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는 모든 것에 무섭게 몰두를 했었다. 꽃을 하나 놓고 보더라도, 꽃에게서 뭔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으려는 사람처럼 그렇게 장시간 으르고 달래며 그 앞에 앉아 있곤 했다. 그러면 그것들은 그녀에게 결국은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야 말았는가, 그녀는 잘게 몇 번 웃고, 찡그리기도 하고, 고개도 몇 번 끄덕거려 주고서야 비로소 자리에서 일어났었다.

대학 때, 여름마다 자두를 따러 갔었던 외가엔 외할머니와, 이모와, 나 뿐이었는데 언제부턴가 그녀는 우리에게 속하지 않고 있었다. TV 앞에 앉아서도 TV를 보지 않았고, 나와 밥을 먹으면서도 나를 보지 않았다. 내가 던진, 분명히 그녀에게 가 닿았을 질문은 한번도 그녀를 내 앞에 불러내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어떤 사물과도 눈을 맞추지 않았다. 건강하고 예뻤을 때, 나를 그렇게도 이뻐해주던 그녀는 그렇게 주변의 모든 것으로부터 자신을 놓았다. 마지막 해 여름엔 보름 넘어 외가에 머물렀지만 얼굴 한 번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해 겨울, 그녀는 죽었다.

일요일이었고, 맨날 늦잠이던 나는 친구의 결혼식이 대구에서 있어서 새벽같이 일어나 화장을 하고 있었는데, 이모의 죽음을 알리는 그 전화를 내가 받아버렸다. (증조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에는 나는 당신 옆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약사발을 든 엄마가 들어와 할아버지를 깨울 때까지 나는 돌아가신 것도 몰랐었다) 이모는 그 즈음 식물처럼 방 안에 누워만 있었고, 끼니를 끊은 지도 오래 되었다고 했다. 그래도 할머니는 때마다 방에 들어가 이모에게 말을 걸고, 밥을 떠 먹이고 하셨단다. 그 날엔, 새벽 기도를 가기 전에 갔다 오겠다고 인사를 하러 이모방에 들어갔더니, 웬 일로 이모가 할머니를 알아 보곤, 엄마, 교회 갔다 와서 맛난 것 좀 해줘 하더란다. 그 뒤의 이야기는 너무 뻔해서 혹시 할머니가 지어내신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교회 갔다 왔더니, 죽어 있더라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죽음에 직면한 그녀가, 죽어가는 자신의 몸을 느낀 그녀가 얼마나 무서웠을까 생각했다. 아무리 미친 사람이라지만 (그래, 빙빙 둘러 얘기하긴 했지만 그녀는 미쳤다. 미쳤다는 말 말고 더 어떻게 그녀의 상태를 설명할 수가 있겠는가)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혼자 서서히 죽어 갈 때,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었겠으며 얼마나 다른 가족들이 그리웠겠는가를 생각했다. 그래서 참, 많이 울었다. 그녀가 너무 가여워서.

그런데, 이 책의 "이상한 가역 반응"에서 나는 이런 문장들을 보았다. "보이고 들리는 그 어떠한 것에도 얽매이지 않음으로써 나는 자유였다." 그는 발가벗기우고 결박당한 채, 어둠 속에 그냥 앉아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어떤 실험에 참가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나는 마냥 죽는 날까지 이대로 있으라고 해도 있을 것 같았다." 아하, 그렇구나. 결박당한 건 그의 몸이지 머릿속이 아니구나. 보이고 들리는 그 어떠한 것에도 얽매이지 않아서 그는 자유였구나. 그의 눈 앞에는 그가 바라는 모든 것이 펼쳐져 있구나. 그냥 마냥 죽는 날까지 그대로 있으라고 해도 있겠구나. 그래서 그렇게 죽어도, 그렇게 죽어가도 행복하겠구나. 몸은 그렇게 죽어도 그의 정신은 저 혼자 살아 그렇게 언제까지나 행복하겠구나......그렇겠구나....무섭지 않았겠구나.....

