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건 어차피 비루하고 골치 아픈 거다. 그래서 들여다보기엔 왠지 껄끄럽고 불편한 건지도. 굳이 자신의 내부 안에서 그 과정을 확인하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닥 달갑게 생각하지 않으리라. 그러나 작가 최규석은 이 고통의 요소들을 끌어안아 훌륭하게 재가공하는 놀라운 흡입력과 생산력을 갖추고 있다. 그럴 것이 잊고 싶은, 외면하고 싶은 우리의 부조리한 삶을 생생한 영상처럼 수면위로 발딱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그 소외된 삶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일종의 상처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대다수의 작가들이 그것을 애써 외면했지만 최규석은 담담하게 꺼내놓는다. 과장없이 삶을 똑바로 바라보게 만드는 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징의 힘. 자, 봐라. 이것이 현실이다, 라고. 거대한 구조 - 그것이 국가든 자본이든 약자에 대한 권력을 가진 강자든 그 무엇이든 좋다 - 에 대항할 수 없는 나약한 개인의 비극은 사실적이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하다. 각 단편의 쓸쓸한 결말이 오랜동안 그림에서 눈길을 거두지 못하게 한다. 여운들. 게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섬세한 표정을 보자. 작품 속의 선들은 거칠지만 제대로 살아 움직인다. 최규석의 단편들은 분명 독특한 상상력과 재미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포장을 뜯고 나면 탄성이 나올만큼 내부는 몹시 예리하다. 그래서 내지른 탄성은 그의 [공룡 둘리...]이후의 새로운 작품들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으로까지 이어지곤 한다. 

*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그만 졸면서 썼어요. 더 낫게 쓰고 싶었는데 기냥 올리기로 합니다. 자몽상자님꺼 좀 베껴쓸라고 했는데 알고 토뀌신 모냥입니다. 흘흘...농담입니다. 암턴, 차력당원 열분덜, 리뷰 올리시느라 수고하셨네요. 고맙습니다. 저도 덕분에 좋은 시간 되었습니다. 특별히. 쏠키, 고마워. 좋은 작가와 작품을 알게 해주었으니께로. 뽁스도 고맙구만. 안 기람 리뷰같은 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잊어버릴 뻔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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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메시지 > 잔혹한 웃음을 웃다

누구나 알고 있는, 그러나 맨정신으로는 대놓고 까발리기에 거북스러운, 때묻은 일상에 대한 적나라한 파헤침. 최규석의 단편집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에 대한 나의 최종 판결이다.

6편의 단편들은 각각 나름의 주제의식을 가지고 만들어진 독립된 세계이다.
‘내사랑 단백질’은 동물세계에서 공인된 살육인 육식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와 그것을 통해 인간들의 세련되게 위장된 약육강식의 비정함을 돌려 말하고있다, ‘콜라맨’에서는 은폐된 죄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리바이던’과 ‘선택’은 현대 한국 사회의 병폐들과 그것에 감염된 암울한 인간상을 보여주고 있다, ‘솔잎’은 권력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심이 사건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작품들이 말하고 있는 주제나 인식들이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다. 그러나 이 각각의 단편들은 신선한 발상과 빠른 이야기 전개, 그리고 사실적이면서 섬뜩한 그림으로 하여금 충격을 넘어서 거부감마저 느끼게 한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새로운 의미부여, 혹은 낯설게하기가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6편의 단편 외에도 아스팔트 위에서 모질게 살고 있는 민들레처럼 단편들 사이에 조그많게 놓여있는 쪽만화 세 편도 함축적이면서 최규석의 신선함과 잔혹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밥그릇을 놓고 벌이는 정의롭지 못한 인간의 약육강식, 그러한 야만의 사회에서 야수의 가면을 벗어 던지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잔혹한 사회에서 자신이 누군지 생각해 본 적 없이 남과 비교만 해왔던 ‘플라워’의 암담한 모습이 정답없이 문제만을 던져 놓는 최규석이라는 작가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유일한 해결책의 실마리는 아닐까. 자신을 돌아보라는.....

최규석의 작품집에서 유쾌한 만화 읽기는 표면적으로 성공한다. 기발한 발상과 재치있는 그림들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서는 결코 유쾌할 수가 없는 최규석의 잔혹함이 이 작품집을 칭찬할 수밖에 없는 근원적인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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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연우주 > 양날의 칼 같은...

화는 일상보다 가벼울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지치는 일상을 잠시 외면하고 싶을 때,
배를 깔고 편안하게 즐기고 싶을 때,
가벼운 맥주를 한 잔 마시듯 그렇게 만화를 읽곤 했었다.

그런 착각을 일순간에 깨게 했던 만화가 한 권 여기 있다.
일상보다 무겁디 무거운
그래서 읽고 나서 길게 한숨을 쉬게 하는 그런 만화가 여기 있다.

