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는 회사 사람들 모두(그래봤자 4명)가 12시 전에 일을 끝내고 시청으로 나갔다. 슬픈 와중에도 난 참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왜 일을 못하고 있는지, 왜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며,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지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있으니까... 

뭔가 거대한 물결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듯도 하고, 가슴 어디께에 수술자국처럼 깊은 흔적이 남은 것 같기도 하고... 오늘 신문에서 동국대 불교대학원 생사의례학과(이런 학과가 다 있구나...) 교수님이 쓴 글을 봤는데 "가장 극심한 슬픔 표출은 사별이 일어난 지 일주일에서 4주 사이에 찾아온다"고. 한달간은 감정과잉을 좀 조심해야겠구나 싶다. 

냉정해지기가,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토요일 아침에 한겨레에 실린 김종철 선생님 칼럼에도 나는 막 화가 났으니까. 논리적으로는 핀트가 영 안 맞지만, "아니, 땅을 옹호하자면서 서울로 올라와 사시는 분이 시골에 내려가 땅을 옹호하며 살려고 했던 사람한테 이딴 말을 할 자격이나 돼? 권정생이 이렇게 말했다면 내가 인정한다 씩씩!" 막 이랬던 거다. 거기다가 분향소가 강제철거되었다는 뉴스를 보고는... 거의 떡실신...  

지난 일주일간 그랬던 것처럼, 하염없이 이런저런 뉴스를 찾아서 보고, 남들은 뭐라고 말하나 올블로그를 보면서 이것저것 읽어보고 그랬다. 서서히 또다시 고개를 드는 국개론(= 아무리 이래도 결국 우린 안될 거야, 왜냐면 국민들은 개*끼거덩) 비슷한 것들과, 그래도 조금 냉정하게(?) "민주당 니네가 어따 대고 사과를 요구하냐. 먼저 사과해, 아님 죽어버리든가" 얘기하는 글(사실 심정적으로는 공감 백배임), 나처럼 한없이 감성적인 글들... 사이에서 마음이 마구 춤을 추었다.   

나도 사실 그를 참 많이 미워하고 욕했다. 유치하지만, 그래야 내가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한 것 같다. (물론, 이게 다는 아니겠지만...) 너무너무 처절하게 반성했다. 고백성사까지 했다. 시국미사에도 나오시는 젊은 신부님은 죄를 사한다고 벽 너머에서 말씀해주셨지만, 나는 아직 나를 용서 못하겠다. 계속 묵주기도하고, 108배도 하고... 몸과 마음으로 계속 용서를 빌려고 한다.   

그래, 나도 안다. 국민들이 아무리 각성한다고 해도 정치권에서 뭔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여러번 확인해왔다. 그러니 이번에도 쉽게 희망을 가질 수는 없다. 아무리 보수에서 균열이 인다고 한들, 그게 다는 아니니까. 하지만 민주당을 욕하는 마음은 이상하게 편치가 않다. 아이씨, 모르겠다. 대의정치 세상에서 내가 왜 이런 걸 다 걱정하고 있음? 속상하다. 얼른 멋진 정치인들이 갑툭튀했으면 좋겠다. 열심히 돈 벌어 후원금 낼 준비 되어 있다.

신문에서 이 책 광고를 보았다. 일단은 장바구니에 담았다. 갑자기 확 옛(?)생각이 나서...  

주말 저녁, 동거녀 네꼬씨와 TV를 보다가, 아 진짜 참여정부 시절에는 최소한 "주먹을 부르는 얼굴"들은 뉴스에 안 나왔는데... 하며 회한에 젖었다. (일단 청와대 대변인 얼굴부터 함 비교해보자. 으윽. 나도 모르게 주먹이...!!) 

문재인, 윤태영, 박선숙, 천호선 ... 청와대에서 이런 얼굴들이 일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뭐냐 ;;  전에 네꼬씨에게 "왜 자꾸 사람 얼굴 갖고 뭐라고 그러냐..." 했었는데, "언니, 그럼 모르는 사람을 얼굴 말고 뭐 갖고 판단해?" 하는 천연덕스런 대답에 나는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이 얘기를 여러 사람한테 들려줬는데, 하하 다들 공감하더라!!  

갑자기 얼굴 얘기로 변해버렸으니 말인데, MB의 인상에 대한, 여태껏 내가 본 최고(!)의 평가는 다음과 같다.  "인상 더럽고 소심하고 욕심딱지만 덕지덕지에 멍청하고 개념없고 등신같은데다 고집은 세고 그러면서 남의 눈치는 살살 보는 비열함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그저 막장이구나. 아우 까면 깔수록 더 줄줄히 까고 싶으니 고만해야겠다" (http://cool120p.egloos.com/3538134)

이 책을 보니, 노무현도 노무현이지만, 함께했던 그 시절의 얼굴들이 다시 떠오른다. 미안해요, 그땐 모르고 미워했는데... 이젠 정신 차리고 잘 살 거예요. 당신들도 다시, 꼭 우리에게 힘이 되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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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6-01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케 해. 태그조차도 공감 백만 배...(>_<) 뉴스 볼 때마다 저승사자가 휙 지나가는 착각을 느껴요..ㅜ.ㅜ

또치 2009-06-02 09:09   좋아요 0 | URL
예전 서울시장 할 때 얼굴도 기사에서 가끔 보게 되잖아요. 근데 그때보다도 더 악화(글자 그대로)된 거 같아요. 글고, 그 형을 보면 자꼬 이승만이 생각나요. (얼굴 얘기 하면 끝도 없으니 그만 해야지...)
오늘 한겨레에 문재인 아저씨 인터뷰 기사 났던데, 보면서 안구정화나 할랍니다 ;;

웽스북스 2009-06-01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또치님. 저도 일기장에 그렇게 썼었어요
나는 노무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끝까지 그 사람을 믿는 사람들이 너무 촌스러워보였다.

아... ㅜㅜ

또치 2009-06-02 09:10   좋아요 0 | URL
아... ㅜㅜ (2)

순오기 2009-06-08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또치님이 네꼬님의 그 유명한 동거녀였군요.
반갑습니다~~ 불초소생 처음 인사올립니다~~~ ^^
얼굴말고 사실 다른걸로 말하긴 그렇죠~ 최규석도!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06-19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대통령은 뽑기로 뽑자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웽스북스 2009-06-19 17:50   좋아요 0 | URL
아. 그거 진짜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