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쓸신잡 시즌 3》

 

 

[부산 편]을 보고 : 알려짐에 대해서

유시민은 장기려 의사를 현대 한국사에서 보기 드문 성자였다고 칭송했다. 김진애는 역사에서 왜 이런 인물이 알려지지 않는 것인지 의문을 제시했고, 김영하는 한 인물이 알려지려면 대중에게 그 인물에 감정이입할 강력한 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그 주된 요소로 내면적이든 외면적이든 대립 구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상욱은 "먼 우주로부터 오는 빛의 적색 편이는 거리에 비례한다"는 이론을 내세워 허블의 법칙으로 등극한 허블 이전에 조르주 르메르트가 이미 그 이론을 펼쳤다고 말하며, 허블이 정치성과 쇼맨십이 강해 그리되었지만 진실이 알려지자 이젠 허블-르메르트의 법칙으로 수정되었다고 말했다. 즉 진실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게 더 주요하다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성격이 강한 김영하는 김상욱의 의견을 끌어들여 자신의 주장을 완성한다. 허블과 르메르트의 대립 구도가 바로 이 이야기를 각인시키는 효과였다고ㅎㅎ 이번 편에서 김영하는 유시민도 이렇게 깼는데 유시민이 내세운 칸트의 정언 명령을 벤담의 공리주의로 맞섰던ㅎ 유희열이 유시민에게 돼지 국밥 먹기 전에 떡볶이 먹으면 안 되겠냐고 하자 유시민이 칸트의 정언 명령을 내세워 거부ㅋㅋ 유희열이 뒤풀이에서 이 억울함을 밝히며 김영하에게 자신을 변호해 달라고 도움 요청ㅋ 그러자 김영하는 돼지 국밥집 주인을 중요시하며 떡볶잇집 주인을 배제하는 건 옳지 않다며, 무엇을 선택하든 행복의 총량 법칙은 같다며 벤담의 공리주의로 유시민을 굴복시킴ㅋㅋ


 

 

 

 

 

 

 

 

 

다시 돌아와서... 이 방송이 나간 직후 장기려 의사가 검색 상위권에 뜨는 걸 봤다. 그분에 대한 책도 상당히 많이 출판되어 있다는 걸 이번에 확인했다. 결국 김영하가 말한 대립구도 유명설은 하나의 요소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장기려 의사같이 강력한 의지로 산 사람은 이렇게 알려지기 시작하면 흐지부지 사라지지 않는다. 역사적 인물을 보면 시대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만의 철학과 의지로 뚫고 나간 이들은 후대에 대체로 주목받는다. 납득할 수 없는 인물인 히틀러조차도. 이건 우리가 카리스마적인 인물을 찾고 따르려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겠다. 롤모델로 치장하기도 하면서. 우리는 대개 평범하고 나약하기 때문에. 니체나 푸코가 주목한 '힘에의 의지'가 생각되는 부분.

 

 

또 다른 경우의 수도 살펴볼 수 있다. 부산에서 시작된 '조용필'의 인기는 그 시대에 부합한 예술의 역할이었다고 할 수 있겠고, '노래방과 이태리 타월' 경우 강력한 실용성으로 유명해진 게 되겠지. '자동 때밀이 기계'는 참 애매한데... 나도 이걸 써봤지만 매우 실용적인데 왜 이게 전국적으로 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 적 있다. 이걸 쓰면 상당히 민망한 슬랩스틱 모션을 목욕탕 관객에게 보여주는 사태가 발생해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겐 비호감과 비웃음을 사는 굴욕의 도구다ㅎㅎ; 또한 여러 사람이 돌려쓰는 게 위생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부산 인근의 경상도 소규모 목욕탕은 이 기계가 여전히 인기가 있는데 서민의 필요가 가장 강력한 요인이라고 본다. 등은 밀고 싶고 매번 낯선 타인과 협의하는 것도 불편하고 등밀이 요금까지 지불하긴 부담스러우니까. 그러고 보면 '자동 때밀이 기계'는 진정 서민적인 자구책이었던 셈. 그런 서민들을 위해 평생 헌신한 장기려 의사가 알려지지 않은 건 그 철저한 서민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았던. 그래서 그의 말이 계속 맴돈다.

"나의 세계는 내가 사랑하는 곳에 있다.
그것은 나의 영원한 왕국이다.
아무도 빼앗지 못한다."
ㅡ 장기려

인정 욕구로 가득한 세상에서 이런 정신으로 살 수 있었다니. 일생 자기감정에 휘둘리고 살며 모든 것과 벌이는 극복의 싸움이 아니라 평생 수행한 호혜의 의지. 그게 우릴 가장 놀라게 하는 점이 아닐까.

 

 

 

 

 

 

 

 

 

 

 

 

 

 

 

 

 

방송을 통해 물리학의 기원을 찾는 은밀한 뜻을 품었던 김상욱 박사가 루크레티우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초판본을 영접하며 어찌나 좋아하던지ㅎㅎ

스티븐 그린블랫 『1417년, 근대의 탄생』도 꼭 읽어 보고 싶습니다.

 

 

 

 

 

 

 

 

 

 

김상욱 박사가 또 큰일 한 게 있죠. 존경하는 우리 유시민 작가가 아직까지 달 착륙 음모설을 살짝 믿고 있던 걸(믿고 싶지 않다;;; 제발 방송 컨셉이었다고 말해줘요ㅜㅜ!!!!) 차근차근 설명하며 깨우쳐 준 일! 제임스 R. 핸슨 『퍼스트 맨』이 더 빨리 나왔어야 했어ㅜㅜ!

 

 

알쓸신잡 3 최종회를 보고 박사님들이 추천한 책들을 체크해 두었습니다.

