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는 회사 사람들 모두(그래봤자 4명)가 12시 전에 일을 끝내고 시청으로 나갔다. 슬픈 와중에도 난 참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왜 일을 못하고 있는지, 왜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며,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지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있으니까... 

뭔가 거대한 물결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듯도 하고, 가슴 어디께에 수술자국처럼 깊은 흔적이 남은 것 같기도 하고... 오늘 신문에서 동국대 불교대학원 생사의례학과(이런 학과가 다 있구나...) 교수님이 쓴 글을 봤는데 "가장 극심한 슬픔 표출은 사별이 일어난 지 일주일에서 4주 사이에 찾아온다"고. 한달간은 감정과잉을 좀 조심해야겠구나 싶다. 

냉정해지기가,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토요일 아침에 한겨레에 실린 김종철 선생님 칼럼에도 나는 막 화가 났으니까. 논리적으로는 핀트가 영 안 맞지만, "아니, 땅을 옹호하자면서 서울로 올라와 사시는 분이 시골에 내려가 땅을 옹호하며 살려고 했던 사람한테 이딴 말을 할 자격이나 돼? 권정생이 이렇게 말했다면 내가 인정한다 씩씩!" 막 이랬던 거다. 거기다가 분향소가 강제철거되었다는 뉴스를 보고는... 거의 떡실신...  

지난 일주일간 그랬던 것처럼, 하염없이 이런저런 뉴스를 찾아서 보고, 남들은 뭐라고 말하나 올블로그를 보면서 이것저것 읽어보고 그랬다. 서서히 또다시 고개를 드는 국개론(= 아무리 이래도 결국 우린 안될 거야, 왜냐면 국민들은 개*끼거덩) 비슷한 것들과, 그래도 조금 냉정하게(?) "민주당 니네가 어따 대고 사과를 요구하냐. 먼저 사과해, 아님 죽어버리든가" 얘기하는 글(사실 심정적으로는 공감 백배임), 나처럼 한없이 감성적인 글들... 사이에서 마음이 마구 춤을 추었다.   

나도 사실 그를 참 많이 미워하고 욕했다. 유치하지만, 그래야 내가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한 것 같다. (물론, 이게 다는 아니겠지만...) 너무너무 처절하게 반성했다. 고백성사까지 했다. 시국미사에도 나오시는 젊은 신부님은 죄를 사한다고 벽 너머에서 말씀해주셨지만, 나는 아직 나를 용서 못하겠다. 계속 묵주기도하고, 108배도 하고... 몸과 마음으로 계속 용서를 빌려고 한다.   

그래, 나도 안다. 국민들이 아무리 각성한다고 해도 정치권에서 뭔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여러번 확인해왔다. 그러니 이번에도 쉽게 희망을 가질 수는 없다. 아무리 보수에서 균열이 인다고 한들, 그게 다는 아니니까. 하지만 민주당을 욕하는 마음은 이상하게 편치가 않다. 아이씨, 모르겠다. 대의정치 세상에서 내가 왜 이런 걸 다 걱정하고 있음? 속상하다. 얼른 멋진 정치인들이 갑툭튀했으면 좋겠다. 열심히 돈 벌어 후원금 낼 준비 되어 있다.

신문에서 이 책 광고를 보았다. 일단은 장바구니에 담았다. 갑자기 확 옛(?)생각이 나서...  

주말 저녁, 동거녀 네꼬씨와 TV를 보다가, 아 진짜 참여정부 시절에는 최소한 "주먹을 부르는 얼굴"들은 뉴스에 안 나왔는데... 하며 회한에 젖었다. (일단 청와대 대변인 얼굴부터 함 비교해보자. 으윽. 나도 모르게 주먹이...!!) 

문재인, 윤태영, 박선숙, 천호선 ... 청와대에서 이런 얼굴들이 일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뭐냐 ;;  전에 네꼬씨에게 "왜 자꾸 사람 얼굴 갖고 뭐라고 그러냐..." 했었는데, "언니, 그럼 모르는 사람을 얼굴 말고 뭐 갖고 판단해?" 하는 천연덕스런 대답에 나는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이 얘기를 여러 사람한테 들려줬는데, 하하 다들 공감하더라!!  

