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시옷 일색의 판에 박힌 욕이 난무하는 동네에서 이런 창의적인 욕을 구사하는 사람과 싸우게 된다면 나는 아마 키들키들 웃느라 전의를 상실할 게 뻔하다.

이문구의 소설집을 읽고 있는데,  펄펄 살아 날뛰는 언어들을 따라 읽느라 눈은 분주한 중에 소리 죽여 따라 읽는 입은 즐거워 죽겠단다. 빨랑 집에 들어가 큰소리로 읽어 보고 싶어 죽겠단다.

"요릿집 옆골목에 콩너물 장수두 있구, 제과점 뒷골목에 붕어빵 장수두 있구, 아 그래야 사람 사는 세상 안 같겄남." 아무렴, 맞는 말이다. 가끔 주뎅이를 찢어놨으면 속이 시원하겠는 그런 인간과도 말을 섞으며 살아가야 하는 거,  그게 사는 맛일 게다.

"사램이 개허구 겨뤄봤자 사램이 이기면 개버덤 나은 늠이구, 개헌티 지면 개만두 못헌 늠이구, 개허구 비기면 개 같은 늠인디, 그 노릇을 허라구유?" 크하하..그러게나 말이다.

종이질 좋아 책 넘길 맛 나고, 활자 커 읽을 맛 나고(지금 가진 관촌수필과 우리 동네는 종이도 거슬거슬하고 활자도 너무 작아 읽기가 거슥하다), 재미있어 새길 맛 나고,  새길 맛만 나냐 하면 되새길 맛까지 나 버리니...새해 벽두에 읽을 책으로 이만한 것이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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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kitchen 2004-01-14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검은비님 말마따나 내가 아직 사람이기는 하구나, 여기가 아직 사람사는 데긴 하구나..하게 만드는 작가인 것 같아요. 작은 일에 쪼잔하게 안달복달하면서도 삶에 대한 태도는 그냥 넉넉하고 낙천적인 사람들.. 크하..좋죠.

비발~* 2004-01-15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저... 이 소설집 나왔다는 이야기 듣고 볼까나... 했다가 잊어버렸었넹~

쎈연필 2004-01-15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 이문구...^^ 젊은 작가로는 한창훈이 입말을 맛깔나게 구사하더군요^^

soulkitchen 2004-01-15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대녕이 자꾸 이상해지고, 구효서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잘 모르겠는 때에 한창훈은 여전히 그 건강한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는 듯하더라구요. 아, 구효서는 "마디"가 정말 좋았는데.."완구점 여인"과 더불어 제가 제일 좋아하는 데뷔작이죠.

비발~* 2004-01-15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창훈...바뜨... 열여섯의 섬은 아니옵니다~

비로그인 2004-01-15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대녕에선 하루키 냄새가 나요. 이건 일종의 혐의인데 이젠 자신안에 몰입되어 헤어나올 줄 모르는 한국작가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그만 듣고 싶어요. 어제 [낭만적 사랑과 사회] 읽었어요. 그런데 책값과 더불어 내 빈 손을 바라보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 푸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