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행복을 진단한다 - 서울의과학연구소 SCL의 도전과 성취
이경률 지음 / 예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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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SCL 헬스케어 회장이자 SCL 총괄의료원장, 주식회사 이노테라피 대표이사이며 최근 연세대학교 총동문회장으로 선출된 이경률 회장이 지은 책으로 부제로는 "서울의과학연구소 SCL의 도전과 성취"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약력을 보면 알겠지만,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로서 편한 길을 갈 수도 있음에도 서울의과학연구소 SCL의 회장으로 SCL를 세계적 수준의 진단검사 기관으로 키워내고 또한 연세대학교 총동문회장으로 선출된 만큼 코로나 팬더믹이 마감되는 시점에서 SCL의 성공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일 것이다. 다만,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게 마련이고, 회사의 고객이시니 만큼 책을 읽고 서평을 씀에 있어서도 아무래도 긍정적인 면에 우선적으로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점은 양해해주길 바란다.


선즉제인 先卽制人


"

선발제인 후발제어인(先發制人 後發制於人)

— 항량이 은통에게

한서 및 사기 항우

"

경제학에서 말하는 '선점우위효과'는 남들이 시도하지 못한 걸 최초로 시도한 기업은 해당 산업을 선도하는 위치를 차지하고 다른 기업보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선점우위효과'는 한서 및 사기 항우 본기에서 기재된 바와 같이, 회계 태수 은통(殷通)이 항량에게 거병을 모의하였을 때, 항량이 은통에게 "선발제인 후발제어인(先發制人 後發制於人)"이라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SCL은 24시간 논스톱 검사 시스템과 자동화 시스템 도입, 국내 최초의 PCR 검사 도입, 국내 최초 CAP 인증 등을 통하여 진단검사 업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현재에서 안주할 것이 아니라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여 가장 먼저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길이야 말로 "선발제인 후발제어인(先發制人 後發制於人)"이라고 할 것이다.


모두가 일하고 싶어하는 회사

"

어떤 회사에 다니고 싶은가?

이는 일자리를 찾는 예비 근로자들이라면 가장 관심이 있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 당연히 좋은 회사이다. 일한 만큼 보수를 보장해 주고, 알찬 복지제도가 제공되며, 미래 비전이 존재하는 회사, 이런 곳이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회사이다.

5장 춤추는 별들의 세상, 205 페이지

"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일까?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역시 가장 좋은 것은 이른바 "평판 조회"를 하는 것이 좋지만 많은 경우 해당 회사에 대해 정보를 얻지 못할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 나 같은 경우에는 ①회사 홈페이지가 깔끔하고 트렌디한지 ②매출은 안정적이고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는지 ③회사 면접시 회사가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판단한다. 다만, 최근에 다른 분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좋은 회사는 저년차가 많은 곳이 좋은 회사입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말이 가장 정확한 것 같다. 다르게 표현하면 장기 근속자가 많은 회사가 좋은 회사라고 할 수 있다. SCL의 경우에는 연 1회 정기검진과 독감 예방접종, 사회동호회 지원 등을 통해 장기 근속자가 많은 회사에 해당하였다. 보수도 물론 중요하지만 복지 역시 근로자 입장에서 근속을 위해서는 중요한 것이므로 SCL의 장기 근속을 위한 복지 제도 등도 경영자이든 근로자이든 참고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준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SCL 헬스케어 회장인 이경률 회장의 책을 읽어보았다. 아무래도 직접 쓴 글은 아니고 제3자가 엮은 책임에도 작은 글씨로 각 뉴스나 근거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언급하고 있었던 점을 칭찬하고 싶다. 코로나 엔더믹을 맞이하여 SCL의 새로운 도전을 기대해본다. 이 책에서도 강조한 바와 같이, 코로나 엔더믹에 대하여 "선발제인 후발제어인(先發制人 後發制於人)"의 고사에 따라 새로운 도전을 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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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의 커리어 비밀노트 특허 빅데이터 - 거대한 기술의 흐름을 비즈니스로 풀어내는 단 하나의 방법
송완감.최덕형.윤정호 지음 / 비제이퍼블릭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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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느덧 특허 업계에서 일한 지도 2년이 되어 간다. 수많은 특허 문헌을 찾아보고 읽어 보았지만, 특허 문헌이란 것은 결국 하나의 데이타(Data)일 뿐, 이를 통하여 업계의 동향이나 미래 기업이 진출할 분야를 예측하는 지혜(Wisdom)에는 전혀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이렇게 파편화된 특허 빅데이타(Data)를 통하여 지혜(Wisdom) - 업계의 동향이나 기업이 미래에 진출할 분야를 예측하는 것 등, 를 찾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최근 내가 속한 특허법인도 Keywert로 특허 검색 데이타베이스를 변경한 바 있다. 공동 저자인 윤정호 대표가 직접 당사를 방문하여 Keywert의 장점 (쉽고 편한 UI, 강력한 시각화 프로그램 등)을 소개하고, Keywert의 장점에 매료되어 특허 검색 데이타베이스를 변경한 바 있다. 앞으로 Keywert를 통하여 이와 같이 특허 빅데이타(Data)로 지혜(Wisdom)를 잧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DIKW 피라미드

