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단백질>

나는 은박에 싸여 작은 종이 상자에 담겨져 있다가 당신에 의해 개봉되었다. 튀겨진 내 몸은 채 열기가 가시지 않아, 은박이 젖혀지면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나는 여덟 살 난 닭돌이. 하늘을 날고 싶었지만 날개가 작아 날 수 없었다. 그리고 가난한 아버지는 나를 잡아, 털을 뽑고, 기름에 튀겨 당신에게 팔았다. 그렇게 내 몸 값은 9천 원. 차마 내 목을 내리칠 수 없었던 아버지에 의해 살았을 때의 모습 그대로 튀겨진 내 모습은 참혹하다. 당신들은 쉽게 나를 먹을 수 없다. 그런 당신들에게 아버지는 생전의 내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인다. 오, 아버지 그러지 마세요. 나는 이 튀겨진 뜨겁고 참혹한 몸에서 어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요. 그들로 하여금 어서 빨리 나를 먹어치우게 하세요. 그래서 나를 방귀이게, 트림이게 하세요. 나는 이제 그저 공기이고 싶어요.....그들 중 하나가, 내 뼈를 갈아 종이컵에 담는다. 그들 중 다른 하나는 풍선에 내 생전 모습을 그린다. 그리고, 오오...나는 그 풍선에 매달려 난다. 날고 있다.

<콜라맨>

아이들은 순수하고 또 그만큼 잔혹하다. 영화 <킬링 필즈>에서 사람들의 머리에 검은 비닐봉지를 씌워 무심히 살인을 저지르는 아이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비뚤어진 집>의 소녀처럼, 어린 나처럼, 그리고 이 만화 속의 아이들처럼. 그들에게 콜라맨이라 불리는 이 정신지체 장애인은 사람도, 어른도 아니고 그저 장난감에 불과하다. 콜라 한 병이면 꼬추도 까보여주고, 콜라 한 병이면 수족처럼 부려먹을 수도 있다. 그리고, 우발적으로 발생한 어떤 사건을 은폐시키고, 그 죄를 뒤집어 씌울 수도 있다. 콜라 한 병이면 말이다. 컬러로 그려진 <내사랑 단백질>에 비해 펜선이며 그림체가 세련되지 못하지만 그게 오히려 이 이야기의 남루한 배경과 잘 맞아 떨어진다.

<공룡 둘리>

그들은 그 후에 어떻게 되었을까, 를 생각하는 자리에 낙관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해피엔딩의 영화, 사고나 화재의 현장에서 극적으로 구출된 사람, 지금 눈 앞에 보이는 아름다운 연인이나 더없이 예쁜 아이들의 미래까지도 내게는 다 슬프고 불행하게만 그려지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이 나 뿐인 건 아니었는지 여기, 불법체류자가 된 둘리와, 고길동에게 사기를 치다 그 아들 철수에게 팔려버린 도우너와, 동물원의 구경거리가 되어 몸을 파는 또치와, 양아치가 되어 감방에나 드나드는 희동이와, 밤무대 가수가 된 마이콜이 있다. 제대로 공룡이 되지도 못하고 어린 시절의 동글한 얼굴에 주름만 잔뜩 껴버린 둘리는, 마지막에 고길동의 무덤 앞에 몸을 둥글게 말아 눕고, 정말 공룡의 모습이 되어..다시..빙하기가 오려나봐요...라고 혼잣말을 한다. 이제...무엇이 멸종될 것인가.

 

이 책이 도착한 날은 5월 4일이었고, 그 날은 고조할아버지(할머니인가 암튼) 제사였다. 나는 사흘동안 머리를 콕콕 찧어대는 편두통때문에 돌기 직전이어서 조용히 우리 방으로 들어와 이 만화책을 펴들었는데, 작은엄마가 들어와선 일은 안돕고 결혼도 안 하는 주제에 늦게 들어와 만화책이나 보고 있네, 하는 눈으로 나를 봐주셨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책은 너무나도 괜찮았고 나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 그 늦은 시간에 제삿밥 한 그릇을 다 비우고, 새벽 2시 넘어까지 뒷설겆이를 다 하고 나서도 잠이 오지 않아 오래 뒤척였었다.  이 책엔 위의 세 작품 외에도 단편 세 편이 더 수록되어 있고, 또 몇 편의 쪽만화가 같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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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5-06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쏠키! 이거야원. 나가 금방 방청소를 했는데(요즘엔 왜 자꾸 방청소만 하는 거야)진공청소기를 벽에 세우려고 가져가면서 이 청소기가 꼭 나뭇잎을 뜯어먹던 목이 아주 기다란 브라키오사우르스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이 공룡이 살아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공룡 둘리...아, 그런데 내가 저 이미지 그림을 어데서 보았단 말인가. 야구모자를 쓴 공룡 둘리...신문에서 보았던가. 왜 갑자기 기억살싱증 환자처럼 그렇게 저 그림만 수면위로 불룩 튀어오르고 만 것일까. 아, 쏠키 어린이, 오랜만의 감상글 아주 잘 봤어요. 대략 추천이오.

비로그인 2004-05-06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기공룡 둘리]와는 너무나도 극명한 시점인가봐. 극과 극은 통한다던데..근데 저 만화작가가 누구여? 아, 최규석이란 만화작가구나..영화 [지구를 지켜라]와 같은 블랙코미디 종류인가...땡기는구만. 일단 보관함..

soulkitchen 2004-05-06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사실은 울덜의 찌찌뽕에 대해서 저도 어제 성님 동요 얘기 아래에다 좀 길게 썼는데 보니 너무 주책이라 지워버렸떠요. 저도 요새 만화노래가 잘 불러진다 뭐 요런 요지로다가 썼는데..어,음..이 만화 그림 이거 아마 보셨을 거예요. 저도 지난 주던가, 지지난 주던가 신문에서 봤거덩요. 그러곤 바로 주문해버렸는데, 성님이 공선옥의 리뷰를 좀만 더 일찍 써주셨으면 그것까지 같이 주문했으면 딱 좋았는데 하면서 안타까움에 무릎팍을 내려쳤댔죠. 헷,,제가 책을 자주 못 사서뤼..

