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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빵 ㅣ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2
백희나 글.사진 / 한솔수북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내와 아이와 함께 집에서 꽤 거리가 있는 서점에 같이 갔다. 자가용이 없어서 대중 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20개월 정도된 아이를 데리고 이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의 끊임없는 호기심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면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보통 지하철은 다섯 정거장 정도 가면 내렸다가 다시 타야 한다. 이런 불편을 감수하고 먼 곳에 간 이유는 아이가 에릭 칼의 그림책에서 'Green Frog'과 'Purple Cat'을 구분해내는 데에 고무되었기 때문이었다. 한 마디로 책의 영향력에 감탄했다.
유아 동화책 코너에 주로 진열되어 있는 책들은 거의 눈에 익은 책들이었다. 그런데, 베스트셀러라고 진열되어 있는 책 중에 처음 보는 책이 한 권 있었다. 무슨 상을 받은 책이라고 책 껍데기에 적혀 있었다. 처음 책장을 넘기며 본 것은 역시 그림. 아이들은 주로 그림을 보기 때문에 나 역시 그림이 예술적인 것을 선호한다. 예술을 잘 모르기는 하지만 느낌상 작가의 특별한 의도가 그림 안에 있는지를 살펴보는 편이다. 그리고, 독특한 그림을 좋아한다. 물론, 주인공들은 아이에게 친숙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모두 맘에 들었다. 그림도 특이했고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것도 좋았다.
다음은 이야기 구성. 나는 그림이 맘에 들어서 아내를 불렀고 같이 책장을 넘겼다. 아내는 거의 매주 아이랑 같이 어린이 도서관도 가고 유치원 교사로 5년 정도 근무한 경력이 있어서 동화책을 꽤 많이 읽어 봤다. 아내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재미있어서 가슴이 떨려."라고 평했다. 나도 참 즐겁게 읽었다. 구름으로 빵을 만든다는 것도 재미있었고 그 빵을 먹었을 때 일어나는 사건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책에 나오는 아이들이 아빠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내가 아내에게 했던 질문 한 가지.
"아니 아빠도 구름빵을 먹고 출근하면 되었을텐데 왜 그냥 간 거야?"
내가 지금 생각해도 참 나다운 질문이었다. 아내의 대답은.
"구름빵을 먹고 하늘을 날게 될 줄 몰랐던 거지."
"아..."
삶의 의외성. 그것은 우리를 당황스럽게 하기도 하지만 즐겁게도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이야기가 내게 즐겁게 느껴졌던 이유는 바로 그 의외성이라는 요소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아이가 읽을 책을 엄마, 아빠가 이렇게 좋아해도 될지 모르겠다. 아내와 같이 이 책을 읽을 동안 아이는 자고 있어서 이 책을 보여주지 못했다. 집에 와서는 바로 알라딘에서 주문을 했다. 이 책을 보며 즐거워할 아이의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