갑자기 얼굴 얘기로 변해버렸으니 말인데, MB의 인상에 대한, 여태껏 내가 본 최고(!)의 평가는 다음과 같다.  "인상 더럽고 소심하고 욕심딱지만 덕지덕지에 멍청하고 개념없고 등신같은데다 고집은 세고 그러면서 남의 눈치는 살살 보는 비열함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그저 막장이구나. 아우 까면 깔수록 더 줄줄히 까고 싶으니 고만해야겠다" (http://cool120p.egloos.com/3538134)

이 책을 보니, 노무현도 노무현이지만, 함께했던 그 시절의 얼굴들이 다시 떠오른다. 미안해요, 그땐 모르고 미워했는데... 이젠 정신 차리고 잘 살 거예요. 당신들도 다시, 꼭 우리에게 힘이 되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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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6-01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케 해. 태그조차도 공감 백만 배...(>_<) 뉴스 볼 때마다 저승사자가 휙 지나가는 착각을 느껴요..ㅜ.ㅜ

또치 2009-06-02 09:09   좋아요 0 | URL
예전 서울시장 할 때 얼굴도 기사에서 가끔 보게 되잖아요. 근데 그때보다도 더 악화(글자 그대로)된 거 같아요. 글고, 그 형을 보면 자꼬 이승만이 생각나요. (얼굴 얘기 하면 끝도 없으니 그만 해야지...)
오늘 한겨레에 문재인 아저씨 인터뷰 기사 났던데, 보면서 안구정화나 할랍니다 ;;

웽스북스 2009-06-01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또치님. 저도 일기장에 그렇게 썼었어요
나는 노무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끝까지 그 사람을 믿는 사람들이 너무 촌스러워보였다.

아... ㅜㅜ

또치 2009-06-02 09:10   좋아요 0 | URL
아... ㅜㅜ (2)

순오기 2009-06-08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또치님이 네꼬님의 그 유명한 동거녀였군요.
반갑습니다~~ 불초소생 처음 인사올립니다~~~ ^^
얼굴말고 사실 다른걸로 말하긴 그렇죠~ 최규석도!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06-19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대통령은 뽑기로 뽑자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웽스북스 2009-06-19 17:50   좋아요 0 | URL
아. 그거 진짜 괜찮다.
 

 

실연 뒤에는 모든 이별 노래, 모든 사랑 노래가 다 내 얘기로 들리듯 

요 며칠은 어떤 노래를 들어도 눈물이 났다. 

이것은, 너무 늦게 그에게 바치는, 나의 사랑 노래.  루시드 폴의 <오, 사랑>이다.

(예쁜 아가씨가 불러주는 게 더 좋을 거 같아서, 이하나가 부르는 걸로 들려드릴게요.)  

예쁜 싹을 꼭 틔울게요. 이제 내가 잘할게요... 안녕...

  

고요하게 어둠이 찾아오는  이 가을 끝에 봄의 첫날을 꿈꾸네  

만리 너머 멀리 있는 그대가 볼 수 없어도 나는 꽃밭을 일구네  

가을은 저물고 겨울은 찾아들지만 나는 봄볕을 잊지 않으니  

눈발은 몰아치고 세상을 삼킬 듯이 미약한 햇빛조차 날 버려도  

저 멀리 봄이 사는 곳 오, 사랑.  

 

눈을 감고 그대를 생각하면  

날개가 없어도 나는 하늘을 날으네  

눈을 감고 그대를 생각하면  

돛대가 없어도 나는 바다를 가르네  

꽃잎은 말라가고 힘찬 나무들조차 하얗게 앙상하게 변해도  

들어줘 이렇게 끈질기게 선명하게 그대 부르는 이 목소리 따라  

어디선가 숨쉬고 있을 나를 찾아  

네가 틔운 싹을 보렴 오... 사랑.  

네가 틔운 싹을 보렴 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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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05-28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치님... 나중에 노래방에 같이 갈 일이 오게되면... 제가 이노래 꼭꼭 불러드릴게요...
이하나보다 잘할 자신은 없지만, 노래방 가면 꼭 부르는 노래에요- 아. 폴님. ㅜㅜ
저도 그저께였나, 이 노래가 너무 듣고 싶어서 '굳이' 3번 트랙부터 시작하게 해놓고 들었던 ㅜㅜ

또치 2009-05-28 13:03   좋아요 0 | URL
노래방에서는 항상 시끄럽고 신나는 노래만 불렀는데... 이젠 이런 노래가 생각날 거 같지요. 그래요, 같이 불러요 우리. 고마워요.