2004-05-06 13: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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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6 14: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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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6 14: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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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6 14: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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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5-06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하..옴마나, 저 시악시, 창피한 줄도 모르고..쭈쭈 보인다, 쭈쭈..음, 역쉬 수희브랜드가 인지도가 있긴 있어..수희섹쉬버전인가..어, 동사무소 갔다와야는디..글고 은행도. 카드 마그네틱이 고장났나벼. 암튼 오널 나가 쉬는 날이거덩. 회사도 갔다와야 되고..엇뛰..

2004-05-08 00: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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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8 00: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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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8 00: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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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8 00: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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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8 00: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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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8 00: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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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8 12: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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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9 17: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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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그날은 심야의 영화관에 혼자 가게 되었을까. 보고나면 오랜 친구와 함께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싶어질 거라던 이 영화. 그러나 그런 기분을 함께 나누고 싶은 친구는 멀리 있었고, 가까이 있는 친구들은 이 영화를 보고싶어 하지도 않았거니와 같이 가준다고 했어도 내가 거절했을 것이다. 보고나서 정말 누군가와 술잔을 기울이고 싶어진다면, 내 속의 많은 나 중에서 하나를 불러내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나름대로는 강단지게 마음먹고 혼자 나선 길이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사실 쓸쓸했다. 후에, 이 영화를 떠올릴 때마다 벌거벗은 이얼이 기타를 치는 모습과 함께, 관객도 많지 않던 심야의 영화관에 혼자 앉아 있던 내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아려지곤 했다.

하지만 그 가슴아림은 이제 잊혀질 것 같다. 얼마 전 TV로 다시 접한 이 영화에서 내가 본 것은 이전 영화관에서 느꼈던 삶의 어떤 남루함이나 고단함이 아니라, "사랑밖에 난 몰라" 라고 한 마디로 잘라 말할 수 있을 어떤 희망이었던 것이다. 예전엔 미처 봐내지 못한 희망을 새로이 느낀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데 오늘 이들은, 그날의 쓸쓸했던 나를 잊을 수 없노라고, 정말 고맙다고, 당신이 있어 영화가 영원히 기억될 것이고, 또 이 음반도 나올 수 있었노라고, 그러니 이제 당신을 위해 특별한 공연을 시작할 거라고 하고 있지 않은가. (아, 나는 정말 영광스럽게도 이 영화를 본 15만 관객 중 한사람이었고, 지금 뒤늦게 이 사운드트랙을 구입해 나를 위한 그들의 특별 공연을 만끽하는 중이다)

쉿, 이제 시작한다. "야간업소의 비틀즈, 와이키키 부라더스"가 함중아의 "내게도 사랑이"를 부른다. 아, 이런 뽕스런 노래가 이렇게 귀에 착착 감겨드는 것을 보니 나도 어느새 나이가 든 것인가. 한때는 귀에 꽉 차고 들어와 내 속에서 끓어올라 나를 아예 폭발시킬 것 같은 음악만을 들었는데, 이렇게 좀 빈 듯하고, 그 빈 부분을 노랫말과 또 나의 상념이 채우고 드는 음악이 좋아지는 걸 보니 기호란 게 정말 영원하진 않은가 보다. 다른 노래들은 배역을 맡은 배우가 직접 노래를 하는데, 이얼은 노래실력이 좀 아닌가, 이건 김진석이라는 가수가 부르고 있다. 하, 이거 부클릿에 가사만 떡 있었다면 더없이 좋을 텐데, 아쉽다. 가사를 제대로 몰라 따라 부르는데 애로가 상당하다.

오, 벌써 한 곡이 끝났다. 우리의 착한 스쿨밴드, 훗날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되는 충고보이스가 부르는 송골매의 노래 "세상만사"다. 이 곡을 부르는 목소리는, 고교시절의 성우를 연기한 박해일이다. 연주와 목소리에서 고등학생의 치기와 열정이 느껴진다. (고 하면, 내가 뭐 음악을 썩 잘 들을 줄 아는 사람인 것 같지만 사실 나는 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으로부터 이맹(耳盲)이란 소릴 듣는 사람이다. 그러니 제대로 알고 들어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냥 느낌이 고등학생의 연주와 노래 같다는 거다) 박해일은 이거, 분위기만 좋은 줄 알았더니 <질투는 나의 힘>에서의 연기도 썩 좋았고 노래도 곧잘 부른다. 키워주고 싶다. 무슨 수로 -_-;;

아, 다음 곡이다. I love Rock & Roll 이 곡을 부른 여자애는 서울예대의 "디기딥밴드"의 보컬이던 문혜원이란 아이다. 임순례 감독이 어느 TV 프로에서-나도 봤는데, 제목을 잘 모르겠다- 저 디기딥밴드가 나온 걸 보고 이 친구를 인희의 고교시절 배역으로 찜했단다. 연기가 다소 어색하긴 했어도 뭐 원래 그런 친구들이 좀 뻘쭘하고 후까시는 있는대로 잡고 다닌다는 걸 감안하면 그다지 나쁜 연기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노래를 이렇게 잘 불러내지 않았는가. 이 친구의 목소리는 살짝 김윤아의 초기시절을 연상케 하는데, 그녀보다 더 앙칼지다. 생긴 것도 꽤 괜찮아서 성공하겠다 싶더니, 곡을 잘 못 만드는가, 팀을 잘못 만났는가, 아직 잠잠하다. 아쉽지 뭐.

잘은 모르지만 송골매와 함께 아마 당시의 스쿨밴드들이 가장 많이 카피했을 옥슨 80(맞나?)의 노래 "불놀이야"가 이어 나온다. 역시 목소리는 박해일이다. 목소리 조오코~

잠시 쉬었다 간다. 충고보이스가 와이키키브라더스로 개명되는 순간의 장면 약간. 비키니 금발이 쭉쭉빵빵 걸어가고...그렇지, 심하게 와닿는다. 한때 내 친구네 밴드 이름은 "립스틱 킬러"였다. 작명이 반이라며 온갖 멋있는 단어들은 다 끌어다대더니 결국 저 이름을 만들어 내고는 오래 못가 해체됐더랬다. 내 생각에 우리나라 밴드 이름 중 최고는 "시나위"다! 더 말해 무엇하랴.

