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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내전,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
애덤 호크실드 지음, 이순호 옮김 / 갈라파고스 / 2017년 12월
평점 :
오래 전에 읽은 책을 늦게 올리는 것은 이 책의 주인공들은 인민전선측에 가담했던 패배자들이기 때문이다. 승리자의 기록을 읽고 검토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읽기도 쉽고 모든 것이 일목요연하지만 정작 중요한 점에서는 모호하다. 이 역시 패배자의 기록도 마찬가지이다. 패배의 기록에는 언제나 회한이 넘치기 때문이다.
스페인 내전은 인민전선과 공화파의 싸움으로 알고 있다. 공화파는 독일과 이탈리아아의 지원을 받은 프랑코와 팔랑헤당이 주축을 이루었고, 인민전선은 소련의 지원과 프랑스의 동정을 받으며 잡다한 이념주의자들의 연합체였다.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 무정부주의자가 인민전선이란 커다란 대의 아래 뭉쳤지만 이들은 공산주의자들이 득세하여 강력한 통제력을 발휘할 때까지는 모래알같은 집단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모래알이었어도 민주적 자유란 열기로 충분히 유리로 바꿀 수 있는 힘과 지성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실패하였다. 즉 개인은 강했지만 집단은 허약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산주의자들은 바르셀로나 쿠데타를 통해 인민전선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다양성을 존중하던 좌파는 획일적 체제로 바뀐다.
다양한 토론과 의견 개진을 통해 자유로운 분위기를 창출하던 인민전선은 공산주의자들이 득세하면서 숙청과 서로에 대한 고발이 난무하며 자신들 안에서 상처를 입히고 그 상처에 소금을 뿌려댔다. 좌파에서 가장 피해를 본 집단은 무정부주의자였다. 드루티로 대표되는 무정부주의자들은 스페인 내전에서 잃을 것이 가장 많았던 집단이었다. 이들은 정치적이라기 보다는 실제적인 집단이었다. 이들은 교회와 지주, 국가에 수탈을 당했던 사람들의 자율적 집단이었다. 이들은 더 집요했고 자율적이었다. 이들에게 공산주의자들의 획일성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들과 가장 유사한 집단이 자유여단이라고 칭하는 사람들이었다. 베를린 올림픽에 대항하여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노동자 올림픽에 참여하기 위해 왔던 외국인들이 내전이 시작되자 대의를 위해 좌파에 가담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상성보다는 낭만성이 짙은 집단이었다. 이들은 무정부주의자처럼 우익과 좌익 모두에게서 위험한 집단으로 의심을 받았다.
내전이 장기화되면서 자유여단의 자유는 사라지고 여단만이 남게 되었다. 그들은 언제나 의심스런 집단이었다. 공산주의자에게는 사상성이 약한 집단이었고, 공화파에게는 좌편향된 존재였다. 그러기에 이들은 언제나 가장 빈약한 무기로 가장 위험한 전선에 투입되었다. 그들의 자유는 포탄과 총알속에서 사라져갔던 것이다.
'우리는 그곳에 있었다'고 이들은 외치지만, 공화파의 의용병으로 참전했던 한 독일 병사는 본국의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 '어머니, 오렌지 향기가 바람에 날리는 길을 따라 북으로 전진하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오렌지 향기는 지금도 흩날리고 있지만 우리는 사라져 버렸다. 스페인 내전은 그래서 슬프고 안타까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