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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랏차차 뚱보 클럽 - 2013년 제19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83
전현정 지음, 박정섭 그림 / 비룡소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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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아이를 소재로 한 동화들은 꽤 많이 출간되어 있다.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뚱뚱해도 넌 내 친구야> 에서는 뚱뚱한 아이들을 반 친구들이 얼마나 심하게 골려 먹는지가 아주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다. 남들과 다른, 튀는 외모를 가졌다는 건 우리나라에서든 유럽에서든 참 지내기 힘든 일인 것이다. 

프랑스 작가 모카가 쓴 <어디, 뚱보 맛 좀 볼래?> 의 주인공 앙리는 <으랏차차 뚱보 클럽>의 주인공 은찬이가 역도 선수가 되듯, 삼촌의 손에 이끌려 스모 경기를 구경한 뒤 스모 선수를 동경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놀리는 아이들에 맞서 스모 자세를 취하며 맞선다.

우리나라 동화 <뚱보면 어때? 난 나야>(이미애 지음) , 프랑스 청소년소설 <뚱보, 내 인생> 같은 경우는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메시지와 함께, 먹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았을 때 얼마나 힘들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 주기도 한다.


몸집이 뚱뚱하면 언제든 한 번은 커다란 고민에 부딪히게 된다. 쉽게 살이 찌는 체질인 데다 먹는 것을 좋아하기까지 한다면, '정상' 범위의 몸이 되기 위해 자기 자신의 욕망과 엄청 힘들게 싸워야 한다. 어린 아이에게는 특히나 괴롭고 어려운 일이다. 

<으랏차차 뚱보 클럽>의 고은찬이라는 주인공은 여태껏 나왔던 뚱보 이야기들의 주인공에 비해 딱히 특이한 점은 없었는데, 나에게 이 작품에서 가장 아프게 마음에 오래 남은 인물은 은찬이의 엄마였다. 은찬이 아빠를 사고로 잃고 나서,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기 위해 홈쇼핑의 뚱보 모델로 일하는 엄마는 반드시 덩치를 커다랗게 유지해야만 한다. 엄마도 원래부터 뚱뚱했고, 자기도 그런 엄마를 닮아 뚱뚱한 줄로만 알았던 은찬이는 매일 밤 엄마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음식들을 먹고 토해내면서 몸매를 유지한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다행히 엄마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빅 사이즈 의류 모델 일을 하게 된 것. 

음... 그런데 이 과정이 너무 '우연'에 기대는 설정이라 매우 아쉬웠다. 방송국 앞 식당도 아니고, 동네 식당에서 짜장면을 먹다가 의류 회사 대표님을 만나는 설정이라니... 차라리 오디션 같은 데 지원해서 당당하게 그 일을 따내는 거였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으랏차차 뚱보 클럽>은 해피 엔딩이다. 은찬이는 엄마의 반대를 무릅쓰고 나간 역도 경기 대회에서 나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엄마는 새로운 일을 시작했으며, 편찮으셨던 할머니도 건강을 되찾는다. 동화를 평가하는 데서는 유독 까칠한 또치씨이지만, 그래도 이 작품이 해피 엔딩인 것은 참 좋았다. 아빠의 어두운 그림자를 떨쳐내고 정말로 튼튼하고 씩씩한 아이가 된 은찬이도 보기 좋았고, 자신의 꿈을 새로 찾고 아들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해주게 된 엄마에게도 마음이 놓였다. 

그간 동화에서 많이 다뤄왔던 소재이고, 다리를 다친 육상 선수 예슬이와 친해지는 과정이라든가 아까 언급했던 엄마의 새로운 일자리 찾기 과정이라든가 하는 몇 가지 우연들이 매끄럽지는 않게 느껴졌지만, 오랜만에 마음 편하게 행복하게 읽은 작품이다. 문장이 짤막짤막하면서 속도감 있게 잘 흘러갔고, 등장 인물들 모두 생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뿜어내는 것도 좋았다. 