"데이타(Data) : 관찰, 측정을 통하여 수집된 사실이나 값, 수치, 문자 등 가공되지 않은 원본 데이타.

지혜(Wisdom) : 지식에 유연성을 더하고, 상황이나 맥락에 맞게 규칙을 적용하는 것. 근본 원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도출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


DIRKW 피라미드라고 함은 "Data Information Knowledge Wisdom Pyramid"를 말하는 것으로, Data, Information, Knowledge, Wisdom으로 이루어진 계층도이고, 문헌 정보관리, 정보 시스템, 지식 관리 영역에서 흔히 인용되는 피라미드이다. 여기서 특허문헌이라 함은 바로 데이타(Data)에 불과하다. 이를 토대로 지혜(Wisdom)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부제인 "상위 1%의 커리어 비밀노트"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날 것에 불과한 특허문헌으로부터 지혜(Wisdom)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특허 빅데이타를 이용한 기술 트렌드 분석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특허 빅데이타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였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이를 엮어서 지혜(Wisdom)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Keywert를 통하여 하기 순서로 재활용 플라스틱의 트렌드 분석을 시도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①분석 프로세스 구축 ②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에 대한 자동 기술 분류 ③세부 기술에 대한 기술 트렌드 분석 순으로 진행되었으며 흔히 잘 알려진 툴인 LDA 기법태블로 툴을 이용하여 위와 같이 훌륭한 트렌드 분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결과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이 책의 187페이지에는 재활용 플라스틱 시각화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QR코드가 삽입되어 있다.


이렇게 이 책은 날 것인 특허문헌(Data)로 부터 지헤(Wisdom)을 찾기 위한 통찰력과 방법론 모두를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특허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동종업자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의 트렌드를 파악이 중요한 기업의 결정권자 등은 반드시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중요한 의사결정에 앞서서 특허 빅데이타를 이용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면, 실패 확률을 줄이고 안개 속에 숨겨진 미래의 한 끄트머리를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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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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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red Diamond의 유명한 책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는 비록 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두번은 그 이름을 들어보았을 정도로 유명한 책이다. 1998년에 출판되고 이제 고작 20년 조금 넘었을 뿐인데 벌써부터 고전의 반열에 언급될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책이다. 결국 이 책은 그동안 그 누구도 납득할만한 답변을 하지 못했던 질문인, "왜 흑인들은 백인들처럼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라는 얄리의 질문에 대한 답을 보여주는 책으로서 인류의 발전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왜 흑인들은 백인들처럼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뉴기니인


그는 다시금 그 번뜩이는 눈빛으로 나를 찌를 듯이 바라보면서 이렇게 물었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 프롤로그 中

