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을 기념하여 오디오를 개비하고 나서 한층 더 신이 나(...) 음반들을 사들이고 있는데, 사실 오디오에 걸어놓고 들을 때보다는 출퇴근하는 길에 아이팟에 넣어놓고 듣는 시간이 훨씬 많다. CD를 사서 손으로 만지고 속지를 확인하며 이 양반은 thanks to 를 누구누구에게 했나 읽어보는 것은 CD 도착 직후 단 한번뿐이다.  

요새는 젊은 음악가들조차도 CD를 모으며 음악을 듣고 공부하기보다는, 하드디스크에 몇 기가 분량의 파일을 넣어놓는 것이 자랑이라고 하는데, CD랙에 들어가지 못해 바닥에 속절없이 쌓여가는 음반들을 보니 나도 좀 고민이 된다. 계속 사야 하나...?  

그래도 답은, 좋은 음반은 단 한번이라도 손으로 만져보고, 직접 리핑하고, 누가누가 작사 작곡을 하고 세션을 하고 도움을 주었는지 실물로 확인해보고 싶다는 것. 그리고 좋아하는 것에는 꼭 돈을 내고 싶다는 것.  

'9와 숫자들'이라는 밴드의 리더는 튠테이블 무브먼트 대표 송재경군이다. 그 레이블에 있는 밴드 '로로스'를 알게 되고, 작년에는 '흐른'의 노래를 좋아했고, 붕가붕가 레코드 공연이나 '눈뜨고 코베인'의 공연 때 기타 세션으로 나와 연주해주는 9를 좋아하던 참이라, '9와 숫자들'이란 밴드가 도대체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들어보았다.

처음엔 별 특징을 잡을 수 없는 80년대 복고풍 팝음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들을수록 연주가 무척 촘촘하니 감칠맛도 있고 주로 문어체 + 경어체를 쓰는 고풍스런 가사들도 그냥 쉽게 나온 것이 아니리라는 생각이 들고 있다. 건방진(?) 가사들이 난무하는 한국 노래들 가운데, 자신과 관계를 맺어온 사람들의 겉과 속 모두에 대해 깊이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쓴 노래들 같다.  

추천곡은 <말해주세요> <석별의 춤> <선유도의 아침>. 

<석별의 춤> 뮤직비디오는 9가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꽤 귀엽다.  

  

 

 괜찮다는 입소문이 도는 여성 듀엣 '옥상달빛'의 EP 음반이다. 아직 공연은 보지 못했으나, 음반을 들어보니 꼭 공연을 보고 싶어진다.  

그런데 아니, 이렇게 예쁘고 풋풋한 노래를 하는 사람들의 음반 표지가 왜 이래? 하고 뜨악했으나... 아무튼 노래는 좋다. 이제 스물여덟이 된 두 여성이 소소한 일상도 노래하고, 인생 왜 이렇게 안 풀리냐 푸념도 하는데, 나는 이미 늙었으나 이런 노래에 공감하고 앉아 있는 걸 보면 아직도 철이 안 들었나 보다.  추천곡은 <하드코어 인생아>.    

 

 젊은, 아니 어린 여자가 혼자서 이렇게 작사 작곡에 노래, 연주까지 잘하고 얼굴도 범상치 않게 생겼다. 그저 외계인으로만 느껴진다...;; 더피, 아델 등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다이앤 버치도 좋아할 것 같다. (다이앤 버치는 그들보다는 조금은 담백한 느낌이라 듣는 마음이 더 편해서 좋아하고 있다.) 

 

 

작년에 이 라이브 영상을 보고서, 어머 이건 사야 해... 라고 조용히 속으로 외쳤다.  Nothing But a Miracle 의 라이브다.  

  

 

지금 미쿡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인디밴드 '뱀파이어 위크엔드'. 작년에 윤상이 잠깐 귀국해서 배철수 아저씨가 휴가 간 사이 며칠 진행을 맡을 때 이 밴드의 1집을 소개해서 알게 되었다. 스카, 펑크, 레게 ... 등등 온갖 신나는 것들이 다 쿵쿵짝짝 뒤섞인 흥겹고 재미있는 음악이다.  

 

 

참 돈 안 들이고 신나게 만든 Cousins 뮤직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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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02-03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사준비하면서 오디오를 사고싶었는데, 비싸기도 비싸고, 정작 활용도는 낮을 것 같고 해서 고민되더라고요. 그냥 좋은 스피커를 사는 걸로 만족해야하나 싶기도하고. 그럼에도 또치님이 어떤 오디오를 사셨는지 궁금한 1인

어제는요. 갑자기 무슨 음악을 들어야될지 모르겠는거에요. 무슨음악을 들어도 하나도 안채워져. 그래서 막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싶었는데, 내일은 (바쁘지 않다면) 또치님의 추천곡들 들으며 저도 인생 쫌 즐겁다고 느껴보고 싶네요. ㅎㅎ

또치 2010-02-03 10:29   좋아요 0 | URL
뭐, 째끄만 오디오 샀어요. 야마하 거고, 용산에서 둘러보다가 딱 눈에 들어오는 녀석이어서 데려왔지요. 75만원 들었어요.
저도 영 뭘 들어야 좋을지 모르겠을 때가 있는데, 결국 그때 찾게 되는 건 10년쯤 전에 좋아하던 노래들이더라구요. 며칠전 저의 선택은 그래서 정원영 1집 2집, 빛과소금... 이런 거 ^^

무해한모리군 2010-02-03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옥상달빛 찜 해둡니다. 그 밑에 심상치않는 포스의 언니도 찜!

또치 2010-02-03 10:33   좋아요 0 | URL
귀여운 옥상달빛, 포스 짱 다이앤 버치!
둘 다 즐겁고 힘을 주는 노래들이었어요!

치니 2010-02-03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Vampire Weekend 저도 예의주시하는 친구들, ㅎㅎ 귀여워요. 나머지도 나중에 들어볼래요~

또치 2010-02-04 09:19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귀여워요 >.< 역시 센스쟁이 치니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