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일기
앨리 모건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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ʙᴏᴏᴋ 𝚛𝚎𝚟𝚒𝚎𝚠​

#사서일기 #도서협찬

#앨리모건 #엄일녀 옮김

만약 당신이 사서가 되고 싶어 이 책을 집어 들었다면, 미안하지만 도서관에 취직하는 '왕도'는 없다. 우리 모두 저마다 다른 방향에서 이 업계에 들어왔고, 대체로 많은 부분이 운에 좌우된다. (중략) 도서관에서 일하기 위해 미칠 필요는 없지만, 당신이 하는 일에 약간 미쳐야 할 필요는 있다. 책에 약간 미치는 것 또한 도움이 된다. _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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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도서관이 어떠해야 한다는 그림을 머릿속에 품고 있다. 그 그림이 약간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구식일지 몰라도, 대체로는 도서관이 무슨 일을 해야 하고 그게 무엇인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중략) 지역 도서관들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되는 날은, 누구나 모든 이야기와 모든 자료와 모든 형태의 교육에 무료로 접근할 수 있는 날이다. 그 머나먼 날까지, 도서관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도서관은 지역사회의 지식 저장고이자 진료소이다. 도서관은 지역사회의 두뇌이자 맥동하는 심장이며, 공기처럼 필수적이다. _387~388p.

한 편의 도서관 드라마를 보는듯했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와 소재들이 존재한다고? 지역사회의 구직구인, 학습장애 청소년, 노숙인, 실업자, 영유아, 싱글맘, 노인 등 다양한 이용자들을 만나며 저자의 삶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무기력하고 위기에 빠져있던 도서관을 그 공간을 사랑하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변화시켜가는 과정이 생생했던 이유는 저자가 직접 경험했던 일들을 @grumpwitch (성질 더러운 마녀)라는 트위터 계정에 소개하면서 언론과 전 세계 독서인의 관심이 쏟아졌고, 그것을 계기로 탄생한 에세이다.

어느 지역이나 도서관이 있지만, 그 도서관을 얼마나 이용하고 있으며 도서관의 이용 범위가 얼마만큼인지 알고 있었던가? (도서관 다녀온 지 꽤 되었네....) 지역주민 누구에게든 도서관 회원증만 있다면 무료로 책을 대여할 수 있는 공간. 『사서 일기』처럼 국내에도 다양한 도서관들에서 멋진 지역주민 행사들을 진행 중이라고 하니, 우리에게 열려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고 이용하자. 책을 애정 하는 이라면, 꼭 한 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드라마화되면 정말 재미있을 듯!!)

우리의 목표가 최대한 많은 사람이 도서관을 이용하게 하여 정보 접근권의 빈부격차를 줄이는 거라면, 벌금은 정확히 그 목표에 상반되는 것이다. 부유층은 어깨 한번 으쓱하며 가볍게 무시하고, 취약계층과 차상위층과 빈곤층은 이미 세금으로 이용료를 다 지불한 - 제대로 돌아가는 세상이라면 - 장소에 들어가는 것을 머뭇거리게 된다._51p.

즐거움을 위한 책 읽기도 달리기와 비슷하다. 한동안 독서를 안 하다가 책을 집어 드는 습관으로 돌아가려면 노력이 이만저만 드는 게 아니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중략) 많은 사람들이 이 단계에서 포기한다. 내가 그랬다. (중략) '읽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책이 아니라, 일단 좋아하는 책을 읽을 것. _1449~150p.

읽어야 한다고 느껴지면 읽지 마시라. 그 길은 지루함과 좌절감으로 이어진다. _151p.

중요한 건,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을 때 너무 수준 낮거나 너무 유치하거나 너무 단순하거나 짧거나 시시한 책은 없다는 사실이다. 도서관의 그 누구도 당신을 평가하지 않는다. 성인이 그림책을 한아름 빌려 가면 집에 아이가 있겠거니 추측이야 하겠지만, 궁극적으로 우린 그저 책들이 움직이는 걸 보면 행복하고 누군가 책을 즐긴다는 생각만 하면 기쁘다. (중략) 책 읽기를 좋아하고 싶다면, 좋아하는 책을 읽으세요. _153p.