언제나,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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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2-01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버의 난이 심해서 겨우 들어왔는데...아프네요...

soulkitchen 2004-02-01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엔 평범하지 않게 죽은 사람이 많아요. 이상하더라구요. 아..언젠가 황석영의 <손님>을 읽고 그런 일기를 쓴 적이 있는데 함 찾아봐야지..
박성원의 이 책은 첫 작품부터 생경한 우리말들이 확확 달려드는데, 김소진의 소설에서와는 달리 그런 말들이 작품 속에 녹아들지를 못하고 생뚱맞더라구요. 근데, 그런 낯선 말들이 제겐 큰 자극이었어요. 내용은 또 얼마나 독특한지..이 책과 함께 라스꼴리니꽃 님의 리뷰와, 그 아랫분의 리뷰를 적극 추천합니다.

비발~* 2004-02-02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대의 죽음 이야기 땜시 나도 죽은 몇 사람을 생각했다오...

비발~* 2004-02-03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몸살기운이? 이런... 어서어서 뚝 떼어버리고 아들 딸 조달 작전 개시 준비하세요(우잉??)~

soulkitchen 2004-02-03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한 방이시구만요. 백마디 틀에 박힌 인사보다 바로 와 닿는구만요. 복돌성 버젼으로다 좋아요~좋아부러요~올해 작전 개시해서 내년에 확 식 올리고~쿠헤헤..

비로그인 2004-02-03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쏠키님, 쐬주 한 잔에 고추가루 타서 훌훌 들여 마시면 금방 자리 털고 일어나요. 차력팀의 명예를 위하여 한 잔 쭈욱~ 드시고 ~! 근데 비발님, 전 아무래도 임포텐스인가봐요. 그러니까 일단 젊은 시절관 달리 성욕이 없고요. 성욕이 반응을 하는 날에는 몸이 반응을 안 하고. 몸이 반응을 한다해도 또 마음이 반응을 안 하고. 몸과 마음이 반응을 하면 금방 식어버리네요...임포텐스보다는 조루에 가까운거죠?...저도 2세 생산이 가능할까요? 아무튼 대상을 찾아 헤매고 있긴 한데 아무래도 나타나 줄 것 같지 않으니 이렇게 송곳으로 허벅지를 후비고 있을 수 밖에요. 돈 후안이 말년엔 수도원에서 살았다죠. 폭발하던 욕정은 고요한 금욕과 맞닿아 있나봐요. 제가 지금 그래요. 앗~! 나 바람둥이~! 히히히...(근데 좀 죄송하네요. 쏠키님의 아픈 추억이 있는 방인데 주착없는 말을 해서요, 죄송해요, 쏠키님)

soulkitchen 2004-02-03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쐬주 처방..저거 정말 낫긴 해요? 듣긴 많이 들었어도, 해보진 않았는데...함 해봐? 암튼, 복돌성..어느 방에 무슨 얘길한들 어떻습니까. 전 그저 성님들 얘기 듣는 것만으로 좋아라우.

비로그인 2004-02-03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쏠키님, 감기몸살이 나을 수 있는 소식~! 비발샘 상 타셨어요. 캬~ 이거 우리 독수리 차력팀의 큰 경사가 아닐 수 없네요. 그것도 신인왕전에서 한 건 하셨다네요. 우리도 슬슬 세력을 확장해야 허지 않겄소? 먼저 뽀대나는 유니폼으로다 갈아입고...손님들 위해 돼지 한 마리 잡고...술 한 잔씩 돌리고...독수리 차력당 마크 찍힌 수건도 돌리고, 이번 총선 잘 부탁한다고...봉투도 섭섭치 않게 넣어드리세요. 비발샘이 상금이랑 상품 들고 오실테니까 쏠키님이 돈 관리는 잘 하시고, 비발샘돈은 우리돈, 우리돈은 또 우리돈이니깐요. 상품은 [아침형 인간] 뭐, 그런 책인가봐요. 비발샘 아침형 인간 되시라고 그건 드리시고 돈만...횡령같은 건 하지 말고요...

soulkitchen 2004-02-03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 불릴 재주는 없어도, 돈 안 나가게 지킬 자신은 있음! 시켜만 주십쇼!

