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그럴려는 것도 아닌데 이 책의 제목이 자꾸 저렇게 말해진다. 정이현 소설집. 낭만적 사랑과 그 적들.

이 책은 그 전에 한 글빨하시는 분들의 리뷰를 많이도 읽은 터라 내심 기대를 하였다. 그래서 어제 도착한 네 권의 책 중 가장 먼저 집어 든 터였다. 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읽는다. (흠...그렇구만) 트렁크를 읽는다. (흠...그렇단 말이지...그런데 좀 의외야.) 소녀시대를 읽는다. (ㅡ_ㅡ; 가만, 이 작가 몇 살이었지?) 순수를 읽는다. (마지막 반전이 놀랍다. 아니, 이 여자가..!) 무궁화를 읽는다. (헉..당신, 누구야!) 무궁화를 다시 읽는다. (이런 "폐생리대" 같은 글이 있나. 당신, 부끄럽지 않아? 다시 이런 폐생리대 같은 글을 싸 내놓을 수 있겠어? 물론 있을 거다. 생리는 초경일 때 무섭고, 아프고,  처리도 힘든 거지. 자꾸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기게 마련이다. 다만 귀찮을 뿐. 당신..정말이지 부럽군.) 홈드라마를 읽는다. (뭐...고르게 수작일 순 없지. 어떻든 소설집에 작품이 너무 없게 된대도 문제니까.) 신식키친을 읽는다. (몰입 안 되고, 공감 안 가고, 이미지만 겉돈다.) 이십세기 모단걸을 읽는다. (시도는 좋았다.) 책을 덮는다. 지극히 주관적인 책읽기 끝.

발칙하고 불온한 도발이라고 광고되어 있더니 과연 그랬다. 알라딘 마을 사람들은 리뷰도 참 잘 쓴다. 객관적으로 조목조목 다른 작품과 비교해가며. 나도 올리고 싶지만 이 이상으로 써질 것 같지가 않아 부끄러운 마음에 여기에 올리고 만다. 천운영 읽고 놀란 가슴, 정이현에 이르러 좀 더 놀라지만, 뭐랄까...오정희 같은 깊음은 없다. 우리 시대를, 우리 시대의 쿨한 여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지만 문장도, 단어도, 표현도 적나라할 뿐 아름답지 않다. 뭐 적어도 내겐 그랬다.

자..이제..다음으론 뭘 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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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1-14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이군요. 저도 어제 구입했어요. 정이현은 친구가 읽다 건네준 [문학과 사회 - 여름호]계간지에서 처음 접했는데 그 작가가 이 작가였군요. 저도 함 읽어 볼게요.

soulkitchen 2004-01-14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가, 선인장님이나 김지님의 리뷰를 보고 구입할 마음을 먹었더랬습니다. 썩 괜찮지는 않았습니다만, 새해가 열흘이 지나도록 책을 읽지 않고 있었는데 이 책이 독서열에 불을 확 당겼습니다. 아주 잘 읽히는, (무엇에건) 자극이 되는 책인 것만은 분명한 듯합니다.

비발~* 2004-01-15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생리대 같은 글... 와... 정말이지...

soulkitchen 2004-01-1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생리대 같은 글"은 사실 제가 어느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말입니다. 쓰레기도 아니고, 밑 닦고 버린 화장지도 아니고, 폐생리대라...무슨 뜻으로 하신 말씀일까 늘 생각합니다. 대충 저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여자만이 쓸 수 있는 글이다. 누구나 써 보이고 싶어하지만 선뜻 써서 누군가에게 보이기 힘든 글이다. 유쾌하지 않으나 그렇다고 불쾌하지도 않다. 오히려 한 번 더 은밀히 보고 싶어지는 글이다. 처음이 무섭고, 아프고, 더럽고, 힘이 들지 익숙해지면 쓰기 괜찮아지는 글이다. 어이구..이거 막...읽는 이의 입장과 쓰는 이의 입장이 뒤죽박죽이 되어서...아직까지 머릿속에서 명확하게 정리가 안 된 상태라...결론은, 대략 칭찬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여기서 '감탄'의 의미로 써먹은 것이구요. ^^

icaru 2004-04-27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의 참 많은 사람들이...읽고 인상적인 서평들을 올린 책이라....저는 부러...안 읽게 되었다고 해야나....그랬는데....또....님의 또 남다른...평들을 접하니...읽고 싶단 생각이 불끈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