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마지막 날이다.
사실, 11월이 시작될 때부터 '2009년이여, 어서 가라!' 하고 주문을 외고 있었다. 그 덕인지, 2009년의 마지막 두 달은 뭐 하는지도 모르게 후다닥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나중을 위해 올 한해를 정리해 보자면...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보고 따라하는 '올해의 ~~' 시리즈)
올해의 나 : 방황하는 서른아홉.
참 여러가지로 방황했다. 주요 내용은, 이대로 + 대도시에서 + 이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 결론은, 더 용감해지고 + 가난해지고 + 조급해하지 말고 + 어쨌든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는 것. 아아... 그런데 '떠나기 준비'의 완전 첫 단계라 할 수 있는 '살림살이 줄이기'조차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한 해를 보낸다. 이런...!
올해의 별명 : 나는 25년째 '또치'로 불리고 있는데, 소설가 정유정 선생님이 나를 '시슬리 선생'이라 불러주고 계시다, 영광스럽게도. 이유인즉슨 "당신의 피부를 보아 하니 분명 시슬리 같은 고가 화장품을 쓰는 게야!" 하는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시는데 ... 나는 몇년째 마몽드를 쓰다가 올 겨울에 한율로 바꾸어 보았다. 피부가 좋은 건, 잠을 많이 잔 탓일 거다. 괴로운 일 많았던 올 한해, 정말 잠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달랬다.
올해의 관심사 : 재미난 공연 어디 없나?
올해는 정말 미친 듯이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녔다. 주말에는 거의 홍대 앞에서 공연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인디밴드들의 음악을 들을 때가 그나마 세상 살 만하다고 느낄 수 있는 때였던 것 같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공연은 거의 매달 보았고, '좋아서 하는 밴드'를 앞으로 매우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올해의 드라마 : <선덕여왕>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지붕 뚫고 하이킥>. 더 말해 무엇하리.
올해의 버라이어티 : 버라이어티를 챙겨보는 편이 아니라, 크게 기억나는 것이 없네. 드라마 두 개의 임팩트가 워낙 커서.
올해의 책 : 업무상 책을 많이 보기는 봤는데, 여기 리뷰 쓴 책도 없고 확 기억나는 책도 없는 비극...!
2007년에 나왔으나 올해 읽었다. 아, 나도 더 방황해도 되는구나 하고 안도하게 해주었던 책. (이 무슨 엉뚱한 감상이냐.)
올해의 음반 : 이건 따로 페이퍼를 써도 될 만큼이긴 하구나... 아이팟의 '자주 들은 25곡'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이렇다.
올해의 전자제품 : 아이팟 클래식을 샀다. 값이 오르기 전에, 아마도 일산에 남아 있었을 마지막 아이팟 클래식 120G. 올 한해 정말 오랫동안 곁에 있어준 친구.
올해의 패션 : 패션,과는 별 상관없지만... 유니클로 히트텍. 후끈후끈 넘 좋아요 >.<
올해의 음식 : 유자머핀. 선물받은 엄청난 양의 유자청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머핀에 넣어봤는데, 다들 맛있어 했다. 앞으로 뭐 선물할 일 있으면 유자머핀을 많이 만들어주게 될 듯.
올해의 선물 : 네꼬씨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또치 인형을 사주었다. 받는 순간 '헉!' 하고 놀랄 정도로, 씽크로율 100 %.
올해의 성취 : 그... 글쎄... 아, 생각났다! 3월부터 배우기 시작한 기타. 일주일에 한시간씩 백화점 문화센터에 나가서 배우는데, 웬만하면 빠지지 않고 꾸준히 나가기는 했다. 성취랄 건 없다. 소리를 내는 원리를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정도? 흐...
올해의 남들은 다 좋다는데 나 혼자 별로 : 각종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올해의 남들은 그냥 그렇다는데 나 혼자 열광 : EBS 다큐 <요리秘전>. 이런 좋은 프로그램이 왜 인기가 없을까나.
내년의 소원 : 평화. (이 안에는 참 많은 구체적인 소원이 담겨 있습니다만...)
내년의 여러분에게 : 지방선거 때 원하는 후보가 뽑힐 수 있도록 노력해 보아요~
여기까지 쓰다 보니,
아, 그래도 올해 기쁘고 재미난 일도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엄청 억울하고, 엄청 슬프고, 분노가 이글이글거리는 것 같았던 한 해였지만, 그래도 나는 열심히 살았고, 재미난 것들을 찾아냈고,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공감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 기분이 좀 좋아진다. 정리하길 잘했네.
모두들 한 해 고생 정말 많으셨어요. 내년에는 그야말로 모두에게 평화를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