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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국경 섬을 걷다 - 당산나무에서 둘레길까지, 한국 섬 인문 기행
강제윤 지음 / 어른의시간 / 2025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섬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현재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유인도 섬은 481개, 무인도 섬은 2,918개, 모두 합쳐 3,399개의 섬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숫자가 섬의 정확한 수라 하기는 어렵다. 유인도 수는 수시로 변하고 무인도는 10년에 한 번만 조사가 이루어지며, 미등록 섬도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전자해도와 위성영상을 비교·분석한 결과, 우리 바다에 약 1만 2천여 개의 섬이 있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섬은 단순히 바다 위의 땅덩어리가 아니라 해상 영토와 국경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해상 영토는 육상 영토의 4.4배에 달한다. 이러한 섬들 덕분에 우리는 넓은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 그리고 대륙붕 안의 풍부한 어족자원과 지하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책 ‘바다의 국경 섬을 걷다’는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섬의 중요성과 섬을 통해 우리 삶과 역사를 돌아보게 하는 인문 기행서라 생각한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는데, 섬에 있는 나무, 길, 사람, 역사를 통해 우리 바다의 섬들을 이야기한다. 읽는 내내 마치 내가 직접 섬의 둘레길을 걷고, 오래된 당산나무 아래에 서 있으며, 섬사람의 밥상에 함께 앉아 있는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의 1부에서는 섬의 나무들이 등장한다. 섬 속에 당산나무와 은행나무는 단순히 오래된 나무가 아니라 섬마을 공동체의 신앙과 삶의 중심이었다. 특히 강화 볼음도의 남북으로 헤어져 천 년을 살아온 ‘은행나무 부부’ 이야기는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법한 인상적인 이야기, 마을의 안녕을 보살피는 자은도 팽나무 어르신, 대횡간도 관우를 모시는 신당등 한 그루의 나무가 섬사람들의 삶과 신앙, 더 나아가 민족의 아픔까지 품을 수 있다는 사실은 놀라움과 경외심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2부는 섬 속 길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섬에 난 길은 단순히 오고 가는 통로가 아니라, 세월과 사람들의 발자취가 켜켜이 쌓인 흔적이었다. 특히 ‘걷기 천국’ 울릉도는 언젠가 직접 그 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신안 도초도에 세상에 둘도 없는 황홀한 팽나무 가로수길은 사진만 봐도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밖에 나질 았았다. 섬 속에 길을 따라 걷는다는 것은 곧 섬을 온전히 이해하고, 그 속에 담긴 역사를 체험하는 일임을 깨닫는다.
3부에서는 사람이 중심이었다. 여자도, 고파도, 비금도 같은 섬에서 만난 섬 사람들의 이야기는 소박하면서도 따뜻했고 여수 송도에서 건네는 “죽 한 그릇 먹고 가”라는 말은 단순한 한 끼의 음식이 아니라, 낯선 이를 환대하는 섬사람들의 마음을 잘 보여주었다. 비록 그들의 삶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바다처럼 깊고 넓은 인심이 있었다.
마지막 4부는 역사를 다루었다. 김만중의 유배지였던 노도, 항쟁의 섬 하의도, 현대사의 아픔이 깃든 실미도까지, 작은 섬 하나하나가 곧 우리의 굴곡진 역사를 증언하는 현장이었다. 특히 하의도의 333년에 걸친 농민항쟁 이야기는 우리민족의 민족성에 다시 한 번 놀라웠고 이처럼 우리의 섬은 단순한 변방이 아니라, 사회의 중심을 흔든 역사의 무대였음을 깨닫게 했다.
이 책을 덮으며, 섬은 결코 고립된 공간이 아니라 우리 삶과 역사, 그리고 마음의 풍경이 응축된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섬을 찾을 기회가 생긴다면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그 속에 깃든 사람과 길, 나무와 역사를 마음으로 느껴보고 싶다.
이 책을 덮으며, 섬은 결코 고립된 공간이 아니라 우리 삶과 역사, 그리고 섬 속에 숨겨진 신비롭고 아름다운 속살을 숨겨놓은 보물찾기 처럼 우리의 보물을 찾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섬은 바다의 국경이자, 우리의 삶과 역사, 문화를 지탱해온 중요한 공간이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책에서 만난 섬들을 직접 걸으며 나의 발자취를 남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