프롤로그 - 현대 세계의 불평등에 대한 의문을 푼다

대체 어떤 차이가 이른바 '백인'과 '흑인'의 차이를 불러왔을까? 인종의 차이? 한랭한 기후의 차이?글쓴이는 단호하게 "환경적 차이"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①가축화 및 작물화의 재료인 야생 동식물의 대륙 간 차이, ②확산과 이동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의 차이 (예컨대, 유라시아는 주요 축이 동서 방향인데 비하여, 아메리카는 주요 축이 남북 방향)③각 대륙 '사이'의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용인들의 차이 ④각 대륙의 면적과 전체 인구 규모의 차이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고전(Old school)과 구식(Outdated)와의 차이



총, 균, 쇠

고전 (Old school)과 구식 (Outdated)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고전은 원시적이지만 다시 하더라도 재미있는 것이고, 구식은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것이죠.

AVGN. 타이거 일렉트로닉스 게임기 리뷰 中

https://www.youtube.com/watch?v=ScmdDuvnkos&t=538s

상기 리뷰는 비록 게임 (Game)에 대한 것이지만, 이는 책 (Book)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 책이 쓰여진지가 1997년으로 벌써 25년이 지난 책이다. 그럼에도 구식이 아니라 고전(古典)이라 전해지는 이유는 바로 그 누구도 대답 할 수 없었던 "왜 흑인들은 백인들처럼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에 대한 답을 했다는 것에 있다. 비록, ①지질학 결정론, 지질학 만능주의라는 비판이 있고, ② 유럽은 분열되어 중국보다 더 발전했다는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글과 달리 EU라는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였으며, ④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진화생물학자임은 인정하지만, 언어와 고고학에 대한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 ⑤유목민인 몽골 제국이 전세계 (농경민)를 말발굽 하에 놓았던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였다는 비판이 있지만 새로운 통찰력을 부여해준다는 점에서 20세기의 고전(古典)이라고 칭해도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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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양장)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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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면 제목을 정할 때는 상투적인 표현을 피하고자 노력하지만, 이 책의 경우에는 이런 상투적 제목이 오히려 책을 제대로 표현하는 제목이므로 부득이 "SF 소설의 걸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자 한다. 사실 SF 소설이란 장르가 굉장히 마이너한 장르고 이 책을 포함해서 단 두 권 밖에는 읽어본 적이 없는 장르이므로 "걸작"이란 표현을 사용함에 딱히 거리낌이 없었다. 이렇게 SF 소설이 마이너한 이유는 간단하다. "SF 소설"이란 문구를 분설해보면 왜 그런지 명확해지는데 "SF"는 글쓴이 뿐만 아니라 읽은 사람에게도 기본적인 과학 소양을 요구하고 "소설"이다 보니 이에 더하여 글쓴이의 수려한 글 쓰는 솜씨까지 요구하기 때문이다.

최근 문이과가 통합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 등이 변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문과는 문과, 이과는 이과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문과 출신이 SF 소설을 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그나마 이과 출신이 SF 소설을 쓰는 것이 대부분이나 나도 그렇지만 이과 출신은 수식에는 강할지 몰라도 글에는 약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SF 소설이 그 양도 적을 뿐만 아니라 마이너한 장르로 남아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책은 마이너한 SF 소설의 걸작으로 SF 소설의 장점을 보여주는 정말로 훌륭한 책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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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wer of Babylon



또 사람들은 의논하였다. "어서 도시를 세우고 그 가운데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탑을 쌓아 우리 이름을 날려 사방으로 흩어지지 않도록 하자."

야훼께서 땅에 내려오시어 사람들이 이렇게 세운 도시와 탑을 보시고 생각하셨다.

"사람들이 한 종족이라 말이 같아서 안 되겠구나. 이것은 사람들이 하려는 일의 시작에 지나지 않겠지. 앞으로 하려고만 하면 못 할 일이 없겠구나. 당장 땅에 내려가서 사람들이 쓰는 말을 뒤섞어놓아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해야겠다."

야훼께서는 사람들을 거기에서 온 땅으로 흩으셨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도시를 세우던 일을 그만두었다. 야훼께서 온 세상의 말을 거기에서 뒤섞어놓아 사람들을 온 땅에 흩으셨다고 해서 그 도시의 이름을 바벨이라고 불렀다.