거의 다는 아닐지라도 적지 않은 수의 도서관 이용자들이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다. 누가 자신의 얘기를 귀 기울여 듣고 있음을 아는 것. _166p.

도서관에는 생애 전환기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익숙함 내지 친근함이 아닐까 싶다. 어딘가의 공공도서관에 생전 처음 가본다 하더라도, 그곳의 기본적인 사항은 익히 다 예상할 수 있으니까. 고정불변이 주는 편안함이 분명 있다, 더군다나 그게 공짜라면. _172~173p.

말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틀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틈새를 메우고 차이를 줄이는 것이 사서의 일이다. 우리는 정보 접근권을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간극을 메운다. (중략) 의사소통의 간극을 메우는 일은, 이해하기 쉽게 종이에 정보를 적어놓는 것처럼 간편한 방법으로 해결될 수도 있다. _188p.

나는 도서관 마법이 서가 위에 놓은 것도 아니요 책 속에 깃든 것도 아님을 깨달았다. 진정한 마법은 도서관이 상징하는 가치에서, 그리고 그 가치에 숨을 불어넣는 지역공동체에서 생겨났다. 사람들이 없다면 - 고된 노동을 마다않는 사람들과 그들에게서 비롯된 참된 애정 없이는- 도서관은 그저 안에 책이 좀 들어있는 공허한 건물에 지나지 않고, 문자 언어를 위한 엄숙하고 삭막한 창고에 불과할 것이다. _364p.

#독파 11/1~11/15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독파 #독파앰배서더3기 #완독챌린지독파 #문학동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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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꼭두각시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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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꼭두각시 #도서협찬

#윌리엄트레버 #김연 옮김

킬네이는 그 어느 때보다 무시무시한 곳이었지만 난 다른 어디도 가고 싶지 않았다. 반쯤 탄 집이 아무리 음울해도,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아도 당신이 거기에 속했으므로 내가 있어야 할 곳은 그곳이었다. 내 존재의 모든 세부, 내 몸의 모든 혈관, 모든 흔적, 내 모든 친밀한 부분이 눈을 감고 쓰러지고 싶게 만든 그 부드러움으로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_263~2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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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때 풋사랑이든 뭐든 서로 사랑했던 걸까? 당신은 라스코맥이나 캐슬타운로쉐에서 살았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 어디도 아닌 여기 로크였을지도. 지난 수많은 세월 난 종종 당신이 가까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_35p.

국경을 초월했던 부모님의 사랑, 첩자의 죽음에 대한 보복으로 엄마인 애나와 윌리엄만을 남긴 채 다른 가족은 죽어야 했고 그로 인한 충격으로 알코올에 의지해 살아가는 엄마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윌리엄. 그에게 찾아온 운명 같은 사랑은 너무도 짧았고 그들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삶은 선택으로 인한 결과로 이어지지만 이 정도의 스토리면 폭풍이 지나가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것만 같지만 그럼에도 삶은 꿋꿋하게 이어진다.

삶에 드리워진 비극, 운명이라면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하는 걸까? 사랑했을 뿐인데... 단지 사랑이었을 뿐인데 그 사랑에 이토록 잔인했던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살아남아 살아가는 삶, 후반부에 이르러 짙은 여운을 남기며 다시금 천천히 되짚어보고 싶어지는 이야기는 윌리엄 트레버이기에 가능할 것이다. 잔혹한 운명을 향한 애절하고 경이로운 이야기, 깊어가는 겨울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네가 시작했다, 그가 시작했다, 우리가 시작했다, 너희가 시작했다, 그들이 시작했다." _111p.

"당신의 아일랜드는 너무 근사해요!" 당신이 말했다.

그 여름이 끝나고, 학교의 지루한 수업과 설교시간에, 소등 후 개인적인 시간에도 당신은 나의 비밀이었다. (중략) 학교생활 자체가 당신으로 하여 달라졌다. "메리앤." 난 속삭였다. "소중하고 귀여운 메리앤." 난 누구에게도 당신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_166p.