비발~* 2004-02-03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은 검나게 큰 원숭이 수건으로 했으... 난 숫자 없는 벽시계 몬읽거든~ 돌돌감는 키보드는 거 뭐에 쓰는 물건인지... 얼렁 올라오드라고들. 수건으로 둘둘 감고 한 마당 펼쳐보게~ 아님 둘 중 먼저 아들 딸 구별말고 먼저 난(나온) 놈한테 줄까나?

soulkitchen 2004-02-04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익ㅡㅡ+

쎈연필 2004-02-04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성원 소설 잘 쓰죠... 첫 소설집도 무척 좋아요. 한 가지 주제에 천착하는 작가들은 요즘 잘 없는데 말이죠. 젊은 작가 중엔 발군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척 반갑네요. *^-^*

비발~* 2004-02-05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내가 노래를 다 틀어버려서 어디 틀 데가 없군. 여기다 틀어도 되겠지? 그대가 듣고잡은 코코어의 '검은새' 나갑니다~


비발~* 2004-02-05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야~ 나갔다 한참한참만에 들왔는데도 암 코멘트가 없다니!

soulkitchen 2004-02-05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따..큰성, 삐치시기는..인사하는 걸 깜빡한 저도 잘못이지만서두 ^^;
오전 내내 들었구먼요. 정말 좋지 않어요? 매번 고마워요..삐치지 말랑게요~ *^^*

비발~* 2004-02-05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근 빠따루 삐치지. 그대덜의 굴비가 나의 낙인디~(압력 팍팍 들어간다) 근데 이런 노래 조아하는겨? 난 소리 뻑뻑 지름 가슴이 덜컹거려서리... 나이탓인가?ㅠㅠ;;;;;
 

서로 권커니 잣커니 할 일도 없이 혼자 호젓하게 맥주를 마신 오늘 같은 날엔, 왠지 쓸쓸해져 내 몸을 갖고 좀 놀아도 본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그런 놀이의 끝은 더욱 쓸쓸하다. 세상에, 내 몸 하나만 남겨진 것 같다. 하지만 괜찮다. 이 노래만 들려온다면. 내가 정말 무서운 건,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보다, 더 이상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늙어 아무 것도 안 들리게 되었는데, 기억력까지 현저히 감퇴되어 이 노래의 가사를 눈 앞에 두고도 이 노래를 더이상 떠올리지 못할 때, 그때는 안락사 시켜 달라고 해야지.

조그만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사람들을 보면 /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달 떠도네 / 새까만 동전 두 개만큼의 자유를 가지고 / 이분 삼십초동안의 구원을 바라고 있네 / 전화를 걸어봐도 받는 이 없고 /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탄 채 떠도네 / 벅찬 계획도 시련도 없이 살아온 나는 / 가끔 떠오르는 크고 작은 상념을 가지고 / 더러는 우울한 날에 너를 만나 술에 취해 말을 할땐 /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로 시간은 흐르고 / 뜻없는 웃음으로 남겨진 앙금을 씻어버리는 / 그런 생활에 익숙해져 / 우울한 날엔 거리에서 또 다시 공중전화에 들어가 / 사람을 보니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 낯선 바다를 떠도네 / 거리에 흐르는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 낯선 바다를 떠도네

처음 이 앨범을 테잎으로 가지고 있었을 때에 즐겨 듣던 곡들은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 "가을은", "사랑해요", "길을 걸으며" 같은 전형적인 동물원의 곡들이었는데, 테잎이 늘어질대로 늘어져 더이상 듣지 못하게 되었을 때, CD는 이미 절판되어 구하기도 힘들었을 때에 듣고 싶어 미치겠던 곡은 오직 저 "유리로 만든 배"였다.