<창세기> 11장 4~9절 (공동번역)

현재 "바벨탑"은 기술적으로 또는 재정적으로 실현하기 어렵거나 지나치게 야심적이어서 성공할 수 없는 비현실적이나 공상적인 계획을 뜻하는 단어 혹은 과학이나 문명 등이 발전하여 금기시되는 영역까지 닿으려 할 때도 은유적인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테드 창의 소설에서는 금기시되는 영역까지 닿았음에도 성경과 달리 야훼가 이 탑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결국 원통형 인장처럼 하늘 끝까지 닿으면 다시 땅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며 "몇 십 세기에 걸쳐 역사한다고 해도 인간은 천지창조에 관해 그들이 알고 있는 지식 이상의 것을 알 수 없기 때문"이고 이를 통해 "야훼의 업적은 밣겨지고, 그와 동시에 숨겨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 많은 연구 끝에 우주의 나이는 137억년 정도임을 밝혀 냈으나 우리는 아직까지 우주의 끝이 어디인지, 우주의 시작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앞으로 수십 세기가 지난다고 하여도 "천지창조"에 관해 금기시되는 영역인 해당 내용에 대해 알기는 쉽지 않을 것이지만, 인간의 호기심은 분명히 튼튼한 바벨탑을 세워 하늘 끝까지 세우고자 노력할 것이고 비록 하늘 끝까지 닿진 못하더라도 그 과실을 우리의 후손들이 누릴 수 있으리라.


광선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선택하기 전, 자신의 최종 목적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나는 처음부터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알고 있었고, 그것에 상응하는 경로를 골랐어. 하지만 나는 환희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아니면 고통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내가 달성하게 될 것은 최소화일까, 아니면 최대화일까?

네 인생의 이야기

"네 인생의 이야기"는 절반쯤 읽고 나서야 책의 구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책을 읽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시계열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책을 읽게 된다. 그런데 이 단편은 두 개의 별개의 이야기를 가지며, 그 중 한 가지 이야기는 시간적 순서도 뒤죽박죽이다. 벌써 책의 구성에서 부터 시간의 흐름으로 원인과 결과로 구성되는 뉴턴역학과 달리 해석역학에 따라 책을 구성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또한, 자유의지와 전지(全知)는 양립 불가능함이 분명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처럼 자신의 딸이 젊은 나이에 사고로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자유의지로 "아이를 가지고 싶어?"라는 질문에 "응"이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자유의지와 전지(全知)는 어떻게 보면 양립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다면 그거야 말로 따분한 일 아닐까? 나라면 다른 선택을 하고 마치 오이디푸스처럼 해당 결과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에 대해서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 책은 SF 소설의 걸작 중에 걸작이며 SF 소설은 황당무계한 헛소리들의 항연이라는 선입견을 무참하게 깨뜨릴 수 있는 책이다. 감히 평가하건데 올해 읽은 책 중에서 한 손가락에 꼽힐 수 있는 책이고 타인에게 과감하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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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인간 실격 책세상 세계문학 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정회성 옮김 / 책세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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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글쓴이인 다자이 오사무(太宰治)의 자전적 소설이다. 人間失格(인간실격)이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염세적 분위기를 풍기는 소설인데 이는 이 책의 출판일은 1948년 7월 25일인데 일본의 항복선언일은 1945년 8월 15일이고 다사이 오사무가 1948년 6월 13일에 자살했다는 점을 알게되면 이 책이 왜 이렇게 염세적 분위기를 풍기는지 알 수 있다. 소설은 결국 시대상의 반영이고, 당시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의 패전 이후 절망적이고 염세적 분위기를 풍길 수 밖에 없었으며 이러한 분위기가 이 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 책의 주인공인 오바 요조(大庭葉蔵)는 스스로 "인간 실격(人間失格). 이제 나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닙니다." 라고 자조하는데 그렇다면 인간 합격(人間合格)은 인간 실격(人間失格)의 antonym(반대말)인가 synonym(동의어)인지 주인공과 호리키가 하는 놀이, 즉 앤토님 알아 맞추기 놀이에 비추어 이하 살펴보도록 한다.


