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나라에서 1890년~1910년까지의 역사는 거의 잊혀진 역사로 취급받고 있다. 조금 더 크게 본다면 조선 말 철종부터 해방 직후까지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치욕스런 역사라는 명분 아래 되도록 감추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위대하고 훌륭한 역사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치욕스런 역사를 통해서도 배울 것이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서구 열강 사이에서 어떤 처신을 해야되며 지도자의 잘못된 선택이 어떤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오는지는 이른바 4대 열강 틈바구니에서 눈치를 보아야하는 현재에도 시사할 점이 많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조선 말 철종부터 해방 직후의 역사를 숨김에 따라 이런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발로 차버렸을 뿐만 아니라 친일파의 역사 또한 숨겨지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다시 한번 조선 말 철종부터 해방 직후의 역사, 특히 1890~1910년까지의 역사의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특히 1890~1910년까지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빠질 수 없는 것이 이른바 [독립협회]이다. 그러나 [독립협회]에 대해서는 그저 서재필이 세운 단체이며, 독립신문을 발행하고 만민공동회를 개최했다는 수준의 서술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행 고등학교 국사책이며 학술적인 면에서도 [독립협회]에 대한 연구는 불모지에 가까웠다. 그러나 신용하 교수의 이 책이 나오면서 우리는 우리의 조상들에게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신용하 교수의 이 책은 [독립협회]에 대한 연구로는 독보적인 위치를 아직까지도 점유하고 있다. 이 책이 출판된 것이 1976년인데 30년이 넘어서 까지 이 책의 아성을 넘볼만한 연구 성과는 전무해보인다. 다만 아무래도 박사 논문으로 쓰여진 책이라서 일반인이 읽기에는 분량면에서 저어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06년에 신판을 내면서 현대어에 맞게 수정했으며 글자도 크게 바꾸었기 때문에 읽는데 별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다. 이 책은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먼저 상권에서는 주로 "독립신문"과 "독립협회의 창립과 사상"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먼저 독립신문에 대해 간단히 서술해보면 1896년 4월 7일 한국역사상 최초의 민간신문으로 창간된 "독립신문"은 서재필 개인의 업적이 아니라 국내 개화파와 서재필의 합작이었으며 제작 측면에서는 서재필과 주시경의 합작이었고 결국 "독립신문"은 한국사회의 발전과 한국인의 의식 및 사상의 변화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커다란 계몽적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 신용하 교수의 결론이다. 이것을 보면 그전까지 과소평가되고 있었던 [독립신문]이 얼마나 민중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으며 특히 현재와 비교해서 언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언론이라 함은 양날의 검으로 어떤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짐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이어서 "독립협회"에 대해서는 189년 7월 2일에 독립문/독립공원/독립관 건립을 위해 창립되었을 때에는 고급관료클럽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였으나 1897년 8월 이후부터는 민중이 현저히 진출하여 결국 독립협회는 민중의 사회단체로 전화되었으며 열강의 세력 균형이 이루어진 1897년부터 1903년까지의 6년간이었으며 이 짧은 기간에 다시 한 번 민중의 힘을 기초로 자강을 실현함으로서 자주독립을 지키려 한 것이 독립협회의 사회사상으로 이로써 한국침략을 노리던 제정러시아와 일본이 큰 타격을 입었으며 독립협회의 자주민권자강운동은 19세기 말 한국의 시민/민중에 의한 근대민족주의와 민주주의 개혁운동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고 글쓴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결국 이 책을 통해서 그동안 숨겨진 역사인 [독립협회]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박사 논문이라서 조금 난해한 점은 있지만 현존하는 [독립협회] 연구 성과물로서는 이 책이 독보적이며 신판을 내면서 현대어로 바꾸고 활자를 키웠기 때문에 지레 겁 먹지 말고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다만 신판을 내면서도 오타가 2~3군데 보인 점은 옥의 티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