고스란히 담긴 비애에 전염되어
책을 내려 놓고 멍한 심정이 되었었다.

만화가 이렇게 무거워도 되는 걸까?
이렇게 적나라해도 되는 걸까?

만화는 현실보다 아름다워야 하는데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는 그렇지 못하다.
아무것도 포장하지 않고
만화가 아름답다고 위로하지 않는다.

그게 바로 이 만화의 매력이자 단점이다.
전염성을 띤 삶의 비애를 펼쳐내 편안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
그렇지만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알게 한다는 점,
양날의 칼 같은 상반된 두 장단점을 가진 만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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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부리 > 현실과 마주하기

드라마를 보면 언제나 재벌2세가 나온다. 나와는 달리 그 재벌2세는 아주 잘 생겼고, 그를 놓고 싸우는 애들도 평상시엔 꿈도 못꿀 미인들이다. 사람들은 이런 드라마에 열광한다. 재벌이 아니라 평범한 회사원이 나오는 드라마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경기가 어려울수록 심해져, 실업자가 다량으로 양산되었던 외환위기 시절 <별은 내가슴에>라는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늘상 마주하는 진저리치는 현실보다는, 꿈에서나 볼 수 있는 세계를 음미하면서 현실의 고단함을 잊는다.

대중들의 그런 성향을 뭐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 우리가 그들에게 더 큰 오락을 제공해 주지도 않으면서, 그런 드라마를 왜 보냐고 윽박지를 수야 없지 않는가? 하지만 이건 분명하다. 대중들이 지금처럼 현실과 마주서기를 꺼리고, 현실 도피적인 드라마에 열광한다면 우리 사회의 진보는 없고, 대중들의 고단한 삶은 계속될 것이다. 보다 개혁적이라고 알려진 대통령이 거푸 당선되었지만, 그래서 우리 사회가 조금이나마 나아진 게 없진 않겠지만, 우리들의 삶은 여전히 피폐하다. 삶의 진보는 스스로 쟁취하는 것, 대중들의 자각이 없다면 척박한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가 딛고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그런 책이다. 만화니까 쉽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장면장면들에서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적이 여러번이었다. 고길동에게 탄압만 받던 둘리만 기억하던 나로서는 이 책을 본다는 게 영 마음이 불편했다. 남자들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홍상수의 영화가 내게 불편하듯이. 하지만 문제의 해결은 진실과 대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책의 가치는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 차력당의 책 선정이 마음에 드는 까닭이다.

원래 리뷰는 읽은 직후에 써야 한다. 하지만 읽은지 2주가 지난 지금, 그때의 기억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추상적인 느낌만 남아 있다. 리뷰를 쓰려고 책을 찾았지만, 어디 갔는지 도통 보이지 않는다. 이십분쯤 찾다가 포기했다. 내 서재에서 뭔가를 찾는 건 역시나 불가능한 일이다. 한번 더 보고 싶은데, 도대체 어디 있는 걸까.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를 다시 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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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표지부터 죽인다. 둘리가 건물위에서 코팅 장갑을 끼고 소주병을 들고 있는 장면또한 시니컬하지 않은가?

 

<사랑은 단백질>웃기면서도 씁쓸하다. 자의든 타의든간에 남을 밟고 올라서는것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나로서는 닭돌이 하나로서 나의 심장을 울리기엔 나의 심장은 너무도 튼튼하다. 결국 그런것들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라는 의문으로 항상 결론이 나고 또한 그러한 고민과 동시에 다른 사람이 한사람을 더 밟고 올라서고 있으니 한 사람이라도 더 밟고 올라서기에 급급할뿐이다. 중요한건 머리속에 내가 지금 누굴 밟고 올라서고 있다는걸 모른다는 것이다. 되돌아본다. 내가 누구의 머리를 지금 밟고 있는지....

 

<선택>선배를 병신 취급하기전에 내가 먼저 후배를 교육시킨다. 우리사회는 그렇다. 내가 말하지 않음 병신인줄 알고 밟으려 한다. 꿈틀꿈틀대야만 병신이 아닌줄 알고 함부로 하지 않는다. 라는 명제로 과연 합리화 시킬수 있을것인가?? '젊은것이 못된것만 배워가지고...'빗속에서 아저씨의 모습은 참 많은 걸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의 독백 '어느 실패한 인간의 한 마디 말과 짧은 눈빛...' 그리고 마지막 장면의 월드컵에 열광하는 국민...관심의 부족이다. 월드컵보다도 중요한건 과연 무엇이고 무엇 때문에 열광하고 무엇을 위해 열광하는가?? 잊지 말아야 할 과제인듯.

 

이만 써야겠다.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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