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물쭈물의 대가 여행책 고민 장바구니

 

밤 사이 짐도 다 쌌고 책도 정했다.
로버트 M. 피어시그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가치에 대한 탐구』를 제일 가져가고 싶었으나 무게 때문에 도저히... 그러다 보니 집에서 편안히 이 책 저 책 내 맘대로 맘껏 읽을 수 있는 여유 시간에 왜 반겨줄 이도 없고 먹는 것 자는 것 다 불편한 데를 굳이 기를 쓰고 가려는가 자문에 또 자문하다가 김연수 여행산문집  『언젠가, 아마도』 를 밤새 다 읽었다=_= 아, 졸려... 이러니 또 발목이 묶인다. 여행도 책으로 하려는 이 버릇을 어쩐다. 아무튼 내일은 정말 가긴 가겠지. 믿기지 않는군. 이곳이 아닌 다른 데서 외로워질 뿐일 텐데!

☆ 오스카 와일드  『오스카리아나』

- 명문을 감상하며 내 생각도 정리해 볼까 했으나 명언 모음집이다 보니 문장들이 너무 짧아 흐름에 맡기는 여행엔 맞지 않다고 판정.

☆ 조르주 페렉  『생각하기/분류하기』
- 생각의 단초들을 하나하나 제공해줘서 아이디어는 좋은데 페렉 글 스타일이 피곤을 부르는 터라 여행보다 생각하다 심각해질 조짐 때문에 포기.

☆ 카를로 로벨리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 빨리 완독하고 끝내고 싶으나 여행에서까지 물리학 책을....참아줘.

☆ 가스통 바슐라르  『꿈꿀 권리』
- 여행길에 단골 친구, 바슐라르.

☆ 허수경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 아, 허수경.... 이젠 이 시인의 시를 정녕 못 본다니!

☆ 장 보드리야르  『무관심의 절정』
- 시니컬하지만 치열하게!

☆ 필립 로스  『사실들』
- 시니컬하지만 자신도 봐주지 않는!

☆ W. G. 제발트  『공중전과 문학』 , 『캄포 산토』
- 초대 1순위

☆ 레몽 드파르동  『방랑』
- 펼치는 순간 그래, 이거다!


 

 

 

 

 

 

 

 

 

 

 

 

 

 

 

 

 

방랑 비스므리 시작~

 

 

 

 

부산 첫인상 부산역 환경이 매우 좋지 않았으나 나머지는 다 좋았다.
컨디션 불량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영화를 몇 편 못 봤지만 올해 최고의 영화 데미언 샤젤 <퍼스트 맨>  먼저 본 것만으로도 만족. 개봉하면 또 보러! 강추!!! 3d나 4d 개봉이면 더욱 좋을 듯하지만 안 그러는 듯. 하긴 드라마가 더 강하긴 해서...
괜찮은 영화제 기프트 상품은 거의 조기 품절;





구석구석 아기자기한 카페, 인디 서점, 맛집... 바다....발길이 안 떨어지던 곳 가득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을 찍었던 걸 생각하며 내 발자국도 꾸욱.

 

 

 


번쩍거리는 거대한 빌딩 숲 아래 구조 튜브는 조난 상태

 

 

 

 

 

 

 

 

 

 

 

 

다시 돌아온 서울은 추웠다.

 

 

 

 

오늘의 책(10/12~13) - 줄리언 반스 『연애의 기억』

 

여행 다녀온 허한 마음에 이 책을 읽은 건 더 좋은 일이었을까 더 아픈 일이었을까. 이틀에 걸쳐 내리 두 번 읽었다. 심정적으로는 별 다섯 개 만점 ★★★★★ 객관적 작품성으로는 ★★★★ 아, 참 절절했다. 최근 읽었던 플로베르 『감정 교육』, 김봉곤  『여름, 스피드』보다 더! 사랑의 파문과 지리멸렬함은 아무리 말해도 화수분. 줄리언 반스는 후벼 파더군ㅠㅠ

 

"나는 그녀 안에 공황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내가 어떻게 추측이나 했을까? 나는 그것이 내 안에만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뒤늦게, 그게 모든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것은 우리의 필멸성의 한 조건이다. 우리에게는 그것을 가라앉히고 최소화하는 예의 규약, 농담과 일상, 수많은 기분전환과 오락의 형식이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내부에는 터지기를 기다리는 공황과 지옥이 있다, 고 나는 확신한다. 나는 그것이 죽어가는 사람들에게서 터져 나오는 것을 보았다, 인간 조건과 그 만성적 슬픔에 대한 마지막 항의로서. 하지만 그것은 우리 가운데 가장 균형이 잡히고 합리적인 사람 안에도 있다. 그저 적당한 환경이 필요할 뿐이고, 그러면 반드시 나타난다. 그럴 때면 그것에 휘둘리고 만다. 이 공황 때문에 이런 사람들은 신에게 가고, 저런 사람들은 절망에 빠지고, 이런 사람들은 자선사업을 하고, 저런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이런 사람들은 감정적 망각에 빠지고, 저런 사람들은 다시는 심각한 일이 자신을 성가시게 하지 않을 거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삶으로 간다."


