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 - 도시 여자의 촌집 개조 프로젝트
오미숙 지음 / 포북(for book)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제주 사계리에 '레이지박스'라는 독채 민박이 있다. 서울에서 내려온 30대의 젊은 부부가 안거리(안채), 밖거리(바깥채), 창고 3동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제주 시골집을 구입한 뒤 뼈대는 그대로 두고 깔끔하게 개조해서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 2010년의 일. 이 집은 여행객들에게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도시를 탈출하고 싶었던 많은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 당시만 해도 제주 농가주택은 4, 5천만 원 정도면 구압할 수 있었는데, 레이지박스 이후로 농가주택을 찾는 외지인들이 어찌나 많아졌는지, 지금은 농가주택이 씨도 말랐을뿐더러 간혹 나온다고 해도 8, 9천만원 선에서 거래가 된다고 들었다. (2013년부터 레이지박스는 하루에 한 팀에게만 빌려주는 독채 민박으로 전환했다.) 

2008년부터 제주 이주를 고민하기 시작했던 나에게도 '레이지박스'의 기획과 감각은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고, '제주 내려가면 나도 게스트하우스를 할까' 6개월 정도는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파주과 일산과 서울에서 최신의 트렌드로 무장한 건물들 속에 살면서, 가끔 레이지박스 블로그에 들어가 오래된 시골집의 낮은 지붕, 자전거가 서 있는 잔디밭, 창고를 개조해 만든 작은 카페에 햇살이 내리쬐는 사진만 구경해도 참 기분 좋아지곤 했던 기억이 난다. 


<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 참 직설적이어서 끌리는 제목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2천5백만원으로 시골집 사서 5천만원 들여 멋지게 고쳤습니다"이지만.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부 '땅따먹기'. 2부 '고칠 준비', 3부 '헐고 짓기'까지는 집과 땅을 고르고 완성하기까지의 이야기로, 전체총 224p 가운데 85p를 차지한다. (이야기하는 항목은 많은데, 생각보다 분량은 적었다.) 그리고 4부는 '집구경'이다. 책의 2/3 가까운 분량이 화보집 수준의 집 사진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구경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북유럽 풍이 유행한다고 혹은 또 어디 풍이 유행이라고 해서 그걸 무작정 따라하거나 한 가지 컨셉으로 꾸민 집이 아니라, 자신의 삶이, 취향이 그대로 반영되는 집을 마련한 것이 좋았다. 세월이 담기지 않고는 도저히 완성되지 못하는 규방공예 작품들이라든가, 한 땀 한 땀 수를 놓은 수건이며 덮개며... 직장인 혹은 어머니나 아내 오미숙이 아니라, 취향을 가진 한 인간으로서의 오미숙을 보여줄 수 있는 소품들. 나도 그런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로 이주해서 집 짓는 과정에 대한 '정보'가 생각보다 양이 적기는 했지만, 꼭 챙기고 알아두어야 할 알찬 정보들이 가득해서 꽤 만족스러웠다. 

왜 시골로 가려 하는가? 완전히 귀농할 것인가 아니면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는 것인가? 구매를 결정하기 전에 이것저것 꼼꼼히 따져봐야 할 요소들은 무엇이 있나? 헌집의 뼈대를 어디까지 살리고 어디까지 손을 볼 것인가? 인테리어 컨셉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등 ...  

이 많은 것들을 혼자 힘으로 해낸 저자를 따라서 열심히 고민을 하든가, 그렇지 않으면 돈을 써서 이런 전문가를 찾아내고 맡기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길일 것이다. 아니면 자기 시간을 엄청 투자하든가... 


가끔 '무작정' 시골로, 제주로 내려왔다는 사람들을 만나곤 하는데, 운이 좋으면 모든 것들이 술술 풀리기도 하겠지만, 준비 없이 내려온 사람들은 대부분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시간이든 돈이든 무엇으로든 때워야 하는 ... 

나는 제주에 내려오기까지 생각하는 시간이 4년 정도 되었고, 머릿속으로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해보았다. 그래도 여전히 뜻밖에 많은 것을 새로 배우고 깨닫곤 한다. 이것이 고통스러운 배움이 아니라 '공부'의 한 단계여서 즐겁기도 하다.