(최근 몇 년간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가운데 가장 나은 것 같다. -_- )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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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가 필요한 모든 순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샌드위치가 필요한 모든 순간, 나만의 브런치가 완성되는 순간
지은경 지음 / 레시피팩토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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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가 필요한 모든 순간, 나만의 브런치가 완성되는 순간>의 저자 지은경씨는 <샐러드가 필요한 모든 순간, 나만의 드레싱이 빛나는 순간>이라는 전작(2012년 6월 출간)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많은 요리책들이 '쉽다' '만만하다' 이런 키워드를 가지고 고만고만한 요리들을 소개하는 데 약간 질려 있던 참이라, 간단한 음식 하나에도 좀 내공이 있고 탄탄한 느낌이 드는 메뉴들이 담긴 책이 아쉬웠는데 <샐러드가 필요한 모든 순간...>을 보고는 꽤 감동을 받았다. 한식은 물론 동남아풍 요리, 멕시칸 요리, 남유럽식 요리... 등등이 '샐러드'라는 주제 아래 잘 망라되어 있는 책이었던 것이다.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식재료와 메뉴들이 담겨 있었지만, 책을 보는 내내 요리에 대한 열의가 불끈! 솟게 해주는 책이었다. 각종 채소와 소스들이 이 책 한 권으로 다 망라된 느낌이랄까. 이런 책의 저자가 또 신간을 냈다고 하니 눈길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샌드위치가 필요한 순간...> 또한 아주 튼실한 책이다. 한두 가지 속재료만으로 완성시킬 수 있는 간단한 샌드위치부터, 그야말로 '요리' 한 접시가 빵 속에 꼭꼭 채워진 듯한 풍성한 샌드위치, 그리고 '칼로리가 대폭발'하는 엄청 달고 기름진(그래서 맛있는 ㅋㅋ ) 샌드위치! 게다가 곁들여 먹으면 좋은 세련된 샐러드와 음료, 디저트 류까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책이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메뉴들은 어쩌면 이렇게 세련되고 귀여운지! 블루치즈와 감자, 구운 채소 데리야키.. 같은 샌드위치들의 재료 조합도 새롭고 재미있었지만, 대파 크림수프, 오미자귤차, 복숭아 라씨, 사과 셀러리 모히토 같은 음료들도 '아항! 이렇게 섞으면 훨씬 더 맛있겠구나~' 하고 계속 맛을 그려보게 만들었다. 요리책 읽기가 정말 즐거웠다.


저자는 꼼꼼하게 샌드위치의 기본부터 알려준다. 빵의 종류와 특징, 속재료와 빵의 궁합은 어떻게 맞추면 좋은지, 빵이 눅눅해지지 않게 바르는 스프레드의 종류와 속재료와 궁합은 또 어떤지 ... 들입다 메뉴부터 소개하는 게 아니라, 샌드위치를 이루는 기본 구성요소들에 대해 충분히 알게 한 다음, 그 요소들이 서로 잘 어울리도록 상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에 실려 있는 메뉴 말고도 자기가 좋아하는 재료들을  이렇게 저렇게 배합해서 자신만의 샌드위치를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창의력과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는 요리책이어서 참 좋았다.


맥**드에서 인기를 끌었던 모닝 메뉴를 가지고 살짝 응용해서 좀더 건강한 샌드위치로 발전시켜 본다든지, 동남아요리에 잘 쓰이는 호이신소스로 스프레드를 만들어 바르고 돼지고기 등심을 구워서 끼운 다음 고수까지 듬뿍 올려 먹는 베트남식 돼지고기 샌드위치, 또띠야에 말아 내는 멕시칸 새우 샌드위치 ... 등등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맛을 '샌드위치' 속에 담아내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다. 사실 샌드위치라는 게, 놀면서 먹기 좋자고 이것저것 다 빵에 끼워서 간편하게 먹는 게 시초가 아니던가.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드는 것은 맛있는 한 접시 요리를 만드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불에 가까이 하기가 점점 싫어지는 여름이다. 이런 계절에 나도 즐겨 해먹는 샌드위치 두 가지가 한 페이지에 소개되어 있어 깜짝 놀랐다. 


오이 샌드위치와 게맛살 샌드위치. 여름 샌드위치로 참 좋다.

특히 오이 샌드위치는 재료가 너무너무 간단하다. 오이와 크림치즈면 끝! 의외로 엄청 깔끔하고 맛있다. 영국에서는 티푸드로도 많이 먹는다고 하는데, 푸짐한 한끼 식사는 아니어도 간단한 아침이나 오후 간식으로 참 좋다. 


아, 그런데

샌드위치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재료가 바로 빵,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맛있는 식사용 빵을 구하기가 참 어렵다. 특히나 발효종을 넣어서 만드는 호밀빵은 웬만한 동네 빵집에선 잘 하지 않아서... 