 

 

 

 

오늘의 책(10/14) - 앤디 위어 『마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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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언 샤젤 <퍼스트맨> 전국 개봉을 앞두고 <퍼스트 맨> 원작인 James R. Hansen 『 First Man: The Life of Neil A. Armstrong 』을 읽고 싶었다. 데미언 샤젤 <퍼스트 맨> 영화에서 암스트롱의 딸 이야기가 강력한 펀치로 작용하는데 이게 실화인지 플롯 상의 각색인지 꼭 확인하고 싶었다!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다는 건 신기한 일이다. 

국내 번역이 예약판매 상태! 야호!! 하지만 당장 읽을 수는 없으니 아쉬운 대로 앤디 위어 『마션』을 읽는다. <퍼스트 맨>을 본 뒤라 이야기에 더 몰입된다. 닐 암스트롱, 아폴로 11호 얘기도 나오고, 그간의 우주 개발 계획과 우주선 발사에 대한 전반적인 진행 상황 등을 대략 파악할 수 있게 해줘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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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달 착륙선을 아무 준비 없이 7년 만에 만들어냈습니다.”

"기분이 참 묘하다. 어디를 가든 내가 최초가 아닌가. 로버 밖으로 나가면? 그곳에 발을 디딘 최초의 인간이 된다! 언덕을 오르면? 그 언덕을 오른 최초의 인간이 된다! 암석을 걷어차면? 그 암석은 백만 년 만에 처음 움직인 것이다!
나는 최초로 화성에서 장거리 운전을 했다. 최초로 화성에서 31화성일을 넘겼다. 최초로 화성에서 농작물을 재배했다. 최초로, 최초로, 최초로 말이다!
내가 무엇에서든 최초가 될 줄은 몰랐다. 이곳에 착륙할 때는 MDV에서 다섯 번째로 내렸고 그로써 화성에 열일곱 번째로 발을 디딘 인간이 되었다."

"나의 모교인 시카고 대학에서 온 메일도 있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어디서든 농작물을 재배하면 공식적으로 그곳을 ‘점령하게’ 되는 것이란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해 나는 화성을 점령했다. 

보고 있나, 닐 암스트롱!?

하지만 제일 반가운 것은 우리 어머니의 메일이었다. 빤한 내용이었다. 네가 살아 있다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마음 굳게 먹어라, 죽으면 안 된다, 네 아버지가 안부 전해달라고 하신다 등등."

 

데미언 샤젤 <퍼스트 맨>이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인, 앤디 위어『마션』이  '인류 최초' 의 화성인 소재가 이야기의 큰 축이긴 하지만 그들은 더 넓은 틀을 제시한다. 인간의 삶과 죽음 그 사이의 수많은 도전과 실패들을... 이 역사 속에서 보면 인간은 한 개인이 아니라 종으로서 살아간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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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10-14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산 다녀오셨네요. ^^
<퍼스트 맨> 기대됩니다. ^^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10-14 20:59   좋아요 1 | URL
근데, 어쩜 이렇게 부지런하세요? 부럽...^^

AgalmA 2018-10-16 16:18   좋아요 1 | URL
책 읽는 걸로 따지면 북다이제스터님도 만만치 않은 분이시잖아요. 이번에 저는 책도 돈도 조금 포기하고 부산행을; 그런 걸 포기하고 돌아다니면 대체로 부지런해 보인다고 하시니 할 말이;;;
북다이제스터님은 <퍼스트 맨> 어찌 감상하실지 궁금하니 영화보시면 꼭 후기 남겨 주세요!

카알벨루치 2018-10-14 2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스트가 영화 같아요! 와우~

AgalmA 2018-10-16 16:18   좋아요 1 | URL
날 더 춥기 전에 님도 여행으로 영화 같은 순간을 잡아 보심은? 물론 일상 속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지만요 ;)

북프리쿠키 2018-10-14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행과 책, 잘 어울릴 것 같으면서도
책도, 여행도 온전히 집중 못하게 하는
상극의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이런 줄 알면서도 여행가방에 늘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권이라도 더 쑤셔넣습니다만 ㅎㅎ
전자책이 여행중에는 그 몫을 톡톡히 한답니다~~아갈마님 편안한 밤 되세요!

AgalmA 2018-10-16 16:21   좋아요 1 | URL
맞아요. 말씀처럼 상극이죠. 책을 보고 있으면 풍경을 놓치고, 풍경에 취해 있다 보면 책은 눈에 안 들어오고ㅎ;
전자책도 많았는데 아무래도 물성이 있어야 책 읽기 행동을 취하기에 더 좋은 거 같아 늘 종이책을 챙기는데 점점 얇은 책을 챙기게 되네요^^;

북프리쿠키님도 잘 지내시지요? 감기 조심하시고요/

뷰리풀말미잘 2018-10-17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머리색 아름다워요!

AgalmA 2018-10-17 18:44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처음엔 보라->라벤다->지금은 물이 많이 빠져서 브라운 애쉬....머리색 바뀌는 게 흥미로워서 염색이 재밌지만 재정적으로 힘드네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