코코죠 2009-05-28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치님, 저 오즈마에요. 또치님이 저 쿠키도 구워주셨잖아요. 정말 맛있었는데. 전 그후로도 그렇게 맛있는 쿠키를 먹어본 적이 없어요.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또치님의 진혼곡을 들으며 저는 다시 눈물이 나요. 사실은 저도, 덕수궁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빌었어요. '부탁드려요. 제가 잘못했어요. 버리지 말아 주세요. 제발 이 나라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저는 임형주가 부른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계속 듣고 있어요. 이 노래가 또치님에게 위로가 되었음 좋겠어요.


*

내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가을엔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 줄게요.
밤에는 어둠 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 줄게요.

내 사진 앞에서 있는 그대. 제발 눈물을 멈춰요.
나는 그곳에 있지 않아요. 죽었다고 생각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넒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어제 배달된 한겨레21 표지를 보고는, 우편물 정리하던 손을 놓고 후배 앞에서 엉엉 울어버렸다. 안 그래도 웹검색하다가 "좋은 날이 오겠지요. 안녕히 계십시오..." 하는 배칠수의 성대모사를 듣고 누가 살짝 건드리기만 하면 눈물샘이 폭발할 준비가 되어 있던 참이었다. 말없이 그냥 나를 다독여주던 후배는 오늘 아침에 나를 보자마자 말했다. "어젯밤에 퇴근하고 덕수궁 앞에 갔는데요, 부장님도 꼭 한번 갔다오세요. 좀 나아지실 거예요."  

오늘은 결국, 반차를 내고 대한문 앞으로 조문을 하러 갔다. 시청앞 지하철역 출구 벽에는 누군가 한겨레21 표지만을 붙여놓았더라... 그리고 벽을 가득 채운 추모의 글들.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는 글들이 왜 그렇게 많던지, <저는 민주주의를 거저 얻은 대학생입니다. 죄송해서 왔습니다> 하는 글, <대통령님, 잘 가세요. 그리고 하늘나라에서도 저희를 지켜주세요.> 하는 글을 보니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역시나 길게 늘어선 줄... 그러나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은 "지금은 상황이 괜찮아요. 1시간 정도 기다리시면 조문하실 수 있어요." 하면서 근조 리본을 나누어주셨다. 주위를 슬쩍 둘러보니, 남녀노소 정말 다양한 분들이 줄을 서 있었는데 나처럼 눈이 벌건 사람은 잘 안 보이는 것 같아서 슬쩍 창피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결국, 분향소 앞에 다다랐을 때는 내 옆에 선 처자가 흑흑 느껴 울기 시작하더라... 

그는 우리 시대가 함께 일궈낸 '공화국'의 상징이었고, 그 소중한 상징이 절벽에서 투신해 온몸의 뼈가 다 부서졌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내 몸이 부서진 것만 같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던 거였다. 나는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으니 할일을 다했다며 더이상 돌보지 않고, 열심히 살지도 않았으며, 탄핵 때 지켜줬더니만 후반기엔 영 내 마음 같지 않다며 그를 미워하고 욕하기에 바빴다. 그가 끝까지 얼마나 악전고투하며 공화국을 지켰는지, 나는 이제서야 알았던 거다. 내 눈물의 의미는, 굳이 따지자면 그런 것이었다.   

조문을 마치고 잠시 정동길에 앉아 나는 기도했다. 처음에는 명복을 비는 말로 시작했으나, 결국 나는 "이젠 잘할게요 하느님. 더이상 이런 고통을 저희에게 주지 마세요. 제가 잘할게요..." 하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제는 조금, 괜찮아졌다.  

어젯밤 잠들기 전에, 그리고 오늘 출근길에, 분향 순서를 기다리며... 많은 생각을 했다. 좀 그만 울고,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는 자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하는 것 같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상상을 했다.