유준열(이 부르는 게 맞다면)의 목소리는, 이거 가수 맞나 싶다. 듣다 보면 좀 답답한 것이, 듣는 내가 자꾸 흠흠,,하며 목청을 가다듬게 되는 그런 목소리다. 게다가, 이 노래를 따라 부를라치면 이건 그냥 염불하는 것 같다. 내가 노래를 못하는 까닭도 있지만 이 노래가 워낙에 높낮이가 없이 그냥 심심허니 그렇다. 목소리도 그저 그런 그가 자기 입맛에 맞게 만들어 놓은 노래가 나는 뭐가 그리 좋은 것일까. 2003년 4월 7일, 나는 드디어 이 앨범을 CD로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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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kitchen 2004-01-27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싸~비발님, 제가 해냈어요.(^^)v 근데, 최백호 아저씨의 마이 퍼니 발렌타인도 같이 나와버려요. 그래서 저는 여기 들어오면 Esc 키를 누르는데, 저번에 비발님이 하신 것처럼 플레이를 눌러야 노래가 나오게 하려면 어떡하면 되나요? 크..암튼 좋다..

비발~* 2004-01-27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는 embed 태그를 써야 가능하더라고요. object 태그일 때는 바로 자동시작이 되니... 이궁... 그게 내 한계야요.ㅠㅠ 다만 태그 펴올 때 repeat=all 이렇게 된 것을 repeat=false로 고치면 딱 한번만 연주된답니다.

비로그인 2004-01-27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물원은 그러니까...지금의 386세대의 정서랑 잘 맞아떨어지고 그 세대들이 좋아했던 노래임엔 틀림없어요. 그런데 [유리로 만든 배]는 낯선 곡이네요. 진짜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드네. 아무튼, 빈 소주병에 숟가락 꽂고 돌림노래할 때 불렀던 노래가 '잊혀지는 것'이었어요...캬...그때 강경식당 안주 - 특히 아삭아삭 씹히는 생고구마와 생당근 - 도 좋았고 대들보 위에서 서커스하는 쥐들도 기억나지만 그 분위기도 만만치 않았죠...음치처럼 보이는 가수들의 노래가 좋은 이유는 대중적인 편안함, 친밀감, 인간미가 느껴져서 끌리더만...그러니까 왠지 나처럼 실수할 것 같고 나처럼 평범하게 생기고 나처럼 노래를 못하고... 뭐 또 없나? 하여사 [어떤날]의 조동익 아찌도 그닥 노래는 잘 부르진 못하더구만요. 잘 쓰면 취침용으로...실제로 존 사람 겁나게 많아요.
 


영화 "리플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맷 데이먼이 my funny valentine을 부르는 장면이었다. 잔뜩 주눅이 든 듯한 내성적인 목소리로 주드 로의 눈치를 봐가며 부르는 my funny valentine..오르가즘이 이렇게도 오는가...아주 편안하면서도, 살짝 흥분된다.  

맷 데이먼의 소리가 그럴진대..이 사람 쳇 베이커에 이르면 어떻겠는가...반주도 없이 부르는 blue room이나, Spring is here는 그가 은밀히 내 귓가에 불어 넣는 소리만 같다. 그의 입김으로 귓속이 젖어들 것 같은 기분. 오늘같이 혼자서 술을 취하도록 마신 밤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트럼펫 연주자인 "베이커의 노래는 카멜레온과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 소리는 한편으로 순수하게 낭만적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겁에 질린 듯, 연약한 듯 하면서 모든 감정에 무감각해진 느낌마저 든다. 사람들은 그의 목소리를 듣고 그의 얼굴을 보며 그에게 더욱 가까이 가기를 갈망한다." 큰 따옴표 속의 글은 그의 이 앨범 부클릿에 적힌 글이다.

나도 그의 목소리를 듣고, 그의 얼굴을 보며, 그에게 더욱 가까이 가기를 갈망하지만 그는 이런 얼굴이 되어,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졌다.


전인권 3집 곡 중, 이런 가사가 생각이 난다. 세월이 그렇게 했다. 그도 모르는 새..

