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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리안 - 야만인 혹은 정복자
리처드 루드글리 지음, 우혜령 옮김 / 뜨인돌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유럽사에 등장하는 야만인은 훈족-여기에는 고트족도 포함된다, 게르만족, 바이킹이 대표적이다. 이들 야만족들은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철저하게 "악의 화신"으로 기록되어 있다. 무자비함과 흉폭함 그리고 무지함이 뒤섞여있는듯한 관찰자의 기록은 공정하기 보다는 피해자의 시각에서 본 '만약에'라는 가정과 유사한 것이었다. 이렇게 이들 야만인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된 것은 이들은 정복자이면서도 그것을 기록할 문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설령 피정복자의 문자로 자신들의 업적을 기록한다고 해도 그것은 한정된 기록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유럽사에서 일정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아주 의미심장한 일이다.
이들 야만족들은 기록을 남기지 못한 대신 유물을 남겼다. 그래서 유럽 각지에서 발굴되는 이들 야만족들의 유물과 유적을 통해서 이들의 삶과 역사적 기록의 진위여부를 판별해야만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이 유물을 통해 바라본 야만족들은 결코 '야만족'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이 활약한 시기인 5세기에서부터 10세기에 걸친 기간이 야만의 시대였고 암흑의 시대였을 뿐이다. 즉 이들 야만인들은 그러한 시대에 활동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야만인 대접을 받아야만 했던 것이다.
우리들은 어느 순간부터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떠올릴때면 원시성이란 상상에 사로잡힌다. 이런 사고방식으로 인해 아프리카의 젊은이들이 케나의 나이로비의 나이트클럽에 모여 코카콜라를 마시며 디스코를 추는 것은 거의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은 흑인이라는 인종을 바라보는데 있어서도 불안전한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우리들이 미국의 흑인을 생각할 때면 미국인이라는 개념보다는 흑인 가운데 그래도 가장 나은 부류 정도로 생각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아시아에 대한 시각 역시 이런 편협된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단 하나이다. 그것은 물질적 풍요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유럽의 야만인들인 훈족, 게르만족, 바이킹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점이 되는 것이다.
고대 로마가 사라진 유럽의 대륙은 정말로 모든 문명이 사라진 어둠의 땅이었을까? 이런 물음으로부터 유럽의 야만인을 바라보아야만 한다. 하지만 대답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들 야만인들은 고대 로마의 경계선 밖에 위치한 사람들이었다. 고대 로마는 라인강과 도나우 강을 지나 카파르티아 산맥을 넘어 흑해에 이르는 장대한 자연적 국경으로 보호되고 있었다. 로마인들은 이 국경선 안쪽은 문명이고 그 바깥쪽은 야만이라고 나름대로 정의하고 있었다. 이들 경계선 바깥의 사람들은 로마의 영향을 받기보다는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었다는 점이다. 즉 이들에게 있어서 역사적 삶은 로마인의 입장에서 볼 때 혹은 현대의 눈으로 볼 때 야만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유적지에서 발견된 거주지며 유물들은 로마의 영향보다는 그들 스스로의 독자적인 문명이 견고하게 구축되어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훈족, 게르만족, 바이킹의 야만의 역사는 이들이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이동하는 과정이면서 야만인에서 유럽인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훈족의 경우 고대 세계를 붕괴시키는 계기를 만들었고, 게르만족은 유럽 각지로 퍼져 나감으로서 중세 유럽을 형성하는데 기여하였다. 그리고 바이킹의 경우 유럽의 주변부를 확장하는데 기여하였다. 이들의 등장과 확산은 고대 그리스-로마적인 세계에 주변부의 문명이 혼합되는 것을 의미하였다. 즉 전통적인 유럽의 세계관이 주변 세계의 세계관과 합쳐지면서 확장되고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은 종교적 단일성이라는 커다란 장벽에 부딪히게 되면서 주변부의 문명은 그리스도교로 순화되어야할 거친 문명, 혹은 교화될 문명이라고 폄하되면서 다원적 유럽은 단일적 유럽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이 세 야만인의 기본적 사료는 요르다네스의 게티카Getica, 타키투스의 게르마니아germania, 이븐 파들란의 여행기이다. 실제로 이 책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