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해야 할 일들이 있었는데, 결국 하나도 못하고 말았다. 나는 불행히도 토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났고, 믿기지 않는 뉴스를 일찌감치부터 보고 들었으며,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도저히 그 뉴스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멍...한 채로 요리 프로그램 재방송을 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힘겨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각또각 칼질을 하고 반찬을 만들었다. 

눈물은 한밤에 터졌다. 베개에 머리만 갖다 대면 스르르 잠이 드는 내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라디오천국>에서 좋아할 만한 음악이 나올 시간이건만, 아무 소리도 듣고 싶지가 않았고, 읽다가 만 소설책이 눈에 들어왔지만, 아무 글자도 읽을 수가 없었다. 울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나는 대추리를 그렇게 만든 노무현을 미워하며 살 줄만 알았는데, 나는 새벽을 맞으며 울고 있었다.  

자주 연락은 없었지만 심정적으로는 꽤 가까운, 저 먼데서 조용히 욕심없이 살던 이종사촌 오빠쯤 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 느낌이랄까. 아니야, 내가 한때 순정을 바쳐 좋아했으나 냉정하게 이별을 고하며 떠난 사람이 갑자기 죽었다는 연락을 받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미워하며 잊고 싶었던 그 사람, 생전에 못해주었던 일들이 갑자기 떠올라 한없이 미안하고 서글픈 그런 마음...  

일요일에는 많이 울었다. 왜 방을 닦다가, 옷을 개다가, 기타 연습을 하다가 눈물이 나오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그 사람 얼굴이 나오는 뉴스를 보지 않아도 눈물은 갑자기 터졌고, 몇번은 큰 소리를 내며 흐느껴 울었다. 일본과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고, 서로 맥없는 인사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성당에도 갈 수가 없었다. 기운이 없었고, 사람들 사이에서 엉엉 울 것만 같아 두려웠다. 매일미사 책을 펼쳐 들고 오늘의 말씀을 읽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108배를 하고 싶어졌다. 한번도 해본 적 없는 108배를. 

작년 시국법회 때 108배 하던 동영상을 찾아서, 108배 법문 소리 부분만 따로 저장해 오디오 시디를 만들고, 거기서 시키는 대로 절을 했다. 묵주를 들고 로사리오 기도를 하는 것보다는 내 온몸으로 기도를 하고 싶었다. 세상을 이따위로 만들어놓은 건 다 내탓이요 내탓이요 뇌이며 몸이 아플 정도로 간절하게 참회하고 기도해야만 할 것 같았다. 최소한 그의 49재때까지는, 날마다 108배를 올리고 싶다.  

만일 내가 조금이라도 기운을 차린다면, 이 음반을 틀어놓을 것 같다.

장필순과 함춘호의 CCM 음반이다. 108배를 하는 마음, 버스를 타고 가며 로사리오 기도를 하는 마음, 그리고 이런 CCM 을 듣는 마음...  3가지 종교에서 내가 전해줄 수 있는 가장 간절하고 아픈 것들을 그가 가는 길에 건네주고 싶다.   

 

 

그리고 하덕규가 만든 <좋은 나라>를 들려주고 싶다.  한충은이 소금으로 연주하고 어린이가 부른 버전도 좋으니까 그것도 한번 들려주고 싶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면 이런 노래가 들려오지 않을까 생각했던 노래다.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 푸른 강가에서 만난다면, 슬프던 지난 서로의 모습들을 까맣게 잊고 다시 인사할지도 몰라요... 그 고운 무지개속 물방울들처럼, 행복한 거기로 들어가, 아무 눈물 없이 슬픈 헤아림도 없이, 그렇게 만날 수 있다면... 있다면..."

 

아마 당신은 천국에서 부르심을 받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나처럼 간절하게 기도하는 사람들이 이땅에 많을 테니까요.

나쁜 사람, 잘가요. 부디 아무 눈물 없이 편히 잘 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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