 

음악 박사 유희열(미스다 마리 『밤하늘 아래』)

건축 박사 김진애(케빈 켈리『통제불능』)

과학 박사 김상욱 (나탈리 앤지어 『원더풀 사이언스』)

잡학 박사 유시민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무엇보다 꼭 읽어 보고 싶은 책은 문학 박사 김영하 작가가 이런 책은 절판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김은성 『내 어머니 이야기』(1~4부)입니다. 내년에 이 책 출간 소식이 들려오길 바랍니다^^ 

 

 

 

 

 

유시민 작가가 추천한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은 특히 반가웠죠. 얼마전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 캠페인에서 제가 텀블러 인증 사진을 올리며 추천한 책이기도 합니다. 이 캠페인 참여 후 카페 가서 텀블러에 커피를 담는 걸 일상화하고 있지요^^ 알라딘에서 받은 텀블러가 좀 많습니까ㅎ;; 여러분도 함께 동참을// 

내년엔 좋은 습관을 더많이 만들어야 겠습니다.

 

 

기차에서 내리며

나는 기차에서 내리며,
동행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우리는 열여덟 시간 동안 함께 있었지......
기분 좋은 대화
여행 속에 피어나는 우애.
나는 기차를 떠나는 것이, 놔두고 가는 것이 슬펐어.
영영 이름도 모를 우연의 친구를.
내 두 눈에서, 느껴졌네, 눈물이 글썽이는 것이......
모든 이별은 하나의 죽음이라네......
그래, 모든 이별은 죽음이지.
삶이라 부르는 이 기차 속에서
우리 모두는 타인에게 우연이겠지,
그리고 마침내 내려야 할 때가 되면 우린 모두 서운해한다.

인간적인 것은 모두 내 마음을 움직인다네, 왜냐하면 나도 인간이기에.
내 마음을 움직인다네, 왜냐하면 내가 가진 건
사상이나 강령에 대한 친밀감이 아니라
진정한 인류와의 넓은 유대감이기에.

슬퍼하며 집을 나간 하녀가
향수 때문에 운다
그녀를 그다지 잘 대해 주지도 않았던 집을 그리워하며......

이 모든 것이 내 마음속에선 죽음이요 이 세계의 슬픔이다.
이 모든 것들이, 죽기에, 내 마음속에 살아 있다.

그리고 내 마음은 이 온 우주보다 조금 더 크다.

(1934. 7. 4)

 

 

 

 

 

"나는 <모든 인생은 당연히 해체의 과정이다>라는 피츠제럴드의 명구를 떠올리면서 이 말은 옳지 않다고, 최소한 모든 인생에 해당되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피츠제럴드 자신의 인생에는 적용되는 말인지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내 인생에도(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이런 생각이 강했다)."

 

ㅡ 엠마뉘엘 카레르 『나 아닌 다른 삶』


 

 

 

 

 

● 드라마 《남자친구》

이 드라마에서 나태주 시인의 시집이 너무 티나게 ppl로 등장하지요-_-;

제가 좋았던 건 다른 부분.

5화를 보다가 tv 드라마에서 김환기 화백 작품을 보게 될 줄 몰랐습니다@@!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노트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Where, In What From Shall We Meet Again?
)>(1970)는 1970년 제1회 한국일보 주최 한국미술대상전에 출품하여 대상을 차지한 우리 현대 미술의 기념비적 작품이다. 김광섭의 시 한 구절을 그림의 표제로 삼아 뉴욕시대 순수 추상회화의 새로운 작품세계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것이다.
뉴욕이라는 거대한 밤하늘 아래 고향의 그리운 얼굴들을 점 하나하나로 떠올리며, 마치 성좌와도 같은 무수한 작은 점들로 공간을 채우고 있다."(환기미술관 소개)

 

이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서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ㅡ김광섭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김환기 화백의 그림 에세이집 제목이기도 한데요.

 

 

 

 

 

 

 

작품 제작에 있어 관중은 생각하지 않았다는 피카소나 '거장들의 작품엔 모두 강력한 노래가 있다'고 한 김환기 화백.

잊고 있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제 옛날 노트를 펼쳐보니 약 50권의 시집에 대한 메모, 습작 메모들이 빼곡했습니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있든 만날 것은 꼭 만나야 하나 봅니다.

내년에 우린 어떤 꿈을 만나고 이룰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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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2-16 2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간지폭풍!!! 텀블러 배경인 하늘이 인상적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

AgalmA 2018-12-16 23:53   좋아요 1 | URL
말씀하신 회색 하늘은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Felix Gonzalez-Torres) [Untitled- 부제:환영(幻影)]이란 작품인데 전시회에서 받아서 잘 쓰고 있지요. 예술의 쓰임이란 이런 게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카알벨루치 2018-12-16 23:53   좋아요 1 | URL
그러네요 그냥 배경색지가 아니라 작품이었군요 아갈마님 진짜 럭셔리 자체십니다 보기 좋습니다 쉬세요~

2018-12-16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6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8-12-17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은 아마 아갈마님만 되겠지?? 리스풱!

AgalmA 2018-12-17 21:13   좋아요 0 | URL
이 글이 뭐라고 그런 말씀을😅;;; tv 시청 잡담글일 뿐이잖아요;
따뜻한 말씀 감사해요^^

서니데이 2018-12-23 2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 때밀이 기계, 대중목욕탕에서 본 적 있어요.
무서워서 실제로 해보지는 못했는데, 진짜로 있더라구요.^^;

AgalmA 2018-12-23 23:28   좋아요 1 | URL
ㅎㅎ 좀 웃기기도 해서 사람 많을 때 쓰긴 좀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