첫번째 사진 - 그 남자의 어린시절 사진


이건 글쓴이인 다자이 오사무의 사진으로 왼쪽에서 두 번째가 다자이 오사무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어릿광대짓이었습니다.

어릿광대짓은 인간에 대한 나의 마지막 구애 행위였습니다.

— 첫 번째 수기 中

놀랍게도 머리말에 있는 3장의 사진은 글쓴이인 다자이 오사무의 실제 사진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즉, 스스로 평가하길 "아이의 웃는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지 모르게 께름직하고 섬뜩한 느낌이 든다."고 표현하는 그 사진이다. 같은 사진에 찍힌 7명의 아이들이 "무표정"한 표정을 하고 있는데 비하여 오바 요조(大庭葉蔵)만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점이 바로 그가 어린시절에 행하였단 "어릿광대짓"이고 인간합격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두 번째 사진 - 교복차림



다자이 오사무의 가장 유명한 사진일 것이다.

갈매기가 ''여女"자와 비슷한 모양으로 하늘을 날고 있었습니다.

— 두 번째 수기 中

두 번째 사진 역시 다자이 오사무의 사진 묘사와 일치한다. "교복 차림인데 등나무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웃고 있다."는 묘사가 바로 그러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꾸민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웃음이라고 표현하는 그러한 웃음을 띄고 있다. 자신의 페르소나(persona)를 다케이치에게 들키고, 이어서 검사에게까지 들킨 후 지었을 멋적은 웃음이 바로 그러하지 않았을까? 실제 글쓴이인 다자이 오사무도 애인과 동반 자살 시도를 하였다가 혼자만 살아 남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가 있었다. 아마도 중의원 의원이었던 아버지께서 힘을 써주지 않았을까 싶지만 다자이 오사무는 혼자만 살아남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같이 죽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 했을까?

세 번째 사진 - 죽을상



정확하게 세 번째 사진 묘사와 일치하진 않지만 그나마 가장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하여 가져왔다.

"진짜 아빠가 있으면 좋겠어."

시게코는 다를 줄 알았는데, 이 아이에게도 '느닷없이 쇠파리를 때려죽이는 소의 꼬리'가 있었던 것입니다.

— 세 번째 수기 中

세 번째 사진에 대하여 글쓴이는 '말하자면 화롯불에 양손을 쬐다 그대로 죽은 듯, 음산하면서도 불길한 느낌이 드는 사진'이라고 표현한다. 또한 사진의 주인공에 대해서 지극히 평범하고 이상한 얼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아마도 글쓴이인 다자이 오사무는 머리말을 쓰는 순간에 자살을 이미 염두에 두고 있었는지 모른다. 스스로의 사진에 대해서 "죽은 듯"이라고 마치 시체를 보듯 평가할 수 있는 자가 있을까? 다자이 오사무는 스스로의 페르소나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자가 있는 경우 이를 매우 부끄러워 하고 견딜 수 없어 하는 자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人間失格과 人間合格, antonym(반대말)인가 synonym(동의어)인가?

인간 합격(人間合格)은 인간 실격(人間失格)의 antonym(반대말)인가 synonym(동의어)인가? 삶(life)와 죽음(death)는 삶도 아니고 죽음도 아닌 중간단계가 없으므로 완전한 antonym(반대말)이라고 볼 수 있다(물론 뇌사 등 애매한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인간 합격(人間合格)이 아니면 인간 실격(人間失格)이고, 인간 실격(人間失格)이 아니면 인간 합격(人間合格)으로 중간이 없는 개념인가? 누구나 가면, 즉 페르소나를 쓰고 있고 인간 합격(人間合格)과 인간 실격(人間失格) 사이에서 흔들리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완벽한 가면을 쓰고 있다고 인간 합격이라고 단언해서도 아니될 것이고 가면이 벗겨 졌다고 인간 실격이라고 자조하고 것 역시 인간의 본질에는 맞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antonym(반대말)도 synonym(동의어)도 아니지만 인간 합격을 지향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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