폼나게 my funny valentine을 올리고 싶지만 나는 여전히 노래 퍼오는 걸 못한다. 그래서 나 혼자만 듣고 있다. K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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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kitchen 2004-01-20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인권 3집 하니까 또 생각이 나는데, 나는 이 앨범을 두 개나 사야했다. 케이스가 따로 없이 화보집 안의 종이접이 봉투에 씨디를 끼우게 되어 있어 넣고 빼다 스크래치가 많이 나서..줸장..힛..꼬리에 꼬리를 무는 음악 듣기. 이거 쓰다 갑자기 전인권 듣고 싶어 전인권 씨디 넣었다. 내가 쳇 베이커에 대해 이렇게 대충 글을 쓰면 안되는데...이건 쳇에 대한 예의가 아닌데..췟...쏘리~암튼 이 글로, 아래의 "흐린 가을 하늘에 떼로 쓰는 편지"는 담 칸으로 넘어 갔다. 휴..느닷없이 들이닥치는 음악은..좆치안타. (술을 끊는니, 숨을 끊지...에혀...또 술먹고..)

비로그인 2004-01-20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울키친님, 처음 뵙습니다. 엇그제 할머님 이야기 듣고 가슴이 뭉클했어요. 오늘 쳇 베이커 이야기를 쓰셔서 덕분에 저도 지금 벅스에서 찾아 듣고 있어요.(안 들리신다니 음악 주소 지웁니다. 굳모닝입니다.)

비로그인 2004-01-20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쳇 베이커의 음색은 멜랑꼴리해서 젊은 사람들이 좋아해요. 아무래도 진한 커피향이 나는 흑인 보컬보다는 모던한 면이 있긴 한 것 같아요. 전 제대로 들어본 째즈보컬은 별루 없구요, 째즈피아노 연주자 중에선 키스 쟈렛을 좋아해요. 키스 쟈렛의 [ 더 쾰른 콘서트] 강추요~!

비발~* 2004-01-20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싸~ 링크 찾았당~

soulkitchen 2004-01-20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레날린느 님, 반갑습니다. 쳇 베이커 목소리 참 좋죠? ^^ 근데 음악이 안 들려요 T^T
복돌이 님, 키스 쟈렛 좋아요? 웬 젊은 아이가 키스 쟈렛 앨범을 싸그리 사 갖고 간 후에 이거 주문해도 잘 안 들어오는데...그 친구도 사 가며 아주 좋아하더라구요. 전 잘 모르는데..흠..[더 쾰른 콘서트]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저는 걸걸한 흑인 여자 보컬들 좋아해요. 특히, 니나 사이먼!은 운동할 때도 들을려고 MP3에 따로 담아 놓기까지 했습니다. (보통 운동할 때는 격한 음악만 듣는데 니나는 모든 것에서 열외) 디나 워싱턴이나 빌리 할리데이도 뭐 가끔 꼴릴 때 듣고, 생각 외로 엘라 핏제랄드는 별로였구요. 제가 가진 음반들 하나씩 사진과 함께 리뷰를 올릴 계획을 갖고 있으니까 기대해 주세요~라고 말은 해도..뭐..워낙 글이 짧아서뤼...^^a

비로그인 2004-01-20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소라가 자주 불러서 좀 식상해서인지 misty의 엘라 핏 제랄드는 제 개인적인 생각에도 영혼이 담긴 목소리는 아니에요. 아, 이 거창하게 영혼까지 운운하는데에는 다른 건 몰라도 왠지 째즈라는 쟝르에는 그 의미가 각별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의 힘겹고 오랜 고난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글고 키스 쟈렛의 이 음반(지금 듣고 있어요, 아 와인에서 맥주로, 땅콩에서 멸치로 안주가 바꼈어요)제목의 어휘가...에...그러니까...쾰른이 맞는 지 모르겠어요. 'KOLN' 의 O위에 용비어천가 방점과 비슷한 점 두개가 가로로 나란히 찍혀 있거덩요. 독어인가, 아랍어인가, 아님 외계어인가, 도대체 이게 무슨 어휘란 말이더냐! 사견이지만 키스 쟈렛은 조용하면서 서정적으로 흐르다 걷잡을 수 없는 열정적인 극점까지 사람들을 몰고 가는 건반을 누르는 힘, 그 힘에 매력에 있습니다. 마치 관객과 피아노를 두드리는 주체까지 모두 몰아지경에 빠진 듯한...(받아 적으시죠)

