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일본 - 닌자와 하이쿠 문화의 나라
모로 미야 지음, 김택규 옮김 / 일빛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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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본인들에게 모든 사물과의 관계는 道와 연결된다. 그들은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道라는 단어로 치환시킨다. 이 과정에서 일본적인 문화의 본질이 드러난다. 그렇다고 그들의 道는 도덕경에 나오는 '道可道非常道'와 같은 현묘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道는 철저한 신분질서의 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루스 베네딕트는 일본인의 이런 심성을 옹恩이란 개념으로 철저하게 해부하기도 하였다. 일본인들에게 주고받음의 관계가 바로 질서이며 道인 것이다. 차를 마시는 茶道의 경우도 그렇다. 그 복잡한 의식 속에서 주인과 손님의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주인은 베풀고 손님은 그 과정의 수혜자로 존재한다. 여기서는 그 어떤 불필요한 개입이 필요없다. 茶道의 도식적인 관계 속에서는 인간적인 모습보다는 질서의 과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배한다. 그 관계와 질서의 이야기는 道이면서 모노가타리物語가 된다. 이렇게 볼 때 일본인들에게 모노가타리는 또 다른 질서의 기술이며 또 다른 道의 창조인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결코 중단될 수 없는 道를 만들어 내는 것은 질서에 대한 확고함이며 무질서에 대한 두려움인지도 모른다. 서구인들에게 70년대 중국은 '푸른 개미들의 나라'였다. 일본은 이런점에서 질서의 나라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중요한 道는 무엇일까? 노벨상 수상자 川端康成는 와카和歌, 하이쿠, 다도, 선학을 일본의 미로 열거하였다. 물론 川端의 이러한 언급은 자국 문화에 대한 일종의 장식이며 배려인지도 모른다. 이런 일본의 문화보다는 우리들이 인식하고 있는 일본의 문화, 미는 무엇일까? 이 책은 우리들의 상식에 부합하는 약간은 통속적인 일본의 미, 혹은 질서를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너무 향락적이거나 현학적인 모습이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의 일본적인 미를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의 제일 앞에 나오는 미야모도 무사시의 경우도 그렇다. 많은 일본 문학작품 속에 기술되어 있는 지극히 일본적인 인물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왜 일본인들은 미야모도 무사시의 세계로 침잠하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들이 쉽게 지나치기 쉬운 일본의 일상을 담담히 그려낸다. 목욕문화와 닌자의 세계, 세시 풍속을 통해 일본인들이 몰입하는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 보여준다. 온나노세쿠를 통해 '축소지향적인 일본'을, 마네키네코를 통해 하나의 상품을 브랜드화하는 일본의 상술을 대조적인 옛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비교분석하는 일본인들의 심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하나 섬뜻한 것은 유태인의 구세주라고 불리우는 일본의 외교관 스기하라 치우네衫原千畝의 이야기가 제일 나중에 나오는 것을 보면 일본인의 심성 가운데 가장 낮은 순위가 어떤 것인지를 잘 알 수 있는 하나의 복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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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이 2009-04-08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