게다가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들은 기본 식빵마저 정말 가관이다. 팽창제만 엄청 넣어 부풀린 나머지 빵 한 덩이의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고, 먹어도 뭘 먹은 것 같지 않은 맛... 어휴 ㅠㅠ 

묵직하고 맛있는 빵을 제발 좀 쉽게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

(히힛, 제가 사는 제주시에는 발효빵 맛있게 하는 솜씨 좋은 윈도 베이커리들이 꽤 많이 생기고 있어요. 우헤헤헤헤 신나라!) 


_ 진지하게 쓰기 시작해 어째 경망스런 자랑질로 끝나는 리뷰 ㅋ

   러브캣 님을 비롯한 12기 신간평가단 여러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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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마미 수납개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까사마미 수납 개조 - 수납으로 삶을 바꾼 여자들의 리얼 개조 스토리
까사마미 지음 / 포북(for book)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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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부끄러운데, 나는 정말로 살림살이가 많다. 혼자 살 때도 이삿짐이 6톤 분량이었으니까... (결혼해 둘이 된 다음에 1톤쯤 더 늘었다 -_- 짝꿍이 갖고 온 살림은 1톤이 안 되었음.) 

한때는 책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한때는 옷과 가방이었으며, 책과 가방들을 확 정리해버린 다음부터는 그 공간을 부엌 살림살이가 채우고 있다. 각종 주방가전과 그릇들이 ... 내가 생각해도 정말 많다. 이삿짐 센터 직원분들이 "아니, 이 집은 두 사람 사는데 뭐가 이렇게 많죠?" 하면서 두고두고 인상적으로 기억하실 정도로... -_-  (특히 주방을 담당하시는 아주머니께는 짐 정리 후 항상 팁을 더 챙겨드려야 한다. 다른 집의 1.5배 내지 2배 일은 족히 하셨을 테니까...) 

살림살이가 많으니까, 뭘 어디에 뒀는지 당연히 잘 기억을 못한다. 물론, 명석한 두뇌를 자랑하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으나... 지금은 뭐... 내가 안경을 어따 뒀지? 하고 하루에 몇번씩 찾는 게 일이다. 흑, 쓰다 보니 굉장히 슬프네.


그러나 어쨌건 계절이 바뀔 때마다 대대적인 정리정돈을 하곤 한다. 안 그러면 옷도 찾아 입을 수 없고 계절가전이라든가 각종 살림살이들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리니까. 

나는 '버리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포기를 했다. 나는 못 버리는 사람이다. 이 책에도 나온다. 물건들이 다 자신의 역사 같아서 못 버린다는 분. 나도 그런 편이다. 항상 '이걸 나중에 어디어디에 쓰면 될 것 같아!' 하는 궁리를 하곤 해서, 쇼핑백, 종이상자나 에어캡(뽁뽁이), 질 좋은 포장용 종이나 리본, 일회용 포장용기 등등을 잘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저기 선물 주는 걸 좋아해서, 실제로 이것들은 조만간 자기 쓰임새를 찾게 된다.)

이렇다 보니 얼마 간격으로 정리를 해주지 않으면 서랍이고 옷장이고 다 엉망이 되어 버린다. 수납을 잘하는 것은 삶의 즐거움과 효율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정리정돈에 활용해야 하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브랜드까지 갖고 있는 '까사마미'가 새 책을 냈다. 신간 <까사마미 수납 개조>에는 온갖 사연을 지닌 많은 여성들의 수납 개조 이야기가 파란만장(?)하게 전개된다. 이번 책의 구성은 서랍에 각을 맞춰 딱딱 개어놓은 옷처럼 단정하지는 않고, 잡지식 혹은 수다나 에세이 식으로 여러 사람의 다양한 케이스가 Before & After 사진 및 스토리텔링으로 소개되고 있다. 수납에 대해 일목요연한 정리가 필요하다면 이 책보다는 <까사마미식 수납법>을 보는 게 좋겠고, '나 같은 사람은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한 경우라면 이번 신간을 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모두들 구구절절 정리 못하는 사연이 있지만,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이 책의 잡지식 구성이 왠지 좀 정신없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으나, (폭탄 맞은 것 같았던) 남의 집이 구석구석 변해가는 것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나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시작은 버리는 것이다. 그건 집착을 버린다는 것과 마찬가지 얘기다. 자신을 부자유스럽게 하는 것이 물건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 그리고 실제로 다 갖다 버리고 없어져도 내 삶에 고통은 없으며 오히려 탁 트인 공간과 시야, 살림의 효율성이 확보됨으로써 훨씬 자유롭고 편안해지는 순간을 맛보는 것은 그야말로 '치유'에 다름아닐 것이다. 

