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주 번역 시집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이 시집이 특히 맘에 드는 건 커버부터 페이지 한 장 한 장 튤립 이파리처럼 매끄러움과 부드러움이 가득해서다.
시의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이 그러한 것처럼!


5월 26일 자 1125회 <그것이 알고 싶다>는 삼성 노조 탄압으로 한 달 수입이 최저생계비도 안 되는 40만 원이었던 서비스센터 수리 기사의 자살에 얽힌 이야기였다. 그런 그의 유족 합의 보상금으로 나온 6억... 삶에는 절대 주지 않던 돈. 2014년에 받은 그 목숨 값을 다 써버렸다는 아버지.
원망스럽다.
원망스럽다.
강릉까지 갔지만 사망 시간을 추정하건대 정동진 일출을 보지 못하고 그는 눈을 감았을 거라 했다. 그는 일출처럼 승리의 희망을 꿈꾸며 유서를 남겼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모든 시가 그렇게 스러지는 우리 노동자들을 위한 추모 시이며 강령처럼 읽힌다. 이 날은 「변증법을 찬양한다」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생각하라"
지배자가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 비웃는 우리의 소원이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
"생각하자"

"싸우자"

 

 

 

 

 

소설은 보편성의 획득

"나는 전날보다 조금씩 조금씩 더 더러워지고 더 너저분해지고 더 혼란스러워져서 차츰차츰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과 달라졌다. 그러나 공원에서는 자의식이라는 짐을 지고 돌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공원은 내게 문턱, 경계선, 내면과 외면을 구분하는 방법을 제공했다. 길거리에서는 어쩔 수 없이 나 자신을 다른 사람들이 보는 식으로 볼 수밖에 없었지만, 공원은 나에게 내면적인 삶으로 돌아가 순전히 내면적인 관점에서 나 자신에 전념할 기회를 주었다. 나는 하늘을 가릴 지붕 없이는 살 수 있지만 내면과 외면 사이의 평정을 확립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공원은 나에게 그것을 가르쳐 주었다. 어쩌면 그곳은 정말로는 집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피난처가 없었던 내게는 그곳이 집이나 거의 진배없었다."

 

ㅡ 폴 오스터 『달의 궁전』

하루키나 폴 오스터의 책 세계엔 청춘의 실패자, 패배자, 뚜렷한 인생 목표 없음, 무기력의 진한 페이소스가 있다. 하루키의 한 수 내려놓으면서 치고 들어가는 공략과 오스터의 치밀한 직조 공략 비교는 재밌다. 하루키가 환상을 적극 끌어들인다면 폴 오스터는 우연을 적극 끌어들인다. 그것들은 대체로 긍정을 향한다. 작가가 세상을 보는 관점의 미묘한 혹은 극명한 차이는 언제나 흥미롭다. 하루키 친구의 죽음, 폴 오스터 친구의 죽음이 원체험으로 작품에 반영되는 비교도 주목할 만.
그들과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는 90년 대부터 폭발적이었던 여성 작가들, 기형도 등이 있었다. 그들에게도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의 원체험, 실패와 좌절이 강렬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충분했던가. 감성 안에서만 머무르기 혹은 치달음, 시라는 한계 등등.

지금 장강명은... 이성으로는 충분한데 감성은 얼마나 녹여내고 대변하고 있는지 그게 좀 아쉽다. 이 점은 김영하 소설에서도 계속 느끼는 점이다. 드라이한 그들의 특성. 그것은 변별 이상이 되고 있는가.
가학에 이르는 자기 몰두 아니면 소위 문단용 문학성에 그치는 한국 소설의 오랜 두 양상.

황정은, 최은영은... 과반 이상을 넘었다고 보긴 어렵다.

나는 지금 역량 이상을 해내라는 과도하고 무례한 요구를 하는 것인지도.
소설은 특수성이 아니라 보편성의 영역이다.
보편성의 획득은 정말 어려운 일.

 

 

 

 

● 책 사냥꾼의 고민
움베르토 에코 『미의 역사』(2005)는 나오자마자 샀었는데 짝인『추의 역사』(2008) 나왔을 땐 형편이 좀 어려워서 다음을 기약하고 못 샀다. 중고 알림을 해놨어도 순식간에 사라져 수 년 동안 계속 놓치다가 드디어 입수.
노총각 냄새(이거 비하인가요-,-;) 같은 게 나길래 북퍼퓸(윤동주) 칙칙~~ 금세 산뜻해졌다. 오~북퍼퓸 사길 잘했지☺

에코 앤솔로지 시리즈『궁극의 리스트』는 언제나....!