다시 박해일의 목소리로 Come Back이 흘러나온다. 디스코텍에서 꽤 흘러나왔을 노래 같다. 몸이 절로 들썩인다. 내가 가장 아쉬은 것이 왜 우리나라에선 락과 헤비메탈이 대중 속으로 파고들지 못할까 하는 것이다. 몸소 다녀보고 판단하건대, 춤추고 놀기에 나이트보다 작은 클럽 공연장이 백배 나은데도 말이다. 낯선 남자의 어깨에 내 팔을 걸고, 낯선 남자의 팔을 내 허리에 감고 그 상태로 방방 뛰며 머리를 흔들고 놀다 보면 바로 오르가즘인데...뛰다보면 덥고, 덥다보니 하나씩 벗어던지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얇은 면티 한 장, 살짝살짝 풍겨주는 건강한 암컷과 수컷의 땀냄새..흐미..걍 로또대박만 터져라. 내가 하나 차린다! (아, 이거 정말 로또나 사볼까..느낌에 샀다하면 바로 대박날 거 같은데 ^,,^;;)

쫘아, 이제부터 뻘쭘한 드러머 황정민의 노래 나가신다. 지금 저 남자는 스테이지 중앙에서 길숨한 몸 흐느적이며 유혹의 눈꼬리 살살 흔드는 때밀이 아가씨를 사로잡아 보겠다고 열심히 오버 중이다. 황정민이란 배우, 바람난 가족에서도 그랬지만 배역에 제대로 녹아들어간다. 게다가, 노래도 잘하네. 김현식의 "사랑사랑사랑"과 신촌블루스의 "골목길" 연달아 나온다. 따라서 좀 불러줘야지, 이런 노랜. 크하하..코러스 죽인다. 샤라라라~~

이제 이어서 나올 노래는 바람둥이 키보디스트 박원상이 부르는 칠갑산과, 김진석의 회상..이건 그냥 조용히 들어주고....

트랙 13번에선 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19초짜리 "서울 야곡" 이다. 봄비를 맞으면서 충무로 걸어갈 때 쇼윈도 그라스에 눈물이 흘렀다. 기타 하나, 동전 한 닢으로 평생을 살아온 늙은 기타리스트가 술만 마셨다 하면 불러대는 곡이다. 인희와 함께 하지 못했다면 결국 성우의 테마가 되었을 노래지만, 다행히도 그들을 위해선 다른 노래가 준비되어 있다.

곧이어 김진석이 부르는 "어머님의 자장가" 흘러나오고, 애잔한 그 노래가 끝나자 친구 하나가 우리들 중에 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놈은 너밖에 없잖아. 그렇게 좋아하는 음악하면서 사니까 행복하냐? 라고 묻는다. 행복?

주점에서 벌거벗고 돈지랄 떠는 인간들 앞에서 돈이 울어 벌거벗고 기타나 쳐대야 하는데, 행복? 차라리 꿈은 "그리움의 영역으로 남아 있을 때" (이동진 기자 왈) 가장 아름다운 게 아닐까...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고, 또 앞으론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 걸까.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냐고..? 인희를 연기한 오지혜가 노래로 말해 줄 거다. 그대 내 곁에 선 순간, 그 눈빛이 너무 좋아. 어제는 울었지만, 오늘은 당신땜에 내일은 행복할 거야. 얼굴도 아니 멋도 아니아니 부드러운 사랑만이 필요했어요. 지나간 세월 모두 잊어버리게 당신 없인 아무 것도 이제, 할 수 없어. 사랑밖엔 난 몰라. 무심히 버려진 날 위해 울어주던 단 한 사람, 커다란 어깨 위에 기대고 싶은 꿈을 당신은 깨지 말아요. 이날을 언제나 기다렸어요. 서러운 세월만큼 안아주세요. 그리운 바람처럼 사라질까봐 사랑하다 헤어지면 다시 보고 싶은, 당신이 너무 좋아. 프로포즈는..내 주제에..라고 말하던 성우에게 이만한 대답이 어디 있을까. 가슴이 괜히 벅차 올라 눈물이 다 난다. 아, 오지혜..나는 이 여자가 너무 좋다...

엇, 이런 끝인가 했더니 또 한 곡이 남았네. 나이트 삐끼 류승범이, 판돌이가 되어서 부르는 "아가씨"다. 오..이거 혼자만 부른 게 아니네. 어린 시절의 와키 멤버들이랑 다 같이 부른다..오예~신나는구만..근데 역시 이맹이라 어떤 게 누구의 목소린지, 류승범 말고는 잘 모르겠다. 심지어 위에서 계속 들어오던 박해일의 목소리도 분간을 못 해내겠네. 웃차..이제..

사랑밖에 난 몰라의 연주곡을 들으면서, 마무리 체조를 하고..이제 잠자리에 들어야 겠다. 내일도 어김없이 7시 30분에 일어나, 헬스장에 가야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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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kitchen 2004-03-31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젠장..왜 이렇게 길어진 거야..읽기 싫게..-_-;; 낼 손봐야겠다. 오늘은 이만 자고..모두모두 즐잠~

비로그인 2004-03-31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전주국제영화제 2회였던가, 3회였던가. 그때 류승범이 영화홍보대사였고 개막상영작이 [와이키키 브러더스]였어. 류승범, 화면에선 삼류양아치처럼 보이쟎아. 그때 사횔 봤는데 상당히 지적인 느낌이 강허도먼. 암튼, 나 구때 임순례 감독 콧구멍만 우러러보면서 숨도 못 쉬고 쳐다보느라 정신없었어. 글고 I love Rock & Roll 부르던 여자배우, 아- 내가 가능성을 점쳤는데 증말 그 이후론 안 보이더군. 그때 내가 좀 짜증이 났던 게 뭐냐면 공연에 참석한 사람들 태도야. 저렇게 이뿌고 괜챦은 여자얘가 노랠 부르는데 왜덜 가만히 있냐고. 사실 전주사람들이 양반승깔이 있는데다 공연문화엔 익숙하지 않으니까 뻘줌, 쳐다보고만 있긴 한데 박수 하나 제대로 쳐주는 사람 없더라고. 악. 진짜, 짜장이더만. 구냥 꼴린대로 하면 되는 것을.(아, 이거 꼴린대로, 라는 형용사, 정말 대단히 철학적이고 무정부주의적인 어휘 아닌가!) 이건 자만일지 모르지만 소통과 폭발이 어우러져 미쳐버릴 듯한 공연을 한 번 체험해 본 사람들은 다신 저 기계적이고 들척지근한 땀에 젖은 나이트를 가지 않을 거라고 확신해. 나도 저 영환 이미 영화제에서 봐버렸고 그리고 혼자서 본 영화 중에 생각나는 게 크크...'매트릭스'여. 평일오후에 봤는데 앞 줄의 영상기사 아저씨랑 같이 봤어. 다정하게 담배도 나눠 피면서. 암튼, 쏠키! 이대로 조응게 감상글, 짜브러트릴 생각하지 마..