_ 보수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노무 MB는 답이 없다. 멍청한 데는 약이 없거든. 조선일보가 지금은 방송국 하나 어떻게 좀 해보려고 안간힘 쓰며 참고 있는 거 같은데, 방송법이 통과되면 통과되는 대로, 통과를 못 시키면 또 그러는 대로 이런 무뇌아 세퀴 이젠 필요엄따! 하면서 MB를 버릴 것 같다.  

_ 혹시 올해를 어찌어찌 버틴다 해도, 내년 지방선거 이후 자리를 얻지 못한 MB 주위의 엽관배들은 그를 버릴 것 같다. 더이상 그 주변에서 얼쩡거릴 이유가 없잖아? 그들이 그네공주한테 가든, 70원 몽준이한테 가든, 오세훈한테 가든, MB 한테 불리한 자료들은 다 갖고 가겠지? 그래야 지들도 정당성 비슷한 걸 좀 얻을 거 아냐. 한나라당이 우왕좌왕 산산조각이 나면, 아이고, 정말 좋겠다.

_ 이쯤 돼도 MB는 뭐가 뭔지 모를 것이다. 계속 "형님"만 찾겠지. 여기까지 생각하니까 MB가 쫌 불쌍하기도 하다. 걔는 아마 대통령이 어떤 건지도 모르고 엉겁결에 그 자리까지 갔을 것이다. 아우야, 국회의원 해보니까 이거 짱이더라, 하는 형님 말을 듣고 정치에 들어왔을 거고, 주변에 믿을 놈이라고는 하나도 없으니까 이렇게 형님하고 돈만 믿는 거겠지. 쯧쯧, 불쌍한 인생... 

_ 그래도 18대 대통령은 그네공주가 될 것이다, 왜냐면 한나라당 고정표는 죽어도 불변이니까... 하는 말이 있기는 한데, 그네공주도 별로 대통령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이렇게 공주 대접 받으며 살다 가고 싶은 인물인 듯?  MB만큼이나 철학도 없고, 별 실행력도 없고, 측근들도 별볼일 없다. 보수 진영에서 이런 인물을 과연 대통령 후보로 추대할까?  

_ 몽준이도 답이 아니다. 얘는 정말 잘못 자란 졸부 집안 자식의 전형이다.  

_ 그네공주 / 몽준 / 오세훈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더 멍청한 복병이 있을지도 모르니 이 상상은 여기서 그만. 

_  별 근거 없는 희망적 상상일 수도 있는데(ㅠㅠ), 민주당은 정세균 체제가 박살날 거 같다. 그래야 옳다. 지방선거 전에 '노무현의 적자'인 누군가가 새로운 체계 아니, 새로운 정당을 꾸렸으면 좋겠다. 아마도 그건 유시민이 되지 않을까. 유시민이 전여오크랑 설전을 벌이던 거 생각하면 지금도 약간 짜릿짜릿한 기분이다.  

_ 3.5년 뒤든 8.5년 뒤든 정권이 바뀌면, 노무현같이 '화합' 이딴 거 고려하지 말고 지금 MB정권이 하는 그대로 돌려주면 된다. 보수의 개지랄? 하라고 그래. 니들끼리 놀아라, 난 개혁해줄게, 살아남을 놈은 살아서 발악들 해보시지?  차베스같은 냉혈한 인간이 필요하다.

_  3.5년 뒤, 대통령 후보로 유시민을 찍을까 심상정을 찍을까 고민하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_ 유권자들은 바보라서, 냄비라서 지금의 이 슬픔을 다 잊을 거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일은 쉽게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1, 2년 안에 잊기에는... 너무 뼛속 깊이 아프다. 1주기가 되고 2주기가 되고... 한 시대가 침몰하고 공화국의 상징이 부서져버린 이날은 절대 잊혀질 수가 없을 거다.  

_ 떡검찰... 니들은 진짜 사상 최대의 치욕이지? 조직개편을 안할 수가 없을 테니 다들 떨고 있겠지. (대한민국 '불멸의 신성가족' 멤버인 떡검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옷 벗기는 거라고 한다. 부장검사까지 무사히 지내고, 정치권에 줄 잘 대서 권력을 잡아야 하는데 그전에 옷 벗겨버리면 아마 죽고 싶을 거라고.)   

