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신화와 전설
무경 지음, 박희병 옮김 / 돌베개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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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혹은 越南이라는 나라는 아주 특이한 나라이다. 이 나라는 중국과 붙어있으면서 자신의 독자성을 한국처럼 고수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에 대해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들 지명이 한자로도 표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의 앞 바다의 이름은 통킹만은 한자로는 東京灣이다.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는 河內이고, 하이퐁은 海防이라고 표기한다. 사람의 이름으로 오면 더 친근감이 느껴진다. 베트남의 국부로 칭송받는 호치민은 胡志明으로 그가 독립운동할 당시 사용한 가명 구엔 아이 콕은 阮愛國이다. 이렇게 한자로 모든 지명과 인명이 표기되지만 자신들만이 글자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한국처럼 중국의 유교문화를 받아들이고 한자를 사용한 국가였지만 19세기 프랑스의 식민지가 되면서 한자 대신 알파벳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베트남은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낮선 국가로 보이지만 실상 그 내부는 한자의 세계를 통해 서로 통교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친근감은 안정효의 월남전 연작인 '하얀전쟁' 속에서도 살짝 살짝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어떠할까...

베트남은 지리적 위치에 의해 중국과 인도 문화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베트남은 이 두 문명권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의 인근 국가인 캄보디아의 경우만 해도 앙코르와트라는 힌두문명의 영향을 받은 거대한 유적이 존재하지만 베트남에는 그런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베트남은 중국의 영향을 받은 거대한 唐風의 유적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일본의 경우 도다이지東大寺와 같은 중국의 거대 건축 문화의 흔적이 있는 것과 비교가 된다. 물론 베트남의 지리적 위치로 인해 많은 문화재가 인근 국가의 침입과 전쟁으로 파괴되거나 소실되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그렇다. 이것은 한국의 거대문화의 상징인 황룡사가 몽고의 침입으로 소실된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통일 신라 이후부터 중국의 거대 건축문화를 벗어나 한국의 자연환경에 맞는 건축물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 처럼 월남 역시 그러한 길을 밟아 갔던 것이다.

이러한 유사성은 신화 속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역사 이전의 시대인 삼황 오제 시대의 이야기 속에 두 나라의 신화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두 나라가 중국과 인접해 있지만 중국 못지않게 역사적 전통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두 민족의 자존심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이 자신들만의 세계 속에서 고립되어 있었을 때 베트남과 한국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고수하기 위해 처절한 문화적 투쟁을 벌였던 것이다. 이 결과 한국에서는 '삼국유사'가 베트남에서는 '영남척괴열전'이라는 책이 저술되었다는 점은 의미심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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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2009-09-13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은 글속에 해박함속에서 우러나온 통찰이 들어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