아아, 나도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그릇과 부엌 살림들은 좀더 많이 쓰고 나서 버리고 치울래요 ㅠㅠ 

다만, 스스로 정리가 안되는 지점에 이르게까지는 절대 안하겠습니다! 그건 정말이지 '나'를 포기하고 되는 대로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걸 잘 알게 됐으니까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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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5-24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 잘 읽었습니다.
 
[검은 후드티소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검은 후드티 소년 북멘토 가치동화 6
이병승 지음, 이담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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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기 신간평가단 도서로 받은 책. 

음... 솔직한 감상평을 미리 쓰자면

이야기의 얼개가 너무 빤히 보이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너무 직접적이라

나같이 근 20년간 동화 읽고 편집한 입장에서는 무척 지루하고 읽기 힘들었다.

이제는 뭔가를 '가르치려고' 쓴 이야기는 읽어내기가 아주 고역이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착하디 착했던 흑인 소년, 그리고 그 못지않게 힘들고 괴로운 나날을 보내며 흑인 소년에 의지했던 한국 출신 입양아 소년, 거친 부모를 두었고 그에 맞는 가르침을 받고 자라 약한 자를 괴롭히는 백인 소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다혈질의 백인 소녀... 그리고 불의에 맞서지 못했던 나약한 어른들까지... 

이들이 흑인 소년의 죽음 앞에서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하나가 되는 모습은 분명히 감동적인데, 뭔가 예정된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이 이야기 앞에서 나는 계속 삐딱한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인간이 이렇게 기계처럼 일관되거나 단순하지는 않잖아? 세상은 점점 나아질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희망이 많은 곳도 아니잖아? 

특히, 희생 당한 소년 마틴의 희생을 좀더 거룩하게 하려는 의도였는지, 처음부터 그에게서 거룩한 (!) 메시지들이 직접적인 대사로 드러나는 대목들이 나는 참 거북했다. 


"지금처럼 해가 질 무렵이면 흰 구름과 먹구름과 붉은 구름이 뒤엉켜 멋진 노을을 만들지. 어때, 아름답지 않니?"

"난 우리가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모두가 어울려 사이좋게 지내야 해. 멋진 노을처럼 말이야." (17쪽)

"눈에는 눈이 아니라 눈에는 가슴! 이에는 이가 아니라 이에도 가슴! 그게 맞아." (19쪽)


아,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이런 아름다운 문장에서 하나도 감동을 받지 못한다... 고개조차 끄덕거리지 못한다.


문장 하나하나가 '가르치려는' 의도 혹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옳아'라는 메시지로 가득한 이 작품이 나는 너무 지루했다. 물론 이 작품에 감동을 받는 사람들도 충분히 많을 수 있겠으나, 제 머리로 깨닫고 가슴으로 다가온 것이 아닌 성찰과 깨달음이 그리 오래갈 수 있을지... 

인권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꼭 읽어야 한다면 차라리 <자유의 길>(줄리어스 레스터 글, 로드 브라운 그림, 낮은산)이라는 그림책을 권한다. 인간이 인간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아무런 '강요' 없이 그저 담담한 문장으로 성찰할 수 있게 해준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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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5-24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유의 길이라는 책을 꼭 읽어보고 싶어요 ^^

SMILE AMY 2015-03-18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또치 님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저는 아직 6학년이다 보니
그 책에 나오는 모든 문장들이 가슴에 와 닿아요. (음..그러니까 깨달음을 얻었어요)
특히 아줌마랑 할머니랑 에일리가 한 말이 너무 감동적이에요. ㅠㅠ
이 못된 조지 짐머맨을 감옥에 넣어야지 깨닫지 안그러면 안 깨달어..에휴...
아 불쌍한 트레이본 마틴. 흑인이 뭔 죄라고 죽이는지들...미국이라고 별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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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비룡소 전래동화 24
성석제 글, 김세현 그림 / 비룡소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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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 그림책은 이야기마다 정말 많은 버전이 있다. 바보 온달 이야기만 해도 책을 검색하면 얼마나 많은 목록이 쏟아지는지!

글 작가, 그림 작가 모두에게 다양한 해석과 변용을 가능하게 하는 옛이야기들은 세월이 지나면 지나는 대로, 시대가 바뀌면 바뀌는 대로 더 많은 아이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최근에 본 옛이야기 그림책 중에 정말 재미있었던 것은 이영경의 <콩숙이와 팥숙이>였다. 콩쥐 팥쥐를 1950년대로 데려왔음!)