<2천만원으로 집 한 채 샀습니다>는 충청 내륙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해 집을 짓고 정착하는 이야기이지만, 그 어느 곳을 가려고 결심한 사람에게도 유용한 책이다. 인생 후반부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고, 무슨무슨 풍이 아니라 날마다의 삶이 담긴 인테리어와 소품을 구경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좋은 눈요기가 되었고, 세상은 점점 팍팍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재미나게 풍요롭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꿀꿀페파 2013-12-22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갑니다!

또치 2013-12-22 13:11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수고가 많으세요~!
 
[나쁜학교]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쁜 학교 푸른숲 어린이 문학 31
크리스티 조던 펜턴 외 지음, 김경희 옮김, 리즈 아미니 홈즈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캐나다 현대사, 그중에서도 이누이트가 살고 있던 땅에 들어온 유럽인들이 그들을 지배하기 위해 서양문물을 퍼뜨리던 시절의 이야기다. (인디언들을 끔찍하게 학살하며 '개척'되었던 미국의 역사가 새삼 떠올랐다.)

주인공 올레마운은 배다른 언니 '로지'가 읽고 있는 책이 너무 궁금하다. 언니는 학교에서 서양식 이름을 얻었고, 영어로 된 책을 읽는다. 올레마운은 언니가 다니고 있는 '학교'라는 곳이 너무 궁금하다.  학교에 대해 언니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지만, 언니의 대답은 시큰둥할 뿐. 올레마운의 호기심은 점점 커져만 간다. 부모님이 "학교는 네 모든 것을 빼앗아갈 거다"라고 아무리 주의를 줘도 올레마운은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학교라는 곳, 거기서 배우게 될 새로운 문물에 대한 호기심에 대한 올레마운의 장밋빛 꿈은 어렵게 어렵게 허락을 받아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까지도 지속된다. 얇은 옷차림으로 땅바닥에서 노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눈으로 확인하고서도, 나는 착한 아이니까 얌전히 글을 배우게 될 거야, 라고 생각한다.

학교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머리카락을 잘리고, 이누이트의 옷과 신발을 뺏기고 아이들은 서걱서걱한 교복과 스타킹, 얇은 잠옷을 받아든다. 꿈으로 부푼 올레마운이었지만, 침대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이불을 가지고 침대 밑으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 고된 노동의 나날이 이어질 뿐, 배움의 길은 잘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올레마운은 파도에도 결코 부서지지 않는 바닷가의 돌멩이처럼 단단한 아이였고, 견디기 힘든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이 목표로 했던 것을 끝끝내 이뤄내고 마는 끈질기고 강인한 아이였다.  

학교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자신이 원하던 배움을 손에 얻은 올레마운은 어렵게 어렵게 집으로 돌아간다. 엄마는 키가 껑충해진 딸을 처음에는 알아보지도 못한다. 아마도 수많은 올레마운이 이렇게 이누이트 사회에서 이도저도 아닌 낯선 존재로 살아가게 되었겠지...

변화의 물결은 너무나 거세고, 배움을 향한 호기심은 너무나 강해서, 올레마운의 동생들 또한 학교라는 곳에 가고 싶어한다. 끔찍한 학교를 겪어 보았고, 그곳으로 다시 돌아갈 이유도 없지만 올레마운은 동생들과 함께 학교로 돌아간다. 이누이트가 얼마나 고집불통인지 알기 때문에, 그리고 상처에 대한 회복력 또한 강하다는 것을 믿기 때문에.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가 새삼 생각났다. 19세기의 아메리카 대륙에서 인디언들은 잔인하게 몰살당했다. 20세기의 캐나다에서는 그런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유럽 세력은 이누이트의 문화를 말살하고 서양문화를 심었으며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고야 말았다. 지은이 마거릿 폰티악 펜턴처럼 자기 문화를 잊지 않은 이누이트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자랑스럽게 기록하고 보존하고 전파해나가기를 바란다. 원래 그 땅의 주인은 유럽인들이 아니었고, 혹독한 자연을 견뎌내며 살아왔던 이누이트들이었음을 우리 모두가 기억할 수 있도록. <나쁜 학교>라는 책 덕택에 나도 이제 '캐나다' 하면 이누이트의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곳이었음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꿀꿀페파 2013-11-18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보고 갑니다~~ 또치님!!!
 
