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이 보이는 세계사 경제 공부 - 세계사에서 포착한 경제의 전환점 51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황선종 옮김 / 어크로스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20년 넘게 세계사 교과서를 집필하면서 역사를 쉽고 재밌게 가르치는 방법을 연구한 미야자키 마사카츠는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로 한국과 일본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흐름이 보이는 세계사 경제 공부』는 경제가 주도하는 이 시대에 향후 미래를 분석하고 이해하기 위해 ‘세계 경제 전환점’ 51개 중심으로 흐름을 살펴본다.
    
책의 목차와 서문만 봐도 책의 전체 윤곽을 잘 알 수 있다. 서문에서 저자가 이 책 요약을 잘해주고 있다.

 

“서장은 화폐의 탄생에 대해 살펴본다. 은화와 동전이라는 두 개의 화폐 체계 가운데 은화에는 4000년에 이르는 진화의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소개한다.
제1장과 제2장은 유목민과 상인이 이끌어간 유라시아 대륙의 경제와 대서양의 자본주의적 해양 경제의 부흥을 서술한다.
제3장과 제4장은 바이킹 세계에 속하는 북해의 소국 네덜란드와 영국이 자본주의 경제의 토대를 쌓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주식회사, 국채, 보험, 지폐, 중앙은행, 상품거래, 주식거래, 버블 등의 발생을 살펴본다.
보통 일반적인 세계사에서는 그다음 시민혁명이나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서술하지만 이 책은 제5장에 금융시대의 도래에 관한 내용을 배치했다. 미국독립전쟁과 나폴레옹전쟁에 엄청난 군사 비용이 소모되면서 유럽이 금융의 시대에 들어서고 로스차일드 가문 등 유대인이 대두했던 역사적 사실을 살펴본다. 제6장은 산업혁명과 대규모 철도 건설 등 유럽을 중심으로 단일 경제 세계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그린다.
제7장은 영국의 파운드가 패권을 잡는 모습을 기술한다. 영국이 교묘하게 사상 최대의 해양제국을 구축하고, 재정 부문을 맡은 유대인이 파운드를 조종하여 은화의 시대에서 지폐의 시대로 전환해가는 모습을 살펴본다.
제8장은 신흥국 미국이 19세기 말의 20여 년 사이 급속하게 경제성장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소개한다.
제9장은 두 번의 세계대전으로 유럽 경제가 몰락한 뒤 달러가 세계 통화가 되고 단일 세계 체제로 미국이 패권을 차지하는 모습에 대해 서술한다.
제10장은 1970년대 닉슨쇼크 이후 달러의 황혼 시대, 달러가 힘을 잃고 기세가 붙는 아시아 경제를 다룬다. 인터넷을 활용한 금융의 확대, 일본버블 붕괴, 세계 규모의 증권버블 붕괴(리먼쇼크) 등과 함께 글로벌경제가 진행되면서 미국 경제가 공동화되고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바뀌어가는 격동기를 살펴본다. 앞으로 세계 경제가 어떻게 전개되어갈지 예측할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화폐의 탄생과 발달
“부란 화폐가 아니라 화폐로 살 수 있는 상품이다” ㅡ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

 

화폐는 유목민과 상인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물품 교환증이었으나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변했다.
4대 문명 발상지 이집트, 이라크, 파키스탄, 중국의 산서성이 지금은 경제적으로 뒤떨어진 지역이 된 건 흥미로운 점이다. 지역적 폐쇄성을 바탕 요인으로 볼 수 있을 거 같다.
“고대에 가장 풍요로운 농업 사회였던 이집트는 동쪽과 서쪽은 사막으로 둘러싸이고, 남쪽과 북쪽은 폭포와 바다로 막힌 폐쇄된 사회였기 때문에 물물교환이 2000년이 넘도록 이어지며 금속 화폐가 늦게 출현했다.” 농업에 적합하지 않았던 유럽이 무역과 세계 진출에 활발했던 게 향후 세계 제패로 이어진다.
두 번 째로는 자본주의 경제로 발전하지 못한 점이다.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화폐의 기능을 주로 3가지 기능으로 보는데 “① 가치의 교환 수단, ② 가치의 계측 수단, ③ 가치의 보존 수단”이다. 현대에 들어서는 화폐에는 제4의 기능이 막강해졌다. “④이자로 인한 자가증식”. 이 기능이 ‘금융’으로 이어져 자본주의 경제를 탄생시켰다.
‘이자 소득’의 막강함을 잘 알았던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는 공동체 내의 이자 소득을 금지했지만, 로마제국이 고향에서 추방해 망국민이 된 유대인의 종교는 예외적으로 타민족에게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대부업을 인정했다. 유대인이 지금 경제 세계의 주축이 된 배경이다.
10세기에는 수학·부기 등 이슬람 문화가 상인에 의해 유럽에 전해지며 상업이 광역화·대규모화되었고 이로 인한 화폐 부족 현상은 신용경제(이슬람의 어음·중국의 지폐)를 확대했다.
    