텍스트만 담아서 ‘읽기 책’으로 만들 수 있는 텍스트를 굳이 ‘그림책’으로 만드는 건, 아이들 보기 편하게... 라는 이유만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못 만들어진 이미지들 때문에 상상력이 오히려 더 가로막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개인적인 체험으로는, 어렸을 적 보았던 ‘선녀와 나무꾼’의 중국 스타일 선녀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남아서 나중에 다른 작가들이 그려낸 작고 소박한 선녀 이미지에 영 적응을 못했던 기억이 있다.)

바보 온달 이야기를 고구려 벽화 이미지를 모티브로 해서 작업했다는 <평강 공주와 바보 온달> 소개를 듣고는 무릎을 탁 쳤다. 와, 정말 대단한 생각인걸!


이 책을 다 보고 나서는, ‘고구려’라는 나라, 그 나라의 사람들과 정서 같은 것들이 하나의 그림으로 또렷이 그려졌다. 지금은 가볼 수도 없는 땅에 있는 고구려의 흔적, 희미한 색과 선으로 남은 고구려 고분벽화 속 사람들의 모습을 이 그림책을 통해 선명하게 재현할 수 있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용감했던 여성과 한 장수의 모습은 물론...


소설가 성석제가 글을 쓰고 화가 김세현이 그림을 그린 <평강 공주와 바보 온달>은 표지의 배경, 그리고 앞 면지에 수많은 글자가 배경으로 깔려 있다. 천 몇백 년을 말로 전해온 이야기, 수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진 오래된 이야기임을 회색 바탕에 깔린 자글자글한 글자들이 보여주고 있다.

묵묵히 앞을 바라보고 있는 온달, 그리고 독자들을 향해 눈을 맞추는 평강 공주. 오로지 눈동자만으로 ‘자, 이야기 속으로 들어오시지요’ 하고 말하는 듯하다.


이후 펼쳐지는 그림책 화면들은 하나하나가 다 인상적이었다. 화가가 수없이 물감을 흩뿌려서 만들어냈을 고풍스런 질감과 아름다운 색들, 얼굴 표정은 눈동자만으로 최소화하여 표현했지만 움직이는 옷과 몸의 선으로 보이는 이러저러한 희노애락의 감정들.


성석제의 글은 물 흐르듯, 귓가에서 조곤조곤 들려오는 듯, 마치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노인의 목소리처럼 자연스럽고 거치적거리는 대목이 한 군데도 없었다. 자신의 문체를 주장하기보다는 옛이야기의 어법을 자연스럽게 오늘로 가져온 듯한 문장이어서 참 읽기 편했다.


인상적이었던 몇 장면...


새들이 와서 스스럼없이 놀다 가는 온달. 그가 어떤 심성의 사람이었는지를 이 그림이 잘 보여준다.


긴 소맷자락을 날리며 춤을 추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 그림책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모습이다. 고구려가 어떤 흥과 멋을 가진 나라였을지를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의 주요 인물들의 감정은 조그만 눈동자를 통해 보여진다. 나는 이 장면이 왜 이렇게 좋은지... “너를 바보 온달한테나 시집 보내야겠다”고 엄포를 놓는 임금의 얼굴에는 그저 딸에 대한 사랑스러운 마음이 가득하다. 주저앉은 울보 딸내미의 얼굴에선 고집이 엿보인다.


평강을 만난 온달은 훤칠한 인물이 되었다.


비루먹은 말도 평강을 만나자 늠름한 명마가 되었다. 아, 당근을 먹여주는 평강의 모습은 왜 이렇게 사랑스러운지. (그런데 이렇게 실하게 생긴 당근이 이 시절에 있었을까? 궁금해서 위키피디아 정보를 찾아봤더니 1세기 경 당근은 뿌리보다는 잎사귀와 씨앗을 향채소로 먹었다고 하고, 이런 오렌지색 당근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나타났다고...)



스토리로 이야기를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인상적인 장면으로 이야기의 이미지를 남기는 것 또한 그림책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 평강과 온달의 혼례 장면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이들의 사랑을 단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한다면, 이런 이미지로 남지 않을까...


고구려라는 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역사로 남았다는 것을 이 그림책으로 알 수 있게 된다. 아직은 역사가 뭔지 모를 이 책의 어린 독자들이 아름다운 색과 이미지로 고구려를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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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2-23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