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평을 할 때는 삐딱하게, 먹이를 찾아 헤매는 짐승처럼 해야한다는 게 알라딘 악평가모임 '짐승들'의 취지다.
오늘의 악평 대상은 책이 아니라 요즘 알라딘 서재 첫페이지에 뜬 '16주년 당신의 기록'이란 떡밥이다.
나는 알라딘 16년 결산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선, 갖가지 책 '구매' 순위를 알려주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게다가 지역내 순위, 연령대 순위, 장르별 순위 등등 알고 싶지 않은 것까지 다 알려주던데, 이젠 알라딘마저도 고객 줄세우기를 한다는 생각밖에는 안 든다. 솔직히 이 순위라는 건 알라딘에 얼마나 충성했는지를 평가하는 순위 아닌가?
내 책 구매순위 1위에서 5위까지 분야가 죄다 애들책이다. 아이들 좋은 책 사준다고 몇 년 전부터 알라딘을 들락날락했으므로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 서재에서는 애들 책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그건 어디까지나 아이들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80세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의 권수를 예측해 놓았던데, 책을 숫자로 읽나? 읽어보니 쓰레기 같은 책들, 애들 문제집까지 읽은 걸로 책정되면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난 나이가 들어서 고전들을 어느 정도 섭렵하게 되면 더 이상 새로운 책을 읽을 생각이 없다. 그럼 책을 읽지 않을 거냐고? 아니다. 좋았던 책을 되풀이해서 읽을 거다. 똑같은 책을 다시 읽어도 여러 가지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완전히 다른 책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니 알라딘에서 예측해 놓은 저 권수는 그저 부질없는 숫자놀음일 뿐이다.
책을 읽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끊임없이 새 책을 찾아 읽는 독서가 있는가 하면 똑같은 책을 수도 없이 반복해서 읽는 독서도 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 서점에서 읽기, 친구한테 빌려 읽기, 무엇보다 알라딘이 아닌 딴곳에서 구입해서 읽는 경우도 허다한데, '알라딘만을 통한' 책 구매는 거의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다. 나는 솔직히 책 구입비용에 대해(그리 많지 않다) 신경을 쓴 적도 없고, 내 책장에 있는 책들의 권수에도 관심이 없다. 읽지도 않을, 읽을 수도 없는 책을 쓸데없이 쌓아놓고 돈지랄을 할 생각은 더더욱 없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밥을 먹듯이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독서를 할 뿐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나는 앞으로도 알라딘의 노예로 살 생각이 없다. 그렇다고 알라딘이 내 노예가 되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나는 알라딘에 돈을 내고 책을 편하게 구할 뿐이다. 고객과 서점 사이에 무슨 주종 관계가 성립될 수는 없다. 알라딘은 내 독서 생활에 꽤 쓸만한 심부름꾼일 뿐이다. 특히 서재와 북플의 서평 알림 같은 몇 가지 시스템은 독서에 꽤 도움이 된다. 좀더 분발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