이런 상상을 하면서 버틴 하루. 조금 덜 울었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인과 촌장, 정태춘, 이장혁, 루시드 폴 노래들만 듣다가, 오늘 저녁엔 Cold Play 의  Viva La Vida를 들었다. 3.5년 뒤, 이 노래를 들으며 광장에서 춤을 출 수 있으면 좋겠다. 잘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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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9-05-28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또치님 동명이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네꼬님의 또치님이시군요.
우리 이악물고 하나도 잊지말고 잘 살고 있다가 그 끝을 꼭 같이 보아요.

또치 2009-05-28 01:59   좋아요 0 | URL
앗, 파비아나님... 왜 안 주무시나요...
흑, 근데... 저희도 지금 잠이 안 와서 날밤 까고 있어요 ㅠㅠ

마노아 2009-05-28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덕수궁 앞에서 나눠준 저 표지의 한겨레 21을 보니, 왜 이리 아프고, 그 와중에도 사진은 왜 이리 멋지던지요. '노간지'라는 별명은 참 잘 지었어요. 태그에 공감해요. 이 악물고, 정말 잘 살 거예요...ㅜ.ㅜ

치니 2009-05-28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다가 웃었어요. '부장님'이라는 단어에 놀라서. ^-^;; 이 악물지 않고도 잘 살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어요.

또치 2009-05-28 13:04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쫌 듣기 어색한 부장님,이랍니다 ;;

코코죠 2009-05-28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치님 울지 마세요. 저도 또치님이 그만 울었으면 좋겠어요. 전 정신 차리고 똑바로 살 거예요. 잊지 않을 거구만요. 전 모두 기억해서, 전부 기록하고, 죄다 전할 거예요. 그럴 거라구요. 그게 살아있는 자, 남은 자들의 몫이니까요. 가슴이 이토록 타는 듯 아파요. 또치님의 기도 때문에 자꾸 눈물이 나요. 하지만 이제 그대 그만 눈물을 멈춰요. 우리는 살아있고,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은 이유가 있어요. 할 일이 있어요. 그러니까 울지 마세요...
 

주말에 해야 할 일들이 있었는데, 결국 하나도 못하고 말았다. 나는 불행히도 토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났고, 믿기지 않는 뉴스를 일찌감치부터 보고 들었으며,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도저히 그 뉴스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멍...한 채로 요리 프로그램 재방송을 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힘겨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각또각 칼질을 하고 반찬을 만들었다. 

눈물은 한밤에 터졌다. 베개에 머리만 갖다 대면 스르르 잠이 드는 내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라디오천국>에서 좋아할 만한 음악이 나올 시간이건만, 아무 소리도 듣고 싶지가 않았고, 읽다가 만 소설책이 눈에 들어왔지만, 아무 글자도 읽을 수가 없었다. 울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나는 대추리를 그렇게 만든 노무현을 미워하며 살 줄만 알았는데, 나는 새벽을 맞으며 울고 있었다.  

자주 연락은 없었지만 심정적으로는 꽤 가까운, 저 먼데서 조용히 욕심없이 살던 이종사촌 오빠쯤 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 느낌이랄까. 아니야, 내가 한때 순정을 바쳐 좋아했으나 냉정하게 이별을 고하며 떠난 사람이 갑자기 죽었다는 연락을 받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미워하며 잊고 싶었던 그 사람, 생전에 못해주었던 일들이 갑자기 떠올라 한없이 미안하고 서글픈 그런 마음...  

일요일에는 많이 울었다. 왜 방을 닦다가, 옷을 개다가, 기타 연습을 하다가 눈물이 나오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그 사람 얼굴이 나오는 뉴스를 보지 않아도 눈물은 갑자기 터졌고, 몇번은 큰 소리를 내며 흐느껴 울었다. 일본과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고, 서로 맥없는 인사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성당에도 갈 수가 없었다. 기운이 없었고, 사람들 사이에서 엉엉 울 것만 같아 두려웠다. 매일미사 책을 펼쳐 들고 오늘의 말씀을 읽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108배를 하고 싶어졌다. 한번도 해본 적 없는 108배를. 

