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시옷 일색의 판에 박힌 욕이 난무하는 동네에서 이런 창의적인 욕을 구사하는 사람과 싸우게 된다면 나는 아마 키들키들 웃느라 전의를 상실할 게 뻔하다.
이문구의 소설집을 읽고 있는데, 펄펄 살아 날뛰는 언어들을 따라 읽느라 눈은 분주한 중에 소리 죽여 따라 읽는 입은 즐거워 죽겠단다. 빨랑 집에 들어가 큰소리로 읽어 보고 싶어 죽겠단다.
"요릿집 옆골목에 콩너물 장수두 있구, 제과점 뒷골목에 붕어빵 장수두 있구, 아 그래야 사람 사는 세상 안 같겄남." 아무렴, 맞는 말이다. 가끔 주뎅이를 찢어놨으면 속이 시원하겠는 그런 인간과도 말을 섞으며 살아가야 하는 거, 그게 사는 맛일 게다.
"사램이 개허구 겨뤄봤자 사램이 이기면 개버덤 나은 늠이구, 개헌티 지면 개만두 못헌 늠이구, 개허구 비기면 개 같은 늠인디, 그 노릇을 허라구유?" 크하하..그러게나 말이다.
종이질 좋아 책 넘길 맛 나고, 활자 커 읽을 맛 나고(지금 가진 관촌수필과 우리 동네는 종이도 거슬거슬하고 활자도 너무 작아 읽기가 거슥하다), 재미있어 새길 맛 나고, 새길 맛만 나냐 하면 되새길 맛까지 나 버리니...새해 벽두에 읽을 책으로 이만한 것이 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