    
● 대항해 시대 이후 경제 중심의 이동
“생태계의 변동을 동반하는 신대륙과 구대륙의 대규모 동·식물 교류를 아미레카 역사학자 앨프리드 크로스비(Alfred Crosby)는 ‘콜롬버스의 교환’이라고 불렀다.”

 

 

대서양 주변에서 15세기에 시작된 대항해시대에는 미개발지 대서양이 상업을 토대로 개발되면서 ‘토지와 노동력의 상품화를 토대로 화폐를 활용하여 최대 이윤을 올리는 자가증식 구조’인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경제의 틀이 탄생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대서양의 역사를 토대로 19세기 후반에 세계의 4분의 1을 지배하게 된 영국의 대경제권이 형성되었으며, 영국의 번영은 아메리카합중국으로 이어졌다.…(중략)…대항해시대 이후 세계 경제는 ‘유라시아의 대륙 및 해양 경제’의 시대에서 ‘세 개의 대양이 다섯 대륙을 연결하는 경제’의 시대로 크게 전환한다. 그전까지 그다지 두드러지지 못했던 유럽이 17세기와 18세기에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경제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대서양과 신대륙 덕분이다.” “19세기가 되자 자본주의 경제가 철도·증기선·전신을 이용해 유라시아 전통 경제를 단숨에 앞질렀다. 유럽 경제의 중심은 대항해시대 이후 유라시아와 연결되던 베네치아·제노바 등 북이탈리아 도시에서 대서양과 이어지는 저지대 국가의 안트베르펜(앤트워프), 암스테르담으로 이동했다. 이 대규모 경제 변동을 상업혁명이라고 부른다.” 대항해시대 이후 유럽 각국은 아시아의 전통적인 농업 사회, 아메리카·아프리카·오세아니아의 원주민 사회를 식민지로 삼았고, 17~18세기에는 노예무역, 사탕수수 플렌테이션, 설탕 판매(대서양 삼각무역)으로 자본주의 경제의 구조화를 이룬다. 이와 비견되는 건 19세기 중반 무렵 영국의 기계제 면포, 인도의 아편, 중국의 홍차를 묶은 영국의 아시아 삼각무역이다.
대항해시대에는 ‘무적함대’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막강했던 스페인이 주목된다. 그러나 ‘① 신대륙에서 들여온 방대한 은이 오스만제국과의 전쟁, 네덜란드 독립전쟁, 30년전쟁 등의 군비를 충당하느라 국외로 유출,  ② 유대교도 추방령으로 경제 능력이 높은 유대인을 국외로 추방, ③ 신대륙에서 대량의 은이 유입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국내 산업이 쇠퇴, ④ 거래를 할 때마다 세금을 징수하는 ‘아르카바라’라는 소비세로 인해 민중의 삶이 피폐” 등으로 스페인의 세력이 기울었고, 이후 17세기 네덜란드(세계 최초의 주식회사(1602년), 튤립으로 인한 세계 최초의 버블(1637년)), 18세기 말 미국 독립전쟁과 프랑스 혁명 이후 국민국가와 국민 경제라는 세계 경제 구조가 완성되어가며 스페인 함대 격파-항해법 제정-네덜란드전에서의 승리-국채 제도-산업혁명과 철도 건설-금본위제 확립과 파운드 지폐의 세계 통화 획득 등으로 대서양 상권을 장악해 19세기 세계 최대 식민지를 차지한 영국, 19세기 말 북태평양에 진출하여 해양제국으로 성장하고 20세기에 제1차 세계대전 특수를 누린 미국으로 세계 경제 중심의 힘이 이동했다.
    
※ 유럽의 패악
“1820년대 영국에서는 라틴아메리카의 각 국가에 대한 투자 붐이 일어났으며, 1828년까지 브라질을 제외한 국가들은 영국으로부터 막대한 빚을 지고 갚지 못하는 상태에 빠졌다. 현재 신흥국들이 직면한 채무 위기의 기원은 1820년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선진국은 신흥국에 투자를 해왔으며, 투자가 확대되면서 대외 채무가 누적되었다. 그 누적된 채무는 외적 요인에 의해 문제가 되었는데, 이러한 과정은 몇백 년 전부터 되풀되어왔다.ㅡ 옮긴이)”
“유럽 각국은 아프리카를 주인 없는 땅으로 결정하고 선점권을 내세워 1880년대 이후 약 20년에 걸쳐 분할한다.” 지금 아프리카의 끝없는 내분과 경제 후퇴의 원흉이다.

 

 


    
● 산업혁명 이후 현대까지

“초기의 산업혁명을 출발점으로 삼아 약 50년 주기로 기술이 변화했다는 주장을 전개한 사람은 러시아의 경제학자 콘드라티예프(Nikolai Dmitrievich Kondratiev)이다. 이에 따라 약 50년마다의 변화를 장기파동(콘드라티예프 파동)이라고 부른다.
시대를 구분하는 방법은 학자마다 차이가 있지만, 세계사의 관점에서 공업의 변화를 고찰할 때에는 이렇게 크게 묶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파동은 일반적으로 ① 제1 파동(1780~1840, 산업혁명), ② 제2 파동(1840~90, 증기기관과 철도), ③ 제3 파동(1890~1940, 전력과 철망), ④ 제4 파동(1940~90, 대량생산과 자동차), ⑤ 제5 파동(1990~, 정보통신)으로 구분한다.”