군인들의 학살 이후 킬네이가 그랬듯 그 결정적인 순간들 이후 우리는 모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난도질당한 삶들, 그림자의 피조물들. 그의 아버지의 말처럼 운명의 꼭두각시들. 우리는 유령이 되었다._330p.

#독파 11/1~11/15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독파 #독파앰배서더3기 #완독챌린지독파 #한겨레출판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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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최선
문진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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ʙᴏᴏᴋ 𝚛𝚎𝚟𝚒𝚎𝚠

#최소한의최선 #도서협찬

#문진영

'공백기'에 내가 배운 것은 있음과 없음 사이를 견디는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한때 내게 도착한 것들을 맞아들이고 놓아주기. 평정을 지키거나 무감하지 못한 채로, 있는 힘껏 갈팡질팡한 후에 그게 나의 최선이었어,라고 말해주기._#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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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뒤늦게야 그녀가 살아온 삶의 방식을 감히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최소한의 최선. 그것이었다. _96p.

문진영 작가의 9편의 단편이 담긴 『최소한의 최선』, 책의 제목이 갸우뚱하기도 했고, 책표지가 조금은 어두운 느낌이라 큰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지만 첫 단편부터 마음을 사로잡았고 글 한 꼭지가 끝나가는 게 아쉬워 천천히 넘겼던 책이었다. 이야기의 화자들이 크게 드러나는것 같지 않으면서도 읽는 이로 하여금 그 너머를 생각하게끔 안내하고, '너였다면 어땠을것 같아?'라는 질문을 던져오는 것 같기도 했다. 삶이란 이토록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구나, 삶에 드리운 빛과 그림자,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는 생각지도 않게 발견한 오래 알고 싶은 글이었다. 삶의 다양한 파장을 보듬어 펼쳐 보이는 작가의 글을 보다 많은 이들이 읽고 함께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아보카도 씨앗처럼 웅크리고 있던 뭔가가 그 순간 뿅, 하고 돋아났다. 결코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테츠가 말하려던 건 이것이었을까. 그렇게 한번 자라난 것은 되돌릴 수 없었고, 나는 그것을 마음속 어두운 구석에 숨겨두고 문을 잠갔다. _27p.

미노리는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빛이 환할수록 더 짙어지는 그림자에 관해. 임계점에 닿기도 전에 쉽게 무너져버리는 마음에 관해. _31p.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선 어둠 속에 자신을 내버려 둘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닐까. 너무 어두워서 도무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가도, 시간을 견디면 결국에는 아주 느린 속도로 시야가 밝아지듯이. 캄캄한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 _61p.

잊어버리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해 기억하자.

그 말은 동시에 내게 이렇게 들렸다. 잃어버리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해 사랑하자. _88p.

'그냥 젊다는 것'에 관해 생각했다. 단지 젊기만 하다는 것은 젊음 외에 내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고, 나는 그 사실을 견디느라 젊음을 다 소모해 버린 것 같은데. 그러면서도 무언가가 되라는 목소리에는 늘 저항감을 느꼈었다. _189p.

엄마의 말 대부분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곤 했지만, 흘려보내지 못한 말이 하나 있다.

삶은 생각보다 길고, 젊음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

왜냐하면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아니까.

서른 해 남짓 살았을 뿐인데 지금 산 것만큼을 또 살고, 어쩌면 또다시 그만큼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_210~211p.

#독파 11/1~11/15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독파 #독파앰배서더3기 #완독챌린지독파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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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에 늦은 시간은 없다
최갑수 지음 / 얼론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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ʙᴏᴏᴋ 𝚛𝚎𝚟𝚒𝚎𝚠​

#사랑하기에늦은시간은없다 #도서협찬

#최갑수 산문

사는 건 손에 모래를 한 움큼 쥐고 서 있는 것이다. 손아귀에 힘을 주고 모래를 꽉 쥐고 있지만, 스르륵 빠져 나가는 모래는 어쩔 수 없다. 빈손을 바라보는 일은 덧없지만, 그래도 모래를 쥐었던 손의 감촉만은 생생하게 남아있다. 인생은 그 감촉을 안타까워하고 그리워하는 것이다. _234~2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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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지나가기 마련이고, 우리는 결국 끝이 닿는다. 지나간다는 것, 끝이 있다는 것. 이 사실이 큰 위안이 된다. 우리는 결국 거기서 다 만날 테니까. _5p.