soulkitchen 2004-03-31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사드 후작 얘기를 다룬 영화, 제목이 "퀼스"던가..그걸 또 혼자 봤는데, 밤 11시 40분쯤에 시작하는 거였는데 영화가 시작하기 직전까지 사람이 하나도 안 들어오더라구요. 시작 시간되니 기사아저씨가 들어와서 안에 사람 있습니까? 그러는데, 제가 허리 쭉 펴고 돌아보며 여기요~그래서 혼자 봤죠. 제 생각엔 케이트 윈슬렛도 나오고 조아퀸 피닉스도 나오는 영화라 사람 좀 많을 줄 알았는데..쩝..그렇더라구요. 글고,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사운드트랙 속지에 배우들이 하도 15만 관객에게 감사드린다고 해싸놔서 괜히 우쭐해지는 거, 왜 그런 거 있잖습니까. 크..암튼 이 시점에서 DVD를 살까말까 하고 고민하게 만드누만요. 그 여자애, 성도 찍었었어요? 괜찮지 않았수? 저도 좀 뜰줄 알고 기다렸는데, 잠잠해요. 아쉬워요. 훗..성님, 매트릭스 볼 때도 사람이 아예 없었나 봅니다? 하여간, 따라댕겨보고 싶은 사람이란 말야..^^

비로그인 2004-03-31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혜원, 맞따! 그 친구가 빨간 우와기 입고 나와 라이브했었는데. 훔. 그러고보니 쏠키 말대로 김윤아보다 더 앙칼지지. 근데 그 앙칼짐이 사람 확 끌리게 만들더만. 두 팔 높이 뻗어 신나게 박수 쳐주었는데 안 보이다니 아쉬워. 글고 뭐여, 15만 관객. 정말 심하구만. 이러니 독립 저예산 영화들, 어디 해 먹겠냐구. 구냥 묻혀버리기엔 아까운 영화들 참 많은데 말여. '퀼스'는 이름만 들어봤지 못 본 영화여. 케이트 윈슬레, 아...난 타이타닉 볼 때 백치미 같은 거 느꼈는데. 그거 또 끌리는구만. 사드 백작이라니. 케이트 윈슬렛을 막 때리고 그럴 거 같어.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사드에 대해 왜곡된 것이 너무 많다고 하더만. 음...암튼 쏠키가 심야극장을 찾았다니...쩝.. 구때 많이 힘들었군..큭큭...난 심야에 혼자서 ' 원령공주 ' 봤는데 껌껌허니 극장이 좀 무섭더만. 암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겐 미안한데 익산에선 참패했어. 큭...미야자키가 보여주는 메시지. 잘은 모르겠지만 문명과 야만의 대립, 뭐 그런...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그 무언가가 참 괜챦았는데. 상상력과 영상도 뛰어나고. '매트릭스'는 주말엔 좀 붐볐다고 허더만. 아띠, 거그서 마릴린 맨슨이랑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쉰 나오쟎어. 노래땀시 더 흥분해가지고. 그 흥분을 가라앉히질 못하니까 다리를 왼쪽 다리 위로 얹었다, 오른쪽으로 얹었다 앞 의자를 껴안았다 머리뒤로 손을 깍지꼈다...전형적인 정서불안 증세를 보인 거여.큭큭...

icaru 2004-04-24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임순례의 영화네요...저 영화에서 주인공 고등학교 적 역을 했던 배우가...박해일이라고 해서....뒤적뒤적 다시 보았더니...박해일...맞더군요...

이 영화보고 "사랑밖에 난 몰라"...와..모...연극(남자충동)에서 바보여자동생이 불렀던 "목포의 눈물"이...저리도 구성지고 마음을 야리야리하게 만든다는 걸...나이가 먹고서야 새삼 알았네요...

선인장 2004-04-27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 두 시부터 거실에 쪼그리고 앉아 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두 정거장이나 되는 길을 걸어가 기어이 소주를 한 병 사왔지요. 겨우 반 병에 정신을 놓고, 조금은 울었던 것도 같습니다.
한 남자의, 벌거벗은 몸이, 저도 참 슬펐어요.
어깨가 유난히 내려앉은 이얼이라는 배우를, 다른 작품에서 볼 때마다 저는 그의 몸이 먼저 생각나고, 그래서 영화 내용과는 상관도 없이 마음이 짠해집니다. 이런 영화를 같이 볼 수 있는 친구 하나가 가까이 있어, 영화가 끝나고 아무 말 없이 술 한 잔 나눌 수 있다면, 참 좋겠지요?

soulkitchen 2004-04-27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밖에 난 몰라"를 저도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좋아하게 됐어요. 첨에는 별 생각이 없더니, 맞어요, 나이가 들어서야 새삼 알겠더라구요. 그리구, 선인장님. 정말 그런 친구 하나 가까이 살면 좋겠어요...가까이는 아니더라두 어딘가 있기만 하다면, 가끔 만나서 별 수다를 떨지 않아도 그저 편한 친구...
 
 전출처 : 비발~* > Du Hast[Live]


Rammstein
Du Hast

Du...
Du hasst...
Du hasst mich...
Du...
Du hasst...
Du hasst mich...
Du...
Du hasst...
Du hasst mich...
Du...
Du hasst...
Du hasst mich...