[잘되는 집안의 10cm 비밀]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잘되는 집안의 10cm 비밀 - 풍수 인테리어를 이용한 정리와 배치의 기술 내 손으로 하는 풍수 인테리어 시리즈 1
이성준 지음 / 예문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원룸 오피스텔에 한 2년 살았던 적이 있다. 돌아보면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안 풀리는 시기였다. 방들이 양쪽으로 빽빽이 들어찬 긴 복도를 지나 내 방으로 들어가면 현관 옆으로 바로 주방이 있고, 아침을 해먹고 간 냄새는 저녁이 되어도 빠질 줄을 몰랐다. 그래도 볕은 잘 들었고, 복층 구조로 되어 있어서 침실은 그곳에 마련했다. 누가 방문이라도 했을 때 내 모든 살림살이가 적나라하게 들여다보이는 구조가 아닌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식 냄새가 섞여 있는 방 안에서 빨래를 말려야 하고, 볕이 아무리 좋아도 침구를 탈탈 털고 일광소독할 수 없었던 게 생각보다 힘들었다. 원룸이라는 공간은 '살림살이'에는 정말 꽝이구나... 하는 걸 실감했던 나날. 돈이 좀 모이자 나는 바로 이사를 결심했다.


대도시에서의 오랜 아파트 생활, 그리고 제주 이주 첫 해의 아파트 생활을 지나 지금은 한적한 주택가의 단독주택 2층에 세를 들어 살고 있다. 나이든 어르신들이 10년 전에 지은 집이라서 그런지, 하루 종일 해가 잘 들고 환기가 잘 되도록 창문을 잘 배치해서 참 좋다. 마당이 있는 남향집이고, 베란다와 창고가 널찍하다. 햇살 좋은 날 빨래를 탁탁 털어 빨랫줄에 널 때의 기분이란! 

단독주택에 살면 아무래도 아파트보다는 집에 손이 갈 일이 많기는 하지만, 마당과 햇볕이 주는 즐거움만으로도 불편함을 충분히 상쇄한다고 생각. 


하지만 내가 워낙에 다람쥐처럼 뭘 모아놓는 걸 좋아해서, 아무리 집이 좋아봤자 집안이 어수선한 게 문제다 ^^;;

정리정돈이나 수납 관련 책을 봐도 그렇고, 이런 풍수 인테리어 책을 봐도 쾌적한 공간을 만드는 법칙은 아주 간단한 데 있다. "정리정돈을 잘하는 것은 기를 잘 통하게 하는 좋은 방법"(24쪽)인 것이다. "모서리 같은 곳에 잡다한 것들을 마구 쌓아놓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참으로 찔린다 ;; 


이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10cm의 비밀"이란 기의 흐름을 막지 않도록 가구와 가구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가구와 벽 사이도 10cm 는 띄워 놓아야 한다는 것. 눈으로 봤을 때 답답하지 않고 먼지가 낄 때마다 자주 청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니 당연히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아예 붙박이장을 해놓은 경우는 어쩌지? 붙박이장은 그냥 벽면으로 치는 건가? 이게 좀 궁금하다. 


이 책의 저자는 같은 출판사에서 2006년에 풍수 인테리어 시리즈를 3권으로 낸 바 있는데, 지금은 품절이다. 아마도 이 책은 그 세 권의 책에서 요점을 잘 추려서 한 권으로 낸 것이 아닐까 싶다. 붙박이장 같은 최근 트렌드에 대한 언급이 없고, 지금은 구경도 힘든 '카세트'라든지 '영어 테이프' 같은 단어가 등장(130쪽)하는 걸 보면 시류에 맞춰 새로 쓴 게 아니라 예전 버전을 잘 편집하는 데 중점을 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살짝 든다. 

집안의 남녀 관계에 대한 관점 같은 것도 좀 구식(?) 사고방식이라 쉽게 동의하기 힘든 대목도 많았는데, 어쨌든 이 책의 요점은 분명하고 단순하다. 집안에 생기를 부여하라는 것!

생각해보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정리 정돈 잘하고, 해가 잘 들고 통풍이 잘 되도록 물건들을 재배치하고, 식물을 적절히 이용해 생동감을 주면 된다. 안방, 공부방, 화장실, 거실 등등 모든 부분에 거의 같은 원리가 적용되는데, 이 얘기를 좀 반복적으로 얘기하고 있어서 지루할 수도 있으나  책을 다 보고 나면 뇌리에 확실히 각인되는 효과가 있다. 자, 일단 나는 정리 정돈부터...!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꿀꿀페파 2013-11-18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보고 갑니다.
 