삶의 모든 시간에 이야기와 책이 필요하지만 계절이 깊어가는 시간, 그리고 변하는 기간 중에는 더더욱 여행이 고프고, 여행 관련 에세이를 찾게 된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던 시기에 알게 되었던 몇몇 여행작가의 책은 지금도 책장을 지키고 있으며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다정한 친구처럼 시간과 마음을 함께 했던 책이기도 했다. 최갑수 작가는 그중에서도 가장 애정 하는 글로, 단순한 여행이 아닌 사람과 사람, 시간과 인생을 여행하는 느낌을 받는 글이다. 몇 장의 사진을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진에서 느껴지는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달까?

『사랑하기에 늦은 시간은 없다』는 지금의 삶을,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삶과 여행, 사랑과 일상에 대한 뭉클한 이야기들은 아껴읽고, 문장을 옮겨 적으며 기억하고 싶은 문장으로 가득하다. 책의 중간에 실려있는 사진 또한 너무도 감성적이라 그가 아직 가보지 못했던 여행지에서의 이야기들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싶어지는 글이기도 했다.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을 때, 마음이 휘청이고 힘들 때 많은 위로와 응원을 받았던 작가님의 책은 어떤 책이라도 추천하고 싶다. 이 책 또한 긴 겨울, 문득 꺼내보게 될 것 같아 추천하고 싶다.

나의 최선과 당신의 최선이 겹쳤던 그 시간,

그런 날이 누구나에겐 하루쯤 존재하고 있다. _15p.

어떤 헤어짐은 다시 만날 수 있지만, 어떤 헤어짐은 영원하다. 어떤 헤어짐은 너무나 갑작스럽고, 또 어떤 헤어짐은 영원히 상처가 되어 남은 생을 아프게 한다. 산다는 건 주위의 것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걸 겪는 것이라는 걸 알지만, 떠나가는 것들의 어쩔 수 없는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남아 있는 것들의 어색한 포즈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낮에 뜬 그믐달처럼 적막하다. _53~54p.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이 되지 못한 것이 인생이고, 내가 가지고 싶은 걸 가지지 못하는 것이 인생이다. _85p.

사랑하기에 늦은 시간은 없다. _133p.

"여행이 당신을 어떻게 변화시켰나요?" (중략)

여행이 나를 변화시킨 건 없다. 여행은 나를 살아가게 했을 뿐이다. _144p.

서로가 서로에게 인생의 모든 것이 되지 않기를._287p.

#얼론북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도서추천 #추천도서 #에세이추천 #book

* 인친이신 문팅님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작가님의 친필사인본을 소장하게 되어 너무도 영광!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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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김하나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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ʙᴏᴏᴋ 𝚛𝚎𝚟𝚒𝚎𝚠​

#다름아닌사랑과자유 #도서협찬

인간이 없었다면 개도 없었다. 그러니 많은 개들은 어릴 적부터 자기도 모르게 사람을 보면 꼬리를 흔들며 따르고 좋아할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개나 고양이의 '주인'이라거나 개나 고양이를 '키운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개나 고양이는 우리의 가족으로서 '함께 산다'는 개념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서다. _23p. #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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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아이들을 알지 못했더라면 나는 여전히 길고양이를 싫어하고, 동물에 대해서도 피상적인 수준에서 생각했을지 모른다. (중략) 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좁았을 것이고, 나는 그 좁은 세상에서 지금보다 더 편한 마음으로 살았을 것이다. '그래봤자 동물이잖아'라는 논리 하나로 눈을 가리고 고통받는 동물들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반쯤 불편해진 마음으로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을 도리어 비난했을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편했을까, 그 무심함 속에서 나는. 알면 알수록 마음이 아픈 것이 동물에 관한 일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알지 못했다면 분명 마음이 더 편했겠지만 내 세상은 좁고 삭막했을 것이다. _100~101p. #최은영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는 동물권행동 카라 (KARA)의 후원 프로그램인 '일대일 결연'중인 김하나, 이슬아, 김금희, 최은영, 백수린, 백세희, 이석원, 임진아, 김동영등 총 9명의 작가가 반려동물과 함께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길에 방치되어 살아가고 있는 작은 동물들, 유기와 학대로부터 구조된 동물들의 이야기는 작은 관심만으로도 작은 동물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필요에 의해 키우다 버려지는 작은 동물들, 또는 길에서 태어나 살다가 죽어가는 동물들... 정말 많고 다양한 이야기들은 알지 못해서, 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외면했던 지난 시간들까지 돌아보게 한다.