......

Du...
Du hasst...
Du hasst mich...
Du hasst mich...
Du hast mich gefragt...
Du hast mich gefragt...
Du hast mich gefragt, und ich hab' nichts gesagt!

Willst du bis der Tod euch scheidet
Treu ihr sein für alle Tage.

NEIN!

NEIN!

Willst du bis der Tod euch scheidet
Treu ihr sein für alle Tage.

NEIN!

NEIN!

Du...
Du hasst...
Du hasst mich...

Du...
Du hasst...
Du hasst mich...

Du...
Du hasst...
Du hasst mich...
Du hasst mich...
Du hast mich gefragt...
Du hast mich gefragt...
Du hast mich gefragt, und ich hab nicht gesagt!

Willst du bis der Tod euch scheidet.
Treu ihr sein für alle Tage.

NEIN!

NEIN!

Willst du bis zum Tod der Scheide.
Sie lieben auch in schlechten Tagen.

NEIN!

NEIN!

Willst du bis der Tod euch scheidet.
Treu ihr sein.......

NEIN!

N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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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28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저거 집에 들어가면 나도 풀까 했는데 먼저 선술 쳐 버리냐...

2004-03-28 2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ulkitchen 2004-03-29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들의 이름을 처음 본 것은 영화 [로스트 하이웨이]의 사운드 트랙에서였다. 지금이야 매트릭스나 트리플 엑스 같은 좀 쎈 음악들이 배경으로 나오는 영화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이들은 거의 무명이었다. (내가 알기로 ^^) 그러나 [로스트 하이웨이]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데이빗 보위나, 마릴린 맨슨, 스매싱 펌킨스, 나인 인치 네일스, 트랜트 레즈너 같은 사람들에 비해 음악적 힘이나 그 요상한 매력이 전혀 뒤지지 않았다. 특히, 보컬의 목소리는 거의 흉기 수준인 안흥찬이 울고 갈 정도로(사실 안흥찬이랑 비교하긴 그렇다. 그는 너무 힙겹게 내질러서 듣는 내가 막 불편하고 안쓰럽다. 듣기는 좋지만) 위협적이었는데, 절대 내지르지는 않고 으르릉대고만 있었다. 근데..그게 또 음악이 되다니. 게다가 듣기에 신디사이저가 있는 듯했고 그래서 더 몽환적이었다. (사실 도어즈가 음악적으로 깊은 울림보다는 좀 가볍고 몽환적 느낌을 주는 게 키보드가 베이스 역할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앗, 이건 도어즈의 음악이 가볍다는 소린 절대 아니다. 내가 어찌 감히!!) 하지만 그때 사운드트랙에서만 들었을 때는 이정도의 힘은 느껴지지 않았었다. 좀 쎈데..싶긴 했어도 보컬의 힘이겠거니 했다. 근데 오늘 실제 연주 모습을 보니, 와..이거 정말 아찔하다. 저 몸들 좀 봐라. 이게 어디 락밴드 멤버의 몸이냐. 거의 조직이다. 조직도 저런 조직이면 나라 하나를 휘어잡겠다. 사실 이들의 모습을 앨범 부클릿에서 보긴 했는데 몽조리 죽은 얼굴(MUTTER 앨범의 컨셉이었나부다)이어서 이런 좋은 몸을 갖고 있을 줄은 정말이지 몰랐다. 얼굴이랑 몸이 살짝 데이빗 보위를 닮은 것 같기도 한 키보디스트의 갈비뼈 의상과, 물건이 잔뜩 부각되는 보컬의 의상, 좋다..카메라에 잘 잡히진 않으나 한쪽 구석에서 묵묵히 제 할일 하고 있는 베이시스트의 실루엣도 멋지다. 가만, 그니까 기타가 둘이었군. 게다가 저 드러머 드럼 내려치는 것 좀 보라지. 내 이 드럼 셋트를 오늘 아작을 내 버리리라,고 각오라도 한 듯. 이 정도니 저런 힘이 느껴지지. 아..저 미치게 헤드뱅잉하는 애들 좀 봐라. 당장 저 속으로 뛰어들고 싶고나..이거 다시 머리를 길르던지 해야지...

비로그인 2004-03-29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이거 원, 쏠키를 따를 자 누구냐. 멋찌다, 차력당의 마스코트! 근데 트랜트 레즈너, 에고에고..뭐 허는 사람들인가..암튼 람슈타인은 [로스트 하이웨이]인지는 모르겠고 컴필레이션 앨범에서 봤어. 거그 마릴린 맨슨도 있더군. 큭큭...근데 재밌는 건 말여. 람슈타인 보컬에게선 전형적인 독일민족의 조직성, 규율 같은 게 느껴지지 않아? 뭔가 낮게 웅얼거리고 있긴 한데 마치 게르만집단의 그 승깔을 근저에 깔고 있는 듯한 느낌 같은 거. 구래서 그것이 역설적으로 가끔 신나치세력을 떠올리게도 하더만. 거참, 내 말이 좀 수상한가. 암튼, 쌤이 가사를 해석해주싱게 또 그런 생각에 확신이 들고...큭..헤드뱅 하니깐 '카니발 콥스' 생각난다. 데쓰하는 얘덜이 머리 길게 기르긴 하지만 거그 보컬 머리카락 쥑여, 쥑여. 공연 중에 헤드뱅뱅(!) 하는데 저거이 사람목이 아니야, 고무목이야, 고무목! 어우, 그 유연함이란...떱! 그거 잘못 흉내내단 목에 깁스하고 다녀야겠더구만. 아, 쏠키! 증말 재밌는 리뷰였어.

soulkitchen 2004-03-29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성님은 그런 공연장면 어데서 보신대요? 저는 몰라서 못 봐요 T^T 크..고무목. 사실 제가 옛날 우리동네 클럽에서 공연 좀 하고 그럴 때는 멋드러지게 헤드뱅뱅 함 해보겠다고 연습도 하고 그랬당게요. 지금은 그 클럽 문 닫아서 폼잡으러 갈 데도 없지만..쩝..뭐 물론 실전에 투입되면 연습한 건 죄다 이자뿌리고 걍 미친듯이 흔들고 말지만서도. 근데 정말 얘들한테선 딱 게르만족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알고 봐서 그런 건가 ^^a) 목소리랑 독일어는 또 왤케 잘 어울리는 건지. 아 글고 정말 가사 알고 보니까 너무 좋은 거 있죠..매번 비발샘께 너무 고마워서..