[해피투게더 3 : 야간매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해피투게더 야간매점
KBS <해피투게더> 제작진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별점을 매겨야 하는 '마이리뷰'로 쓸까, 페이퍼로 쓸까 망설이다가, 재미있고 유익하게 보았다는 리뷰들 사이에 나의 리뷰를 그래도 끼워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페이퍼 아닌 리뷰로 쓴다.


밤에 배가 고파져서 냉장고와 찬장을 주섬주섬 뒤져서 뭔가를 해먹어야 할 때는 요리의 ABC 같은 걸 따질 겨를이 없다. 라면을 부셔서 스프를 뿌려 먹든, 찬밥에 참치 통조림을 끼얹어 먹든 허기를 해결하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나는 그런 요리를 먹느니 차라리 물 마시고 얼른 잠을 자는 편을 택하는 사람이다. 시판 냉동만두로 군만두를 해먹더라도, 얹어먹는 소스만큼은 최선을 다해 만드는... 그러니 이 책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 것도 당연하고, '우리 아이한테도 해줄래요'라는 누군가의 기대평에 기함을 하기도 했다. 어머님, 저... 정말입니까? 평소엔 뭘 해먹이시죠? ) 


야간매점에 등록되었다는 메뉴들을 살펴보자.

맨 처음 소개되는 것이 개그맨 장동민이 소개했다는 '장스밥'. 쌀밥에 라면스프를 뿌리고, 참치캔을 따서 넣고, 달걀을 넣어서 비빈다. 끝. 뭐야, 이게?!

같이 사는 짝꿍에게 "여보, 이게 맛있어 보여? 야간매점 대표 메뉴래." 했더니 

"고등학교 때 기숙사에서 먹을 거 없을 때 해먹던 거야."라는 대답. 아... 피난민 시절 먹던 음식을 그리워하는 실향민의 향수 같은 건가??


건빵을 부수어서 우유에 타먹는 '건플레이크'도 있다. 군대에서 먹었음 직한 간식이라 짝꿍에게 또 물어봤다. "이거 다시 먹으라면 먹겠어?"  

대답은 "아니. 미쳤어, 이걸 먹게?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최고 인기였다는 '지성만두밥'은 또 어떤가 보자.

즉석만두를 전자레인지에 찐 다음 으깨고 밥과 함께 비빈다. 끝.

이걸 잡채밥 맛이라며 다들 좋아했다고... ㅠㅠ  아, 나 눈물 좀 닦고... 


메뉴도 메뉴지만, MC 들이 시식하면서 했다는 말들이 나는 너무 믿어지지 않았다.

'비빙죽'이라는 메뉴가 있다. (248p) 

우리 모두가 잘 아는 비비ㅂ 이라는 아이스바를 3등분해서 냄비에 끓인다! 국물이 졸아들 때까지 계속 저어주면... 정말 맛있는 단팥죽이 된다는 것... "유명 팥집에서 파는 팥죽 맛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고 한다. 와, 정말 이 사람들은 자기 입맛에 얼마나 확신이 있길래 이런 과감한 평가를 내리는 거지? 그럼 앞으로 그 팥죽 집에 줄 서지 말고 아이스바 끓여다가 드시지 그러세요.


재미삼아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를 책으로 소개할 수도 있고,

그걸 뭐 가족들과 함께 만들어 먹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독자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 책의 기획과 만듦새에 대해서는 한 마디 안 할 수가 없다.


이 책의 탄생 과정은 이랬을 것이다.

'야간 매점'을 가지고 책으로 만들자는 기획안이 통과된다 --> 회사는 KBS 와 계약을 한다 --> KBS 가 원고를 만들어주나? 아니다. 책에 들어갈 모든 글과 사진들은 편집자와 고스트라이터와 만화가, 디자이너의 손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 빠른 시일 내로. --> 여기 등장하는 수많은 연예인들의 얼굴을 그려대느라 만화가는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며칠뿐이었을 것이다. 캐리커처의 퀄리티를 보면 답이 나온다. --> 누군가는 열심히 화면 캡처를 해서 요리 과정샷을 만들어낸다. 화면을 캡처하니까 자막까지 그대로 쓸 수 있네?! 글 쓰는 수고를 좀 덜 수 있어서 홀가분하다,고 누군가는 생각했을 것이다. --> 디자인은 최대한 <해피 투게더> 풍으로 화려하고 알록달록하고 커다랗고 (유치하게). 