작년 시국법회 때 108배 하던 동영상을 찾아서, 108배 법문 소리 부분만 따로 저장해 오디오 시디를 만들고, 거기서 시키는 대로 절을 했다. 묵주를 들고 로사리오 기도를 하는 것보다는 내 온몸으로 기도를 하고 싶었다. 세상을 이따위로 만들어놓은 건 다 내탓이요 내탓이요 뇌이며 몸이 아플 정도로 간절하게 참회하고 기도해야만 할 것 같았다. 최소한 그의 49재때까지는, 날마다 108배를 올리고 싶다.  

만일 내가 조금이라도 기운을 차린다면, 이 음반을 틀어놓을 것 같다.

장필순과 함춘호의 CCM 음반이다. 108배를 하는 마음, 버스를 타고 가며 로사리오 기도를 하는 마음, 그리고 이런 CCM 을 듣는 마음...  3가지 종교에서 내가 전해줄 수 있는 가장 간절하고 아픈 것들을 그가 가는 길에 건네주고 싶다.   

 

 

그리고 하덕규가 만든 <좋은 나라>를 들려주고 싶다.  한충은이 소금으로 연주하고 어린이가 부른 버전도 좋으니까 그것도 한번 들려주고 싶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면 이런 노래가 들려오지 않을까 생각했던 노래다.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 푸른 강가에서 만난다면, 슬프던 지난 서로의 모습들을 까맣게 잊고 다시 인사할지도 몰라요... 그 고운 무지개속 물방울들처럼, 행복한 거기로 들어가, 아무 눈물 없이 슬픈 헤아림도 없이, 그렇게 만날 수 있다면... 있다면..."

 

아마 당신은 천국에서 부르심을 받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나처럼 간절하게 기도하는 사람들이 이땅에 많을 테니까요.

나쁜 사람, 잘가요. 부디 아무 눈물 없이 편히 잘 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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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이라는 말이 점점 더 좋아진다. 자기소개할 때 "저, 살림하는 여자예요."라고 꼭 한번 말해보고 싶은데, 내 머릿속에선 이게 맞는 말인데 사회적으로는 내 뜻과 다르게 통용되니 아주 친한 무리들 사이에서만 장난스럽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15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살림'에의 로망이 있는 나는 가끔 <리빙센스> <까사 리빙> <행복이 가득한 집> 같은 잡지들을 사거나 들춰보거나 하는데, 몇해 전 잡지에서 보고 알게 된 효재의 일상은 ... 정말 부럽기가 그지없었다.  왜냐면, 내가 꿈꾸는 '살림살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예쁘지 않은 것은 어렸을 때부터 못 참았다는 사람, 괴짜 피아니스트 임동창에게 시집 가면서 그릇 100 박스, 만화책 100 박스짜리 이삿짐을 꾸렸다는 사람, 집에 오는 수많은 손님 홀대하는 법 없고, 빈손으로 보내지 않고 뭐든 보자기에 싸서 돌려 보내는 사람, 고운 한복을 짓는 것으로 밥벌이를 삼고, 그가 손으로 수를 놓아 만든 행주니 변기커버니 등등이 한국 상류층에게 환호 받으며 팔려나간다고 하고, 그러나 돈 욕심은 하나도 없어 보이는 도인 같은 여자.  

<효재처럼>이라는 책을 통해서 효재의 음식 레시피를 얻어 보고, 조금이라도 예쁘게 꾸미고 단정하게 정돈할 줄 아는 눈썰미를 배웠다. (그러나 실제 나의 살림살이는 '단정'과는 영 거리가 멀다만 ;;)  

효재의 살림은 (자기 딴에는) 돈 들이는 것과는 상관이 없지만, 이 책 뒤쪽에 나온 물건들 리스트를 보면 좀 기가 죽기는 한다. 효재야 지인들로부터 얻거나 선물받거나 만들어 쓰거나 하는 것들이겠지만, 이런 것들이 사실은 정말 명품 중의 명품인 거다. 손님 오면 내오는 각상만 해도 그렇고, 놋그릇이며, 도자기 그릇이며... 다 (준)인간문화재급 명인들이 만든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나는 이 책에서 손수 만들어 쓰는 기쁨의 구체적인 모습을 알 수 있었고, 작은 정성 하나가 얼마나 타인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 배웠다. 꽃 하나 뚝 꺾어다가, 나뭇잎 하나 뚝 따다가 음식 데코레이션하는 건 나도 이제 엥간하면 하는 짓이기도 하다. 아, 그리고... 동거녀 네꼬씨에게 가끔 하는 말인데, 내 주제에 효재처럼 그릇 욕심 내다가는 패가망신할 테니 조심하자는 것. 정말 그릇 욕심을 참을 수 없을 때는 공방에 가서 배운 다음에 만들어 쓰려고 한다 -,.-

