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에 덥석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44
키소 히데오 글 그림, 한수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아이가 만 한 살이 될 즈음에 즐겨 읽던 책이 '사과가 쿵', '달님 안녕' 등이었다. '사과가 쿵'은 책이 정말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열심히 읽었다. 한 살도 안 된 아기가 무슨 내용인줄 알고 듣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튼 '사과가 쿵'은 아이들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었다. 나는 사실 그 무언가가 너무 신기해서 책을 읽어주고는 했었다. 그리고 아기가 있는 집에는 모두 '사과가 쿵' 하나 정도는 필수적인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사과가 쿵'을 읽고 있는 사진을 페이퍼에 올렸다. 그 페이퍼를 보고 한 서재지인-조선인님-이 '한입에 덥석'이라는 책을 소개시켜 주었다.


'한입에 덥석'을 처음 봤을 때 그다지 특별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림이 그다지 인상적이지도 않았고 내용이 참신하지도 않았다. 아이들 동화책을 보면 사실 어느 정도 스토리가 빤히 보인다. 그 빤한 스토리에서 벗어나는 책은 아주 드물다. 예를 들어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를 보자. 각종 동물들이 한 마리씩 등장하고 그 동물들이 검피 아저씨에 배에 타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다. '한입에 덥석'도 마찬가지이다. 수박이 나오고 그 수박을 각종 동물들이 먹는 장면이 나온다. 그게 이야기의 거의 전부이다. 물론, 각종 동물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수박을 먹는다.


한 가지 특징적인 점이 있다면 우리 아이가 1년 전에 산 이 책을 아직도 가끔 찾아서 읽어달라고 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우리 아이가 요새 말을 좀 하면서 책을 읽는 방식이 조금 바뀜에 따라 나는 이 책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 우리가 이 책을 읽는 방식은 이렇다.

나 : "호리호리 두루미는 한 입에"
아이 :  "쭉"
나 : "불룩불룩 하마는 한 입에"
아이 : "덥석"

나만 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같이 책을 주거니 받거니 읽는 것이 참 재미있다. 그리고, 참 신기하게도 아이는 책의 내용을 기억하고 대답을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글씨는 늦게 배우는 것이 좋겠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나는 글자를 읽고 있지만 아이는 머리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를 읽는다. 아이는 그림을 보고 내가 읽어주는 말에 듣고 다음말을 생각해서 말한다. 컨텍스트-주위 환경-를 통해 텍스트-내용-를 추론해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뇌는 일종의 근육이다. 즉, 쓰면 쓸수록 발달하게 마련인데 글자를 너무 일찍 알아버리면 오히려 두뇌 발달에 해를 끼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글자를 알고 싶어하고 알게 되겠지만 굳이 글자를 일찍 깨우치도록 할 필요도 없고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 입에 덥석은 거의 독보적인 책 중 하나이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아이의 뇌를 자극시켜줄 수 있고 아빠에게 깨우침을 주는 책은 흔치 않다. 이제 막 말하는데 재미가 들려 밤에 자기 전에도 혼자서 중얼거리거나 노래부르는 아이가 옆에서 뒹굴거리고 있다면 '한입에 덥석'을 같이 읽어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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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4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설박사 2006-01-04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는 감사할 뿐입니다요. ^^

진주 2006-01-17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박사님, 축하드려요^^

설박사 2006-01-17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진주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