이 책은 '요리'책으로 보기에는 빵점이다. 그러나 <해피 투게더>라는 프로그램을 사랑하는 시청자가 프로그램 관련 상품으로서, 혹은 <해피 투게더>를 보지 못할 때도 프로그램을 떠올릴 수 있는 '오락'적 기능으로서는 그나마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진지한 독서를 하실 분이 이 책을 구입하실 일은... 없겠지...  

하지만 앞으로 이런 책은 계속 나오겠지. 그럴 것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꿀꿀페파 2013-10-22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공감하고 갑니다!!!
 
[피카이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피카이아
권윤덕 글.그림 / 창비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피카이아>를 이달의 리뷰 대상 도서로 적어내면서도, '흐아... 이 책 리뷰 쓰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하는 예감을 했다. 하지만 다른 알라딘 독자들이 이 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듣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망설이다가 적어냈는데... 선정이 되었네!  아, 어려운 과제를 자청했구나... 털썩! <-- 이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음. 


막상 받아든 <피카이아>는 낯설고 무거웠다. 물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이렇게 두꺼운 책인지 몰랐고, 이렇게 다양한 아이들의 아픈 사연들이 담겨 있는 줄 몰랐다.

첫번째는 글 중심으로 읽었다. 아이들이 감당하기에 이 세상은 얼마나 힘겨운 곳이 되었나 하는 슬픔과 미안함이 밀려왔다. 글자 하나하나는 결코 쉽게 쓰이지 않은 듯한 느낌이었다.  또렷한 서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 글이라서 독자로서 천천히 오래오래 읽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니 뭔가 안심이 되고 포근했다. 따뜻한 피가 나의 척추 속으로 도는 것 같은 실감이 났달까...살아 남는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에 대한 새삼스런 깨달음,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모여 있는 마지막 장면에서 받은 안도감...


두번째 읽을 때는 그림들이 비로소 눈에 세밀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그림들이 불편하고 아팠다. 리뷰를 쓸 때 인상 깊었던 그림들을 함께 올릴까 생각했지만, 어떤 것이 가장 인상깊었나를 정하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도 꼭 하나만을 꼽자면, 

공원 화장실에서 '끈적이 오빠'를 만나던 윤이가 환한 햇살 속으로, 세상 속으로 나아가 혁주에게 가 닿는 장면. 그래, 윤이야, 너는 곧 자랄 거야. 아주 크고 환하게 자랄 거야, 하고 소리쳐 주고 싶었다.


작가 권윤덕은 왜 이런 책을 만들게 되었을까.

하나의 서사로만 이루어진 그림책으로 담기에는, 아마도 2013년 무렵의 우리가, 우리 아이들이 너무나 팍팍하고 고통스럽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책의 사연들, 그림 하나하나들은 그야말로 '작가'의 눈으로 기록한 2013년 대한민국의 어떤 순간들인 것 같다. 도대체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것 같은 순간에도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으며, 견뎌내고 있으며, 아이들은 서로의 텅빈 마음 한구석들을 바라봐주면서 서로를 버텨주고 있는 것이다. 그 슬프고 아름다운 순간들이 이 책에 담겨 있는 것 같다. 


<피카이아>는 보통의 그림책에서 표현하는 인물, 사건, 내면 서술 기법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을 취했다. 어떻게 보면 '책'보다는 '영상물'로 표현할 여지가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그림들이 살아 움직이면 참 아름답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셸 공드리가 만드는,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는 영상들이 막 떠오르기도 하고... 


낯설고 어려운 책이었지만, 작가에게 고마웠다. '어린이다운 인물'을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어리고 서툴기 때문에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어떤 감정들과 순간들을 작가가 깊이 헤아리고 그 이상으로 표현해준 것 같아서 말이다.


사실은 아직도 생각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안 되어서 리뷰가 좀 왔다갔다 횡설수설이다.

언젠가는 이 책에 대해, 작가 권윤덕에 대해 좀더 긴 이야기를 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