월말 되니 이제 e book 구매는 뭘 해야 할까 고민일세.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되는 건지...

 

 

 

 

 


 

 


● 알라딘 원두

신상 <알라딘 블렌딩 초여름> 나왔길래 긴급 입수ㅋㅋ
원두가 떨어져서 며칠 계속 바깥에서 입에 맞지 않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에스프레소 먹다가 내 손으로 해 먹으니 정말 좋군! 역시 내 입맛엔 에티오피아!
풍부한 향과 적당한 고소함~



● 무정한 사람
여행 약발이 떨어져 또 일상이 버거워지고 있다.

카톡에 이름, 대문짝 증명사진을 올려놓지 않아 주기적으로 연락을 하지 못한 사람은 나를 알아보기 어렵다.
오늘 대학 후배가 "저.... 혹시 ㅇㅇ 선배세요...?"
하길래 "응. 안녕 ㅇㅇ야~ 오랜만이얌!"

했더니 "엉엉, 이 무정한 선배야!X10~~~~~"소릴 들으며 ㅎㅎㅋㅋ
보고 싶었다고 말해줘서 내가 더 고마웠던 인연.
일 끝내고 아침에야 잠자리에 들며
왜 사는지 한없이 무겁던 마음에 초여름 미풍처럼 온 소식, 사람.
다음 달에 당진 가서 낮술 먹을 약속이 잡혀 좀 더 힘내 살아야겠다. 그동안 책도 더 사겠지.......

언제나 잊지 않고 있다. 내 부족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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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5-30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퍼퓸이라는 신문물을 AgalmA님 덕분에 알게 되네요. 물론 알아도 구매까지는 선뜻 손이 안가지만요.ㅋㅋ

AgalmA 2018-05-30 17:59   좋아요 1 | URL
전 얼리어댑터 쪽은 분명 아닌데 보는 게 많으니 견물생심도 증가해서 ㅠㅠ;;;

cyrus 2018-05-30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추의 역사>를 가지고 싶습니다. 책을 살 수 있는 타이밍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마침 알라딘 서점에 책이 있는데 돈이 부족해서 못 산 적이 있어요. 반대로 책 살 돈이 있는데 정작 사고 싶은 책은 없어요.. ^^;;

AgalmA 2018-05-30 19:02   좋아요 0 | URL
<궁극의 리스트>도 몇 번을 놓쳤는지ㅎ; 역사로 보면 미가 할 말이 더 많을 거 같은데 <미의 역사>보다 <추의 역사>가 더 두꺼운 게 흥미롭습니다. 에코 <중세 1> 이후 책은 엄두가 안 나네요ㅎ...아이고, 이 벽돌책들;;
ㅎㅎ 저도 그래요. 적립금 넉넉할 땐 별로 흥이 안나서 안 사고 적립금 하나도 없을 땐 관심 신간 대거 나오고 사은품 굿즈 많으면 앉아서 동동ㅎ; 일단 지르고 보는 습관을 줄이려고 노력하는데 참 어려워요^.ㅜ;

레삭매냐 2018-05-30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주 오래 전에, 정말 아주 오래 전에
<미의 역사>인지 <추의 역사>를 샀는데
지금은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못 읽었습니다. 순전히 소장용으로
쓰담쓰담을 위해 산 게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싸이러스님의 타이밍이라는 말쌈에 격렬
하게 동의하는 바입니다. 책읽기 아니
책사기는 전적으로 타이밍입니다.

AgalmA 2018-05-30 23:24   좋아요 0 | URL
<미의 역사>는 글 쓸 때 참고도 많이 해서 제겐 나름 실용적이었는데요ㅎ
<추의 역사> 도서관에서 빌려 보다가 완독 못하고 반납하기를 여러 번해서 소장하니 속이 다 시원합니다ㅎ!

예전엔 이 책들 참 두껍다 했는데 이젠 워낙 벽돌책이 많아서 만만하게 보이네요..아하하하;;; 까불다 다친다....

2018-05-31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8-06-01 20:38   좋아요 0 | URL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해서 제재가 필요한데 이럴 때 국가는 자본주의의 유령 같네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