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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는 살아있다 - 그 어둠과 빛의 역사 ㅣ 역사도서관 교양 8
장 베르동 지음, 최애리 옮김 / 길(도서출판)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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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중세가 암흑시대였는가? 이제는 더 이상 중세가 암흑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왜 암흑이 아니었는가에 대해서는 쉽게 설명되지 못한다. 신에 대한 열정과 정치한 스콜라 철학을 접하면 중세는 정말로 신앙의 시대였구나하지만 종교재판과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한 불관용에서는 암흑이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현대 유럽은 과연 중세 유럽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나왔는가를 물어본다면 그것 역시 애매하게 표현될 수 밖에 없다. 지금도 유효하게 작동하는 유럽의 마이스터제도는 중세의 도제제도의 새로운 변형이다. 그리고 아직도 존재하는 왕실과 귀족가문의 삶은 현대 유럽에서 아직도 중세는 끝나지 않았고, 유효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하지마 사상의 자유와 인간본성의 해방을 추구하는 정치와 문화의 현주소를 본다면 유럽의 중세는 오래전에 소멸되었음을 느끼게 한다.
이런 유럽의 모습에서 지금까지 연장되어 있는 중세를 느끼게 한다. 사실 현대 유럽에서 중세의 흔적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오랫동안 보전된 성당과 중세의 거리를 통해 우리는 외형적인 중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화려한 장식가 고딕, 스테인드글라스로 치장된 교회를 바라보며 중세는 암흑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까?
식생활, 약자, 강자, 교회, 불관용, 여성 등의 주제를 통해 바라보는 중세의 모습은 현대의 모습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우리들이 큰 차이라고 느끼는 것은 삶의 자리가 이동되었을 때 느끼는 그런 감정일 뿐이다. 유대인과 나병환자, 동성애자에 대한 중세의 불관용은 현대의 기준에서 볼 때 얼마나 많이 개선되었을까? 아마도 여기에 자신있게 대답할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는 여성의 권리에 대한 것은 어떠할까? 중세의 여성에 대한 남성의 시각은 현대의 시각에서 볼 때 그 야만성이란 관점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현대의 남성들은 아마 지금도 중세의 남성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 증거로 범람하는 포르노를 보면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과 다른 성에 대한 경멸과 차별은 지금도 결코 완전하게 해결되지 않은 과정의 문제로 남아있다. 약자에 대한 멸시와 강자의 횡포는 지금도 정치적 제국주의의 시선에서 본다면 중세보다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 경제적 불평등과 부의 편중은 중세의 계급사회의 불평등의 또 다른 모습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중세적인 틀은 근대를 거치면서 조금도 변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중세적인 틀은 근대의 이성과 현대의 기계적 문명과 결합하여 좀더 교묘해지고 정교해 지지 않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중세는 아직도 살아있고, 현대는 중세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포스트 중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