비발~* 2004-03-10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잔 같이 하시죠~ 원래는 대문 그림으로 하려고 했는데 사이즈가 안 맞더라고요~


음악도 나갑니당~
 

쌍시옷 일색의 판에 박힌 욕이 난무하는 동네에서 이런 창의적인 욕을 구사하는 사람과 싸우게 된다면 나는 아마 키들키들 웃느라 전의를 상실할 게 뻔하다.

이문구의 소설집을 읽고 있는데,  펄펄 살아 날뛰는 언어들을 따라 읽느라 눈은 분주한 중에 소리 죽여 따라 읽는 입은 즐거워 죽겠단다. 빨랑 집에 들어가 큰소리로 읽어 보고 싶어 죽겠단다.

"요릿집 옆골목에 콩너물 장수두 있구, 제과점 뒷골목에 붕어빵 장수두 있구, 아 그래야 사람 사는 세상 안 같겄남." 아무렴, 맞는 말이다. 가끔 주뎅이를 찢어놨으면 속이 시원하겠는 그런 인간과도 말을 섞으며 살아가야 하는 거,  그게 사는 맛일 게다.

"사램이 개허구 겨뤄봤자 사램이 이기면 개버덤 나은 늠이구, 개헌티 지면 개만두 못헌 늠이구, 개허구 비기면 개 같은 늠인디, 그 노릇을 허라구유?" 크하하..그러게나 말이다.

종이질 좋아 책 넘길 맛 나고, 활자 커 읽을 맛 나고(지금 가진 관촌수필과 우리 동네는 종이도 거슬거슬하고 활자도 너무 작아 읽기가 거슥하다), 재미있어 새길 맛 나고,  새길 맛만 나냐 하면 되새길 맛까지 나 버리니...새해 벽두에 읽을 책으로 이만한 것이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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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kitchen 2004-01-14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검은비님 말마따나 내가 아직 사람이기는 하구나, 여기가 아직 사람사는 데긴 하구나..하게 만드는 작가인 것 같아요. 작은 일에 쪼잔하게 안달복달하면서도 삶에 대한 태도는 그냥 넉넉하고 낙천적인 사람들.. 크하..좋죠.

비발~* 2004-01-15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저... 이 소설집 나왔다는 이야기 듣고 볼까나... 했다가 잊어버렸었넹~

쎈연필 2004-01-15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 이문구...^^ 젊은 작가로는 한창훈이 입말을 맛깔나게 구사하더군요^^

soulkitchen 2004-01-15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대녕이 자꾸 이상해지고, 구효서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잘 모르겠는 때에 한창훈은 여전히 그 건강한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는 듯하더라구요. 아, 구효서는 "마디"가 정말 좋았는데.."완구점 여인"과 더불어 제가 제일 좋아하는 데뷔작이죠.

비발~* 2004-01-15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창훈...바뜨... 열여섯의 섬은 아니옵니다~

비로그인 2004-01-15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대녕에선 하루키 냄새가 나요. 이건 일종의 혐의인데 이젠 자신안에 몰입되어 헤어나올 줄 모르는 한국작가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그만 듣고 싶어요. 어제 [낭만적 사랑과 사회] 읽었어요. 그런데 책값과 더불어 내 빈 손을 바라보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 푸헐...
 

일부러 그럴려는 것도 아닌데 이 책의 제목이 자꾸 저렇게 말해진다. 정이현 소설집. 낭만적 사랑과 그 적들.

