의 방언이다.....(중략)....“우린, 애욕의 싸움에선 백전노장이다”(「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8」)라고 짐짓 의연함을 가장하지만 시적 자아를 지배한 것은 모호한 두려움이다.“나는 무서웠던 거야”라고 실토하는 무의식에 도사린 두려움은 어디에서 시작한 것일까? 이 두려움은 사랑의 불모성과 마주하고 선 자의 공포다. “창포로 머리 감은 처녀와 하루만 살고 싶다”는 순결한 사랑에의 의지는 사랑이 포르노로 대체된다.
ㅡ장석주 : 디스토피아를 건너오기
장석주 시인 시 비평도 참 좋지.
문득 그런 생각을 해. 진이정의 유고 시집이 이토록 오래 재출간되지 않는 건 시대적인 특징이 뚜렷해서 오는 거리감, 현란한 무속적 요설 때문에 지금 독자들과 소통하기 어려울 거라 짐작해 저어하는 건 아닐까 하고. 한편으로는 한국 문단의 엘리트주의도 의심하고 있다.
「"이 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아요…"」
"이 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아요" 라고 너는 내게 말한다.
"다 가버렸어요. 응접실, 침실, 정원에는 인적이 없습니다. 모두가 떠나버려서 아무도 없지요."
나는 네게 이렇게 말한다. 누가 떠나버리면, 누군가가 남게 마련이라고. 한 사람이 지나간 자리는 이제 아무도 없는 곳이 아니라고. 그저 없는 것처럼 있을 뿐이며,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곳에는 인간의 고독이 있는 것이라고. 새로 지은 집들은 옛날에 지은 집보다 더 죽어 있는 법. 담은 돌이나 강철로 된 것이지 인간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 집을 짓는다고 그 집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 집에 사람이 살 때 비로소 세상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집이란, 무덤처럼, 사람들이 머무르는 곳이기 때문이지. 이것이 바로 집과 무덤이 너무너무 똑같은 점이지. 단, 집은 인간의 삶으로 영양을 취하는 데 반해서, 무덤은 인간의 죽음으로 영양을 취한다는 게 다른 거다.
그래서, 집이 서 있고, 무덤은 누워 있는 법.
모두들 집에서 떠났다는 것은 실은 모두들 그 집에 있다는 것. 그렇다고 그들의 추억이 그 집에 남은 게 아니라, 그들 자신이 그 집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실제로 그 집에 산다는 말은 아니지. 집으로 인해 사람들이 영속할 수 있다는 것일 뿐. 집에서 각자 맡았던 일, 일어났던 일 같은 것은 기차나 비행기, 말 같은 것을 타고 떠나거나, 걸어가버리거나, 기어서라도 떠나버리면 없어지지만, 매일매일 반복해서 일어나던 행동의 주인이었던 몸의 기관은 그 집에 계속 남는 법. 발자취도 가버렸고, 입맞춤도, 용서도, 잘못도 없어졌다. 집에 남아 있는 건, 발 · 입술 · 눈 · 심장 같은 것. 부정과 긍정, 선과 악은 흩어져 버렸다. 단, 그 행동의 주인만이 집에 남았을 뿐.
ㅡ세사르 바예호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그장소...
나처럼 시를, 폐가를 좋아했던 당신. 당신은 가고 당신이 있던 자리, 내 마음 어딘가도 그리되었다. 오늘도 집으로 돌아오다 이걸 어찌하나 울컥했다. 영원히 복기할 지점으로 남은 하나의 집. 형체는 없고 내내 맴돌기만 할 정원.
그때 ……다면 그날의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까. 당신을 좋은 곳에 데려가 쉬게 해주고 싶었다. 그때 우리는 서로를 찾는 이가 아니었던 게지. 그 일이 있기 전 당신은 바다를 갔지. 그게 마지막이었어. 그때 당신 모습은 어떠했을까 나는 내내 그 생각을 해. 바다를 왜 그렇게 아프게 바라봤는지 이제 알게 되었지만 그건 내 비밀이 아니지. 내가 갈 수 있는 길은 여기까지야. 둘이 마주 보고 있어도 어쩔 수 없는 쓸쓸함을 우리는 이해했고 내내 포기해야 했지만 이젠 그조차 할 수 없어.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도 증오하는 일도 다시는 그처럼 할 수 없어.
힘들게 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길. 이젠 좀 나은가, 당신.
당신이 보낸 엽서는 영영 바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 뜻밖의 고생
사무엘 베케트 『몰로이』(1995 초판, 절판, 희귀도서) 중고 주문이 들어 왔는데 김현 선생 번역이라 판매 불가 통보.
이 책은 특이하게 문학동네 출판사 직인이 아니라 김현 선생 도장이ㅎㅎ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몰로이』는 번역자가 다르다. 안타깝군. 사람들이 김현 선생 번역으로 보지 못하다니.
표지 그림은 박상순 시인.
임제 선사 『임제어록』(한국선문화출판사)
임제 선사 책은 국내에 제대로 된 정리본이 없었다. 몇몇 책도 그나마 최근에 나옴. 이 책은 구하기 어려우므로 판매 불가 통보. 禪 사상에 관심이 있다면 『임제어록』은 필독서.
