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폴드왕의 유령 - 아프리카의 비극, 제국주의의 탐욕 그리고 저항에 관한 이야기
아담 호크쉴드 지음, 이종인 옮김 / 무우수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오래 전 지리시간에 사회과부도를 보면서 의문을 품은 적이 있었다. 19세기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로 도배되어 있던 아프리카의 중앙부 거대한 지역이 벨기에의 식민지라는 사실이었다. 당시 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은 것은 지도상으로 손톱의 1/3 밖에 되지 않는 벨기에가 어떻게 손바닥만한 거대한 지역을 소유하게 되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벨기에가 그 넓은 지역을 손에 넣는 동안 제국주의 강대국 영국과 프랑스 심지어는 인접한 식민지 소유국가였던 독일과 포르투갈이 아무런 재제를 가하지 않았을까?  딩시에 나는 벨기에의 콩고 소유가 역사적 기적이나 혹은 열강들의 이해 속에 얽혀진 하나의 실수쯤으로 여겼었다.

이런 소박하고 단순한 생각이 얼마나 바보같은 것이었는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콩고는 시작부터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의 집념과 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거대한 노예국가였다는 점이다. 약소국 벨기에는 유럽의 대가문인 합스부르크가와 결혼에 의한 결합으로 강대국으로 상승하려 했지만 그것은 비극적인 결말로 끝을 맺고 말았다. 이런 정략이 실패하자 레오폴드는 정치적으로 영국과 프랑스의 완충지대인 이 거대한 자연적 방벽을 명예욕에 사로잡힌 탐험가-이 탐험가는 우리 아이들이 읽는 위인전에 들어있는 사람이기도 하다-의 허영을 이용하여 자신의 제국으로 건설하려 하였다. 그는 당시 서구 제국주의자들이 신봉하던 '야만에 대한 문명의 교화'라는 교묘한 수사를 이용하여 아프리카에 대한 자신의 야심과 욕심을 교묘히 숨기는데도 성공하였다. 이 결과 거대한 콩고분지르 자신의 사적 소유물화하는데 성공하였던 것이다. 그는 이 사적 소유지에서 나온 흑인들의 땀과 피를 자신의 개인적 욕심과 취향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만 사용하였다. 이런 그의 탐욕은 당시 서구 제국주의의 숨겨진 본질이었지만 그것이 레오폴드 처럼 만천하에 공개된 것은 흔치않은 것이었다.

콩고는 이렇게 서구 식민주의자가 아니라 자신의 얼그러진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한 개인에 의해 소유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전락의 과정에서 콩고의 원주민들이 어떤 형태로든 개입된 흔적은 없다는 점이 콩고의 비극이었다. 여기에서는 그 어떤 식민주의자들의 허식-교육제도, 원주민 관리, 평등이란 구호와 같은 것-이 접목되지 않았다. 콩고는 처음 백인이 발을 디딘 순간부터 철저하게 한 백인의 개인 소유물이 되어 수탈되고 파괴되었던 것이다. 그 은밀성과 잔혹함이 세상에 드러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흘러야만 했는데 그것은 콩고가 국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개인의 사유물이기에 그런 것이었다. 여기에는 국익이 아니라 개인의 욕심만이 존재하였기 때문에 그 어떤 도덕적 구호나 신념도 이익이라는 현실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적 양심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콩고에서의 수탈과 잔학행위가 서구사회에 알려지게 된 것은 소수의 양심있는 선각자들 때문이었다. 이들은 콩고를 착취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 차원에서 바라본 최초의 인간들이었다. 그들은 인간의 존엄성이 전도되었을 때 문명과 야만의 공식 또한 어떻게 바뀌는가를 철저히 검증하였던 것이다. 사실 콩고에서의 문제를 보면 백인=문명, 흑인=야만이라는 등식은 부질없는 것임을 알게 된다. 오히려 백인=야만, 흑인=문명으로 전도된다.

콩고문제는 그 땅의 소유주였던 레오폴드가 사망하면서 소유권이 개인에서 벨기에 국가로 넘어가면서 일단락된다. 그것은 완벽한 해결이 아니라 내부에 존재하는 모순을 콘크리트로 덮어 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 강력한 콘크리트의 균열 사이로 존재된 모순의 새싹이 솟아 오름으로서 콩고는 60년대초에 독립국가로 변신하게 된다. 하지만 정말로 무서운 사실은 '인간은 자신이 증오하는 대상과 투쟁하며 그 증오의 모든 것을 배운다'라는 점이다. 독립국 콩고의 지배자들은 인종적 색만 바뀌었을 뿐 그 착취의 농도와 대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옛날 고대나 중세 시대에 살인행위를 목격하거나 그 현장을 본 사람이 추적의 고함소리를 지르지 않는다면 그 사람 역시 살인자와 동일한 취급을 하였다고 한다. 그것은 죄에 대해서만은 우리 인류 모두가 연대책임을 져야만 한다는 준엄한 신의 목소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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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28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이 책을 파시나요?

- 2020-08-28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사고 싶은데 구매할 수 있는 곳이 없네요..

dohyosae 2020-08-29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는 책이라....
인천 아벨 서점에 한번 알아보시면 어떨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