비로그인 2004-03-29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울 동네 후진 건 알아줘야 하는데 노 브레인처럼 조선펑크한다는 얘덜이 옆 집에 있었어. 낮엔 짱개로 일하고 밤엔 음악하는 얘들이었는데 걔네들 따라서 [부비트랩]이란 곳에 갔었구만. 거그서 신나게 머릴 돌렸는데 어..지금은 어지라, 어지라서 못해. [부비트랩]도 아주 오래전에 망했고. 구래도 또 람슈타인처럼 강하게 삘이 오는 그룹이 있으면 기름 넣은 딸따리(경운기) 흔들리드끼 또 구냥 미친 듯 흔들 거구만. 울덜이 쌤을 만난 건 행운여, 행운...아우, 그나저나 피가 끓는다, 쏠키!

비로그인 2004-03-29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블러그가 있어 상당히 편해지긴 했는데 예전엔 그런 것이 없었으니까. 다음 락카페 같은 데 들어가보면 자료가 많이 올려져 있어. 거그서들 보곤 했는데...근데 저 람슈타인 보컬, 왠지 좀 슬퍼보인다. 마이크 잡고 고개 숙이고 있을 때...내가 왜 글지, 가쉼이 좀 아릿하네.

2004-03-30 13: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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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30 14: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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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30 14: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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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4-04-24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흑.....두 분의 음악 평이...상당합니다~!!!

솔키 님의 ~~목소리가 흉기 수준이란 말 .. 복돌님의 게르만의 조직성이 느껴진단 말...

벌써 4~5년 됐네요....예전 케비에스2티비에서 박은석 손미나가 진행하는 뮤직타워란 프로그램이 있었지요... 전...정말 매회 세끼 밥챙겨먹듯...거르지 않고 보았더랬어요...

저 위의 독일 분들도 거기서 첨 보았죰...
 

물론 그 전에도 몇 번 보기야 했겠지만 그녀가 내 머리속에 콱 들어와 박힌 것은, 그들 밴드가 부른 영화의 주제곡이 그 주 1위를 먹은 어느 가요순위 프로그램에서였다. 보통 그런 데서 1위를 했다고 하면 처음엔 좀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주고, 상황이 제대로 인식된 후엔 좀 버벅거리며 주변의 모든 사람께 감사한다, 채찍질로 생각하고 더욱 열심히 하겠다며 좀 울어도 주고 그래줘야 사회자도 흡족해하고, 프로그램의 권위도 서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친구 좀 보라. 소감을 물어보는 좀 거들먹거리는 사회자 앞에서, "얼떨떨~해요~!" 라고 한 마디 하고는 땡이다. 호오..멋진걸...

그 다음 그들 밴드를 본 건 98년 "자유" 공연에서였다. 그 공연은 한 사나흘에 걸쳐 오버와 언더의 뮤지션들이 섞여 했던 공연으로 내가 갔던 날엔 윤도현밴드와, 자우림, 김경호 뭐 이런 사람들과 아무밴드 등의 언더쪽 친구들이 나왔다. 나는, 오로지 아무밴드를 보기 위해 3시간 가량 기차를 타고 서울까지 갔더랬다. 그러나 정작 아무밴드를 봤을 때는 거의 실신상태라 어땠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또 역시 자우림 쪽에서 기가막힌 멘트 하나를 날려줘 몇 년이 지난 오늘까지 기억에 담고 있다. "그렇게 좋아요?"라니. 이런 멘트는 사실 귀에 익다. 좋냐? 우리도 좋다. 그러니 우리 같이 함 미쳐보자..투로 주로 보컬이 자주 쓰는 멘트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녀가 내뱉는 말의 뉘앙스는, 묘했다. 나만 그렇게 느낀 건지 모르겠지만 그건 비웃음 같았다. 어랏, 요년 봐라, 싶었지만 어쩌겠는가, 다들 좋아 죽는데..사실 나도 좋아 죽겠던데.

그 두 번의 '이 당돌한 것 좀 보게' 싶은 기억으로 나는 그녀의 팬이 됐다. 음악보다 인간에 먼저 사로잡히기는 이상은 이후로 처음이었다. 나는 그녀의, 제 할 말은 제때 다 할 것 같은 목소리가 참 좋았다. (이상은과 잠깐 비교하자면 이상은은 할 말을 하긴 해도 어눌하게, 좀 뒤늦게 그건 아니거든요, 할 것 같은 목소리다. 그 목소리도 나는 아주 좋아한다) 그런데 목소리만 좋은가 했더니 곡까지 잘 만든다. 목소리 좋고, 곡만 잘 만드는가 했더니, 가사도 곧잘 쓰고, 처음엔 좀 훤하네  싶기만 하던 외모는 갈수록 고혹적이어서 이젠 심지어 음악보다 외모가 먼저 보이기 시작한다. 이거 큰일이다.

외모가 그렇게 변하는 동안 목소리는 처음 그대로인가 하면 목소리도 참 많이 변했다. 예전 목소리가 정직하게 제 할 말 제때 다 할 것 같은 목소리라고 한다면 지금 목소리는,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적당히 꾸며, 자기를 내보이기 위해 할 수도 있을, 좋게 말하면 관록이 붙었고, 나쁘게 말하면 때가 탄 목소리이다. 어느 인터뷰에선가 보니, 자신의 목소리를 좋아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노라고, 2,3집 때의 목소리는 참 마음에 들지 않았노라고 하던데, 나는 정말이지 그때의 그녀 목소리가 그립다.