 

“현재 우리 생활을 이루는 물건 중 대부분이 제2차 산업혁명으로 출현했으며, 경제적으로 보았을 때 제2차 산업혁명(1870년대~)이 ‘현대’의 기점이 된다.”
앞서 살펴본 책인 사토 마사루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에서도 그랬지만 세계사 기록자들은 19세기 말부터 제1차 세계대전에 이르는 시기를 현재와 매우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대불황기(1873~96)의 경제는 19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세계 경제의 변화와 상당히 유사하다. ‘잃어버린 20년’으로 디지털화에 뒤처진 현재의 일본과 대불황기 영국의 처지가 흡사하다.
영국은 대불황으로 인해 세계의 공장이라는 지위에서 내려왔지만, 자본 수출과 식민지 지배, 그리고 외국에서 들어오는 이자·배당·보험 수입 등이 호조를 보였기에 ‘세계의 은행’, ‘세계의 금융·서비스 센터’로 변신하여 위기를 벗어났다.”
    
세계사를 보면 경제 악화와 전쟁은 맞물리는 한 쌍이다. 현재는 경제 활동의 정체·후퇴(불황)와 물가의 지속적인 상승(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일어나는 경험한 적 없는 유형의 대불황(스테그플레이션)의 위험 속에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미국, 유럽, 일본의 기업들은 노동력이 저렴한 구식민지의 신흥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며 다국적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려 했다(다국적기업의 증가). 동시에 제3차 산업혁명(IT혁명)으로 인터넷이 보급되고,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며 지구화의 움직임이 강해졌다. 그 결과 국가의 틀을 넘어선 지구 규모의 수평 분업이 진행되었다. 세계은행과 다국적기업이 글로벌경제의 중심 행위자가 되고, 세계 규모의 네트워크화가 진행되어 자본주의 경제의 형태가 크게 바뀌었다.” “세계 경제는 제2차 세계대전 뒤에 미국이 구상했던 단일 세계와는 다른 글로벌경제로 움직였다. 요컨대 아시아의 신흥국에서 공업화가 진전되면서 아시아 경제가 부상하는 시대가 되고, 미국・유럽 등 선진 공업국의 우위가 흔들렸다. 세계의 경제사를 조망하면 자금은 성장지역으로 흘러가는 것이 철칙이다.” 미국은 군사와 정치력으로 경제권을 놓치려 하지 않고 있지만 베트남전 때와 마찬가지로 아랍 세계에 깊이 개입했다가 경제적 파탄을 맞았다. 전 세계적으로 과잉 투자로 인한 버블 붕괴도 끝없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인데 이 책을 통해 세세한 경제 역사 흐름을 살펴볼 수 있었으나 앞으로의 타개책 전망은 확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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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08-15 1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넘 좋아하는 실제적 실용적 가성비 뛰어난 작가입니다. ^^

AgalmA 2018-08-16 02:18   좋아요 0 | URL
그...그런가요. 전 이 저자 책을 처음 읽어서^^a 이 책 정리력은 뛰어난데 독창적인 해석력은 못 느껴서 별점 짜게 줬는데^^;

아무 2018-08-15 2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목요연한 글쓰기를 보여주는 책은 서문부터 남다르다는 생각이 드네요. 요즘 읽고 있는 <투게더>에서도 느끼는 점이지만, 서문의 요약도 그렇고 절과 절을 넘어가는 부분도 그렇고 깔끔하게 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인용해주신 서문을 보면서도 그런 점들이 많이 느껴지는..
1차 대전 직전과 같은 상황이 현재와 반복되고 있음에도 타개책이 분명치 않음은 역사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예나 지금이나 그걸 해결할 전망을 내놓기란 쉽지 않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AgalmA 2018-08-16 02:21   좋아요 1 | URL
네. 서문 정리만 봐도 작가의 내구력이 느껴지죠. 아무님 글도 그렇던데^^*

기후문제만 해도 미국 같은 강대국이 기후 변화 협약에서 마구 이탈하는 걸 막거나 제재를 못하는 식이니... 에효

겨울호랑이 2018-08-15 2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쟁이 누군가에겐 불행이고, 누군가에게는 행운이라는 슬픈 현실은 경제에서 더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AgalmA 2018-08-16 02:52   좋아요 1 | URL
그렇죠. 전쟁 물자 팔아서 부를 축적하기도 하니... 누군가는 전쟁을 바랄테고. 미국의 총기규제 문제만 봐도....
EU처럼 싸워봐야 들 될 거 없다는 걸 알아도 성질 나면 치고 박는 게 또 사람이라-_-;; 인간이 정말 이성적인 걸까요... 탐욕을 이성이라고 가린 것 같다고 역사가 말해주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