 효재의 보자기 포장만 가지고도 책이 따로 나오기도 했다. 나는 효재처럼 비단 보자기 포장은 못해줘도, 생협에서 파는 오트밀 색깔 행주로 반찬그릇을 싸서 선물을 하면 누구든 다 너무너무 기뻐하곤 했다. ㄹ백화점에서 고기나 굴비 선물세트를 싸주는 금색 보자기는 어머니한테 몇 개 얻어왔다가 케이크나 머핀을 선물할 때 한 겹 싸서 주면 참 좋았다.  

 이렇게, 어설프지만 나름 효재의 '정신'을 따라하면 나도 '살림하는 여자'의 반열에 드는 것 같았다. 

  

 이번에 나온 책이다. 중앙 M&B에서 나온 이전 책들과는 달리 '실용서'가 아니라 '에세이'여서, 사실 나한테는 좀 시시했다. 그렇다고 '효재처럼' 살고 싶은 초보자(?)들에게 효재식 생활의 가이드 역할을 충분히 해줄 만한가 하면 그것도 좀 아니다. 2006년에 나온 <효재처럼>이 읽을거리 면에서나 화보 면에서나 실생활 응용도에서나 훨씬 나은 것 같아 좀 아쉽다.  

하지만 2006년의 시골집이 아니라 서울 성북동에 자리를 마련한 효재의 터전은 또 새롭게 구경할 만하고, 보통 사람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남편 임동창씨와의 소통 방법도 살짝 엿볼 수 있다. 다만, 말로 설명하기 힘들긴 할 테지만 마치 남남 같으면서도 사실은 서로에게 굳건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두 사람의 의사소통 방식이 좀더 친절하게 서술되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여전히 남기는 한다.  

효재의 일상은 많은 설명을 필요로 하지도 않고, 사는 모습을 찍어놓은 사진을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있으면 사실 쩌르르~하게 와닿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신간은 2006년에 나온 책보다 별로 낫다고 할 만한 게 없는 것 같다. 퇴근길에 휘리릭 보고서... 중고로 팔까 어쩔까 생각하는 중이다. 

이 생각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선물이랍시고 딸려온 수틀이다. 



발로 찍은 사진이지만, 딱히 이쁘게 연출해 찍을 일도 없기에 올린다. 아니, 어떻게 다른 책도 아니고 효재의 책인데 이딴 걸 딸려 보내나 그래?  

차라리 책을 산 사람 몇몇한테 단단하고 고운 대나무 수틀을 추첨해서 준다고 했으면 좋았을걸, 이 퍼런 싸구려 플라스틱 수틀을 어따 쓰라는 거임? 저자가 알면 아마 기절초풍할 것이다. 벽에 있는 콘센트 구멍까지도 보기 싫다고 수놓은 천으로 다 가리는 양반인데, 그런 사람 책에 이런 부록이 웬말이야? 

책 사고 딸려온 선물 때문에 화가 나보기는 또 처음이다. 나도 나름, 안 예쁜 건 못 참는 살림꾼이라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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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9-05-21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티비에 나온 걸 봤어요.
마침 전인화씨가 집에 놀러간 참이었는데, 입에 칭찬이 마르지 않더군요.
이창동과의 결혼생활은 행복해보이지 않았고, 어쩐지 저는 살림에 매달리는게 천성이라기보다 집착처럼 보였었는데, 이 글을 읽으니 제가 살림을 몰라서 괜히 꼬아 본 거구나 싶어요.
^-^;;
책 같은 건 책 자체가 선물인게 젤 좋죠, 딸려오는 게 필요 없을 정도루.

또치 2009-05-21 14:19   좋아요 0 | URL
임동창씨나 효재씨나, 괴팍한 예술가죠 뭐. 무지하게 예민하고 자아가 강한 두 사람 같어요.
사람들이 효재처럼, 효재처럼... 하지만 '선망'할 뿐이지 감히 뭐 따라할 수나 있겠나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