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속에 굳이 도서관을 향한 것은 무지의 추위보다 더 괴롭지는 않기 때문이다.

내가 희망도서 신청해 (다 못) 읽고 반납한 뒤에도 아무도 안 빌려보는;
브뤼노 라투르 『판도라의 희망』
을 내 전용 책인 양 다시 빌려왔다.

새 책 대출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이름들이 다 왜 이래-.-;;)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과학 분야는 경계심이 허물어질 때까지 가까이하는 게 가장 빨리 친해지는 길이다. 어려움도 곧 즐길만 해진다.

로베르토 볼라뇨 『2666』
알라딘 e book 특가 살까 말까 고심하다 일단 읽어나 보자 싶어서 빌렸다. 유명세야 익히 들었어도 당장 읽을 것도 아닌데 5권 세트를 선뜻 사기가 그랬다.
양장임에도 무척 가벼워 열린책들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깨끗한 게 빌려본 사람은 거의 없는 듯-,-;;


시작해 볼까 한다.


꽃그늘 아래 책책책~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이런 경우 세월은 조용하면서도 무자비하게 지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에스피노사는 몇 가지 불행을 겪으면서 생각을 바꾸었다. 가령 그리 오래지 않아서 윙어를 추종하는 그룹은 자기가 생각한 것처럼 윙어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문학 그룹처럼 계절 변화를 따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제로 그들은 가을에 윙어를 따랐지만, 겨울이 되면 갑자기 바로하 추종자로 변했으며, 봄에는 오르테가를 따랐고, 여름에는 심지어 그들이 모이던 술집 겸 카페를 버리고 거리로 나가 카밀로 호세 셀라를 기리는 목가시를 읊조렸다. 그런 표현 행위에 좀 더 쾌활하고 카니발적인 정신이 스며들어 있었다면, 근본적으로 애국적이었던 젊은 에스피노사는 기꺼이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사이비 윙어 추종자들과는 달리 그런 행동을 전혀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그룹의 일원들이 소설을 쓰려 하는 그에 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면서 시작되었다. 그들의 의견은 너무나 부정적이어서 어떤 때는예를 들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새우던 때면그 사람들이 자기에게 떠나라고 은근히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그들을 이제 그만 못살게 굴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그의 얼굴을 다시는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생각했다.

 

로베르토 볼라뇨 26661비평가들에 대하여

 

ㅎㅎ.... 시대와 나라를 막론하고 추종의 계절을 따르는 독서계 흐름은 비슷한 거 같다. 누구의 신간이 나왔다! 대단한 책이 번역되었다! 어떤 작가가 상을 받았다! 인지도 있는 누가 추천한 책이다! 등등으로 몰려다니는 풍경이.

그래서 나는 로베르토 볼라뇨 e book 특가가 나왔다! 해서 샀다-_-; 오늘이 이벤트 마지막 날! 결정하시라고요~

 

'볼라뇨 전염병'이라는 명칭처럼 그런 영향력은 분명 있고 비하할 거까진 없다고 생각하지만 '후장 사실주의' 하면서 한국 작가들이 그렇게 나서서 티를 내며 작품에서도 노골적으로 따라하기가 드러나는 글을 쓰는 게 과연 긍정적일까, 스스로 한계를 만드는 건 아닌지... 공부가 아닌 세계관을 구축하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고 있다. 등장 인물 많은 건 라틴 아메리카 종특인 듯ㅎㅎ;; 러시아 문학이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ㅎ; 누가 조사 좀/

 


 

 

 

 

 

 

 

● 오늘의 음악

 

공중그늘 / 선(Line)

 

 

 

 

 

 ● 오늘의 메뉴 & 내일의 음악

 

배는 고픈데 먹고 싶은 게 없다.
늘 생각하지만 알약으로 때우면 좋겠어.

식욕이 전혀 안 생김에도 불구하고 아보카도, 리코타 치즈는 언제나 환영.
책과 맥주도 언제나 환영이지.
W.G. 제발트 『캄포 산토』

"우리 중 그 누구도 진실로 자기 안에만 틀어박혀 살 수는 없으며, 우리 모두는 언제나 크든 작든 의미 있는 일을 계획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에, 마지막 몇 해를 아무런 의무에도 매이지 않고 살고 싶다는 내 안에 떠오른 꿈 이미지는 벌써부터 오후를 뭐라도 하면서 보내야겠다는 욕망에 밀려나버렸다."

ㅡ 「아작시오를 짧게 다녀오다」 중


♪ BGM
내일 엘지아트에서 관람할 Artemis Quartet 연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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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6-04 14: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 무지의 추위......
안녕하세요 아갈마님. syo in the 냉동창고 입니다.

AgalmA 2018-06-04 14:45   좋아요 1 | URL
늘 핫한 알라딘 냉장고 같은 syo님ㅎㅎ 거기 사람들이 수시로 문 열어보고 맥주며 음료며 찾아 먹는 통에 냉동 기능이 잘 될까 싶은데요ㅎㅎ;
바깥은 그렇다치고 내부는 얼어 계신다기 보다 폭사하실 거 같은 모습이시던데...케어 잘 하시길^^

2018-06-04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04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8-06-04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장 읽을 것도 아닌데 5권 세트를 선뜻 사기가..에서 무척 찔립니다ㅠㅠ 2666 나오자마자 샀지만 아직 첫 권 펼쳐보지도 않은-_-

하여간^^; 제목도 첨 들어보고 무지막지 어려워보이는 책들을 즐겨 읽으시는 AgalmA님 존경합니다@_@;;;;

AgalmA 2018-06-10 16:15   좋아요 0 | URL
찔리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책 사는 문제에서는 저도 피할 수 없는 지점이기도 하고^^;;
제가 읽는 책들이 특별히 어려운 축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세상의 책은 무진장 많으니 사람마다 인상이 다를 순 있겠지요. 요즘도 맥주와 책 취미는 여전하신지^^...요즘 특히 그런 계절이지요. 이거 습관되니 더 술쟁이가 되는 기분이ㅜㅜ;

겨울호랑이 2018-06-05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쏟아지는 신간을 좇아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모자라기에 시간을 두고 읽으려 합니다. 그러다보니 신간이 구간이 되었을 때, 책을 읽게 되네요.ㅋㅋ ^^:) 신간은 이웃님들의 리뷰로 찜해두는 것으로... 남들은 회로 먹을 때, 매운탕으로 끓여 먹는 겨울호랑이입니다.ㅋㅋ

AgalmA 2018-06-10 16:18   좋아요 1 | URL
신간에 주는 굿즈가 천천히 나올 때가 많아서 호기심에 신속하게 사는 짓 이젠 안 하려고요-ㅅ-)! 쳇)))
매운탕 먹는 겨울호랑이라니ㅋㅋ 넘 운치있고 멋진 거 아닙니까ㅎㄱㅎ)!
맨날 굿즈에 징징대는 저보다 훨 어른이심-ㅁ-b

겨울호랑이 2018-06-10 19:04   좋아요 1 | URL
사실 구간도 읽을 거리가 넘쳐나서 신간까지는 쉽사리 엄두를 못내네요 ㅋ 내공이 부족한 관계로 신간이 구간이 될 때에야 읽고 있습니다 ㅋㅋ

AgalmA 2018-06-14 16:24   좋아요 1 | URL
내공이 부족해 신간 구경으로 삼매경인 중생 부끄럽게(ㅜㅜ);;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