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박사 평전 석주명
이병철 지음 / 광문각출판미디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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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는 어릴 적 교과서에서 우리나라 나비를 세계에 알린 곤충학자 석주명의 이름을 접한 적이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때의 기억은 나비박사라는 별칭에 그쳤다.

 

이번에 나비박사 평전 석주명을 읽으며, 그 단순한 별칭 뒤에 숨겨진 그의 치열한 삶과 집념의 연구 그리고 폭넓은 학문 세계를 새삼 발견하게 되었다.

책에서는 석주명 선생의 연구자료, 학술 논문, 지인들과의 면담기록, 선생의 채집기와 일기 그리고 저자의 취재 뒷이야기가 어우러져 선생의 삶을 다각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석주명의 가장 큰 업적은 외국인들이 잘못 분류한 나비의 동종이명을 바로잡은 것이다.

특히 일본 학자들이 같은 종인데도 형질의 작은 차이만으로 전혀 다른 종으로 오인한 921개의 동종이명 중 844개를 말소했다. 이를 위해 그는 무려 60만 마리 이상의 나비를 하나하나 측정하고 통계를 내어 개체 변이에 따른 분포곡선이론을 창안했다.

그 결과 한국산 나비를 250종으로 최종 분류했고, 이는 세계 곤충학계에 새로운 학설로 인정받았다. 평생 채집한 나비만 75만 마리가 넘으니, 그의 집념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그가 단지 나비만연구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1943, 경성제대 부속 생약연구소 시험장 책임자로 부임한 그는 21개월 동안 제주도의 들과 숲을 누비며 연구에 몰두했다. 나비 채집과 병행해 제주어 7,000여 개 어휘를 수집하고, 마을 어르신들의 입말을 하나하나 채록했다. 더 나아가 사람들의 삶터, 공동체 구조, 풍습까지 조사하여 제주 인문사회를 깊이 이해했다.

그에게 제주도는 단순한 연구 현장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 언어가 어우러진 하나의 거대한 학문 세계였다. 그 결과 제주도 방언집제주도총서6권을 남겼는데, 이는 오늘날에도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석주명은 곤충학자이자 국학자였고, 동시에 언어학자이자 평화운동가였다. 그는 에스페란토 보급에도 힘썼는데, 이는 국제 학문 교류에서 일본의 간섭을 피하고 조선인 학자로서 인정받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가 걸어간 길은 언제나 우리 것을 제대로 알리고 지키는 일과 맞닿아 있었다.

 

그러나 1950, 국립과학박물관 재건 회의에 참석하러 가던 길에 뜻밖의 총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젋은 나이, 한창 연구의 매진하던 선생의 허망한 죽음이었다. 책을 읽으며, 나는 그 젊은 나이가 얼마나 짧은지 실감했다. 그는 죽는 날까지 하루하루를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고, 그 열정은 얼마나 빛났었는지를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 절절히 느껴왔다.

 

책을 덮으며, 석주명의 삶이 단순히 나비를 사랑한 과학자의 기록이 아니라, 자연과 인문학, 그리고 시대를 관통한 한 지식인의 분투였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의 말이 오래 남는다.

사람들이 왜 나비를 잡냐고? 물으면 선생은 그 물음에 대한 답은 마음속으로만 한다. ‘ 이 어려운 시대를 극복하는 방법은 사람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학문을 택해 오로지 거기에 몰두함으로써 훌륭한 업적을 남기는 것이다. 업적은 남이 하지 않는 일을 찾아서 해야만 이룰 수 있다라고.

남이 하지 않는 일을 10년간 하면 꼭 성공한다.”

그 말은 단지 학문뿐 아니라, 우리 삶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신념이자 특히 현재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주는 도전에 메시지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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