롤랑 바르트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
필사도 한 애정 어린 책이었는데 도서관에서 볼 수 있으니깐 눈 질끈 감고 보내기로 한다ㅜㅜ
• 숨 가쁜 독서기록
오노 가즈모토 엮음 『초예측』 (웅진지식하우스)
제목과 저자 네임드에 낚인 거 맞는 거 같음ㅎ; 참고할 내용이 더러 있긴 하지만 별 셋 이상은 아님. 1, 2장을 화려하게 시작하는 유발 하라리와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특히 실망스러움. 큰 줄기들은 그들 저작에서 다 했던 얘기. 일본 잡지 게재를 위한 기획이어서 일본 중심이고 한정된 지면이다 보니 모든 인터뷰가 얘기를 하다 만 듯한. 세계 전반을 다룬 예측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마이클 셔머 『천국의 발명』 (arte)
아재 유머? 미국식 유머? 가 많이 나와 ㅋㅋㅋ 재밌게 완독. 책값 안 아까울 책. 셔머의 이전 책들을 최신 정보로 보완해 좀 더 대중적으로 쓴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다. 추천도서👌
앨리스 먼로 『거지 소녀』
반 정도 읽은 상태. 『스토너』 여성 버전? ㅎㅎ 가난한 시골뜨기 여성 로즈의 상경기. 어찌 보면 흔하고 별거 아닌 얘긴데 먼로는 참 귀 기울이게 하는 재주가 있음! 역시 작가야.
•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세계에서
밤 사이 앨리스 먼로 『거지 소녀』를 다 읽었다.
1970년대부터 자립하는 여성이 되기 얼마나 어려웠나를 보여준다. 여전히 이 세계에서 여성이 남성과 출발선이 다르다는 걸 대다수 남성들은 얼마나 이해할까. 해코지를 당할까 봐 눈치를 보는 비율은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높다. 일상조차 늘 이런 스트레스가 가득한데 양비론으로 맞서며 자기도 피해자라고 말하는 남성들은 요즘의 대안 우파와 비슷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여성도 늘 피해자 방패로 나설 일도 아니다. 인식과 정치와 사회를 바꿔야지 성별 싸움으로 뭘 해결할 수 있나.
사람은 거지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거지로 평가받는다. 패트릭이 로즈를 '거지 소녀'로 봤듯이.
• 뜻밖의 고생
우에노 지즈코 『위안부를 둘러싼 기억의 정치학』(2014, 절판, 품절, 현실문화)
- 주문이 들어왔는데 동네 도서관에 없는 책이다. 이런 책을 찾아 읽겠다는 사람이 반가워 보내고도 싶은데 오늘도 일을 해야 해서 한 번 더 읽고 보낼 시간이 없다. 이걸 어쩐다 고민. 최대한 서둘러 보냈다.
• 선행 / 자선 / 가난에 대해서
봄이어도 추위는 좀체 떠나지 않았다. 밤늦게까지 트럭에서 과일 행상을 하는 사람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 대추라는 이름의 개가 담요를 덮은 채 얌전히 곁에 있는 모습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딱했다. 일에 지친 채 늦게 귀가해 과일 사기 어려운 내 처지도 생각해 과일을 샀다. 노상에서 그것도 밤에 사는 과일 상태가 안 좋다는 걸 여러 번 경험했지만 기부하는 셈 치고 샀다. 역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김은성 『내 어머니 이야기』에서 이복동녀 여사가 떨어진 사과 주워 파는 얘기가 나오는데 내가 산 사과는 어느 창고에서 묵힌 듯 더 좋지 않은 상태였다. 유기농 과일 챙기는 세상에서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좋은 과일을 어떻게 얼마나 팔 수 있을까. 향기도 가난한 과일을 말리며 휘발되지 않는 가난의 고리를 생각한다. 생각할수록 아득하다.
그리고 또 그장소가 생각났다. 이번에 말린 사과를 못 보내서 슬펐다. 더 많이 더 자주 못 나눈 것도.
•『초예측』 때문에 다른 예측서들에도 관심을
혼자서도 초예측 잘 하시는
스티븐 호킹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 (까치출판사)
빅 퀘스천 답변에 물리학 강의가 자꾸 나와서 한참 집중해서 들었더니 머리 아픔. 도대체 이 공부는 언제 수월해지는 겨!
'인공지능과 격차 갈등' 문제는 다들 인지하고 있는 거 같고(요즘 이거 못 느끼는 사람 있나;;), 북핵으로 인한 &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인한 핵 전쟁을 상당히 두려워하는 게 공통적인데 내가 너무 안전불감증인가 a;; 북한이 그렇게 돌아이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초예측』에서 아무도 하지 않았던 말도 하심. 지구가 앞으로 1000년을 더 버텨줄지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니 "다른 행성을 찾아 떠날 준비를 하라!" ㅎ0ㅎ 정말 초미래적 석학!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안티 프래질』(와이즈베리)
요즘 미래 예측 책 보다 보니 왠지 얘도 읽어야 할 거 같아서 읽게 됐는데 참 재밌는 경제학 에세이.
탈레브에 대한 내 인상은 경제학 배운 니체? 문헌학자였던 니체처럼 고전에서 비전을 더 살피고, 호통치며 지적하는 에세이스트 모습이 니체랑 비슷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