그녀는 요즘 꽤 많은 인터뷰를 한다. 그러다보니 그녀 말마따나 무슨 가면이라도 쓴 듯 꽤 다른 모습들을 많이 보인다. 얼마 전에 어떤 인터뷰를 봤더니, 크랜베리스밖에 모를 너네가 내 음악을 듣고 표절 운운하다니 우습다, 차라리 듣지 말아라 하더니, 오늘 다음에서 보니 생글생글 웃으면서 기회가 되시면 한번 들어보세요, 한다. 어떤 때는 무게잡으며 내 음악의 원천은 불행이라고 하더니, 어떤 때는 불행요? 지금처럼 좋은 때 제가 그렇겠어요, 한다. 그 생글거리는 입이 미우면서도 싫어지지가 않으니 이상하다. 다만 이제 그녀가 잘 보이지 않아, 나는 그게 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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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24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김서린은 또 누군가. 이름... 낯이 익은데. 난 사실 뺀드 이름은 대충 알겠는데 보컬 이름들은 거즘 모르는 경우가 태반여. 구랴서.

soulkitchen 2004-03-24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김이 서린'으로 정정했구만요. 이거 김윤아에 대한 이야긴데 이번 앨범 타이틀이 "유리가면"이기에 그렇게 써 본 거인데..크하하..정말 사람이름 같네요. 그니까 제 말은 유리가면을 쓰고 너무 많은 말을 해서 김이 서리고, 그 서린 김에 그녀는 젖고 나는 그녀가 잘 보이지를 않는다..이런 뜻이었는데, 클클..내 하는 일이 다 그렇지요, 뭐. ㅠ,,ㅠ

비로그인 2004-03-24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컥. 김윤아 얘기였고만. 자우림 음반은 1집하고 2집을 끝으로 쫑여. 솔로 2집 나왔다는 게 '유리가면'이었고만. 난 사실 김윤아가 자우림(혹은 김윤아)만의 소녀적인 감성과 에로티즘 글고 넓게는 지친 현대인들에게 일상으로부터의 상큼한 탈출구가 되어준다는 면 -가사 자체도 그러한 면을 보이긴 하지만 - 에선 모던락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좀 더 대중화된 그들의 어정쩡한(?) 음악성을 긍정적으로 보긴 해. 글고 실력있는 여성보컬이라는 면에서 척박한 국내음악계에 단비가 내리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고. 근데 어째, 듣다보면 좀 거리감을 느껴. 내 현실이 고달퍼서 그녀의 낭만적인 음률을 가만히 듣고 있을 수가 없다는 건가. 뭐, 이런 건 개인적인 취향이겠지, 하고 무시하는 거지만 어째 몰입이 안 되더라고. 뒷통수를 때리는 반전(사운드나 가사, 주제의식같은 거...)하나 쯤, 있어줘도 괜챦겠다, 하는데. 요즘엔 거즘 듣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말야.

soulkitchen 2004-03-24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몰입이 안 된다, 거 대충 저랑 맞아떨어지시는구만이라우. 제가 뭐 길게 지껄여쌌는데 사실은 그 말이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이번 앨범에서 김윤아의 목소리가 좀 거슬렸어요. 자기 목소리의 매력을 정확히 알아서 가지고 논 것 같은, 기교만 잔뜩 는, 그런 목소리. 그리고 자의인지 타의인지 모르겠지만 언론 플레이를 너무 한다 싶기도 하고. 지금 소속사와 계약할 때 솔로 앨범 두 장하고 사진집을 겸한 에세이 하나 내기로 했다니까 이제 솔로 앨범은 그만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모르죠. 정말 자우림 1,2집 때가 그립구만요. 아참, 성님 혹시 삐삐롱스타킹 좋아해요? 이번에 삐삐밴드, 삐롱스 묶여서 베스트 나왔던데..

비로그인 2004-03-24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삐삐롱스타킹이 '바보버스' 부르던 얘덜 맞지? 딸기 이윤정 있었을 때가 구냥 삐삐밴드였나. 암튼 고구마 있던 뺀드, 맞을겨. 쿠쿠쿠...삐롱스 베스트...컥. 잼있겄구만. 솔직히 말하자면 난 락에 대해선 사실 핫바지여. 잘 몰러. 구냥 내가 듣기에 쩍쩍 달라붙게 열라 연주 잘 허고, 열라 잘 부르짖고, 열라 메시지 좋고 열라 사회적인 행동 잘 하고...구렇게 자신의 음악과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얘덜이라면... 어...구랴, 나가 느그들 키워준다! 이럼서 주변사람들한테 막 같이 듣자 권유하고, 구러다 따 당하고. 암튼, 주변에 암또 공감해주는 사람이 없었는디 나가 쏠키를 만난 건 행운이다, 이거여.

비발~* 2004-03-24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장 꾸욱(누를 힘도 없다ㅜㅜ). 장장 12시간의 릴레이 회의라고 들어봤는가? 머리에 쥐가 나네그려. 내 지금 암 생각도 틈입할 틈이 없는 지경. 나 없는 새 복돌이 키보드 바뀐 거 알겠고, 쏠키 노래 듣고 감흥이 오른 건 알겠고, 폭스 쏠키한테 아조 현실적인 대안을 제안한 것 알겠고, 그밖에는 암 것도 몰르겄다.............. 이상!

비로그인 2004-03-24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우, 깐딱이야. 허기역...쌤여, 릴레이회의라니. 말만 들어도 숨이 턱 막히네여. 언능 쉬씨요, 쉬셔야 쓰겄어요. 일도 좋지만 이러다 멀쩡한 사람 잡겄네요. 차력도장 안전점검은 복돌이 이 놈이 헐팅게 둔너셔야겄구만요, 떱!

연우주 2004-03-25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윤아는 다들 좋아한다니까요~^^ 전 뭐든 대중적인 취향은 거부하는 편인데, 흠~ 김윤아의 정서는 저랑 꼭 닮아서 싫어할 수가 없어요.
소울 키친님도 저랑 취향이 좀 비슷하네요. 저도 이상은 대빵 좋아해요.
이상은도 참 매력적이지요!~
 


별로 기억하기 싶지 않은 과거의 어느 시점을 이렇게 아프도록 일깨우는 영화는 정말이지 싫다. 싫으면서도 끌린다. 끌려서 다시 본다. 다시 보니 또 아프다. 아픈데, 이 아픔을 묻어두는 것보다 차라리 마음껏 아파나 보자 싶어 영화에 몇 번이고 몰입하게 된다. 그러다 결국 DVD를 빌려준 사람에게 이걸 그냥 나한테 주면 안되겠냐고 했다. 그는 선선히 그러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어젯밤 이 영화를 또 봤다.