형편이 되지 않아, 때론 관심이 없어서 미루었던 일이 아주 작은 행동과 도움으로 죽어가는 고양이와 개에게 조금은 따스한 계절을 보낼 수 있게 하지 않을까?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던 책이다.

나는 콩돌이를 통해 '개'라는 세계에 구체적으로 접속하게 되었다. 그 시절의 기억은 무엇도 선명하지 않지만 콩돌이에 관한 것만은 다르다. 나는 사랑하는 대상의 구석구석을 오래도록 열심히 관찰했고, 그것은 인장처럼 내 마음의 곳곳에 또렷이 찍혀 있다. 동물을 사랑함은 시절과 세계를 풍요롭게 하는 일이다. _12p. #김하나

사람만 보는 개의 슬픔도, 개를 잃은 사람의 슬픔도 있다. 모두 사랑의 일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는 슬퍼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하지 않고 슬프지 않기보다 슬픔까지 껴안고 사랑하기를 택한다. 동물을 사랑함은 슬픔까지 포함하는 일이다. 그리고 사랑은 언제나 슬픔보다 크다. _36p.

나의 비거니즘은 탐이에게 빚을 지고 있다. 그가 얼마나 생생한 존재인지 가까이서 오래 보지 않았다면 축산과 수산 현장에 관심을 가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중략) 탐이에 대한 사랑과 그를 기른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그에게 느끼는 동질감이 어떤 책임을 준다. 해야 할 일과 바꿔야 할 것들이 커다랗게 놓였다. 그건 '우리'라는 개념을 다시 정립하는 일이다. 혹은 '새로운 우리'를 발명하는 일이다. _55~56p. #이슬아

나는 무언가에 애정을 지니는 일이란 세상을 아주 복잡한 방식으로 이해하겠다는 용기라고 생각한다. 그를 사랑하는 순간 우리는 그가 위치해 있는 그 지점뿐 아니라 연결된 배경까지 모두 받아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장군이가 내 삶에 들어오면서 나는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을 장군이에 빗대어 받아들이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_65p. #김금희

그런 게 혐오의 본질 아닐까.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알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무턱대고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거. 단 한 마리의 고양이와도 알고 지내지 않았으면서,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으면서 막연하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그리면서 쳐다보려 하지도 않았던 것. _92p. #최은영

아직도 눈을 감으면 진돌이가 떠오를 때가 많다. 그럴 때면 눈앞의 진실을 똑바로 보고 손을 뻗는 사람들, 더 나아가 좋은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고 손을 댄 무언가를 끝까지 지키고 품에 안으려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는 눈만 뜨면 된다. 그리고 손만 뻗으면 된다. 이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_155~156p. #백세희

마음은 안 그런데 방법을 몰라서, 지식과 정보는 쌓여도 개념이 없어서, 동물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게 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 당신이 동물 기르는 스킬을 업데이트해가는 동안 그 과정에서 실험과 연습의 대상이 될 수밖엔 없는 아이들의 고통을 헤아린다면 이제 그만 기르자.

기르지 말고 돕자.

아이들과 우리 자신을 위해서. _173p. #이석원

함께 살지 않아도 함께 할 수 있다. 그간의 마음으로 이미 방향은 만들어져 있다. 인생은 생각보다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 그간의 마음으로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 건 아닐까. _218p. #임진아

#독파 11/1~11/15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독파 #독파앰배서더3기 #완독챌린지독파 #백수린 #김하나 #이슬아 #김금희 #최은영 #백세희 #이석원 #임진아 #김동영 #문학동네 #동물권행동카라 #카라일대일결연 #카라더봄센터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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