이 책은 그 전에 한 글빨하시는 분들의 리뷰를 많이도 읽은 터라 내심 기대를 하였다. 그래서 어제 도착한 네 권의 책 중 가장 먼저 집어 든 터였다. 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읽는다. (흠...그렇구만) 트렁크를 읽는다. (흠...그렇단 말이지...그런데 좀 의외야.) 소녀시대를 읽는다. (ㅡ_ㅡ; 가만, 이 작가 몇 살이었지?) 순수를 읽는다. (마지막 반전이 놀랍다. 아니, 이 여자가..!) 무궁화를 읽는다. (헉..당신, 누구야!) 무궁화를 다시 읽는다. (이런 "폐생리대" 같은 글이 있나. 당신, 부끄럽지 않아? 다시 이런 폐생리대 같은 글을 싸 내놓을 수 있겠어? 물론 있을 거다. 생리는 초경일 때 무섭고, 아프고,  처리도 힘든 거지. 자꾸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기게 마련이다. 다만 귀찮을 뿐. 당신..정말이지 부럽군.) 홈드라마를 읽는다. (뭐...고르게 수작일 순 없지. 어떻든 소설집에 작품이 너무 없게 된대도 문제니까.) 신식키친을 읽는다. (몰입 안 되고, 공감 안 가고, 이미지만 겉돈다.) 이십세기 모단걸을 읽는다. (시도는 좋았다.) 책을 덮는다. 지극히 주관적인 책읽기 끝.

발칙하고 불온한 도발이라고 광고되어 있더니 과연 그랬다. 알라딘 마을 사람들은 리뷰도 참 잘 쓴다. 객관적으로 조목조목 다른 작품과 비교해가며. 나도 올리고 싶지만 이 이상으로 써질 것 같지가 않아 부끄러운 마음에 여기에 올리고 만다. 천운영 읽고 놀란 가슴, 정이현에 이르러 좀 더 놀라지만, 뭐랄까...오정희 같은 깊음은 없다. 우리 시대를, 우리 시대의 쿨한 여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지만 문장도, 단어도, 표현도 적나라할 뿐 아름답지 않다. 뭐 적어도 내겐 그랬다.

자..이제..다음으론 뭘 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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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1-14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이군요. 저도 어제 구입했어요. 정이현은 친구가 읽다 건네준 [문학과 사회 - 여름호]계간지에서 처음 접했는데 그 작가가 이 작가였군요. 저도 함 읽어 볼게요.

soulkitchen 2004-01-14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가, 선인장님이나 김지님의 리뷰를 보고 구입할 마음을 먹었더랬습니다. 썩 괜찮지는 않았습니다만, 새해가 열흘이 지나도록 책을 읽지 않고 있었는데 이 책이 독서열에 불을 확 당겼습니다. 아주 잘 읽히는, (무엇에건) 자극이 되는 책인 것만은 분명한 듯합니다.

비발~* 2004-01-15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생리대 같은 글... 와... 정말이지...

soulkitchen 2004-01-1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생리대 같은 글"은 사실 제가 어느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말입니다. 쓰레기도 아니고, 밑 닦고 버린 화장지도 아니고, 폐생리대라...무슨 뜻으로 하신 말씀일까 늘 생각합니다. 대충 저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여자만이 쓸 수 있는 글이다. 누구나 써 보이고 싶어하지만 선뜻 써서 누군가에게 보이기 힘든 글이다. 유쾌하지 않으나 그렇다고 불쾌하지도 않다. 오히려 한 번 더 은밀히 보고 싶어지는 글이다. 처음이 무섭고, 아프고, 더럽고, 힘이 들지 익숙해지면 쓰기 괜찮아지는 글이다. 어이구..이거 막...읽는 이의 입장과 쓰는 이의 입장이 뒤죽박죽이 되어서...아직까지 머릿속에서 명확하게 정리가 안 된 상태라...결론은, 대략 칭찬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여기서 '감탄'의 의미로 써먹은 것이구요. ^^

icaru 2004-04-27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의 참 많은 사람들이...읽고 인상적인 서평들을 올린 책이라....저는 부러...안 읽게 되었다고 해야나....그랬는데....또....님의 또 남다른...평들을 접하니...읽고 싶단 생각이 불끈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