장국영이 맘보를 추는 장면은 진작에 여러번 봤었지만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가 뒤늦게 영화를 보고 푹 빠져버리다니, 나는 뭐든 나무 일러 아무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거나 너무 늦어 조급해하다 정신을 놓아버린다. 영화는 그러나 그렇게라도 가질 수 있지만, 사랑에 있어서 그게 가능할 것인가. 어떤 사랑은 너무 갑작스럽게 다가와서 그게 사랑이었구나, 생각하는 데만도 3년이나 걸려버리고 만다. 그제서야 그 사랑을 향해 손을 뻗어 보지만 이미 모든 것이 떠나간 후다.

아비와 수리진이 함께 보낸 1분의 시간 같은, 평생 기억에서 지울 수 없을 하루. 그건 그냥 한 사람을 만나 함께 여행을 했던, 아주 평범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인상적이지도 않은 그냥 하루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 것을 보니, 이제 내게 그 기억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모양이다. 여자애 셋이 뱉어낸 단내가 꽉 찬 차 안에 갑자기 훅 끼쳐드는 건강한 수컷의 냄새와 함께, 신호대기를 받으면 기어를 중립으로 놓고, 과속방지 카메라를 만나면 손을 흔들고, 기분 나쁜 일 앞에선 아, 이거 열받네, 라고 하는 지금 내 모든 행동들. 다, 그의 것이다.

우리는, 이런 젠장..이제와서 우리는, 이라니. 그와 나는 밤새도록 술을 먹고 새벽에 차 안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헤어지곤 했다. 50분밖에 안 걸려, 하던 그의 도시로 그는 출근하고 나는 어른들 몰래 집에 숨죽여 들어가곤 했다. 나는 좀 행복한 것도 같았으나 사실, 모든 게 너무 늦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와 내가 처음 만나 같이 여행을 했던 날, 그는 동행한 친구의 애인자격으로 우리와 함께 했던 거였으니까. 나는 곧 손을 털었다. 안 지 한 달된 사람으로 인해 10년지기를 버릴 순 없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들을 자꾸만 떠나오는 아비는, 자신을 낳고서는 바로 다른 사람에게 맡겨버린 친어머니의 존재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이상하게 꼬여버린 그의 마음 가닥을 제대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그래, 바로 거기서 시작해야 할 것이었다. 애초에 그를 버린 바로 그 여자.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젠장) 그러나 그 여자는 아비를 부정하고, 아비는 연적(이랄 수도 사실은 없는)에게 자신의 사랑을 부정하고-나는 그가 수리진을 정말로 사랑한 거라고 생각한다, 버림받은 아픔에서 간신히 회복된 수리진은 이미 떠난 또 한 사랑에게 뒤늦게 손을 내밀고, 루루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비를 찾아 낯선 땅으로 가고...

누군가 한 사람은 아파야 하는 사랑이라면 나는 앞으로도 절대 하고 싶지 않다. 그냥 혼자 이렇게 설렁설렁 살고 말겠다. 혼자, 뒤늦게 찾아와 내 것이 된 영화 <아비정전>이나 보면서..크..근데 양조위는 왜 그렇게 찔끔 등장해 내 애를 태우는고..듣기로 양조위를 주인공으로 아비정전 2를 찍으려다 말았다니..왜 그런 거야, 가위성.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한 판 찍어줘. 양조위 더 늙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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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4-03-20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가위성.. 아비정전 2 찍어주세요....

비발~* 2004-03-20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나 비됴, 만화 이야기를 하면 진도가 마구마구 딸려요...ㅜㅜ 그래도 져아져아~~~~ ♥간.접.체.험.~

soulkitchen 2004-03-20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발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는 진도가 제대로인 게 하나도 없는 셈이구만요. 하지만 그래도 져아져아^^ 근데 ♥간.접.체.험..이런 거, 좀 야릇한 전화방 같은 곳 광고찌라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현 아니겠습니꽈. 쿠하하..-_-;;

비로그인 2004-03-20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분덜, 그 장면 기억하시나요? 열대야자수나무들이 늘어선 걸로 봐선 동남아시아의 먼 이국같은데 그 푸르스르한 공기 사이로 장궈룽이 휘적휘적 등을 보이며 걸어가쟎아요. 아, 장궈룽 죽었던 소식 들을 때 이 장면이 퍼뜩 스치고 지나가는더만요. 솔직히 전 속편 찍는 거 반대여요. 원조 아비정전만으로도 충분해. 고럼고럼, 만땅이여, 만땅! 글고 [화양연화]의 마지막 장면 말에요. 돌틈에다 비밀을 속삭이고 뒤돌아서는 양조위...컥. 그거 보는 내 가쉼속으로 바람이 들이닥치는데 참, 아릿하더만. 헤어지자고 해놓고 장만옥이 뛰어가서 안기며 우는 장면두. 외로움이 사무치는데 이거 뭐시여..찜찜한 액체가 흘러내리고.. 아쒸...구만 나도 울고 말았어요.

soulkitchen 2004-03-20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궈룽 하니까 딴 아바이 겉으다. 예전엔 그 장궈룽이 겨드랑이 털이 너무 많다는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싫었었는데 패왕별희 보고 반했어요. 그 이후론 쭈욱 좋두만요. 성님 말씀하신 그 장면 당근 기억하지요. 필리핀에 친엄마 만나러 갔다가 엄마는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나오던 그 장면..좋더라구요. 에이..그리고 속편 같은 거 저도 별로 안 좋아하지만서도 양조위가 그렇게 나오고 마니까 막 애가 타서뤼..이거 양조위 이야기로 함 더 가자..이런 거죠 뭐. 아, 글구 화양연화..그거 음악 정말 좋은데, 사운드트랙을 못 사서 안타까움. 낭중에 것도 DVD로 사야겠구만요. 그람 이후에 울덜 좀 늙어서 같이 보고 같이 좀 울고 그러자구요..키들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